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rtistic Genius of Music Is the Reincarnation of Paganini RAW novel - Chapter (80)
예술고 음악천재는 환생한 파가니니-80화(80/250)
카메라 몇 대와 함께 나타난 KM 클래식 석영진 대표.
구세주처럼 등장한 석영진 대표가 우리에게 깜짝 소식을 알려주었다.
“여러분, 같은 비행기가 만석이라 같이 못 왔지만요. 호텔에 미리 연락해 연습 장소는 확보했습니다. 마지막 남은 홀이었죠.”
“와아아! 역시.”
석영진 대표의 말에 아이들이 모두 환호했다.
하지만 나는 착잡한 마음이었다.
저 수많은 인파가 체크인을 끝내고 우리 순서가 오려면 도대체 얼마나 걸릴까?
‘안 되겠어.’
꼭 체크인을 먼저 할 필요는 없잖아?
게다가 아까 한국 예고 학생들에게 받은 멸시까지 생각나니 1분 1초가 아까운 생각이 들었다.
“얘들아. 우리 체크인은 나중에 하고 그냥 연습하러 바로 가자.”
“아아. 피곤한데.”
“알았어. 어쩔 수 없지.”
“악장이 하자면 해야지.”
친구들의 협조로 우리는 석영진 대표가 확보한 홀로 이동했다.
홀에는 컨텐츠 촬영을 위한 카메라가 설치되었다.
그리고 우리는 각자 준비해 온 휴대용 보면대를 펼쳤다.
“문주원이 준비해오라고 해서 보면대 가져왔는데 안 가져왔으면 큰일 날 뻔했잖아?”
사실이었다. 어떻게 공간은 마련했고 그곳에 의자는 있지만 수십 명의 학생이 악보를 놓을 보면대가 비치되어 있지는 않았으니까.
혹시나 하고 친구들에게 전날 신신당부했는데 대다수의 친구들이 챙겨왔다.
보통 두 명이 하나의 보면대를 같이 보기 때문에 모자라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친구들이 모두 자리를 잡았고 나는 친구들을 바라봤다.
우리가 이곳에 오기까지 부단히 노력했던 날들이 떠올랐다.
“얘들아, 학교 시험 준비하랴 오케스트라 연습하랴 고생 많았어. 객관적으로 우리 오케스트라 역량이 어떤지 나는 모르지만 누구에게 무시 받을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해.”
친구들은 내 이야기에 아까 우리를 비웃던 한국예고 학생들을 떠올린 듯했다.
순간 친구들의 눈빛이 숙연해졌다.
“우리 정말 열심히 연습하지 않았냐? 누구 하나 뒤처지지 않고 개인 연습이나 파트 연습도 자발적으로 하고.”
고개를 끄덕이는 친구들에게 진심을 담아 말했다.
“우리만의 음악을 보여주자.”
“좋아!”
“제대로 한 번 보여 줄 거야.”
“한국 예고건 도쿄예고건 다 나오라 그래. 우리는 우리만의 색깔이 있다 이거야.”
우리의 고취된 분위기를 담는 카메라맨의 모습이 분주했다.
친구들은 그렇게 의식했던 카메라의 존재도 잊은 채.
뜨거운 땀방울을 흘리며 연습에 매진했다.
협연자로 나서는 나 대신 구영찬이 악장의 자리에 앉았다.
나는 마에스트로가 오기 전까지 연습을 주도했다.
지휘를 하다가 협연하는 시점에 바이올린 연주를 시작했다.
그렇게 연습을 이어가는 도중.
마에스트로 석현명과 황선욱 교장 선생님이 도착했다.
두 분의 선생님이 도착한 모습을 보고도 우리는 연습을 멈추지 않았다.
마치 전투에 임하는 장군처럼 우리의 투지는 불타올랐다.
그 어느 때보다도 뜨거운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 협주곡이었다.
“브라보.”
“브라보.”
마에스트로 석현명과 황선욱 교장 선생님이 박수를 멈추지 않았다.
“마지막 연습 때보다도 엄청난 발전이 있군.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마에스트로의 진심이 담긴 칭찬에 눈물까지 글썽이는 학생들이 나타났다.
악보도 읽을 줄 모른다며 수업 도중 나가버렸던 마에스트로가 건넨 칭찬.
친구들은 그 덤덤한 칭찬에 울컥했다.
“마에스트로.”
“정말 잘하고 싶어요.”
“우리 파이널 진출하고 싶어요.”
간절한 마음과 노력이 모인다면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는 법.
마에스트로는 학생들에게 허심탄회하게 현재 직면한 문제에 대해 토로했다.
“만에 하나 파이널에 진출할 경우, 연주할 곡이 정해지지 않았다네.”
“앗. 그렇네요. 우리 파이널 곡은 연습해본 적이 없네요.”
“본선에서 연주한 곡으로 하면 안 되나요?”
나는 마에스트로에게 물었다.
“정말로 우리가 본선에서 떨어질 거라 확신하셨던 거군요.”
“학생들의 실력 차가 큰 게 문제가 아니야. 절대적인 연습시간의 부족이지. 문화예고가 시험 기간이 다른 학교보다 늦게 끝난 이유도 있었다네.”
황선욱 교장 선생님도 거들었다.
“미리 계획하고 준비하지 못한 내 탓이 크단다. 얘들아.”
“아니에요, 교장쌤.”
한 학생이 마에스트로에게 질문했다.
“떨어질 줄 알면서도 도전하는 게 의미가 있을까요?”
“물론이지. 무대 경험, 그것도 수십 개국이 참여하는 큰 음악제. 이런 경험은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법이지. 본선 18개 팀에 뽑힌 것만 해도 사실 대단한 거라네.”
나는 마에스트로에게 한 가지 제안을 했다.
“마에스트로. 저에게 잠깐 시간을 주세요. 혹시 파이널에 진출할 경우를 대비할 방법을 찾아볼게요.”
마에스트로는 결의에 찬 내 모습을 보고 잠시 고민에 빠지는 듯했다.
어쩌면 무의미한 일에 에너지를 쏟는다고 생각하는지도 모른다.
어느 경우든 상관없다.
1퍼센트의 확률이라도 올라갈 수 있다면 맥없이 떨어지고 싶지는 않으니까.
생각을 정리한 듯한 마에스트로가 대답했다.
“몇 시간 가지고 되겠나?”
“충분해요.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 콘체르토는 제가 자다 깨서도 완벽하게 연주할 수 있을 정도로 연습했습니다. 그러니 몇 시간만 저 없이 연습 부탁드려요.”
“좋네. 자네 실력이야 내가 누구보다 잘 알지. 그럼 주원 군을 잠시 내보내고 우리는 다시 완벽한 하모니를 위해 연습 시작하겠네.”
“네. 마에스트로.”
수십 개의 눈동자들이 다이아몬드처럼 반짝거렸다.
그리고 친구들은 놀라운 집중력을 보이며 연습에 돌입했다.
마에스트로의 허락을 받은 나는 홀을 빠져나왔다.
석영진 대표와 황선욱 교장 선생님이 내 뒤를 쫓았다.
카메라 한 대와 석영진 대표의 직원 한 명도 꼬리를 물고 따라 나왔다.
숨을 헉헉대며 쫓아 나온 황선욱 교장 선생님이 나에게 물었다.
“어떻게 하려고 그러나?”
“만약 우리가 파이널에 오르면 연습할 시간이 며칠 있는 거죠?”
“이틀이지. 준비는 본선 후에나 할 수 있을 테니.”
“보통 다른 나라들은 파이널 곡을 어떤 곡으로 정하나요?”
“굉장히 화려하고 연주 효과가 좋은 곡을 들고 나오지.”
짧은 시간 안에 문화예고 오케스트라가 완성하려면 화려한 곡은 할 수가 없다.
그럼 선택할 수 있는 곡은?
단순하면서도 명료한 선율.
‘이럴 땐 모차르트가 제격이지.’
오케스트라의 악보는 복잡하지 않으면서도 단시간에 음악을 만들 수 있는 곡이라면?
그리고 무엇보다 협연자가 짧은 시간 안에 암보가 가능해야 한다.
떠오르는 곡은 모차르트의 바이올린 협주곡 5번이었다.
절제된 아름다움의 극치인 모차르트의 곡.
꽤 만족스러운 해답을 찾은 내가 황선욱 교장 선생님께 물었다.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 5번의 1악장 어떨까요?”
“나쁘지 않은 생각이야. 하지만 자네가 문제지. 짧은 시간 안에 암보가 가능하겠나?”
“해 봐야죠.”
오케스트라 멤버들은 악보를 보고 연주하지만, 협연자의 경우 암보하는 것이 관례다.
만약 나에게 혼자 파이널 무대를 꾸미라고 했다면 난 어떻게든 해냈을 거다.
파가니니였던 시절을 돌이켜보면 그런 말도 안 되는 상황은 많았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나 혼자의 문제가 아니다.
어떻게든 오케스트라와 합을 맞춰야 한다.
“오케스트라 악보를 파트 별로 출력하고, 총보를 인쇄해야겠어요. 두 분이 저를 좀 도와주세요.”
황선욱 교장 선생님과 석영진 대표는 졸지에 나를 서포트 하게 됐다.
상황이 급박한 지라 허둥거릴 시간은 없었다.
카메라는 말없이 우리의 그런 모든 순간을 기록했다.
나는 일단 가방에서 태블릿을 꺼냈다.
그리고 오케스트라 악보 구매 사이트에 들어갔다.
어렵지 않게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 5번의 악보를 찾아냈다.
문제는 어디서 수십 명의 악보를 인쇄하는가였다.
여전히 혼잡한 호텔의 프론트 데스크를 보니 답이 나오지 않았다.
모두와 함께 호텔 밖으로 나가 액트 시티 옆에 즐비한 악기점 하나에 들어가 질문했다.
영어가 통하지 않아 번역기 앱을 사용해야 했다.
“악보를 출력할 수 있는 곳이 있을까요? 대량으로 해야 해서요.”
“옆 건물에 가면 복사와 출력 그리고 악보를 제본하는 큰 가게가 있습니다.”
악기점 직원의 안내에 따라 찾은 대형 복사 체인점.
그곳 역시 꽤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오케스트라의 편성을 생각하며 파트별 악보를 출력했다.
마에스트로를 위한 오케스트라 총보 역시 출력했다.
수백 장의 악보를 출력해서 받은 우리 셋은 가게 안에 비치된 테이블에서 악기별로 악보를 정리하는 중이었다.
그때, 내 옆을 지나가던 한 사람이 종이 한 장을 떨어뜨렸다.
얼핏 보니 전화 통화를 하느라 눈치채지 못한 모양이었다.
금발 머리의 중년 여자 분이 떨어뜨린 종이 한 장을 집었다.
그건 파가니니의 악보였다.
나도 모르게 순식간에 악보를 스캔했다.
파가니니 바이올린 협주곡 No.1 in D Major 중 일부였다.
여기서 파가니니의 악보를 만나다니…….
그런데 묘하게 악보 한마디의 음이 거슬렸다.
마침 통화를 끝낸 금발 머리 중년 여자분에게 악보를 건네면서 한마디를 덧붙였다.
“The score is weird.”
“Which part?”
의아한 눈으로 그녀가 묻길래 이상한 부분을 손가락으로 짚었다.
그녀가 나한테 계속 영어로 말을 걸었지만 나는 더 이상 알아들을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자리로 돌아가 석영진 대표님께 도움을 요청했다.
그리곤 다시 자리에 앉아 악보 정리 전투에 돌입했다.
석영진 대표님이 중년의 금발 머리 여인에게 가서 도움이 필요한지 여쭤보았다.
그녀는 손사래를 치고는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우리가 하는 일들을 지켜봤다.
다시 석영진 대표님도 자리에 앉아 일을 시작했다.
한창 정신 팔려있던 석영진 대표님은 아직도 중년 여인이 뒤에서 우리를 지켜보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석영진 대표님이 유창한 영어로 그녀와 대화를 다시 시작했다.
그녀와 잠시 얘기를 나눈 석영진 대표가 대뜸 나에게 시선을 돌렸다.
“이 여자분이 악보가 어떻게 이상하냐고 물어보시는데요?”
아직도 그 얘기 중이었구나.
“아까 내가 말한 부분에 임시표가 있거든요. 악보에 누락이 돼 있어요.”
내가 한 말을 석영진 대표가 전달하자 금발의 중년 여인이 짧은 외침이 있었다.
“Wow.”
“대표님, 우리 바쁘다고 이제 그만 가시라고 해줘요. 영어로 공손하게다가 알았죠?”
그녀는 석영진 대표와 얘기를 나눈 후 빙긋 웃으며 가게를 나갔다.
* * *
줄리어드 스쿨 오브 뮤직.
흔히 줄리어드 음대라고 부르는 전세계 음악인들의 꿈의 학교.
도로시 딜레이는 그곳에서 수십 년째 제자를 양성하고 있는 바이올린 전공 교수이다.
그녀는 아시아 청소년 음악제 심사위원으로 위촉되어 이틀 전 하마마츠에 도착했다.
그동안 일본의 여러 도시를 가봤지만 하마마츠는 처음이었다.
도착하자마자 주최 측으로부터 참가곡의 악보가 담긴 태블릿을 건네받았지만, 그녀는 종이로 된 악보가 아직 편했다.
모든 악보를 그렇게 출력할 수는 없지만 바이올린 협주곡 몇 곡 만큼은 악보사이트에서 구매해 종이 악보로 출력하려는 참이었다.
60이 넘은 나이었지만 여전히 그녀는 하루에 몇 시간은 꼭 바이올린 연습을 했다.
후학을 양성하는 중에도 거르는 법이 없었다.
호텔 근처에 대형 가게에 와서 악보를 출력해가는 중 미국에서 반가운 전화가 왔다.
바로 옆에 큰 테이블에는 이미 동양인 세 명이 몇 백 장의 악보를 놓고 사투를 벌이는 중이었다.
널브러진 악보와 파일들이 그 증거였다.
잠시 서서 전화를 받던 도로시는 전화를 끊고 사투를 벌이던 학생으로부터 한 장의 악보를 건네받았다.
‘아! 내가 악보를 흘렸나 보네.’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뒤돌아 나가려는데 그 학생이 이상한 말을 했다.
악보가 이상하다는 것이었다.
그녀가 원래 쓰던 출판사의 악보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꽤 규모 있는 악보 사이트에서 구매한 악보였다.
이윽고 학생은 정확하게 악보의 한 마디를 짚었다.
예술고 음악천재는 환생한 파가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