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rtistic Genius of Music Is the Reincarnation of Paganini RAW novel - Chapter (9)
예술고 음악천재는 환생한 파가니니-9화(9/250)
‘채널 M 스타발굴단’의 서울 예선 심사를 맡은 세 명의 심사위원은 지원자들의 서류를 보며 의견을 나누고 있었다.
서울 예선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가장 유명한 심사위원들로 구성되어 있는 상황.
오랜 시간 예선이 지속된 탓에 모두 지쳐있는 상황이었다.
어마어마한 지원자들 속에서 가려낸 참가자들이라고 하지만.
여전히 그 숫자가 너무 많았다.
거기다 유독 서울 인원이 많은 탓에 하루에 몇백 명씩 꼬박 일주일을 심사해야 했다.
심사위원인 서승재는 한국대 클래식 작곡과를 졸업한 후 가요계에 뛰어든 케이스였다.
지금은 내로라하는 엔터 회사의 수장이 되었다.
가끔 뛰어난 참가자들이 보였지만 기획사에서 혹독한 트레이닝을 받고 상품처럼 찍어낸 노래를 부르는 참가자들이 태반이었다.
참가자들의 수준이 상향 평준화 되었다는 말도 맞긴 하다.
점점 어린 나이부터 트레이닝 받아서 아이돌들도 이제 노래를 다 잘하니까 말이다.
하지만 계속 그런 참가자들이 나오니 식상한 것도 사실이었다.
그때, 문을 열고 두 명의 고등학생이 들어왔다.
아이돌처럼 눈에 띄는 외모를 가진 학생과 바이올린을 든 어수룩해 보이는 참가자였다.
‘뭐지? 뭔가 특이한 조합인데? 웃기려는 컨셉인가?’
이왕 웃기려면 제대로 웃기고 들어가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오랜 심사에 다들 너무 지쳤으니까.
아이돌처럼 잘생긴 외모의 참가자가 키보드에 앉았다.
‘코드나 제대로 치려나? 요즘은 애들이 일단 악기에 앉고 보더라.’
오디션 열풍 덕분인지 너도나도 기타를 메고 나오던지 키보드 앞에 앉아서 더욱 지겨운 참이었다.
비트를 타며 랩을 하는 참가자나 멋진 춤을 추는 참가자들이 가뭄의 단비 내리듯 들어올 때면 안아주고 싶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키보드에 앉은 참가자가 마이크에 입을 대고 소개를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하늘고등학교 1학년 문주원 입니다.”
저음의 매력적인 보이스였다.
이번엔 바이올린을 든 어수룩한 학생이 말했다.
“안녕하세요. 저도 고1 윤하준입니다.”
그 학생의 목소리는 미세하게 떨렸다.
“오늘 부를 곡목은 뭔가요?”
“제시 제이의 Flashlight입니다.”
“그래요. 시간이 많이 지체됐으니 음악 듣고 얘기하죠. 준비되면 시작하세요.”
곡 제목을 듣자마자 서승재는 기대감이 제로였다.
‘보통 고음에 자신 있는 여성 참가자들이 부르는 곡인데? 게다가 악기 조합이 바이올린이랑 키보드라니. 너무 안 어울리는 조합이야.’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학생의 튜닝이 끝나자 둘은 잠시 호흡을 가다듬는 듯했다.
그러더니 곧 그들의 음악이 시작되었다.
잔잔하며 따뜻한 음색의 키보드의 선율 위에.
보컬의 낮고 매력적인 보이스가, 칠흙 같은 어둠 속에 비치는 한 줄기 빛처럼 새어 나왔다.
바이올린이 서서히 목소리와 화음을 이뤘다.
G 현의 낮은 음이 베이스를 연주하는가 하면.
어느새 E 현의 섬세한 고음이 소프라노가 되었다.
목소리와 화음을 이루던 바이올린의 소리가 잦아들고…….
리드미컬한 키보드 멜로디에 힘있는 보컬의 사운드가 더해졌다.
I’m not afraid when the rain won’t stop
난 비가 멈추지 않을 때에도 두려워하지 않았어
Cause you light the way, you light the way, you light the way
왜냐면 넌 나의 길을 밝혀주니까, 길을 밝혀주니까.
이들의 노랫소리가 점점 작아지며 끝났다.
길고 긴 여운이 남았다.
기대감이 전혀 없는 참가자들이었는데 예상 밖의 실력자들이었다.
‘무대가 벌써 끝났다고?’
서승재는 아쉬운 마음에 서둘러 마이크를 잡았다.
“와! 솔직히 노래 제목 듣고 정말 기대 안 했거든요? 그런데 환상적인 무대였습니다. 노래가 끝나는 게 아쉬울 정도였으니까요.”
서승재는 서류를 보며 본격적으로 질문에 돌입했다.
“듣기에는 정말 힘 빼고 부른 것 같았어요. 그런데 핵심은 편곡이 예술이라는데 있습니다. 이거 편곡 누가 한 거죠?”
“제가 했습니다.”
“문주원씨가 편곡한 거란 말이죠? 보컬에 키보드에 편곡도 직접 하신 거네요.”
“그렇습니다.”
서승재는 모처럼 등장한 엄청난 참가자에 정신이 바짝 들었다.
“바이올린과 키보드가 메인이 되다 보니 전주를 늘리고 바이올린과 목소리를 화음으로 편곡한 건데. 이런 편곡 처음 봤습니다.”
“그게 정확한 제 의도였는데 알아봐 주시네요.”
“이렇게 편곡을 하려면 악기에 대한 이해가 남달라야 할 것 같은데 문주원씨는 바이올린도 잘 아시나 봐요? 아니면 두 분이 오랜 시간 연습한 걸까요?”
“네, 저 바이올린도 할 줄 압니다.”
“네? 바이올린까지요? 정말 엄청난 참가자의 등장이네요. 지금 키보드 실력과 편곡 실력도 너무 훌륭하거든요.”
서승재 심사위원이 마이크를 놓지 않자 옆에 있던 심사위원 황석환이 말했다.
“서승재 심사위원님, 그만 흥분하시고 우리도 말 좀 합시다.”
심사위원들이 모두 웃었다.
“하, 미안합니다.”
이번엔 황석환 심사위원 차례였다.
“저도 서승재 심사위원님 말씀에 모두 동의하고요. 테크닉적인 면이나 편곡은 앞에서 다 말씀해주셨네요. 저는 요즘 개인적으로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데 이 노래 들으면서 큰 위로를 받았습니다. 어떤 말보다 큰 위로가 되는 음악이었습니다.”
세 번째 심사위원이 마이크를 들었다.
“아무리 좋은 음악이라도 너무 새로우면 받아들이는 데 시간이 걸리거든요? 그런데 두 분이 들려준 음악은 새로우면서도 순식간에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노래나 연주, 편곡 뭐 하나 아쉬운 것 없이 훌륭한 무대였습니다. 오늘 참가자 중에서 단연 최고네요.”
서승재 심사위원이 다시 마이크를 들었다.
“문주원군. 지금 기분이 어때요?”
“음. 원래 남들의 평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는데요. 저희의 음악이 누군가에게 위로가 됐다는 말이 참 기뻤습니다.”
“그래요? 그럼 더 기쁘게 해드리죠. 모두 버튼을 누릅시다.”
심사위원 세 명이 모두 PASS 버튼을 눌렀다.
“너무 감사합니다.”
“다음 무대 정말 기대 되네요.”
* * *
부담 없는 마음으로 시작해본 오디션 무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내 마음에 동요가 일어났다.
오디션 과정에서 했던 편곡작업.
악기 편성에 맞는 편곡의 방향을 고민했던 시간은 즐거움의 연속이었다.
완성된 악보로 처음 연습했을 때, 상상한 것처럼 그려지는 음악에 뿌듯함을 느꼈다.
드디어 오른 오디션 무대.
아직 서투르다고 생각한 무대였는데 예상외로 심사위원들의 극찬이 쏟아졌다.
기분 좋은 순간들이었다.
하지만 그중에 내 마음에 가장 동요를 일으킨 건 따로 있었다.
지친 삶에 위로가 되었다는 말.
그 한마디가 마음속 깊이 와닿았다.
나에게 안식처가 되는 음악이 다른 사람에게도 위로가 될 수 있다니.
관점의 전환이 이뤄지는 순간이었다.
방송국을 나와 윤하준과 걸어가는 중이었다.
“문주원, 진짜 가벼운 마음으로 나왔는데 묘한 성취감이 있네. 나오길 잘한 거 같아.”
윤하준도 나와 비슷한 감정을 느낀 듯했다.
“그래, 나도 좀 뿌듯하네.”
“맨날 클래식만 하다가 이런 거 연습하니까 또 좋아. 서로 다른 매력이 느껴져서.”
“확실히 다른 매력이 있어. 가사가 있는 음악이라 더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윤하준의 표정은 무척 밝았다.
“암튼 우리 오늘 너무 잘했다. 다음 무대 또 준비해야 한다고 말하면 엄마가 잔소리 폭격할 텐데. 크큭.”
“오늘 무대를 통해서 다른 장르의 음악도 이해하고 성취감도 느꼈잖아. 그 감정을 솔직히 엄마한테 말해 봐.”
“그럼 이해해주려나?”
“아마도 그럴 거야. 경험해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들을 얻었다고 말씀드려.”
다소 진지한 얘기를 하며 버스 정류장으로 가는 길에, 검정색 차가 우리 옆에 섰다.
창문이 스르륵 내려가고 얼굴 하나가 나왔다.
“윤하준? 맞구나! 악기 케이스랑 뒷모습이 익숙해서 넌 줄 알았어. 잠깐 얘기 가능?”
자동차 속에 앉아 있는 사람은 네이비 색에 흰색 줄무늬 옷을 입고 있었다.
아! 아까 뒷모습으로 얼핏 봤던 윤하준 예중 동창이구나.
둘 사이엔 어색한 기류가 감지되었다.
나는 윤하준에게 물었다.
“친한 친구였어?”
“아니. 문화 예중 동창인데 친하진 않았어. 쟤는 워낙 잘하는 애라 유명했었고.”
자동차가 서더니 네이비 색 옷을 입은 사람이 문을 열고 나왔다.
“박수호 오랜만.”
“들었어. 예고 떨어졌다고.”
“그렇게 됐어.”
“깜짝 놀랐잖아. 예중에서 예고 떨어진 애들 거의 없는데.”
“…….”
윤하준의 표정이 좋지 않아 보였다.
그럼에도 박수호란 녀석은 눈치 없이 계속 질문을 해댔다.
“친구랑 오디션 나온 거야?”
“어.”
“이제 클래식은 아예 접었어?”
그 말에 윤하준은 발끈했다.
“아니, 접긴 왜 접어. 계속 하고있어.”
“미안. 난 또. 예고 떨어져서 방향 전환했나 했네.”
“박수호, 너 같은 애가 여기 왜 나왔어? 실기랑 콩쿨 준비로 바쁘지 않아?”
“나는 사람들이 클래식을 좀 더 쉽게 접할 수 있으면 좋을 거 같아서 나와봤지.”
“그렇구나.”
박수호는 눈을 돌려 윤하준 옆에 선 나를 바라봤다.
“윤하준, 네 친구는 무슨 음악 해? 아이돌 지망생인가?”
화제가 내 얘기로 전환되자 윤하준은 아까보단 밝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박수호, 얘 완전 천재야. 피아노도 너보다 잘 칠지도 몰라. 노래도 잘하고. 특히 바이올린 음색 들으면 기절한다.”
박수호가 눈을 가늘게 뜬다.
“그래? 넌 이름이 뭐야? 그렇게 잘하는 애라면 내가 이름 한 번쯤은 들어봤을 텐데?”
옆에서 둘의 대화를 듣고 있던 내가 대답했다.
“안녕, 난 문주원이야.”
“처음 듣는 이름인데?”
“너 이름은 뭐라고?”
“나는 박수호.”
“나도 네 이름 처음 들어.”
박수호가 나의 대답에 살짝 멋쩍어하며 주제를 돌렸다.
“그럼 너네 예선 붙은 거야?”
“물론.”
박수호가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오늘 참가자 수에 비해 합격자 수가 저조했다고 하던데 너네가 합격했다고?”
“응, 박수호 너도 통과?”
“나도 당연 붙었지. 그럼 우리 다음번에 서로 실력도 볼 수 있겠네. 정말 천재인지 그때 보면 알 수 있겠지.”
씨익 웃으며 차에 타는 박수호가 묘하게 기분 나빴다.
차가 멀어져가는 것을 보자 윤하준이 난리가 났다.
“문주원, 우리 다음 곡 뭐하지? 나 이제부터 밤새고 연습한다.”
“다음 곡은 지금부터 생각해 봐야지.”
“나 박수호는 이기고 싶어. 쟤보다는 늦게 떨어지고 싶다. 우리 잘할 수 있겠지?”
“그럼. 이번에도 잘했잖아. 아예 새로 곡을 만들어버릴까?”
“너무 새로운 곡은 사람들이 생소하지 않을까?”
윤하준은 오디션에서 박수호를 만난 것이 굉장히 신경 쓰이는 듯했다.
“여기서 박수호를 만나다니. 이게 무슨 운명의 데스티니야!”
잠깐 발걸음을 멈춰 골똘히 생각해 보았다.
어떤 곡이 좋을지, 악기 편성은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민하다가 불쑥 떠오른 생각이 있었다.
“그럼 이번엔 우리 둘 다 바이올린 할까?”
어떻게 되나 제대로 부딪쳐 보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너랑 바이올린 듀엣으로? 오! 생각만 해도 너무 좋다. 어떤 곡 하지? 선택지가 그렇게 많지는 않잖아.”
“꼭 듀오 곡 아니어도 괜찮아. 내가 편곡할 수 있으니까.”
“편곡은 언제 또 그렇게 배운 거야?”
“원래 관심있기도 했고, 연습실에서 원장님한테 이것저것 궁금한 거 물어보기도 했지.”
“실용 음악이랑 클래식 편곡은 전혀 다르지 않아?”
“혼자 이렇게 저렇게 구성해보고 악보도 그려보고 하는 거지 뭐.”
예전엔 내가 작곡을 밥 먹듯이 했던 사람이었단다.
“그렇게 해서 편곡을 한다니 정말 너란 놈은 신기해.”
윤하준은 내가 신기하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우리 이번엔 정통 클래식 곡으로 승부 볼까?”
“좋지.”
“각자 생각해 보자. 어떤 곡이 좋을지.”
윤하준이 설레는 표정으로 말했다.
“문주원, 나 이 오디션 참가하기 잘한 거 같아. 오랜만에 느껴본다. 이런 설렘. 청심환 먹고 아직 반응 오기 전 그 느낌이야.”
“좋은 거냐?”
“그런 거 있어. 떨리긴 하는데 심장이 쿵쾅거려서 살아있는 느낌 같은 거.”
얼마 전까지 무기력과 우울감이 가득한 녀석이었는데.
심장이 쿵쾅거릴 정도로 살아있는 느낌을 느낀다니 뿌듯한 생각이 들었다.
“윤하준, 너도 음악 많이 들어보고 아이디어 있으면 말해. 바이올린 소리가 좀 더 트이도록 개방 현만 긋는 연습을 좀 더 해봐.”
“어, 그럴게. 고맙다.”
“오늘 수고했다.”
“너도 수고했어. 우리 둘 다 정말 잘했다.”
그렇게 윤하준과 헤어지고 집으로 걸어가는 길이었다.
어떤 곡을 하면 좋을까 골똘히 생각하는데 누군가 어깨를 두드렸다.
“주원아, 어디 정신이 단단히 팔렸구나. 아무리 불러도 답을 안 하길래.”
뒤돌아보니 김우진의 어머니가 나를 보며 웃고 계셨다.
“안녕하세요? 우진이 어머니. 잠깐 다른 생각 좀 하느라요.”
“조심해. 그러다가 다쳐. 너도 이어폰 끼고 핸드폰 보면서 다니니? 우진이는 맨날 이어폰 끼고 있어서 걱정이야.”
“다들 그래요.”
“그래. 아버지랑 할아버지는 건강하시고?”
“그럼요.”
“우진이가 요즘 열심이더라. 그 길이 어렵겠지만 이왕 하는 거 잘했으면 좋겠어.”
“맞아요. 우진이랑 수혁이랑 요즘 정말 열심이에요.”
이야기 하다 보니 갈림길에 도착했다.
인사하고 돌아서려는 김우진의 어머니를 붙잡았다.
“저기요, 우진이 어머니.”
예술고 음악천재는 환생한 파가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