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rtistic Genius of Music Is the Reincarnation of Paganini RAW novel - Chapter (70)
예술고 음악천재는 환생한 파가니니-70화(70/250)
고정석은 조현정 선생에게 궁금한 것들을 질문했다.
“아시아 청소년 음악제에 우리 애들 입상할 확률은 0에 수렴하는 거죠?”
“누가 수학 쌤 아니랄까 봐 그렇게 말을 해요?”
“하핫. 그랬나요?”
고정석은 너털웃음을 지었다.
조현정 선생은 다시 말을 이어갔다.
“아무래도 그렇죠. 일본의 탄탄한 오케스트라 여섯에 치고 올라오는 중국 오케스트라 셋 그리고 한국예고랑 제일예고까지. 막강하죠.”
고정석은 크게 한숨을 쉬었다.
“에휴, 나는 직관까지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여행도 할 겸 겸사겸사요.”
“진짜요? 재밌겠는데요? 아예 젊은 선생님들끼리 같이 여행 갈까요?”
“오. 그럴까요? 현정 쌤도 관심 있어요?”
“그럼요. 여행도 하고, 우리 학교 애들 응원도 하고 또 밤에는 맥주도 마시고.”
상상하는 듯 행복한 표정을 짓는 조현정에게 고정석이 물었다.
“그런데 일본이랑 중국 외에 다른 나라들은 그다지 잘 못해요?”
조현정 선생은 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것도 아니에요. 한, 중, 일 외 다른 나라들은 우리처럼 예술고등학교 단일 오케스트라가 나오는 게 아니거든요.”
“그러면요?”
“예를 들어 아랍에미레이트 이런 나라는요. 아예 이 대회를 위해서 청소년 오케스트라를 선발해요. 우리처럼 고등학교 오케스트라가 아닌 나라 대표인 거죠.”
“흐음. 그럼 다른 나라들이라고 만만한 건 아니겠네요.”
“그렇죠.”
“뭐, 입상 못 하면 어떻습니까? 예선 통과한 것만 해도 대단하죠.”
어느새 둘은 교무실에 도착했다.
책상에 앉은 고정석은 결심한 듯 아시아 청소년 음악제 본선 날짜를 확인했다.
그리곤 비행기 표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 * *
다음 날, 학교에 도착한 나는 곳곳에 붙은 공고를 확인할 수 있었다.
아시아 청소년 음악제 본선 협주자 오디션 안내
문화예고 2학년 음악과 학생들의 아시아 청소년 음악제 본선 진출을 축하합니다.
24개국 80여 개의 오케스트라가 참여한 이번 대회에서 18팀의 오케스트라가 본선에 진출했습니다.
여름방학 기간에 일본 하마마츠에서 열리는 제 10회 아시아 청소년 음악제의 협연자 오디션이 개최됩니다.
협연을 원하는 학생은 협주곡 한 악장을 준비하면 됩니다. (반주자 대동, 암보 필수)
심사는 문화예고 실기교사 열 분과 마에스트로 석현명 그리고 황선욱 교장 선생님께서 함께 하십니다.
채점 결과는 공개로 학교 홈페이지에 상세히 게시될 예정입니다.
학생들의 많은 참여 바라며 신청서는 2학년 부장 선생님의 자리에 제출 바랍니다.
협연자 오디션이라.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무슨 곡을 할 지만이 문제였을 뿐.
‘오늘부터 어떤 곡으로 오디션을 보면 좋을지 틈나는 대로 생각해봐야지. 뭐가 좋을까?’
본선 곡은 협주곡 중 한 악장을 연주하는 것이다.
협주곡이란 독주 악기와 관현악을 위해 만들어진 곡을 말한다.
보통 콘체르토라고 부른다.
한 명의 솔리스트와 오케스트라가 함께 대화를 주고받는 음악이라 생각하면 쉽다.
머릿속에 여러 곡이 떠올랐다.
베토벤의 유일한 바이올린 협주곡, 그리고 시벨리우스와 브람스의 바이올린 협주곡도 떠올랐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먼저 떠오른 건 과거의 내가 작곡했던 파가니니의 바이올린 협주곡이었다.
‘문화예고 오케스트라와 파가니니의 협주곡을 연주한다면?’
잘 상상이 가지 않았다. 아니 음악이 그려지지 않았다.
파가니니 곡은 여기선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연주해서는 과거의 나를 뛰어넘는 연주를 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복도를 지나 연습실로 가는 길.
누군가의 바이올린 소리가 들렸다.
오늘은 누가 나보다 먼저 연습실에 도착한 모양이었다.
‘저 친구도 협연자 오디션 준비하나 보네.’
그건 익숙한 선율이었다.
선율은 나를 과거의 어느 시절로 되돌려 놓았다.
그건 파가니니였던 이전 삶의 기억이 아니었다.
바로 문주원의 어느 어린 시절이었다.
그동안 이 곡을 수없이 들으면서도 떠올린 적이 없던 기억.
바로 엄마와의 추억이었다.
유학 갔던 엄마가 돌아와 어떤 오케스트라와 협연했던 기억.
나는 그날 꼬마 신사답게 멋진 정장을 입고 아빠와 엄마의 연주회를 보러 갔었다.
오케스트라의 연주자가 꽉 찬 무대.
엄마는 커다란 무대에 붉은색 드레스를 입고 등장했다.
엄마의 드레스 색깔만큼이나 강렬했던 연주.
나는 한시도 눈을 뗄 수 없었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저 사람이 우리 엄마라고 자랑하고 싶었다.
엄마의 환상적인 연주가 오케스트라와 어우러졌다.
엄마는 혼자서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압도해버렸다.
엄마의 아름다운 연주가 끝나도 여운은 사라지지 않았다.
몇 번의 커튼콜이 이어질 때까지.
작은 손이 벌게지도록 손뼉을 쳤다.
더 이상 엄마가 무대에 나오지 않자, 나는 옆에 앉은 아빠에게 물었다.
-엄마가 연주한 곡 이름이 뭐야? 너무 멋있어. 나도 나중에 꼭 연주할 거야.
-차이코프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이야. 우리 주원이도 꼭 할 수 있을 거야.
-정말이지? 나도 언젠가 엄마처럼 저렇게 서서 오케스트라랑 연주할 수 있는 거지? 너무 신난다.
무대 위에서 누구보다 빛나는 사람이 우리 엄마여서 자랑스러웠고.
언젠가 나도 저 자리에 설 수 있을 거란 기대감에 어린 마음도 콩닥콩닥 뛰었다.
연주회장이 좋았다.
화려한 무대와 불빛이 좋았다.
관중들의 환호가 뜨거웠다.
그렇게 잃어버렸던 과거의 한 조각.
연습실 복도에 퍼지는 누군가의 바이올린 소리는 나의 과거를 일깨웠다.
더 이상 이 아름다운 음악을 들으며 아픈 과거만을 떠올리고 싶진 않다.
이제는 이 곡을 들을 때, 행복한 감정이 먼저 떠오르길 바랐다.
그 순간 나는 결심했다.
‘보란 듯이 이 곡을 해내겠어.’
이제는 완벽하게 슬펐던 과거와 이별할 시간이었다.
사진처럼 남은 그날의 멜로디가 새로운 기억으로 채워질 순간이었다.
* * *
며칠 후, 나는 2학년 부장 쌤에게 협연자 오디션 신청서를 제출했다.
부장 쌤은 신청서에 적힌 내 곡을 보면서 웃으셨다.
“바이올린은 죄다 이 곡으로 오디션 보네. 이 곡이 그렇게 좋나?”
“엄청 좋아요. 선생님도 들어보세요. 그런데, 협연자 오디션 신청한 애들 많아요?”
“그럼. 여기 신청서 쌓인 거 봐라.”
선생님의 손가락이 가리킨 곳엔 수북이 신청서가 쌓여 있었다.
“거의 다 신청했다고 봐야 해. 협주곡이 존재하는 악기들은 다 나왔다고 봐야지.”
“정말요?”
“그렇다니까. 콘트라베이스, 호른, 오보에, 클라리넷, 플루트 등 다 나왔어. 오디션 심사 때 엄청 고생할 것 같구나.”
부장 쌤과 내가 신청서를 두고 한참 얘기하는 모습을 보자 몇몇 선생님이 다가왔다.
“이번 2학년 애들이 분위기가 파이팅이 넘쳐. 문주원, 이 녀석 때문인가?”
“그거 맞을걸요? 천재 같은 녀석이 학교 문 열리면 연습실 와서 연습하니 다른 애들이 자극을 안 받겠어요?”
“그리고 오케스트라 연습만 해도 그래요. 파트 연습도 자발적으로 한 거라면서요.”
선생님들의 거듭된 칭찬에 나는 머리를 긁적였다.
볼에는 열감이 느껴져 볼을 꾹꾹 누르며 서둘러 발걸음을 돌렸다.
“저 이만 가볼게요.”
“그래, 문주원. 협연자 오디션 잘해라. 선생님은 너 응원할게.”
“앗. 감사합니다.”
‘아차! 그걸 물어본다는 게.’
뒤돌아 다시 부장 쌤에게 질문을 했다.
“선생님, 저랑 같은 곡 한다는 바이올린 지원자 누구예요?”
“왜? 천하의 문주원도 경쟁자 신경 쓰는 거야?”
나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게 아니고요. 반주자 쌤 때문에요. 어차피 같은 곡이면 같은 선생님께 하면 좋을 거 같아서요. 저는 따로 아는 반주자 쌤이 없거든요.”
“그런 이유라면 알려 줘야지.”
선생님은 종이에 나와 같은 곡을 연주하는 바이올린 전공 학생들의 이름을 적어주었다.
지난번처럼 혼자 반주자 쌤이 없어서 평가하는 선생님들을 당황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얼마 후, 협연자 오디션 일정이 상세하게 나왔다.
나는 나와 같은 날 오디션을 보는 친구의 선생님께 반주를 부탁드렸다.
오디션 전에 한 번 맞춰 보는 것과 오디션 당일까지 두 번의 반주비가 필요했다.
‘이런 것도 돈이 꽤 드는구나.’
그렇게 아시아 청소년 음악제의 협연자 오디션 날이 다가왔다.
* * *
실기교사 10명과 황선욱 교장 선생님, 마에스트로 석현명은 오디션 장소에서 학생들을 심사 중이었다.
어쩌면 약속이라도 한 듯이.
아이들의 연주 곡목이 대부분 일치했다.
피아노는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
바이올린은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 협주곡 D 장조 op35였다.
두 협주곡의 공통점은 뛰어난 멜로디에 있었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협주곡 하면 언제나 상위권을 다투는 곡이었다.
대다수의 고등학생은 오케스트라와 협연이라는 경험이 있기 어렵다.
생각보다 협연은 연주자들 간의 기싸움이 심하다.
수십 명의 오케스트라 단원과 한 명의 협연자.
웬만한 자신감이 아니고서야 학생 신분에서 협연을 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리고 예상치 못한 변수, 돌발 상황에 대비할 필요도 있다.
이를테면 지휘자의 지휘봉이 날아간다든지, 악기의 줄이 끊어진다든지 하는 경우 말이다.
물론 그런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협연자라면 그런 상황에서도 완벽하게 연주를 끝낼 수 있어야 한다.
최악의 경우는, 연주 악보가 머릿속에서 백지가 되는 것이다.
긴장한 나머지 머릿속에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 상황.
그것이 아마도 최악의 상황일 것이다.
오케스트라의 협연은 그만큼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
즉 너무 소심한 연주자의 경우는 협연하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심사를 맡은 선생님들은 미리 회의를 거쳐 그 부분에 대해 상의를 했다.
-연주만 잘한다고 될 일은 아닙니다. 협연자가 연주를 잘 해야 하는 건 기본 중의 기본이죠.
-협연자라면 돌발 상황에 대처할 능력도 필요한 법이죠.
-아쉽게도 손성혁은 여름에 다른 콩쿠르 준비로 오디션을 안 보는군요.
-그럼 거의 결과는 내정된 거나 다름없는 거 아닌가요?
-문주원도 협연자로서 적당할지는 오디션을 봐야 아는 겁니다.
여러 선생님들이 모인 관계로 많은 의견들이 튀어나왔다.
바이올린 실력이 뛰어난 학생이라도 협연자로서의 능력이 검증된 것은 아니기에 명확한 기준을 세우는 것이 중요했다.
-기계처럼 연습만 해왔는지, 곡에 대한 구체적인 생각이 있는지도 반드시 체크 해야죠.
-문화예고가 올해는 입상 가능성이 있을까요?
-쉽지는 않을 겁니다. 일본은 장기적으로 플랜을 세워서 꼼꼼하게 연습하고, 중국은 나라 차원에서 힘을 보태 전투처럼 임하니까요.
선생님들이 아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우리 문화예고만의 장점은 뭘까요? 장기적인 계획도 아니고 나라 차원의 지원이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학생들의 자율성이죠. 이번 2학년들은 파트 연습도 스스로 짜서 하던걸요? 처음 보는 광경이더군요.
-맞아요. 뭔가 아이들의 마음에서 해내고 싶다는 의지가 보이더군요.
-그리고 마에스트로 석현명이 계시지 않습니까?
그 말에 석현명은 덤덤하게 대답했다.
-절대 지휘자 한 명의 역할로 전체 오케스트라의 수준이 높아질 수는 없습니다. 스스로 깨우치도록 도와줄 뿐이죠.
-그럼 돌발 상황을 몇 개 만들어놓죠. 그래서 어떻게 대처하는지 보도록 합시다.
-학생이 협연자로 나설 경우, 변수가 좀 많긴 하더군요. 저는 협연자가 중간에 연주를 중단하는 경우도 봤어요.
-핸드폰이 울려서 연주를 멈춘 경우였나요?
-다양하죠. 아무래도 경험이 없는 학생들이다 보니 그런 상황에 대처가 안 되더군요.
선생님들은 기나긴 회의 끝에 음악적인 기준 외에 몇 가지 돌발 상황을 정했다.
드디어 오디션 심사가 시작되었다.
예술고 음악천재는 환생한 파가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