The Artistic Genius of Music Is the Reincarnation of Paganini RAW novel - Chapter (6)
예술고 음악천재는 환생한 파가니니-6화(6/250)
드디어 하늘 고등학교 축제 날이 되었다.
1학년 5반 교실.
김우진이 갑자기 교탁 앞으로 나갔다.
“얘들아!”
웅성거리며 떠들던 아이들이 쉽게 조용해지지는 않았다.
타탁.
김우진이 교탁을 두드렸다.
“얘들아!”
김우진이 다시 한번 크게 외치자 이번에는 아이들이 조용해졌다.
“오늘 학교 끝나고 알지?”
“알아, 너네 축제 나간다고.”
“내가 학원에서 들었는데, 하늘 여고 애들 엄청 많이 온다니까 시간 되는 애들은 다 와라.”
하늘 여고 애들이 몰려온다는 얘기에 반 애들은 소란스러워졌다.
학원을 빼고 간다는 둥.
어떻게 하면 엄마를 속이고 갈 수 있을지 다양한 방법들이 쏟아져나왔다.
쉬는 시간에 윤하준이 불쑥 내 책상 앞으로 왔다.
“나도 오늘 축제 보러 갈게. 잘해라.”
“별거 아냐. 그냥 재미로 나가는 건데 뭐하러 와. 근데 너는 바이올린 잘하고 있냐?”
“어, 덕분에. 요즘 파가니니 곡 새로 배우는데 대박이야.”
파가니니라는 말에 나는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파가니니?”
“어, 한동안 슬럼프라서 어려운 곡 손도 못 댔는데, 네 덕분에 파가니니 곡도 들어가고 고맙다.”
“축제 끝나고 연습한 거 한 번 들려줘라.”
예상치 못한 곳에서 오랜만에 또 파가니니의 이름을 들을 수 있었다.
윤하준의 입에서 파가니니의 이름이 나오자 마음 깊은 곳이 통증처럼 아려왔다.
한동안 꿈에서 볼 수 없었던 파가니니.
반복되는 꿈에 나의 전생이 파가니니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적도 있었다.
사고 이후에 각성한 듯이 음악적 감각이 예전과 사뭇 다르다고 느껴지긴 했다.
하지만 긴가민가하다.
내가 파가니니의 환생이라는 게 말이 되나?
다들 미쳤다고 할 것이다.
나조차도 그게 믿기지 않으니까.
* * *
“이 작가, 오늘 하늘 고등학교는 내가 가볼게.”
“PD님 괜찮으시겠어요? 아! 하늘 고등학교가 모교라고 하셨죠?”
“어, 마침 학교 근처에서 미팅이 지금 끝났어. 내 목숨 달린 프로그램인데 열심히 해야지.”
“네, 저는 그럼 중구에 있는 우수고등학교 축제에 갈게요. 거기 비주얼도 실력도 괜찮은 애들이 있다는 정보를 받았어요.”
“그래, 수고해. 동영상도 찍어서 공유하자고.”
예승석 PD는 오랜만에 모교 하늘 고등학교의 운동장을 밟았다.
신축한 지 얼마 안 되어 보이는 강당이 별도의 건물로 지어져 있었다.
근처 하늘 여고 교복을 입은 여학생과 사복을 입은 여학생들이 무리로 있었다.
‘저 애들 근처로 가면 정보를 좀 얻을 수 있겠지?’
예승석 PD는 여학생들 근처로 다가갔다.
“안녕하세요? 채널 M 방송국 예승석 PD라고 합니다.”
“아저씨, 거짓말하지 마세요.”
“거짓말 아닙니다. 여기 명함 봐요.”
“가짜 명함도 오천원이면 만들거든요? 우리 그렇게 바보 같은 애들 아니에요.”
예승석 PD는 예상치 못한 전개에 얼굴이 벌개졌다.
그리고는 얼른 핸드폰 사진 갤러리를 훑었다.
“자 여기. 내가 조연출일 때 쥬피터랑 같이 찍은 사진, 이것도 내가 음악방송 할 때 같이 찍은 사진. 이래도 못 믿겠나요?”
“꺄아아악! 오빠들 사진이다. 합성 아니죠?”
“으아악! 어디 봐봐.”
갑자기 여학생들에게 삥 둘러싸였다.
예승석 PD의 핸드폰은 그 무리 속 어딘가에 있었다.
한참 후에야 그는 학생들에게 질문할 수 있었다.
“오늘 하늘 고등학교 축제에 괜찮은 애들 있을까요? 비주얼이나 실력이나.”
그러자 여학생들이 앞다퉈 한 목소리로 말해준다.
“문주원, 김우진, 차수혁이라고요. 이 동네에서 걔네들 모르면 간첩이거든요.”
“왜요?”
“셋이 어릴 때부터 절친인데 비주얼 갑에 이제는 음악도 잘한다더라고요.”
“그래요?”
“아! 그중에 문주원이 인기 제일 많아요!”
“문주원이라.”
예숭석은 가장 인기가 많다는 학생의 이름을 되뇌었다.
“그럼 그 친구들 어디 연습생은 아닌가요?”
“아니에요. 그랬으면 벌써 소문났죠.”
예승석 PD가 조심스럽게 다음 질문을 건넸다.
“이건 좀 민감한 질문이긴 한데요. 요즘 워낙 중요해서요. 혹시 그 친구들 일진 같은 건 아니겠죠?”
“절대 아니죠. 공부는 안 하는데 날라리도 아니고 아이돌 지망생도 아니에요.”
“다행이네요. 셋 다 비주얼도 실력도 좋단 말이죠?”
“셋 다 분위기 완전 다르게 잘생겼어요. 요즘 학교 앞 실용 음악학원 다닌다는데, 걔네 따라 등록한 애들 몇 있거든요. 잘한다고 하더라고요.”
“고마워요, 학생들. 이제 내 핸드폰 좀 돌려줄래요?”
집 나갔던 핸드폰이 삼십여 분만에 돌아왔다.
따끈하다 못해 뜨거웠다.
‘문주원, 김우진, 차수혁이라.’
예승석은 그 학생들이 연습생이 아니라는 사실이 너무도 반가웠다.
아무도 발견하지 못한 원석을 본인이 찾아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서둘러 축제가 열리는 강당으로 들어갔다.
진행하는 학생들이 나눠주는 축제 시간표를 보니 다행히 1부 마지막 순서였다.
* * *
우리 순서가 다가오고 있었다.
김우진과 차수혁이 흥분한 듯 말했다.
“우리 학교 강당에 하늘 여고 애들이 꽉 차다니.”
“맨날 시커먼 애들만 있다가 여자애들 보니까 안구 정화 제대로다.”
“좀 전에 2학년 선배들 삑사리 난 거 들었지? 아, 떨려.”
“우리는 실수해도 그냥 넘어가자고.”
“그래야지.”
“그동안 연습하느라 재밌었는데.”
“연습이야 계속하면 되잖아.”
시답잖은 얘기들로 다가올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드디어 사회자가 무대에서 우리를 소개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다음은 1학년 5반 문주원, 김우진, 차수혁 세 명이 부르는 ‘Still fighting it’입니다.”
무대 위에 올라섰다.
나는 마이크에 입을 가까이 대고 말했다.
“안녕하세요. 오늘 저희가 부를 곡은 ‘Still fighting it’입니다. 드럼에 차수혁, 기타에 김우진, 키보드와 보컬에 문주원 입니다. 감사합니다.”
강당에 모인 학생들의 뜨거운 박수와 함께 우리 셋의 인생 첫 공연이 시작되었다.
키보드의 담담한 연주가 진정성있는 목소리와 더해졌다.
Good morning son
I am a bird
화려하지 않은 기타와 드럼.
아직은 서툰 시작이었지만.
소리 하나하나, 모든 것이 진심이었다.
Everybody knows it hurts to grow up
모두가 알듯이 성장한다는 것은 아프단다.
the years go on and
시간이 지나도
We’re still fighting it, we are still fighting it.
우린 계속 싸워야 해, 우린 계속 노력해야 해.
노래 가사가 평생 홀로 나와 지환이를 키워온 아빠가 나에게 건네는 말 같았다.
아들아, 성장한다는 건 아픈 거란다.
너만 그런 게 아니야.
음악으로 치유해보지 않을래?
친구들과 연주하며 노래하는 내내 눈시울이 붉어졌다.
뜨거웠다.
시간이 흐르는 것이.
음악이 끝나는 것이.
너무도 아쉬웠다.
* * *
무대 위 세 사람을 보면서 예승석 PD는 생각했다.
‘와, 진짜 하늘 여고 학생들 말이 맞았네. 비주얼이 대박인데? 게다가 어쩜 다 저렇게 매력이 다르지? 문주원이 제일 인기 많다는 말이 이해가 가네.’
세 명의 비주얼을 보고 일단 음악에 대한 기대는 살짝 접었다.
‘그래, 여기서 음악까지 잘하면 사기캐지. 로또 맞는 거야.’
그때, 문주원이 마이크를 잡고 소개를 시작했다.
저음의 감미로운 목소리였다.
목소리가 들리자 마자 여학생들이 소리를 질렀다.
‘목소리도 좋네.’
키보드로 전주가 시작했다. 화려하지 않은 연주였다.
곧이어 보컬의 소리가 더해졌다.
공기를 뚫고 나오는 낮은 목소리.
매력적인 저음의 음색이 강당을 채웠다.
그건 덤덤한 울림이었다.
내지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전해지는 호소력.
거친 호흡마저 음악이 되었다.
잔잔한 기타와 드럼.
선명한 키보드의 선율 속에.
힘든 시기를 이겨내는 성장통 같은 고백이었다.
그들의 음악에는 힘이 있었다.
잔잔하던 음악이 켜켜이 화음을 쌓아갔다.
셋의 목소리가 겹쳐졌다.
We’re still fighting it, we are still fighting it.
우린 계속 싸워야 해, 우린 계속 노력해야 해.
거친 세상을 묵묵히 헤쳐나가는 이정표 같은 음악이었다.
‘고작 고1 학생들의 서툰 음악에 이런 느낌을 받다니.’
예승석 자신도 믿기지 않았다. 가까스로 마음을 추스르고 세 학생을 찾아 무대 뒤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 * *
하늘 고등학교 축제에 친구들을 잔뜩 모아온 강지아.
하늘 여중 시절부터 익히 문주원, 김우진, 차수혁의 명성은 자자했다.
하필 견우와 직녀처럼 남중, 여중에 남고, 여고라니.
그래도 이번 축제에 그 세 명이 무대에 오른다는 소식을 듣고 너무 기뻤다.
가만히 있어도 심쿵사 할 지경인데 노래에 연주까지 한다니.
친구들을 잔뜩 모아 축제에 온 것이었다.
‘아까 만난 PD 아저씨가 쟤네 캐스팅이라도 하려는 걸까?’
나만 아는 비밀 맛집을 모두에게 공개하는 심정이었다.
‘아니야, 나만 알고 있기엔 아깝지.’
1부 마지막 순서.
드디어 문주원과 김우진과 차수혁이 나왔다.
강지아는 그들을 본 순간 헉하고 숨을 들이마셨다.
‘내가 못 본 몇 달 동안 더 눈부셔졌구나.’
문주원이 마이크에 친구들을 소개했다.
‘목소리 어쩔 거야. 녹음해서 매일 듣고 싶다.’
키보드에 앉은 문주원의 손가락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강지아의 마음은 더욱 거세게 움직이고 있었다.
키보드와 보컬.
드럼과 기타.
화음과 코러스.
숨소리까지도 감동적인 음악이 되어 돌아왔다.
‘이 음악성 무엇? 데뷔하면 다 죽었어.’
강지아와 함께 온 하늘 여고 친구들도 마찬가지였다.
각기 다른 감정과 이유로 세 친구의 음악에 매료되기 시작했다.
* * *
우리의 순서가 끝나고 무대에서 내려왔다.
1부 순서가 끝나 잠깐의 쉬는 시간이 주어진 그때, 누군가 우리를 찾아왔다.
“안녕하세요. 채널 M 방송국 예승석 PD라고 합니다.”
한 남자가 명함을 건네며 우리에게 인사를 했다.
“학생들, 혹시 오디션 한 번 보지 않을래요?”
“오디션이요?”
차수혁이 건네받은 명함을 자세히 살폈다.
“아저씨 채널 M방송국 PD에요?”
“기획사에서 연습생 캐스팅하러 가끔 축제에 온다는 건 들었는데 PD라고요? 사칭하는 거 아닌가?”
‘아, 남학생들은 걸그룹 사진이라도 찾아서 보여줘야 하나?’
예승석 PD는 아까와 또 같은 상황이 될까 걱정됐다.
“나도 하늘 고등학교 나왔어, 학생들. 이 근처 왔다가 들린 거고.”
“진짜요? 우리 선배님이라고요? 오!”
김우진의 선배님 소리에 PD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비슷한 시기에 너무 많은 오디션 프로그램이 방송될 예정이라서 실력이 좋은 참가자들을 선점하려고 발품 파는 거지.”
“어떤 프로그램인데요?”
차수혁과 김우진이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음악 장르 구분 없이 스타를 발굴하는 프로그램이야. 학생들은 어디 연습생도 아니라면서?”
“아니죠. 근데 그런 걸 어떻게 알아요? 조금 무섭다.”
“아, 하늘 여고 학생들이 다 말해주던데? 학생들 인기 엄청 많다면서.”
“하핫. 저희가 좀 그렇긴 해요.”
김우진의 넉살에 PD가 웃었다.
“셋이 꼭 같이 와. 팀으로 와도 좋고, 개인으로 참가해도 좋아. 보컬 학생도 알았지?”
나는 한가지 궁금한 점이 생겼다.
“우리 셋이 팀으로 가면 팀으로 전부 뽑히는 건가요?”
PD가 잠시 생각을 하는 듯하더니 이내 대답한다.
“일단 예선은 팀으로 참가 가능해. 그런데 오디션 과정에서 찢어질 수도 있지. 한 명만 붙을 수도 있고.”
“그럼 장르는 정말 아무 상관 없어요?”
“그럼, 스타가 될 가능성만 있으면 무슨 장르던 괜찮아.”
나는 PD에게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그럼 클래식이라도 괜찮나요?”
“물론이지.”
예술고 음악천재는 환생한 파가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