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rtistic Genius of Music Is the Reincarnation of Paganini RAW novel - Chapter (83)
예술고 음악천재는 환생한 파가니니-83화(83/250)
‘나만의 음악 그리고 우리 문화예고 오케스트라만의 음악을 제대로 보여주고 내려가겠어!’
그게 아시아 최정상급 청소년 오케스트라의 실력은 아닐지라도 상관없다.
객석의 박수가 사그라들었다.
그리곤 마에스트로의 지휘봉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음악을 향한 진심만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문화예고 친구들의 선율이 무대를 뒤덮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누구보다 최선을 다한 이들의 결과물.
그 치열했던 순간이 음악으로 펼쳐지고 있었다.
마에스트로 석현명의 지휘봉이 점점 더 그 폭을 넓게 움직였다.
어느새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멈추고 나의 바이올린 소리만 홀로 무대에 울려 퍼졌다.
표트르 일리치 차이코프스키의 유일한 바이올린 협주곡.
차이코프스키는 인생에서 가장 우울했던 순간, 병에서 낫고자 스위스 제네바의 한 호수를 찾았다.
극도의 우울과 불안함이 가득한 상태에서 휴식하고자 했던 그.
하지만 그는 그곳에서조차 또 펜을 들고 악상을 그려냈다.
말도 안 되는 상황이지만 한 편으로는 이해되는 예술가의 삶.
언제나 위대한 작품은 고난과 역경 속에서 탄생해왔다.
차이코프스키가 작곡하고도 몇 년 동안이나 극악의 난이도라는 이유로 초연이 거부되었던 곡.
그 곡이 나의 손끝에서 재현되고 있었다.
특유의 민족적 정서를 드러내면서도 지나치도록 어둡게 표현하지 않았다.
작곡가가 극도의 우울에서 한 자락의 선율에 희망을 얻었듯이.
나의 활과 손가락이 움직이며 애수 띤 감성을 짙게 노래하고 또 노래했다.
어젯밤 뜬눈으로 밤을 샌 나였지만 그건 더 이상 상관없었다.
쉴새 없이 움직이는 활의 강렬한 움직임에 활 털이 몇 개 끊어졌다.
그런 것 따위는 나를 방해할 수 없었다.
오케스트라의 장엄한 멜로디가 더해지며 우수에 찬 음악이 홀 안을 뒤덮었다.
마에스트로의 석현명의 지휘봉에 맞춰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단원들.
절정을 향해 달려가는 나의 바이올린과 오케스트라의 만남은 놀라울 정도로 대담하고 극적이었다.
연주하는 내내 요동치는 나의 가슴.
‘그래, 이거였지.’
많은 상념이 머릿속을 복잡하게 해도 결국엔 무대가 답이었었지…….
말로 표현하기 힘든 복잡한 감정을 느끼며 나는 음악에 점점 빠져들고 있었다.
수백 명의 관객이 나와 문화예고 오케스트라를 바라본다.
느낄 수 있었다.
모두의 마음이 우리의 음악을 향하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수백 년 전 죽어버린 음악을 하는 것이 아니야.
지금 내 심장이 이렇게 뜨겁게 뛰는 것처럼 나는 여전히 살아 숨 쉬는 음악을 하고 있다고.
나의 외침은 바이올린의 몸통을 타고 현을 통해 흐느끼고 있었다.
* * *
얼음공주라 불리는 일본이 자랑하는 신동 타카노 미사키.
도쿄 예술 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그녀는 이번 아시아 청소년 음악제에서 압도적인 우승 후보로 거론되고 있었다.
워낙 어린 시절부터 국민 신동으로 불린 그녀였기에 사실 어떤 무대에도 큰 감흥이 없는 그녀였다.
평생 적수다운 적수도 만나본 적이 없는 그녀였다.
표정 변화도 거의 없었기에 미사키에겐 일찌감치 얼음공주라는 별명이 붙었다.
이번 아시아 청소년 음악제 본선에 오른 18개 팀의 연주 곡목과 협연자의 이름을 살펴보던 중, 몇몇 아는 연주자의 이름을 발견했다.
‘아시아 청소년 음악제라 아는 애가 많지는 않네. 일본 연주자들이야 대충 알지만. 중국의 장웨이 빼고는 그다지야.’
미사키는 시시했다.
아무리 아시아에서만 벌어지는 대회지만 이렇게 세계적인 연주자들이 없어서야 재미가 없다.
그래서 그녀는 조만간 일본을 떠나 유학을 가기로 마음먹은 상태였다.
도쿄 예술 고등학교의 순서가 끝나고 연주자 대기실로 돌아온 그녀는 악기를 챙겼다.
대기실의 작은 모니터에 한국의 문화예고 학생들이 착석하는 모습이 보였다.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 협주곡 연주하는구나? 협연자는 처음 보는 사람이네.’
그런데 도쿄 오케스트라 친구들이 마치 화면 속에라도 빨려 들어갈 듯 협연자의 얼굴을 보려고 애쓰는 게 아닌가?
화면 속에 보이는 협연자의 모습은 마치 유명한 K-POP 아이돌 같은 느낌이었다.
“완전 멋있다.”
“한국 아이돌 아니야?”
“협연자라고?”
“서 있기만 해도 분위기 예술이야. 이따가 연락처 물어봐야지. 온스타는 하겠지?”
“SNS라도 꼭 알아내겠어.”
미사키는 친구들의 그런 모습이 유치해 보였다.
남자의 외모만 보고 사랑에 빠졌다느니 하는 친구들의 말은 들어주기가 어려웠다.
그때 한 친구가 그녀에게 물었다.
“미사키, 저 협연자 너무 멋있지 않아?”
미사키는 얼음공주답게 차가운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음악을 잘해야 멋있지. 외모는 그저 껍데기일 뿐이야.”
“피이.”
“미사키 또 저런다. 혼자 고고한 척은.”
“우리가 쟤 연락처 알아도 너 안 줄 거야.”
“난 그런 거 필요 없어.”
미사키의 시큰둥한 반응에 재잘대던 도쿄 예고 여학생들은 그녀에게서 멀찌감치 떨어졌다.
무대 위에선 완벽한 호흡으로 멋진 연주를 보여줬던 그녀들도 아직 고등학생일 뿐이었다.
여학생들은 옹기종기 모여 작은 모니터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이름은 못 들어봤어도 협연자인데 웬만큼은 연주하겠지?”
드디어 그들의 연주가 시작되었다.
파릇파릇한 오케스트라의 연주에 이은 협연자의 솔로.
차이코프스키의 음악이 그의 색깔로 물들기 시작했다.
그건 난생 처음 들어보는 차이코프스키였다.
미사키 그녀 역시 무대에서 협연해 본 적이 있던 곡이었다.
정형화된 차이코프스키의 음악이 그의 손끝에서 완전히 다른 색의 옷을 입고 나타났다.
명확한 방향의 제시가 있는가 하면.
또 다른 자아가 나타나 음악을 가지고 놀았다.
만들어내는 음색을 얼마나 다채롭던지 마치 음악을 가지고 노니는 듯 보였다.
‘차이코프스키를 이렇게 연주할 수 있다고?’
게다가 무대를 장악하는 흡입력은 이미 거장의 경지에 다다른 사람처럼 보였다.
눈부신 카리스마를 뽐내며 압도적인 음색이 오케스트라의 소리와 얽혔다.
솔리스트에 대한 지휘자와 오케스트라의 신뢰가 화면을 뚫고 나올 기색이었다.
‘와! 이거 무대 바로 앞에서 봤어야 했는데…….’
자신과 동갑인듯한 학생이 수십 년간 바이올린 외길 인생을 걸어온 거장처럼.
능숙하게 차이코프스키의 음악을 요리했다.
모든 음악가의 숙명이지만 도무지 도달하기 어려운 고난의 길.
바로 몇백 년 전 음악을 자신의 것으로 해석하는 능력.
그는 이미 그런 경지에 도달한 사람처럼 보였다.
‘어디서 저런 애가 튀어나온 거지?’
미사키는 모니터를 뚫고 들어갈 것처럼 화면에 가까이 다가갔다.
쉴새 없이 지휘자와 오케스트라 단원들과 눈빛을 주고받으며 이뤄내는 하모니.
그의 음악이 그녀에게 그렇게 소리치는 것만 같았다.
‘백날 정답지를 만들어놓고 연주해 봐. 나는 나만의 음악을 할 테니까.’
작은 화면 속 문주원의 음악을 좇는 미사키의 뜨거운 눈동자.
마치 들끓는 용암처럼 그녀의 눈동자가 이글이글 불타오르고 있었다.
얼음공주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 * *
줄리어드 음대의 도로시 딜레이 교수.
그녀는 이번 아시아 청소년 음악제의 심사위원단장직을 맡았다.
본선 첫째 날, 3번째 팀의 무대 순서였다.
낯이 익은 동양 학생이 협연자로 무대에 올라섰다.
자신이 출력한 파가니니 악보에서 잘못된 부분을 순식간에 찾아냈던 학생.
‘아! 저 학생이군. 파가니니에 대한 이해가 깊던데, 오늘 파가니니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하나?’
도로시는 혼자만 아는 이야기에 미소가 지어졌다.
‘그렇게 전투적으로 파이널 악보를 준비했었는데 본선 무대 잘 했으면 좋겠네.’
심사위원으로서 누구보다 공정하게 심사를 할 그녀지만 마음속으로 작은 응원을 보냈다.
그건 그냥 열심히 노력하는 인간을 봤을 때 느낄 수 있는 그런 평범한 감정이었다.
그들이 오늘 연주할 곡목은 표트르 일리치 차이코프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 opus35 였다.
‘흐음, 파가니니가 아니군. 그런데 어떻게 파가니니에 대해 잘 알았던 거지?’
도로시는 떠오르는 의문을 뒤로하고 심사에 집중했다.
예순이 넘은 그녀는 두꺼운 안경을 낀 채 학생 오케스트라 한 명 한 명의 움직임을 살폈다.
평생을 오로지 클래식 음악만, 그것도 바이올린만 연주한 그녀는 남다른 통찰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이 그녀를 세계 최고의 줄리어드 음대 교수로 수십 년 재직하게 한 원동력이었다.
문화예고 학생들의 분위기는 진정으로 학생 오케스트라다웠다.
앞선 도쿄 예술 고등학교 오케스트라가 전문 연주자들의 느낌이었다면, 문화예고 학생들은 풋풋한 에너지가 그대로 느껴졌다.
뭐가 더 좋다고 말할 수 없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이런 풋풋한 느낌은 이 시기에만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보석처럼 빛나는 순간.
찬란할 것 같은 젊음이 순식간에 사라져 추억이 될 것인데.
요즘 악기를 하는 학생들은 그런 순수한 느낌을 벗어던지고 싶어 안달이 나 있었다.
십 대의 학생들이 30~40대의 연주자들처럼 노련한 연주를 한다면 그게 아름다울까?
시간이 지날수록 원숙한 감정이 깊어지는 것처럼 음악도 마찬가지다.
모처럼 10대의 싱그러운 풋풋함이 느껴지는 해석의 차이코프스키를 만났다.
이렇게 학생들의 정체성을 지켜주는 지휘자.
자신의 색깔만을 고집하지 않고 학생들이 자신들의 색깔을 살릴 수 있게 해주는 지휘자의 역량이 굉장히 돋보였다.
마에스트로의 이름을 살펴보았다.
‘석현명? 시카고 심포니의 그 석현명?’
미국 내 가장 뛰어난 오케스트라 중 하나인 시카고 심포니의 상임 지휘자, 석현명이 눈앞의 오케스트라를 지휘하고 있었다.
도로시는 이 상황이 믿기지 않았다.
게다가 협연자인 문주원 학생.
그의 연주는 참 놀라웠다.
깊이 있는 음색이나 나무랄 데 없는 테크닉.
그리고 완벽한 음악적 해석.
드문드문 보이는 그의 열정에서 그녀는 이탈리아인의 정취를 느꼈다.
그 뿐만 아니었다.
십 대인 그의 연주는 이미 놀라울 정도로 완벽했다.
‘음정, 박자, 다이내믹은 이미 완벽한 데다가 자신만의 해석이 벌써 확고하잖아? 게다가 무대 장악력까지 흠잡을 데가 없네.’
소년의 음악은 주저함이 없었다.
자신의 해석을 드러내는데 거침이 없고 확신에 차 있었다.
게다가 협연자에 대한 오케스트라 전체의 신뢰는 놀라울 정도였다.
전 세계의 천재란 천재는 다 만나본 줄리어드 음대의 최고령 교수.
‘범상치 않은 천재다.’
도로시의 마음속에 그런 특별한 학생을 가르쳐보고 싶다는 열망이 스물스물 피어올랐다.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감출 수 없는 본능.
교수로서의 본능이 꿈틀거렸다.
시간이 흘러 첫째 날 9개 팀의 본선 무대가 모두 끝났다.
심사를 맡은 다섯 명의 교수들은 오랜 시간 동안 서로의 채점표를 보며 심사에 돌입했다.
독일의 필립 슈나이더 교수가 근 호흡을 내쉬었다.
“이번 참가자들의 수준이 굉장히 높군요. 4년 전이랑 비교하면 엄청 발전했습니다.”
“맞습니다. 뚜껑을 열어보기 전엔 일본 청소년 오케스트라가 파이널 5팀에 선정될 거란 얘기도 많았는데요. 결과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네요.”
“일본 학생들의 연주가 별로였단 말인가요?”
“그건 아닙니다. 일본 청소년 오케스트라의 연주도 훌륭했어요. 문제는 다른 나라의 오케스트라도 굉장히 훌륭했다는 데 있죠. 심사숙고 해서 결정을 해야 할 겁니다.”
“오늘 연주를 한 9개의 오케스트라에 대해 하나씩 총평을 하도록 합시다.”
심사위원들의 총평이 꼼꼼하게 이어졌다.
본선에 오른 오케스트라에게 심사평을 제대로 해줄 의무도 지닌 그들이었다.
게다가 모두 청소년이기에 그들의 심사평은 더욱 중요했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음악가들의 앞날에 방향을 제시해 줄 수 있을 테니까.
심사위원 개개인의 심사평이 담긴 서면이 참가자 전원에게 전달될 예정이었다.
채점 기준은 다음과 같았다.
-음정, 박자, 다이내믹이 적절하게 표현되었는가?
-오케스트라와 솔리스트가 조화를 이루었나?
-작곡자의 의도를 파악했는가?
-본인만의 색깔을 지녔는가?
위에 열거한 조건들 외에도 세부적으로 다양한 항목이 열거되어 있었다.
최종적으로 대회 심사위원장인 미국 줄리어드 음대의 도로시 딜레이 교수가 첫째 날의 결과를 발표했다.
“도쿄예고가 두 가지 항목을 제외하고는 모두 최고점을 받았네요.”
다른 네 명의 심사위원들이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총점으로는 오늘 도쿄 예술 고등학교가 압도적으로 높고 상하이 예술 고등학교와 한국의 문화 예술 고등학교 그리고 일본의 교토 예술 고등학교의 점수가 박빙입니다.”
“경쟁이 정말 치열하네요.”
“세 고등학교의 경우, 내일 펼쳐지는 본선 2일 차 경연팀의 점수 함께 고려해 봐야겠네요.”
“지금으로선 파이널 확정은 도쿄 예술 고등학교 하나라고 봐야겠군요.”
“박빙인 오케스트라가 세 곳이나 되니 내일 결과가 더욱 기대됩니다.”
심사위원들은 그 후로도 한참 동안 심사평을 나누며 참가 오케스트라에게 나눠줄 심사평을 작성했다.
예술고 음악천재는 환생한 파가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