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rtistic Genius of Music Is the Reincarnation of Paganini RAW novel - Chapter (7)
예술고 음악천재는 환생한 파가니니-7화(7/250)
에반스 실용 음악 학원 원장 최종호는 요즘 살맛이 났다.
학원 오픈 이래 최대 학생 수를 경신 중이다.
그 녀석들이 등록한 후, 따라 등록한 여학생들이 벌써 다섯 명도 넘는다.
무슨 악기여도 되니, 그 녀석들이 레슨 받는 시간에 하고 싶다는 학생도 있었다.
그 애들과 합주하는 수업을 만들면 어떠냐는 당돌한 제안도 받았다.
솔깃했다.
‘요즘 애들은 머리도 좋아.’
그 녀석들 덕분에 학원이 호황을 이루는 것도 좋지만, 더욱 좋은 것은 모처럼 학원에 음악이 끊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음악이 좋아 평생 파고들었지만, 프로가 되는 길은 험난했다.
그 좋아하던 음악이 생계 수단이 되자 가끔 싫어지기도 했던 것이 사실이다.
지금은 이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
프로로 성공하지 못했다고 해서 실패한 인생은 아니다.
누군가가 음악을 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그렇게 마음을 다잡고 시작한 학원.
처음은 학원 아르바이트부터였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스킬이 늘고, 아이들을 입시에 성공시키면서 자신만의 노하우가 생겨났다.
24시간 연습할 수 있는 나만의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연습실을 만들었다.
그러면서 레슨도 병행했더니 제법 규모가 커졌다.
음악이 끊이지 않는 연습실.
요즘 그 녀석들이 연습하는 소리가 오래전 자신을 보는 것 같아 뿌듯한 최종호였다.
그런데 그 녀석들이 이제는 채널 M 방송국 오디션에 나간다니.
세 명이 한 학원 출신이라는 게 알려지면 학원은 학생들로 문전성시를 이룰 것이다.
‘기특한 것들.’
문이 열리는 소리에 아이들이 왔나 고개를 들어 보았다.
낯선 사람들이었다.
“여기가 하늘고 인기 많은 학생 3명이 다니는 학원 맞죠? YK에서 온 캐스팅 매니저입니다. 학생들 언제 오나요?”
“YK요?”
어안이 벙벙한 최종호였다.
* * *
하교 후에 김우진과 차수혁은 레슨 시간이 빠듯하다며 먼저 실용음악학원으로 갔다.
나는 집에 가서 교복을 갈아입고 천천히 연습실로 갔다.
요즘 애들은 부쩍 진지해졌다. 연습도 열심히 하고 학교 수업 시간에 잠도 자지 않았다.
그리곤 매일 하교 후 곧장 실용음악 학원에 있는 연습실로 향했다.
축제 때 불렀던 노래를 흥얼거리며 가다 보니 금세 연습실에 도착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학원이 시끌벅적하다.
“얘들아, 연습 안 하고 뭐해?”
김우진과 차수혁에게 손을 들어 인사했다.
못 보던 사람들이랑 얘기 중인 친구들을 보고 어깨를 으쓱했다.
김우진이 입 모양으로 ‘대박’이라고 말한다.
대박?? 뭐지?
그러자 낯선 남자가 나를 보며 물었다.
“학생 이름이 문주원이겠네요.”
“네, 맞아요. 무슨 일이시죠?”
“YK 캐스팅 매니저입니다. 저희 회사 들어오라고 권유하러 왔죠.”
멀끔한 인상에 시종일관 웃는 얼굴이었다.
“아! 저는 아이돌 관심 없습니다.”
“그렇구나. 그래도 한번 고민해 봐요. 친구들은 지금 거의 넘어왔거든요.”
자신만만한 캐스팅 매니저의 모습에 차수혁과 김우진을 바라보았다.
상황 종료인가?
애들이 사뭇 진지해 보였다.
YK 매니저가 간 뒤 친구들에게 물었다.
“야, 너네 진짜 아이돌이라도 되게?”
그러자 차수혁이 눈을 빛내며 말한다.
“설명 들으니까 꽤 재밌게 들리더라고. 음악이나 춤도 체계적으로 트레이닝 받을 수 있대.”
김우진도 덩달아 말한다.
“요즘은 원하면 악기나 작곡, 프로듀싱 그런 쪽도 트레이닝 해준다는데?”
“나도 요즘 음악도 재밌고, 아예 그쪽으로 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 같아. 이왕이면 전문적인 데서 하면 좋지. 길을 잘 아는 곳에서.”
“그래, 뭐든 하고 싶은 게 생겼다는 건 좋은 거 같다.”
친구들을 보며 물었다.
“그럼 채널 M 오디션은 어떻게 할 거야?”
“지금으로선 참가자 백만 명도 넘는 채널 M 오디션보다는 YK 연습생 쪽이 나을 거 같아.”
“그렇군.”
“문주원, 너는 YK 진짜 같이 갈 생각 없어? 우리 셋이 같이 가면 진짜 좋을 텐데.”
“어, 나는 아이돌은 그다지 관심이 생기진 않네. 음악을 많이 안 들어봐서 그런가 봐.”
내 대답에 김우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하긴 너는 바이올린도 그렇고 피아노도 그렇고 그쪽 재능이 엄청나니까.”
“차수혁 너도 YK로?”
차수혁마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오디션 참가해도 너무 빨리 떨어질 거 같으니까. 차근차근 실력을 쌓는 게 나을 듯.”
김우진과 차수혁이 빠른 결론을 내리자 나도 더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
“나는 그럼 혼자라도 채널 M 오디션 나가볼래. 장르 불문이라고 했으니까 더 재밌을 거 같기도 하고.”
“이러다 우리 셋 다 엄청 유명해지는 거 아냐?”
“그러면 좋겠다.”
* * *
오늘은 윤하준이 요즘 연습하는 파가니니 곡을 들려주겠다고 한 날이다.
이나리 쌤에게는 하교 후에 음악실을 사용하겠다고 허락을 받은 상황이었다.
담임의 종례가 끝났다.
“김우진, 차수혁. 너네 레슨 받고 있어. 나는 윤하준 바이올린 곡 하나 듣고 학원으로 간다.”
나는 윤하준과 음악실로 이동했다.
“우리 바이올린 쌤한테 들었는데, 바이올린 전공자들이 제일 싫어하는 작곡가가 파가니니래.”
“그래?”
이건 또 무슨 소리람.
너무 궁금했다.
“왜 제일 싫어해? 나는 곡이 좋기만 하던데?”
“어, 곡이야 너무 좋지. 너무 어려워서 짜증난다는 거지. 왼손 피치카토에 하모닉스에, 속주에 탈 인간계야 파가니니는.”
윤하준은 쉴새 없이 떠들었다. 오디오가 비는 순간이란 없었다.
“우리 쌤, 한국대 음대 바이올린 전공인데도 그래. 파가니니 카프리스 잘 켜려면 죽도록 연습해도 어렵다고.”
얼마 전까지 말 한마디 안 하던 녀석 정말 맞냐?
입에 모터가 달린 것 같네.
수행평가 후에 처음 듣는 윤하준의 연주라 조금 궁금하긴 했다.
슬럼프를 벗어난 연주일 테니까.
“파가니니의 칸타빌레야. 카프리스는 아직 1번도 시도해 볼 실력이 안 돼서.”
윤하준은 머쓱하게 웃었다.
“윤하준 너, 요즘 말이 엄청 늘었다?”
“그러게. 부모님도 놀라셔.”
“그동안 집에서도 말이 별로 없었어?”
“그치, 엄마 보면 더 짜증 났으니까. 너네 엄마는 잔소리 안 심하냐?”
나는 그 질문에 대답을 하지 않았다. 아니, 하지 못했다.
“…….”
“우리 엄마는 원래 엄청 극성이었는데. 내가 예고 떨어지고 나니까 말이 없어지더라고. 누가 전화와도 안 받고. 근데 그게 더 싫더라고. 차라리 잔소리할 때가 나았어.”
“그렇구나.”
엄마의 잔소리라. 들어본 적이 없어서 어떤 건지 모르겠다.
아빠는 내가 공부를 아예 안 해도 한 번도 하라고 한 적이 없었으니까.
잔소리? 좀 들어보고 싶기도 한걸?
윤하준이 계속 시끄럽게 엄마 얘기를 하기 전에 그냥 말해야겠다.
TMI인가 싶었지만 뭐 이 녀석 입을 다물게 하려면 어쩔 수 없지.
“윤하준, 나는 잔소리 해주는 엄마 없어. 어릴 때 부모님 이혼하셨거든. 그러니까 이제 연주나 해봐.”
“앗, 미안. 그런 줄도 모르고.”
“미안할 것도 없고. 얼른 바이올린이나 켜봐.”
“어, 들어보고 말해 줘.”
멋쩍어하는 윤하준은 케이스에서 바이올린을 꺼내 활 털을 조였다.
어깨 받침을 악기에 고정한 후, 악기를 턱과 어깨 사이에 올렸다.
Paganini : Cantabile in D major, Op.17 M.S. 109
유려한 선율.
마치 오페라의 아리아를 듣는듯한 우아한 선율이 또다시 나를 과거의 어느 날로 데려다 놓았다.
* * *
1824년 이탈리아 베로나
기나긴 연주 투어 중 하루의 휴식이 주어졌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배경이 된 도시 베로나.
곳곳에 그들의 정취가 가득하다.
잠시 산책을 나갔다가 한 건물 앞에 사람들이 바글거리는 것을 보았다.
“왜 이렇게 사람들이 모여있나요?”
“오늘 모차르트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공연이 있잖아요.”
내일 연주가 있는데 괜찮을까? 잠깐만 보다 나오지 뭐.
다행히 남은 표가 있어 객석에 앉았다.
야외 공연을 즐기기에 더없이 좋은 날씨였다.
오페라가 시작되었다.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천재이며 신동이었던 그가 짧은 35년의 생에 동안 남긴 수많은 걸작 중에 하나.
피가로의 결혼을 드디어 보는구나.
피가로와 수잔나는 서로 사랑해 결혼을 준비한다. 하지만 수잔나에게 백작이 흑심을 품은 것을 알아채고 피가로가 백작을 골탕먹일 계획을 세운다.
익살과 재치가 넘치며 출생의 비밀 막장 요소까지 더해진 오페라.
로렌초 다 폰테의 대본을 바탕으로 모차르트가 작곡한 오페라의 대명사, 피가로의 결혼.
유쾌하고 코믹하지만 상류층 풍자가 가득한 오페라여서 제작까지 우여곡절도 많았다고 했었지.
조금만 보고 나가려던 나는 아름다운 음악과 어우러지는 오페라의 매력에 빠져 자리를 뜰 수 없었다. 어느덧 3막이 시작되고.
수잔나와 백작부인의 이중창이 시작되었다.
che soave zeffiretto(저녁 산들바람은 부드럽게)가 야외 공연장에 울려 퍼졌다.
곱고 맑은 목소리.
영혼을 정화하는 목소리.
청아한 목소리가 야외 공연장 구석구석 종소리처럼 퍼졌다.
저녁 산들바람이 부드럽게 불어왔다.
그녀들의 이중창이 내 가슴 속 깊은 곳의 문을 두드렸다.
그녀들의 이중창이 끝나고 나는 주체할 수 없는 감정에 휩싸여 공연장을 뛰쳐나갔다.
그리고는 숙소로 돌아가 머릿속에 떠오르는 악상을 쏟아부었다.
칸타빌레. (노래하듯이)
형언할 수 없이 아름다운 선율이 오페라의 아리아처럼 그려졌다.
잔잔한 물결 위를 유유자적 떠다니는 한 척의 배가되어.
소프라노의 고운 목소리는 바이올린의 떨림이 되어.
우아하고 감미로운 악상을 노래하고 있었다.
* * *
어느덧 윤하준의 연주가 끝이 났다.
과거와의 혼재된 기억 때문에 정신이 맑지 않았다.
“어땠어? 파가니니 곡은 고난도의 곡만 있는 줄 알았는데. 이 곡은 오페라의 아리아처럼 멜로디가 너무 아름답더라고.”
“그러게. 정말 선율의 흐름이 우아하고 아름다웠어.”
“내 연주에 아쉬운 점은 없었어?”
“지난번보다 비교도 안 되게 좋은걸?”
내 칭찬에 윤하준의 입이 귀에 걸렸다.
“문주원 네가 한 번만 연주해 봐주라. 처음 듣는 곡이라 어려울까?”
분명 문주원으로서는 처음 들어보는 곡이 맞다.
하지만 좀 전까지 내 머릿속을 가득 채웠던 과거 어느 날의 잔상.
이 곡을 한번 켜보면 알 것 같았다.
비로소 나를 계속 쫓아다녔던 꿈의 실체가 무엇인지…….
순간 몸을 움찔했다.
“바이올린 줘봐.”
나도 이제는 더이상 피하고 싶지 않았다.
확인하고 싶었다.
문주원으로서는 처음 듣는 곡이지만, 내가 어렴풋이 생각하는 게 맞다면…….
나는 이 곡을 반드시 연주할 수 있을 것이다.
반드시…….
파가니니 칸타빌레 D 장조, Op. 17, MS 109
손가락이 지판을 누르고.
우아한 활이 노래하듯이.
음악실 안을 가득 채웠다.
새롭게 시작되는 사랑처럼. 간지러울 정도로 부드러운. 낭만적인 사랑이었다.
그 옛날 저녁 산들바람이 불어오던 베로나의 야외 공연장.
분주히 움직이던 성악가들.
오케스트라 연주자들의 바쁜 손놀림.
숙소로 돌아와 쏟아내던 음표들.
그 시절의 내가 온몸으로 각인되고 있었다.
내가 누구인지 인지하기 시작하자.
갑자기 온몸에 전기라도 관통한 듯 찌릿한 느낌이 들었다.
이제는 받아들일 수 있다.
내가 파가니니라는 것을!
나는 니콜로 파가니니였다.
예술고 음악천재는 환생한 파가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