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rtistic Genius of Music Is the Reincarnation of Paganini RAW novel - Chapter (88)
예술고 음악천재는 환생한 파가니니-88화(88/250)
나는 그녀의 질문에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왜냐면 난 그 콩쿠르가 언제 열리는지도 몰랐으니까.
하지만 언젠가 할아버지에게 들은 기억이 있다.
그리고 루카와 카트리나에게도 들은 적이 있었다.
파가니니 콩쿠르.
우승자는 파가니니가 제노바 시청에 기증한 과르네리 캐논으로 연주회를 하고 레코딩도 할 수 있다던 그 콩쿠르.
아마도 미사키는 그 콩쿠르에 도전할 생각인듯했다.
하긴, 오늘 그녀가 연주했던 곡도 파가니니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이었지.
대답하려는 찰나 윤하준이 무대로 슬금슬금 다가왔다.
“이제 인터뷰 다 끝난 거지?”
“어, 끝났어.”
“오늘 저녁은 밖에 나가서 맛있는 것도 먹고 시내 구경하려고. 같이 가자!”
“나도 좋아.”
나는 미사키에게 대답 대신 인사를 건네고 자리를 떴다.
하마마츠에서의 마지막 밤.
우리는 마지막 날이 되어서야 하마마츠 시내를 돌아다녀 볼 수 있었다.
* * *
일본의 국민 신동 타카노 미사키.
어린 시절부터 국민 신동으로 불린 그녀는 여태껏 제대로 된 적수를 만나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본선 무대에서 문주원의 차이코프스키를 듣고는 시름에 잠기고야 말았다.
작은 모니터 속에서 전해지던 문주원의 바이올린 음색은 황홀 그 자체였다.
그랬던 그가 파이널에선 모차르트를 연주했다.
기교라곤 하나도 사용할 수 없는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 5번.
그런 곡을 파이널에 들고 온 것조차 엄청난 자신감으로 느껴졌다.
미사키에겐 그의 선곡이 마치 ‘테크닉은 이미 정점에 달했어. 음악성으로만 승부를 보겠어.’ 이런 느낌으로 다가왔다.
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
얼마나 자신감이 있다면 그럴 수 있을까?
보통의 콩쿠르의 경우, 지정곡이 아닌 경우에야 보통 화려한 곡을 선보이기 마련이다.
한정된 시간에서 본인의 기량을 최고조로 발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주원은 모차르트를 선곡했고 보란 듯이 완벽한 협연을 선보였다.
같이 연주하는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표정은 문주원과 지휘자를 향한 신뢰로 가득 찼다.
순간 질투가 났다.
자신은 태어나서 딱 2번 들었을 뿐인데도 이렇게 강렬한 기억에 정신을 못 차리는데.
문화예고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연습 내내 문주원의 연주를 들었을 게 아닌가?
‘나도 함께 연주해 보고 싶다.’
처음 악기를 잡은 것은 미사키가 다섯 살이 되던 해였다.
바이올린을 시작한 이래 천재라는 소리만 줄곧 듣고 살아온 그녀.
그녀에게 진정한 적수가 나타났다.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맹렬한 연습을 다짐하는 그녀였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떠오르는 일이 있었다.
파가니니 콩쿠르에 출전할 것이냐는 미사키의 질문에 문주원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인사를 하고 서둘러 그 자리를 뜨려 했다.
‘그건 나를 라이벌로 견제한다는 뜻? 그래. 내가 신경 쓰인다 이거지?’
문주원이 자신을 견제했다는 생각에 이상하게도 콧노래가 나오는 미사키였다.
얼음공주라는 별명이 무색하게 미사키의 표정은 다채로웠다.
* * *
나와 윤하준, 표예은 그리고 에밀리는 함께 하마마츠 시내를 휘젓고 다녔다.
스트릿 피아노에 앉아 피아노도 쳤다가 노래도 부르며 자유를 만끽했다.
화려한 간판의 오락실을 발견한 에밀리가 뛰어 들어가자 우리는 쫓아갔다.
한국에서는 요즘 잘 보이지 않는 커다란 규모의 오락실이었다.
오락실 안에는 학생들뿐만 아니라 성인들도 많았다.
어떤 기계 앞에 많은 사람이 모여있었다.
“저기 가보자. 뭐 재밌는 구경이라도 있나 봐.”
컬러풀한 옷을 입은 남자가 피아노 건반이 내려오는 게임을 엄청난 속도로 플레이하고 있었다.
얼마나 속도가 빠른지 손이 안 보일 지경이었다.
구경하는 사람들의 탄성이 이어졌다.
“스고이데스네.”
“우와!!”
그의 현란한 기교를 보며 친구들은 경악했다.
드디어 그의 플레이가 끝났다.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돌아서는 그의 얼굴이 낯이 익었다.
그때, 윤하준이 외쳤다.
“장웨이잖아.”
“뭐? 장웨이?”
자신의 이름이 들리자 그가 우리 쪽을 쳐다보았다.
나와 눈이 마주친 그가 다가왔다.
“문주원?”
“장웨이.”
인터뷰할 때 잠깐 눈인사를 했던 장웨이가 그새 옷을 갈아입고 여기에 있다니.
그는 핸드폰 통역앱으로 나에게 말을 걸었다.
“잘 만났다. 내 상을 빼앗아 간 녀석을 여기서 만나다니.”
장웨이의 핸드폰에선 기계음으로 어눌한 한국어가 나오고 있었다.
중국어를 한국어로 번역한 모양이었다.
나도 핸드폰 앱으로 그 녀석에게 말을 전달했다.
“뺏긴 누가 뺏어. 내가 제일 잘했으니까 받은 거지.”
그러자 장웨이가 나에게 갑자기 제안을 했다.
“재대결 하자. 여기서.”
“여기서? 좀 전에 네가 했던 피아노 게임이라도 하자는 거야?”
장웨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이 녀석이 모르는 게 있는데 나 역시 피아노를 잘 친다는 사실.
게다가 내 손가락은 누구보다 유연하고 잘 돌아 간다고!
비록 저 게임을 한 번도 해 본 적 없었지만 여기서 그의 제안을 거절하는 건 남자의 자존심이 용납할 수 없었다.
나는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다.
“좋아. 이것마저 내가 이겨주지.”
그러자 장웨이가 능청스럽게 웃으며 한 가지를 더 제안했다.
“이긴 사람이 밥을 사는 건 어때?”
“무조건 콜!!”
윤하준과 표예은과 에밀리는 이런 우리의 상황이 웃기면서도 어처구니가 없는 듯했다.
하지만 곧 불꽃 튀는 대결이 시작되었다.
‘대결이 시작된 이상, 최선을 다한다.’
비장한 표정으로 돈을 넣고 2인용 플레이 버튼을 눌렀다.
그리곤 곡을 선택했다.
커다란 화면에서 건반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흰건반 검은건반.
이거 쉽지 않은데?
Perfect의 향연을 이어가는 장웨이와 다르게 나는 처참하게 실패하고 순식간에 Fail이란 결과를 받아야 했다.
‘이럴 수가!!’
이렇게 쉽게 지고 말다니.
한 판만 더 하자고 장웨이에게 사정했지만 그는 절대 허락하지 않았다.
그리곤 앱을 사용해 문장을 보여주었다.
“밥 먹으러 가자. 근처에 엄청 맛있는 우동 집을 알아.”
“으으!! 알았어. 그럼 밥 먹고 한 판 더 오케이?”
“노노. 대결은 끝. 나의 압승이지.”
졸지에 친구 셋과 중국의 천재 피아니스트 장웨이와 함께 저녁을 먹게 되었다.
‘꽤 드라마틱한 하루네.’
아시아 청소년 음악제에서 협연자 상을 거머쥐고 오락실에서 패배한 것이 살짝 속상했지만 말이다.
장웨이가 인도한 우동 집은 70년도 넘은 역사를 가진 집이었다.
음식점에 들어서자마자 진한 우동 육수의 향이 느껴졌다.
게다가 수타우동.
“우동은 수타 우동이지.”
메뉴판을 보고는 모두 신이 났다.
장웨이와 우리는 짧은 영어로 의사소통을 했다.
에밀리가 아무리 영어를 잘해도 장웨이의 영어 실력은 나와 비슷했기에 소용없었다.
하지만 우리는 바디랭귀지와 짧은 영어 단어만으로도 충분히 소통이 가능했다.
게다가 핸드폰 번역 앱까지 있었으니 거리낄 것이 없었다.
장웨이는 자리에 앉자마자 쐐기를 박았다.
“문주원, 내기에서 져서 네가 사는 거야.”
“알았다고, 이 녀석아! 내가 산다 사.”
그러자 다른 친구들이 반색했다.
“문주원 네가 저녁 쏘는 거야? 협연자 상 탄 기념으로다가?”
“그래, 너네도 다 사줄게.”
“이야, 좋아! 배고픈데 잘됐다.”
“awesome.”
“나도 오늘은 엄청 배고파.”
평소엔 굉장히 소식하던 표예은까지 오늘은 전투적이었다.
장웨이가 공격적으로 주문을 하기 시작했다.
“일단 나는 튀김 우동, 어묵 우동, 냉우동 하나씩.”
제정신이 아닌 녀석이 틀림없었다.
장웨이가 혼자서만 세 그릇의 우동을 주문하자 다른 친구들이 심하게 동요했다.
“우와아. 저렇게 많이 먹는다고?”
그리곤 윤하준이 그 기세를 이어 주문했다.
“나는 그럼 튀김 우동이랑 냉우동.”
아니 다들 기본 두 그릇씩 먹는 거냐?
믿었던 에밀리와 표예은 마저 각각 우동과 교자를 하나씩 주문했다.
녀석들이 계속 주문을 추가하자 나는 슬슬 걱정되기 시작했다.
돈이 모자라면 나는 여기서 설거지라도 해야 하나?
바이올린이라도 가져와서 연주라도?
이 녀석들 뱃속에 거지가 들어있는 것이 분명했다.
주문한 음식이 차례로 나오자 장웨이는 거의 면발을 흡입하는 수준이었다.
후루룩. 후루룩.
면발을 끊지 않고 쉼 없이 넘겼다.
나는 너튜브의 먹방을 보듯이 장웨이가 먹는 모습에 홀렸다.
세 그릇을 순식간에 비운 장웨이가 한 그릇을 더 추가 주문했다.
배부른데 일부러 더 먹는 건 아닐까 하는 합리적인 의심까지 들었다.
나는 고작 한 그릇의 우동을 주문해 국물까지 클리어했다.
우동 아홉 그릇에 교자 다섯 접시.
하마마츠의 전통 우동 가게에서 나는 대출혈을 하고야 말았다.
가지고 있던 현금을 탈탈 털고도 부족해 아빠 카드까지 써야 했으니까.
‘그래 뭐, 오늘은 기쁜 날이니까.’
장웨이는 원래부터 우리와 친했던 친구처럼 격이 없이 행동했다.
간단한 영어와 번역 앱을 사용해 대화를 나누며 즐겁게 시간을 보냈다.
우리가 머무르고 있는 호텔에 다가왔을 때 장웨이가 질문했다.
“너네 하마마츠에 언제까지 머물러?”
“내일 낮 비행기로 떠나.”
장웨이는 호텔을 등지고 우리를 바라보며 눈썹을 들썩였다.
“그럼 우리 지금 헤어지기 너무 아쉽지 않냐?”
“이렇게 먹고 또 뭘 먹자고?”
장웨이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우리가 뭐 하는 사람들이지?”
“음악.”
장웨이의 눈은 오락실에서처럼 번뜩였다.
내가 장웨이를 보며 물었다.
“왜? 우리끼리 아시아 청소년 음악제 2부라도 해볼래?”
그 말을 들은 장웨이의 눈빛이 맹수처럼 빛났다.
에밀리와 표예은 그리고 윤하준은 지금 상황이 믿기지 않는듯했다.
고개를 갸우뚱하며 친구들에게 말했다.
“지금 문주원이랑 장웨이랑 무슨 배틀을 또 하겠다는 거야?”
“분위기상 거의 그런 거 아니야?”
표예은이 뭔가를 알아챈 듯 손뼉을 쳤다.
“혹시 베스트 협연자 상을 문주원이 받아서 게임 말고 연주로 승부 보고 싶은 건가?”
에밀리가 큰 눈을 더 동그랗게 떴다.
“그런가? 게임 이긴 것만으로는 자존심상 용납이 안 되는 그런 스토리? 재밌겠다.”
친구들이 떠드는 동안 한가지 고민이 떠올랐다.
장소, 바로 장소가 문제였다.
장웨이랑 배틀이든 뭐든 따로 똑 같이 음악을 연주한다는 것은 정말 재밌을 것 같지만…….
도대체 어디서 하지?
우리끼리도 재밌겠지만 관객이 있다면 즐거움은 배가 되는 법!
게다가 오늘이 지나면 다시 언제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는 상황이니까…….
나는 장웨이와 친구들을 이끌고 호텔 로비의 카페로 향했다.
음악의 도시답게 호텔 로비에 야마하 그랜드 피아노가 놓여있었으니까.
오며 가며 고운 자태의 야마하 그랜드를 눈여겨봤었다.
나는 카페의 직원에게 공손하게 질문했다.
물론 번역 앱을 이용해서였다.
“혹시 여기서 연주를 좀 해도 될까요?”
“네? 무슨 연주를요? 이 피아노는 손님이 아무나 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우리는 결코 아무나가 아니었다.
그래서 나는 다시 한 번 부탁했다.
예술고 음악천재는 환생한 파가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