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rtistic Genius of Music Is the Reincarnation of Paganini RAW novel - Chapter (66)
예술고 음악천재는 환생한 파가니니-66화(66/250)
‘파트 연습 중일 거라고 했던가? 학생들끼리 제대로 연습이나 하려나?’
석현명은 그맘때 학생들이 어떨지 잘 알고 있었다.
그 자신도 한때는 학생이었기에.
‘교실 밖에서 수다나 떨고 있지 않으면 다행이겠네.’
곧이어 석현명은 수업 장소에 도착했다.
‘어? 이게 무슨 소리지?’
교실 안에서 새어 나오는 선율.
그건 철없는 10대의 불같은 사랑… 아니 그렇게 치부하기에는 너무도 애절하고 아름다운 사랑의 멜로디였다.
연습 부족으로 음정이나 박자에 미스는 많았지만.
오케스트라의 방향성만큼은 곡의 분위기를 그려내고 있었다.
‘나 대신 누가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있는 모양인데?’
석현명은 뒷문을 조심스레 열었다.
스르륵.
집중하는 학생들의 일사불란한 활.
심지어 현악기의 보잉까지도 완벽히 맞아있었다.
‘벌써 보잉 표시도 완벽하게 끝난 건가? 분명히 이 곡 오늘이 첫 수업이라고 했는데?’
예상한 대로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사람이 있었다.
놀랍게도 교복을 입은 학생이었다.
‘지휘 전공 학생인가?’
하지만 학생의 지휘는 전공자라고 하기엔 어설펐다.
부자연스러운 동작.
어색한 손놀림.
하지만, 그 학생은 악기별로 어떤 점을 고쳐야 하는지에 대한 자신만의 확고한 판단이 있었다.
그리고 곡에 대한 커다란 그림을 그려놓은 상태였다.
본인만의 음악적 해석을 지닌 사람.
그것도 10대인 고등학생이…….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흥미를 느낀 석현명은 어설픈 지휘자를 두고 보기로 했다.
그때 들려온 지휘하는 학생의 말은 놀라웠다.
“원래 차이코프스키가 이 곡을 작곡했을 때의 악기 편성은 호른이 넷, 트럼펫이 둘, 트롬본이 셋이었지. 그런데 우리 2학년 오케스트라는 그것보다 금관 숫자가 적어.”
그러더니 지휘하는 학생이 한숨을 크게 쉬었다.
“에휴. 게다가 지금 도망간 애들 중에 트럼펫이랑 호른도 있지? 백찬영은 바이올린이니 티는 안 난다만.”
곧이어 지휘하는 학생은 악기의 편성이 적어 생기는 문제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지에 대한 자신만의 견해를 피력했다.
‘지금 상황에서의 최선의 방법을 제시하다니.’
석현명 자신이 몸담은 프로 오케스트라야 악기 편성에 맞는 연주자들이 항상 대기 중이기에 겪지 않는 문제.
하지만 학생 오케스트라에서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지휘하는 학생이 원곡의 편성까지 이미 파악하고 있다니 놀라울 따름이었다.
‘나 대신 지휘하라고 투입한 학생이 분명해.’
지휘하는 학생은 특정 부분에선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멈추고.
음악을 이미지화하는 연습마저 시도했다.
“여기 이 부분은 몬테규 가문과 캐퓰럿 가문의 혈투가 눈에 그려지는 거 같지 않냐?”
얼마나 음악을 공부했는지.
얼마나 지식을 가졌는지는 별개의 문제였다.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을 부분들.
그것들을 스스로 생각하고 더 좋은 음악을 위해 찾아가는 해법.
게다가 그 학생은 본인의 생각을 무조건 강요하지는 않았다.
“트롬본, 여기 알레그로 마 논 트로포 이 부분은 어떻게 생각해? 뭔가 음악의 균형이 깨진 느낌이거든.”
그러자 트롬본을 연주하는 학생이 머리를 살짝 긁적이며 말했다.
“내가 너무 흥분해서 볼륨 조절을 못 했어. 악상을 유념하면서 연주해볼게.”
“그러면 좋겠다. 그 방법은 네가 제일 잘 알겠지.”
트럼본을 연주하는 학생은 웃으며 자신감을 보였다.
“물론이지. 여기서야 내가 제일 잘 알지.”
연주자가 기분 나쁘지 않게 개선점을 받아들인 뒤.
다시 시작되는 연주.
조금 전의 부족함을 서서히 메꿔가는 그들이었다.
‘무서운 재능이다. 음악에 대한 확고한 해석과 연주자를 다루는 재능. 두 가지가 함께 있다니.’
문화예고 2학년 오케스트라는 차이코프스키의 환상 서곡 ‘로미오와 줄리엣’.
그 마지막 피날레를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그렇게 그들의 연주가 끝났다.
연주가 끝나자 석현명은 더 이상 지체하지 않고 앞으로 다가갔다.
어색한 손동작의 지휘를 하던 학생이 뒤를 돌았다.
연주를 하던 오케스트라 학생들도 지휘자 석현명을 발견했다.
“엇. 마에스트로다.”
“진짜 시카고 심포니의 석현명 지휘자셔.”
지휘를 했던 학생이 가벼운 목례를 하고 본인의 자리로 돌아갔다.
바이올린 풀트 맨 마지막 자리였다.
생각해보니 낯이 익은 얼굴이었다.
석현명은 지휘를 했던 학생에게서 시선을 거둘 수가 없었다.
‘누구지?’
기억을 더듬던 그 순간, 떠오르는 기억.
지휘자 석현명을 문화예고까지 오게 한 수수께끼의 인물.
조카인 석영진이 오매불망 서포트하기를 원하는 인물.
바로 그 학생이었다.
‘문주원이야. 지휘했던 학생은 문주원이었어.’
석현명의 등에서 한줄기 식은땀이 흘렀다.
* * *
얼떨결에 한 지휘.
생각보다 너무 즐거웠다.
그 옛날 지휘자로 활동했던 때는 갑갑했었는데.
특히나 지금 문화예고 친구들하고는 비교도 안 되었던 오케스트라 연주자들.
음정이 정확하지 않은 현악기 소리를 들을 때면 머리를 다 쥐어 뜯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괴로웠으니까.
과거에 비해 현재 음악하는 친구들의 실력은 일취월장한 상태였다.
연주가 끝나고 예정되지 않은 석현명 지휘자의 등장은 반가웠다.
그가 어떤 말을 할까 너무 궁금했다.
로마에서 이무지치 챔버와 연주를 한 이후, 이렇게 빨리 거장과 음악을 할 수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런데 마에스트로는 나에게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나를 보며 골똘히 생각하는 듯 보였다.
그러더니 나를 향해 말했다.
“자네, 기억나네. 우리 구면이지 않나?”
“앙상블의 밤 때 인사했었습니다. 기억하시네요.”
나는 가벼운 목례와 함께 웃어 보였다.
우리 둘의 대화 내용에 오케스트라가 술렁였다.
그리곤 석현명 지휘자의 이어지는 말에 모두 빵 터졌다.
“문주원 군, 바이올린 실력은 환상적이더니 지휘는 초보자 같네. 내 밥그릇 뺏길 염려는 없겠군.”
당황한 나는 머리를 긁적였다.
석현명 지휘자도 내 반응이 재미있었는지 크게 웃었다.
예상치 못한 마에스트로의 등장에 긴장했던 문화예고 2학년 오케스트라 학생들.
석현명 지휘자의 농담으로 한순간에 긴장이 사라졌다.
하지만 그는 이내 정색을 했다.
그리곤 시계를 보며 말했다.
“지금 분명 수업시간 아닌가?”
“맞습니다, 마에스트로.”
“아까 뒤에서 듣자 하니, 지금 도망간 학생들이 있다던데? 누구지? 이름 좀 적어주게나.”
석현명 지휘자는 현재 악장인 구영찬을 보며 말했다.
구영찬은 잠깐 망설이는듯하더니 고개를 돌려 빈자리를 확인했다.
그리곤 수업을 이탈한 학생들의 이름을 적었다.
구영찬이 적어준 이름을 보던 석현명 지휘자가 말했다.
“이름 옆에 악기도 써 주게나. 엄연히 학교 수업 시간 아닌가?”
백찬영의 무리는 마에스트로의 얼굴도 보지 못한 채, 첫날부터 찍혔다.
손 안 대고 코 푸는 게 바로 이 느낌이구나.
‘손성혁한테 얘기해 줘야겠네. 흐흣.’
석현명 지휘자는 짧은 인사와 몇 가지 질문을 건넸다.
“오늘 차이코프스키 로미오와 줄리엣 환상 서곡 첫 연습이라고 들었는데 말이지. 어떻게 보잉이 완벽하게 맞았는지 설명해 주겠나, 악장?”
구영찬이 나를 한번 힐끔 돌아보고는 말했다.
“문주원하고 에밀리, 표예은 그리고 윤하준이 연습하면서 표시를 하고 다른 애들은 그걸 베꼈습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그랬단 말이지?”
“네… 제가 알기로는요. 원래 파트 연습 시간이었거든요.”
“지금 호명된 학생들 자리에서 일어나 보게.”
석현명 지휘자의 말에 호명된 편입생 넷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리를 보니, 다들 제일 뒷자리군. 수석들도 아닌 거란 말이지.”
순간, 얼어붙은 듯 어색한 침묵이 이어졌다.
“악장과 각 악기 수석들은 뭘 했나?”
“…….”
아무도 대답하지 못했다.
“지금 일어난 학생들이 각 악기 수석을 하겠네. 적어도 아시아 청소년 음악제까지는 말이야.”
오케스트라가 술렁였다.
“지금 바로 자리 옮기도록 하지.”
하지만 아무도 자리를 옮기지 못하고 굳은 듯 서 있었다.
그러자 지휘자가 낮은 어조로 말했다.
“불만 있나? 내가 지휘를 맡은 이상 내 오케스트라다. 기회는 준비된 사람한테만 오는 법이지. 고등학생이라도 한 명의 음악가들 아닌가?”
학생들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문주원 군은 악장을 맡게. 다른 바이올린 하는 친구는 세컨 수석을 맡고.”
나는 더 이상 마에스트로의 말을 거스르지 않고 악기를 챙겨 앞으로 갔다.
학생들은 조용히 자리를 이동했다.
그렇게 나는 예상보다 빠르게 문화예고 2학년 오케스트라의 악장이 되었다.
자리 배치를 끝내자마자 석현명 지휘자가 말했다.
“시간이 부족하군. 바로 연습 시작하지.”
극도의 긴장감 속에.
학생들은 서슬 퍼런 프로의 세계를 조금이나마 체험하며.
그렇게 연주를 시작했다.
마에스트로의 지휘봉은 칼날같이 정확했고.
악상의 흐름은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다.
그의 지휘봉 아래 오케스트라는 마치 거대한 하나의 악기 같았다.
지휘자 한 명 때문에 음악이 이렇게 바뀌다니!
카리스마 넘치는 마에스트로 석현명과의 첫 오케스트라 수업이 끝나고.
2학년 음악과 학생들은 진이 빠진 상태였다.
마에스트로가 떠난 이후.
편입생 팀 친구들과 악기를 챙겨 한자리에 모였다.
친구들은 얼떨결에 각 악기 수석이 된 탓에 몹시 긴장한 듯 보였다.
그때, 원래 악장이었던 구영찬과 세컨 바이올린 수석, 비올라와 첼로 수석이 우리에게 다가왔다.
그들은 모두 인상을 구기고 있었고 더러는 더운지 앞머리를 쓸어 넘겼다.
악장인 구영찬이 입을 열었다.
“아까는 마에스트로 앞이라 기가 눌려 말을 못 했어. 하지만 이렇게 넘어가진 않을 거야.”
의아했다. 도대체 얘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가 안 됐다.
“좀 알아듣게 말을 해.”
그러자 첼로 수석인 홍유미가 말했다.
“그냥, 너희 입으로 직접 말씀드려. 원래 자리로 돌아가겠다고.”
“내가 왜 그래야 하지?”
“일 크게 만들고 싶지 않으면 그렇게 하는 게 좋을 거야.”
각 악기 수석들은 오늘 일이 꽤 억울했나 보다.
하지만 내가 억지로 만든 일이 아니다.
나와 친구들이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해 얻은 결과일 뿐.
그래서 나는 홍유미의 협박이 전혀 신경 쓰이지 않았다.
“내 입으로 직접 그런 말을 할 일은 없을 거야. 내 친구들도 마찬가지고. 그렇지, 윤하준?”
내가 단호하게 목소리에 힘을 주며 윤하준을 돌아봤다.
윤하준은 눈을 동그랗게 뜬 채 고개를 여러 번 끄덕였다.
“무, 물론이지. 내가 억지로 하겠다고 한 것도 아니고 마에스트로 뜻대로 한 거니까.”
그러자 첼로 수석인 홍유미가 팔짱을 끼고 우리를 노려봤다.
“그깟 보잉 표시 좀 했다고 수석? 지나가는 개가 웃겠다. 정식으로 학교에 항의할 거야.”
“맘대로 해. 우리는 떳떳하니까.”
그 말을 남긴 채, 나는 친구들과 함께 각자의 교실로 이동했다.
뒤통수가 따가웠지만, 가뿐히 무시해 주었다.
* * *
하교 후, 문화예고의 교장인 황선욱은 빗발치는 전화를 받았다.
화난 학부형들이 곧장 교장실에 전화를 한 것이었다.
모두 2학년 오케스트라의 악장과 수석의 부모였다.
‘도대체 석현명은 오늘 와서 그 짧은 시간에 뭘 하고 간 거야? 난감하네.’
학부모들의 항의를 듣고 있자니 상황이 이해가 잘 가지 않았다.
‘도대체 왜? 어떻게 편입생 애들만 싹 뽑아서 악장하고 수석으로 앉힌 거지? ‘앙상블의 밤’ 때 봐서?’
말이 되지 않았다.
문주원의 얼굴을 기억하는 건 이해할 수 있지만 다른 편입생들의 얼굴을 기억한다는 건 서울에서 김서방 찾는 수준일 테니까.
‘학부형들이 말하지 않는 뭔가가 있는 건가?’
황선욱 교장의 시름이 깊어지는 이 순간에도 전화벨은 계속해서 울려댔다.
예술고 음악천재는 환생한 파가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