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rtistic Genius of Music Is the Reincarnation of Paganini RAW novel - Chapter (63)
예술고 음악천재는 환생한 파가니니-63화(63/250)
연주회 다음 날.
석영진 대표는 문주원에게 연락을 했다.
-주원 군. 어제 연주 정말 감동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주원 군의 작품을 모두 검토한 결과 놀라운 작품이라는 전문가들의 반응이 이었습니다. 모두 출판하고 싶습니다. 향후 클래식 전공자들의 레파토리에 큰 변화를 일으킬 것 같습니다.
장문의 문자를 남긴 석영진 대표는 문주원에게 곧 전화를 받았다.
문주원은 석영진에게 손성혁의 사정을 간단히 설명했다.
석영진은 손성혁에게 아낌없는 지원을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리고 아티스트의 안정적인 연주 활동을 위해 거주 문제도 쾌적한 곳으로 옮겨주겠다는 약속을 했다.
손성혁은 석영진 대표의 제안을 감사히 받아들여 KM 클래식의 연주자가 되었다.
그리고 손성혁의 가족에겐 새 보금자리가 생겼다.
그건 할머니와 동생 그리고 손성혁, 세 가족이 처음 살아보는 아늑한 집이었다.
게다가 석영진 대표는 손성혁이 24시간 피아노 연습을 할 수 있도록 피아노 연습실 바로 옆에 집을 구해주었다.
석영진 대표는 손성혁에게 한 가지만 당부했다.
-이제는 오로지 음악과 연습에만 집중하시면 됩니다.
주름진 할머니의 얼굴엔 미소가 가득했고, 동생의 얼굴에도 웃음꽃이 떠나지 않았다.
손성혁은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해준 문주원이 고마웠다.
손성혁은 문주원에게 문자를 보냈다.
-고맙다. 석영진 대표님한테 나 추천해주고 집 문제도 도와줘서. 할머니가 아프셔서 항상 마음이 쓰였거든.
-네 연주가 특별해서 얻은 기회야. 기억해라. 네 피아노 연주는 누군가에게 부러움의 대상이라는 걸.
* * *
그렇게 실기우수자 연주회를 무사히 마친 후, 일상생활로 돌아갔다.
학교에서 수업을 듣고 평소와 다름없이 바이올린을 연습하며 작곡에 몰두하는 나날들이었다.
나는 여전히 학업에 열중하기보다는 사색에 빠져있는 시간이 많았다.
그러던 중, 나에게 새로운 취미가 한가지 생겼다.
바로 학교 도서관에 가는 일이었다.
친구들이 보기에는 내가 이상행동을 하는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친구들은 내게 공부를 하러 도서관에 가냐고 자주 물었다.
공부를 하러 가냐고?
아니다.
처음에는 바이올린 연습과 작곡으로 부족한 잠을 자기 위해 갔었다.
연습실에서 자기에는 공간이 부족하고 그렇다고 집에 벌써 가기는 싫고.
보건실은 문을 닫았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도서관에 가는 것뿐이었다.
학교를 걸어 다니다가 우연히 들어가게 된 도서관.
잠을 자러 간 곳이었을 뿐인데.
매일 가다 보니 희한하게도 잠이 달아나 책장 속 책을 한 권 꺼내 보게 되었다.
어떤 영국 작가가 쓴 판타지 소설이었다.
얼마나 재밌었는지 선 채로 한 권을 모두 읽어버렸다.
그날 이후. 나는 도서관의 책들을 섭렵하기 시작했다.
판타지 소설에서 시작해 닥치는 대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어떤 날은 수업 시간에 책을 몰래 숨겨서 보기도 했다.
때로는 재미없는 책이 걸리기도 했지만, 또 그 나름의 의미를 찾으며 읽었다.
책 속엔 정말 많은 이야기가 숨어있었다.
어떨 때는 기상천외한 스토리가, 어떨 때는 눈물 콧물 다 빼는 감동적인 이야기도 있었다.
어떤 책은 등장인물의 캐릭터가 너무 짜증 나 욕이 나오는 경우도 있었다.
온갖 재밌는 소설을 다 섭렵한 후.
나는 고전소설까지 손을 뻗쳤다.
이름은 많이 들어봤지만, 결코 읽어본 적은 없는 소설들.
이번엔 그 유명한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빌렸다.
전공 실기 수업 장소에 도착한 나는 권태오 쌤이 오기 전에 책을 다 읽을 심산이었다.
이미 결말을 다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로미오와 줄리엣’을 읽는 내 마음은 긴장 상태였다.
그들의 사랑이 이어졌다면 얼마나 좋을까?
책을 읽으면서 안타까운 감정을 느끼던 찰나.
실기실에 권태오 쌤이 들어왔다.
“요즘 부쩍 책 읽는 모습이 많이 보이네?”
나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표지를 보여주며 권태오 쌤에게 물었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이 이어졌다면 어땠을까요?”
“그럼 그 작품에서 파생된 수많은 클래식의 명곡들이 세상에 나타나지 못했겠지.”
“수많은 명곡이요? 저는 베를리오즈의 교향곡 하고 차이코프스키 작품 밖에 기억 안 나요.”
권태오 쌤은 나를 보며 웃었다.
“지금 떠오르는 것만 다섯 개도 넘는걸? 차이코프스키의 로미오와 줄리엣 환상 서곡, 프로코피예프의 음악, 구노의 오페라,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그리고 또 뭐가 있더라?”
권태오 쌤의 말을 들은 나는 큰 충격에 빠졌다.
내가 읽고 보는 모든 스토리가 음악이 될 수 있다니.
게다가 한 작품에서 파생된 곡이 이렇게 많다니.
망치로 머리를 맞은 것 같았다.
얼마 전 로마에서 안젤리카와 봤던 ‘로마의 휴일’도 마찬가지였지.
영화를 보는 내내 떠올랐던 악상.
화면 속의 이야기는 음악이 되어 새로운 작품을 탄생시켰다.
재밌는 이야기라 좋았고.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이야기라 신기했다.
공포스러운 장면에선 나 역시 그 감정을 느꼈고, 감동적인 장면에선 눈물을 흘렸는데.
‘이 모든 것이 음악이 될 수 있다니.’
권태오 쌤과의 실기 수업이 끝난 후, 난 다시 도서관으로 달려갔다.
내가 고른 소설의 한 페이지를 읽는 순간.
머릿속에는 영감이 가득 차고 넘쳤다.
나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새로운 영감들을 무수히 떠올리고 싶었다.
그래서 양손 가득 대출 가능한 수의 책을 모두 빌렸다.
그리곤 연습실로 향했다.
떠오르는 영감은 오선지에 그리고, 선율은 바이올린의 음색으로 펼쳐졌다.
그렇게 나의 작곡 노트는 빼곡하게 채워지고 있었다.
* * *
2학년 오케스트라 수업이 있는 날이었다.
수업 장소로 이동하던 중, 앙상블을 같이했던 에밀리와 표예은 그리고 박수호와 마주쳤다.
“문주원.”
“다 같이 가네?”
“우리 셋은 같은 반이잖아.”
“아쉽다. 나도 같은 반이면 좋았을 텐데.”
진심이었다. 마이클이 우리 반이긴 했지만, 작곡 전공이라 따로 수업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수업 장소로 가는 중의 대화 주제는 아이돌이었다.
어떤 그룹의 춤이 파격적이었다는 등.
요새 인기 있는 아이돌은 누구인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였다.
그때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 에밀리가 말했다.
“나 요즘 좋아하는 아이돌 생겼잖아. 아직 뜨기 전이라 나만 아는 아이돌이야. 내가 발견한 거지.”
“이름이 뭔데?”
“이클립스.”
에밀리의 입에서 나온 그룹은 익숙한 이름이었다.
“진짜? 거기 내 친구들 있는 그룹인데.”
“꺄아아악.”
에밀리는 초흥분 상태였다.
천장까지 펄쩍 뛰어오르더니 내 손을 흔들어댔다.
“그중에 누군데?”
“김우진이랑 차수혁.”
“Unbelievable. Oh my God.”
순간 에밀리는 한 손을 이마에 대고 눈을 감더니 그대로 쓰러질 듯 휘청거렸다.
그때부터 수업 장소에 도착할 때까지 나를 못살게 굴었다.
내가 한번 친구들을 볼 수 있게 해준다는 약속을 할 때까지 말이다.
‘데뷔한 지 얼마 안 됐는데 벌써 팬이 있네?’
얼마 전 수혁이랑 우진이가 늦은 밤 집에 찾아왔다.
데뷔가 얼마 안 남은 상황이라면서 긴장된다던 친구들.
한동네에서 쭉 자란 친구들을 이제 텔레비전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한해에 쏟아지는 아이돌이 얼마나 많은 줄 알아?
-우리가 TV에 계속 나올지 한두 번으로 묻힐지 아무도 몰라.
다소 어두운 낯빛으로 많은 걱정과 상념을 내게 이야기했지만.
-그래도 나중에 후회 없도록 해봐야지.
-운은 좋았어. 생각보다 데뷔가 엄청 빠른 편이야.
-잘 할 거야. 내가 1호 팬 해줄게!
이내 장난스런 얼굴로 의지를 불태웠다.
그렇게 난 친구들의 데뷔를 응원해주었다.
그런데 에밀리의 입에서 친구가 속한 그룹의 이름이 나오자 새삼 신기했다.
“문주원, 우리 학교 축제에 이클립스 오게 해주면 안 돼?”
“물어볼게. 장담은 못 하지만.”
“으아앗. 생각만 해도 너무 신나.”
에밀리는 콩콩 뛰며 기뻐했다.
이렇게 순수하게 누군가를 좋아할 수 있는 에밀리가 귀여워 보였다.
곧 우리는 오케스트라 수업 장소에 도착했다.
각자 악기를 꺼내 자기 자리에 앉으려는 순간이었다.
지휘자 선생님이 황선욱 교장 선생님과 함께 나타나셨다.
교장 선생님은 지휘자 선생님께 양해를 구하고 한 말씀을 하셨다.
“4년마다 열리는 아시아 청소년 음악제에 2학년 오케스트라가 참여하게 된 것 알고들 있겠지? 청소년 오케스트라의 월드컵 같은 거라고 보면 된다.”
“월드컵이요? 한일전이 있을 수도 있겠네요.”
“한일전이면 반드시 이겨야 해요.”
황선욱 교장 선생님은 한일전 얘기가 나오자 크게 웃었다.
“이기면 좋지. 뭐 음악에 이기고 지는 게 어딨겠냐 만은. 객관적으로 더 훌륭한 연주라는 건 존재하니까 말이다.”
그러자 몇몇 아이들이 질문을 했다.
“역대 성적은 어때요?”
“아쉽게도 거의 일본이 우승했단다. 클래식의 역사가 길기도 하고 저변이 탄탄하기도 하니까.”
“중국은요?”
“중국은 엄청난 지원으로 급성장하고 있는 실정이지. 현재 여러분과 같은 나이에 신동으로 불리는 장웨이랑 미사키도 이번 음악제에 참여한다고 한다.”
“으악, 장웨이랑 미사키가 거기 나온다고요?”
좁디좁은 음악계.
친구들은 중국과 일본의 신동까지도 알고 있는 듯했다.
나는 슬쩍 옆에 있던 윤하준에게 물었다.
“아니 애들은 어떻게 일본, 중국 신동 이름까지 알아?”
“청소년 국제 콩쿠르에서 입상하는 거 보면 알지. 그리고 해외 음악 캠프 가서 만나거나 마스터 클래스에서 만나는 애들도 있고.”
해외 음악 캠프는 외국에서 유명한 교수님이나 연주자에게 레슨을 받는 것이었다.
마스터 클래스 역시 평소에는 레슨 받기 어려운 저명한 연주자에게 그룹으로 강도 높은 수업을 받는 것이라 했다.
그런 곳에 참가하면 유명한 또래 연주자들을 만날 수도 있다고 한다.
“장웨이나 미사키는 무슨 악기 하는 거야?”
“장웨이는 피아노, 미사키는 바이올린이야.”
황선욱 교장 선생님의 말이 이어졌다.
“아시아 청소년 음악제를 경험하지 못하고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선배들도 많다. 4년에 한 번 열리기 때문이지. 너희들에게는 좋은 경험이 될 거란다.”
“에휴. 시작도 하기 전부터 의욕 꺾이는데요?”
“아무리 그래도 장웨이랑 미사키라니. 최근에 미사키는 예후디메뉴인 주니어 콩쿠르도 우승했었는데.”
“장웨이도 하마마츠 국제 콩쿠르 우승하지 않았어?”
아이들의 볼멘소리에 황선욱 교장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오케스트라는 절대 협연자 혼자 잘해서 훌륭한 연주를 할 수는 없단다.”
아이들은 이내 조용해졌다.
“예를 들어 말이다. 내가 과거 피아노로 이름을 날리던 때, 대학교 아마추어 오케스트라에서 협연을 한 적이 있었단다.”
교장 선생님은 학생들의 눈을 하나하나 쳐다보셨다.
“그리고 같은 곡으로 그해 겨울에 KBC 교향 악단과도 협연을 했지. 같은 협연자에 다른 오케스트라. 음악이 같을까?”
“아니요.”
“아마추어랑 KBC 교향악단을 비교하면 어떻게 해요? 너무 심해요.”
“허허. 그런가? 극단적인 예였지만 음악은 협연자 혼자 만드는 게 아니라는 말을 하고 싶은 거란다.”
학생들이 교장 선생님의 친절한 설명에 웃음을 지었다.
“학교 공문을 통해서도 자세한 사항이 전달되겠지만 오케스트라 수업에 와서 그 의미를 말해 주고 싶었단다.”
황선욱 교장 선생님 옆에 계신 지휘자 쌤이 아시아 청소년 음악제에 대한 설명이 담긴 자료를 나눠 주셨다.
교장 선생님의 마지막 말씀에 오케스트라 교실은 열의로 후끈 달아올랐다.
그리고, 내 가슴에도 무언가 불이 지펴졌다.
예술고 음악천재는 환생한 파가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