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rtistic Genius of Music Is the Reincarnation of Paganini RAW novel - Chapter (8)
예술고 음악천재는 환생한 파가니니-8화(8/250)
연주를 끝내고 윤하준을 바라보았다.
윤하준의 커다랗게 벌린 입이 다물어질 줄 모르고 있었다.
“진짜 파가니니가 살아 돌아왔다고 해도 믿겠다.”
귀신 같은 놈이다.
녀석에게서 풍기는 우울함이 안타까워 건넸던 한마디.
그날의 한마디가 나의 과거를 일깨웠다.
내가 파가니니였다니.
그래서였을까?
멀어지고 싶었지만, 다시 내 삶에 한 부분이 된 음악.
과거에도 지금도, 나는 음악 없이는 살 수 없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오디션만 해도 그렇다.
어느 장르나 나갈 수 있다는 장점에 가볍게 참여하기로 한 오디션이었다.
오랜만에 음악을 하는 것이 너무 즐거웠으니까.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렇게 나의 과거를 깨닫고 나니.
파가니니였던 과거의 나와 문주원인 현재 나의 음악을 펼쳐보고 싶었다.
누구의 강요도 없이.
누군가의 기대도 없이.
그저 내 마음이 흘러가는 대로.
그렇게 하면 그 끝은 어디일까?
오디션이 그 종착역은 아니겠지만.
출발점은 될 수 있지 않을까?
새롭게 시작되는 음악 생활에 방향 정도는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과거와 현재의 상황을 이해하려 머릿속은 복잡했다.
그때, 윤하준이 벌린 입을 닫더니만 쉴새 없이 떠들기 시작했다.
“야, 너 바이올린 왜 그만뒀어? 너 같은 애가 그만둔 건 대한민국의 손실이야. 아니 전 세계의 손실이라고.”
호들갑 떠는 윤하준에게 대답했다.
“이유가 좀 있었어. 근데 이제 좀 다시 해볼까 생각 중.”
“잘 생각했어. 그럼 어차피 나는 너한테 라이벌도 안되니까, 나 가끔 좀 가르쳐 주면 안 되냐?”
“친구 사이에 뭐 레슨이라도 해달라는 거야?”
“네, 형님. 아니 선생님. 좀 부탁드립니다.”
윤하준이 굽신거린다.
굽신거리는 윤하준을 보자 문득 생각이 하나 떠올랐다.
윤하준이랑 같이 해보면 재밌지 않을까?
“그럼 가끔 연습한 곡 봐줄게. 나도 조건이 있어.”
“뭔데?”
“너, 나랑 오디션 한 번 나가자.”
“오디션?”
“응.”
“무슨 오디션?”
“원래 김우진이랑 차수혁이랑 같이 나가려고 했었는데. 걔네들 YK 연습생으로 들어가게 돼서.”
윤하준은 기겁을 했다.
“으악. 근데 우리 엄마가 허락 안 해줄걸? 바이올린 연습할 시간 없다고.”
“그래? 어머님 좀 뵙자. 내가 설득해 볼게.”
“이렇게 갑자기?”
“윤하준, 너는 어떻게 생각하는데? 너네 어머님 생각 말고.”
“재밌을 거 같긴 해. 살면서 그런거 해본 적 없으니까.”
“그럼 됐어. 당장 어머님께 전화해봐.”
“엄마 허락 못 받으면 못 나가는 거다.”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어 나는 얼떨결에 윤하준의 집에 가게 되었다.
이런 건 미뤄서 좋을 게 없다.
조금 후에 도착한 윤하준의 집은 아주 깔끔했다.
“문주원, 엄마 퇴근하는 중이래. 잠깐 내 방에서 기다려. 마실 거 갖다 줄게.”
“나 괜찮은데?”
“잠깐 기다려. 주스라도 갖다 줄게.”
윤하준이 주스를 가지러 나간 사이, 나는 방을 구경했다.
수혁이나 우진이 집 외에 친구네 집은 정말 오랜만에 와 본다.
음악 전공자의 방답게 방음시설은 물론 피아노와 보면대, 각종 악보가 빼곡히 책장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바이올린을 들고 찍은 사진들, 대회에서 찍은 사진들이 책장 곳곳에 놓여 있었다.
조금 후에 윤하준이 주스와 쿠키를 가져왔다.
윤하준의 어릴 적 사진을 보고 놀리던 찰나. 방문이 열렸다.
덜컥.
윤하준의 어머니였다.
윤하준은 어머니에게 나를 소개했다.
“엄마, 내 친구 문주원이야.”
“문주원? 처음 듣는 친구네. 예중 친구는 아니구나.”
“하늘 고등학교 1학년 5반 친구지.”
“그래?”
날카로운 눈매에 웃음기가 싹 빠진 윤하준 어머니의 인상은 조금 무서웠다.
오디션 얘기하지 말고 그냥 갈까?
살짝 주춤하던 그때 윤하준이 말했다.
“엄마, 문주원이 나보고 오디션 프로그램 예선에 같이 나가자고 해서 허락받으러 왔어. 나도 나가보고 싶어. 친구랑.”
윤하준의 어머니는 전혀 예상치 못한 말에 황당한 표정을 지으셨다.
“하준아, 바이올린 콩쿨 아니고 무슨 오디션? 너 문화예고 애들은 지금 얼마나 연습 열심히 하는 줄 알지?”
그 말에 윤하준의 얼굴은 급격히 어두워졌다.
윤하준의 어머니는 윤하준의 표정변화를 감지하지 못한 채 다그쳤다.
“설마 연예인 뽑는 오디션을 말하는 건 아니지?”
“장르 관계없는 음악 오디션이래. 클래식도 상관없고.”
윤하준의 어머니는 머리 끝까지 화가 난 것처럼 보였다.
“윤하준, 친구 가라고 하고 엄마랑 따로 얘기하자.”
그 표정을 보자 내가 나설 차례임을 직감했다.
“하준이 어머니. 제가 드릴 말씀이 있어요.”
윤하준의 어머니가 나를 보는 표정은 달갑지 않았다.
“그래, 너 왜 우리 착한 아들한테 헛바람을 넣니?”
“어머니, 하준이가 얼마 전까지 반 친구들이랑 한마디도 안 했던 거 아시나요?”
“한마디도 안 했다고?”
역시 윤하준의 어머니는 아들의 학교 생활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는 듯했다.
“역시 모르셨네요. 그럼 바이올린 슬럼프였던 건 아시죠?”
“그거야 예고에 떨어졌으니까 그랬지…….”
“하준이는 입학해서 친구들하고 말도 한마디 안 하고 밥도 혼자 먹으면서 지냈어요.”
“하준아 그랬어? 왜 엄마한테 말 안 했어?”
그러자 윤하준이 자그마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말한다고 뭐 달라지나? 엄마가 해줄 수 있는 건 없지.”
무서워 보였던 친구 어머니가 한참 동안 윤하준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윤하준은 엄마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엄마, 뭔가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 거 정말 오랜만이야. 친구랑 새로운 무대 경험해 보고 싶어.”
평소와 달리 확고한 윤하준의 태도에 어머니는 생각에 잠기는 듯 보였다.
그러더니 윤하준의 어머니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예고 입시 실패하고 말도 안 하던 애가 요즘은 좀 달라 보이긴 했어. 예전처럼 웃기도 하고 농담도 해서 다행이다 싶었는데…….”
짧은 순간에 윤하준의 어머니의 표정에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미안해, 하준아. 네 상처보다는 엄마 자존심이 더 문제였었나 봐. 아들이 그렇게 동굴 속에서 살고 있는지 몰랐네. 미안해…….”
“아니야, 이제 괜찮아. 이 친구 덕분에 슬럼프도 극복했어. 학교생활도 즐겁게 하고 있고.”
윤하준의 어머니는 아까와는 전혀 다른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고맙다. 주원이라고?”
“네, 문주원이요.”
“엄마도 못 해준 걸 해줘서 고마워. 오디션이 뭔지 설명 좀 해줄래?”
윤하준의 어머니는 짧은 시간에 생각이 바뀐 모양이었다.
“장르에 구분 없이 음악하는 사람들 다 참가할 수 있는 오디션이에요.”
“그래.”
“바이올린 연주자한테 무대 경험이 중요한 거 아시죠?”
“그건 충분히 알지.”
“무대 경험도 하고 친구랑 추억도 쌓는다고 생각하고 한 번만 허락해 주세요.”
잠시 생각을 하던 윤하준의 어머니가 빙긋 웃는다.
“그래. 어릴 때 이런 경험 해보는 것도 좋지. 하준이가 좋은 친구를 만났구나.”
“그럼 하준이 저랑 오디션 나가도 되나요?”
“그렇게 하렴.”
아까는 마냥 무섭고 차가워 보이던 윤하준의 어머니의 표정에 온화함이 깃들었다.
* * *
하늘고등학교 음악 교사 이나리는 수업이 끝난 후, 내일 있을 수업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별안간 윤하준과 문주원 생각이 났다.
‘아까 애들이 음악실에서 뭔가 연습한다고 했는데?’
1학년 5반 수행평가 때 들은 둘의 이중주가 너무 아름다워 한동안 베토벤의 스프링 소나타에 푹 빠져 출퇴근을 하고 있었다.
‘오늘은 걔네들이 무슨 곡을 연습하려나? 오늘도 문주원의 아름다운 피아노 소리를 들을 수 있으려나?’
이나리는 조금이라도 늦으면 연주를 들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칠까 두려워 발걸음을 재촉했다.
음악실에 가까이 갈수록 울려 펴지는 바이올린의 선율에 이나리는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다.
‘아 벌써 시작했구나. 아니 윤하준 실력이 그새 이렇게 늘었다고? 바이올린 소리 예술이다.’
이나리는 윤하준의 연주에 방해되지 않게 뒷문을 조심스레 열고 고개를 빼꼼히 집어넣었다.
그런데 이상했다.
윤하준은 입에 벌레가 들어가도 모를 정도로 입을 크게 벌리고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사람을 지켜보고 있었다.
‘아니. 우리 학교에 윤하준 말고 바이올린 전공생이 또 있었다고?’
믿기지 않는 상황에 바이올린을 켜는 사람의 얼굴을 확인했다.
‘헉. 이럴 수가!’
바이올린을 켜고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문주원이었다.
들려오는 아름다운 바이올린의 음색.
그건 파가니니의 칸타빌레였다.
아름다운 선율.
마치 오페라의 아리아 같은 사랑스러운 멜로디.
사람이 만들어 내는 음악 같지 않았다.
천상의 선율.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있지만 믿기지 않는 그런 음악이었다.
문주원의 연주가 끝났지만, 이나리는 음악실 안으로 차마 들어갈 수가 없었다.
* * *
‘채널 M방송국 스타발굴단’ 프로그램 회의가 열리고 있었다.
메인 PD 예승석은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다.
같은 시기에 수많은 오디션 프로그램 중 압도적으로 지원자 수가 높았기 때문이다.
“PD님. 지원자 수가 많다고 무조건 좋은 건 아니에요. 타 프로그램이랑 중복 지원한 참가자도 많으니까요. 물론 허수도 많고요.”
“그래도 일단 기사에 참가자 수 백만 명은 쓸 수 있잖아. 같은 시기에 방영되는 오디션 프로그램 중 압도적으로 높은 인기! 이런 제목으로도 기사 뽑는 것도 가능하지.”
예승석 PD는 순조로운 출발에 기분이 좋았다.
“고등학교 가서 직접 발굴했던 애들 있잖아. 걔네들은 다 지원했겠지?”
“거의 다 했어요. 실력 뛰어난 애들은 저희도 크로스 체크하고 있습니다.”
“내가 갔던 하늘 고등학교에선 3명이 마음에 들었는데 그중 하나만 다른 친구랑 나온다더라. 두 명은 귀신같이 YK에서 연습생으로 데려갔더라고.”
“기획사들 귀신같이 애들 알아보죠.”
“다들 지원자들 영상 보느라 눈 빠지겠지만 좀만 더 힘내보자고.”
‘채널 M 스타발굴단’의 사전심사가 시작되었다.
모든 참가자가 제출한 5분 이내의 영상을 보며 예선 참가자를 고르는 작업이 시작되었다.
새로운 스타의 탄생을 기다리는 제작진들의 눈과 귀가 분주해졌다.
* * *
서울 지역 예선 당일.
나는 윤하준과 함께 채널 M 방송국을 향했다.
여러 방송국이 모여있는 상암동.
처음 와보는 동네였다.
즐비한 회색 건물들 사이에서 채널 M 방송국을 찾았다.
윤하준을 보며 물었다.
“긴장되냐?”
“콩쿨이나 예고 시험때 만큼은 아니야. 떨어져도 부담 없으니까.”
“맞아. 떨어져도 상관없으니까 재밌게 하다 가자.”
“근데 문주원. 너는 왜 이 오디션이 보고 싶었어?”
“…음. 음악이 다시 좋아지긴 했는데. 아직 방향을 못 정해서? 여러 장르의 음악을 들으면서 생각해 보고 싶었거든.”
“넌 무조건 바이올린 해야 하는데. 네 바이올린 소리가 얼마나 환상적인지 모르는 거야?”
윤하준의 말에 나는 미소를 지었다.
“문주원, 네가 우리 오디션 곡 편곡해 왔을 때도 깜짝 놀랐잖아. 바이올린이랑 보컬이랑 키보드랑 얼마나 잘 어우러지던지.”
“내가 한 편곡이 원곡보다 마음에 들었어?”
“우리 같은 악기 편성으로 너처럼 편곡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걸?”
얘기를 나누며 윤하준과 대기실에 들어갔다.
족히 100명은 넘어 보이는 참가자들이 보였다.
다들 가지고 있는 악기들도 다양했다.
서로를 경쟁상대로 여기는 묘한 긴장감도 느낄 수 있었다.
기타 속주로 시선을 끄는 참가자, 엄청난 성량으로 노래를 부르는 참가자.
놀라운 리듬감으로 랩을 하는 참가자 등 실력자들이 넘쳐났다.
그때, 멀리서도 눈에 띄는 참가자 두 명이 들어왔다.
대기실에 있는 참가자들이 수군대기 시작했다.
유명한 사람인가?
대충 들려오는 소리를 들으니 유명 기획사 소속인 듯했다.
그런데 윤하준이 나를 급하게 불렀다.
“야! 문주원. 문주원.”
“왜, 무슨 일 있어?”
“저기 대각선 앞에 앉은 네이비색에 흰 줄무늬 옷 입은 애 보여?”
나는 윤하준이 가리키는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어, 보여.”
“쟤 문화예고 차석으로 입학한 애야. 박수호라고. 피아노 전공이지.”
“아는 애가 나왔구나.”
“눈 마주치지 말아야지. 갑자기 창피한데? 예중 동창인데 워낙 유명한 애라서. 저런 애도 여기 나오는구나.”
윤하준은 긴장한 얼굴이었다.
“알아보면 어때? 그냥 신경 꺼.”
오랜 기다림 끝에 우리가 호명되었다.
나와 윤하준은 심사위원이 기다리는 예선 심사 장소로 이동했다.
예술고 음악천재는 환생한 파가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