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rtistic Genius of Music Is the Reincarnation of Paganini RAW novel - Chapter (98)
예술고 음악천재는 환생한 파가니니-98화(98/250)
“소설에도 배경음악이 있으면 좋겠어. 영화처럼 말이야.”
“정말 재밌는 생각인데?”
“근데 그러려면 엄청 많은 곡이 있어야 되니까 어렵겠지?”
맞는 말이다. 영상이 시각으로 바로 보이는 영화와 소설은 같을 수 없다.
소설은 읽는 사람마다 속도도 다를 테니까.
하지만 좋은 아이디어인 것만은 분명했다.
어디서 들어본 적도 없는 참신한 생각이다.
나는 안젤리카에게 한 가지 의견을 냈다.
“그럼 책의 주제곡을 한 번 만들어 볼까? 이 책 전체의 이미지를 표현한 하나의 곡을 쓰는 거지.”
“우와. 너무 근사한데? 역시 주원 오빠는 대단해.”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우리는 음악을 나누고 서로의 생각을 공유했다.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안젤리카는 집에 가기 아쉽다며 베로니카의 바지를 만지작거렸다.
나는 안젤리카의 한쪽 손을 잡으면서 나긋이 이야기했다.
“언제든 오고 싶으면 연락 줘. 항상 환영이니까.”
“약속이야. 이탈리아로 돌아가기 전까지 매일 올지도 몰라. 엄마, 아빠 그래도 되지?”
리카르도와 베로니카는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지환이 역시 안젤리카가 가는 게 아쉬운 눈치였다.
“안젤리카처럼 얘기가 잘 통하는 친구는 처음 만났어. 다음번 만날 땐 각자 이야기 더 만들어 오자.”
지환이의 말을 그대로 안젤리카에게 전해주자.
안젤리카는 함박웃음을 지었다.
‘아!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잊었구나.’
나는 떠나려는 리카르도를 붙잡았다.
“리카르도, 이무지치 챔버 공연 초대권 드릴게요.”
그러자 리카르도가 단호하게 손을 내저었다.
“나는 공연의 진정한 가치를 아는 사람이야. 주원 군에게 이렇게 의미 있는 연주회를 초대권으로 가면 되겠나?”
“그런가요?”
“당연히 가장 비싼 좌석을 사서 최고의 위치에서 관람하겠네.”
* * *
KM 클래식 너튜브 채널에서는 구독자 이벤트를 열었다.
바로 문주원이 참여하는 이무지치 챔버의 내한 공연 티켓 10장을 주는 이벤트였다.
VIP석 티켓이었기에 구독자의 관심은 뜨거웠다.
평생 클래식 공연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는 구독자들의 신청도 넘쳐났다.
문주원 덕분에 클래식의 매력을 빠진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클래식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잘 아는 곡인 비발디의 사계.
사계가 메인 공연이었기 때문이었다.
이로운 실장과 팀원들은 구독자들이 달아준 댓글 중에서 문주원에 대해 가장 사랑이 느껴지는 10명을 뽑았다.
-구독자 이벤트 당첨자 안내.
문주원 군에 대한 애정이 가장 크게 느껴지는 구독자 열 분을 뽑아 안내해 드립니다.
당첨 안 되신 분들은 티켓 구매해서 와주시길 바랍니다.
티켓 값이 아깝지 않을 멋진 공연임을 확신합니다!!!
zia, 잠자냥, Sowhat?, 가현맘, tree, 커피소년, 머니짱, 웅?…….
당첨된 분들은 공연 당일 티켓 부스에서 티켓을 수령하실 수 있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의 나이에 세계적인 거장 이무지치 챔버와 한 무대에 오르는 문주원 군을 응원해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조만간 여러분이 기다리시는 주원 군과 함께하는 스튜디오 음악 토크가 있을 예정입니다.
문주원 군에게 궁금한 점이나 듣고 싶은 곡을 신청해 주세요.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사랑 바랍니다.
* * *
여름 방학이라 학원에서 각종 특강을 들으며 공부하던 강지아는 너튜브 앱에 빨간 알림창이 떠 있는 것을 보았다.
‘설마?’
강지아는 KM 클래식 구독자 이벤트에 당첨된 자신의 이름을 확인하고는 소리를 질렀다.
귓가에 폭죽이 터지는 소리를 들은 것만 같았다.
날짜를 확인해보니 토요일 저녁 7시.
‘갈 수 있다. 갈 수 있어!’
공연에 가서 문주원의 연주도 보고 사인도 받아올 생각에 한껏 들뜬 강지아였다.
이번엔 카페에 새 글이 올라왔다는 알람이었다.
요즘 들어 팬카페는 더없이 활발했다.
회원들도 많이 늘어나고 신경 쓸 것이 점점 많아지고 있었다.
이제 좀 있으면 고3이 되는 그녀에게는 카페 운영이 조금 버거워지려는 참이었다.
새 글을 확인한 후 강지아는 공지글을 하나 올렸다.
-안녕하세요. 저는 문주원 팬카페 운영자 zia입니다.
제가 곧 수험생이 되는 관계로 부매니저를 한 명 뽑았으면 합니다. 큰일을 하실 건 없고요.
가끔가다 생기는 회원간 분쟁이나 클린한 게시판을 위해 조금만 도와주실 분을 찾습니다.
문주원을 사랑하는 여러분 중 한 분의 지원자가 필요합니다!
부매니저가 되길 원하시는 분은 제 메일 주소로 연락처와 짧은 자기소개를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공지사항을 올린 강지아는 공부를 하다가 몇 시간 후에 메일을 확인했다.
몇 통의 메일이 와있었고 그중 가장 마음에 드는 회원을 부매니저로 선택했다.
닉네임 파가니니.
그가 오늘부터 우리 카페의 부매니저가 되었다.
강지아는 너무 빨리 부매니저가 구해져서 한시름을 놓았다.
‘흐흣. 회원 수도 점점 많아져 가는데 다행이야. 근데 닉네임이 파가니니? 크큭.’
강지아는 KM 클래식 채널에서 봤던 문주원과 함께하는 음악 토크에 관한 글을 올렸다.
-여러분, 운영자 zia입니다. 문주원 군의 소속사인 KM 클래식 채널에서 좀 전에 올린 공지를 확인했답니다.
궁금한 질문과 연주해줬으면 하는 곡을 말해달라고 하네요.
저희 카페 회원님들이 의견 달아주시면 제가 취합해서 전달하도록 할게요.
* * *
하루에 한 번씩은 KM 클래식 채널과 내 팬카페에 들렀다.
팬카페 운영자가 곧 수험생이 된다니 아마도 나랑 동갑인가보다.
오늘은 힘겨워하는 운영자를 위해 내가 부매니저에 지원했다.
몇 명의 지원자가 있었는데 최종적으로 내가 뽑혔다는 메일을 받았다.
‘이게 뭐라고 기분이 좋네.’
닉네임 파가니니.
카페에서 사용하는 닉네임 덕분에 나는 요즘 자유로운 기분을 느끼는 중이다.
스스로를 파가니니라고 떳떳하게 지칭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니 나에겐 그저 감사한 일이다.
방에서 나와 부엌 냉장고를 열었다.
시원한 물을 한 모금 마시고 집을 둘러보니 지환이가 보이질 않았다.
지환이 방에 들어가 보았다.
지환이는 책상에 앉아 자판을 두드렸다가 옆에 펴져 있는 공책에 글씨를 썼다가를 반복했다.
“문지환, 뭐 하는데 그렇게 바빠?”
“형, 나 지금 창작활동 중이라 바빠. 아이디어가 쏟아진단 말이야.”
지환이의 뒤로 가서 뭘 하는지 살펴보았다.
그런데 작업 환경이 좀 특이했다.
여러 개 띄어놓은 창 중에 번역기가 있었다.
“번역기는 왜?”
“나 요즘 안젤리카랑 스토리 주고받고 있거든. 같이 쓰고 있어.”
“안젤리카랑? 언제 둘이 연락처까지 주고받았어?”
“지난번에 했지.”
나는 지환이의 머리를 북북 쓰다듬었다.
“다 쓰면 나도 보여줘. 읽어보게.”
“알았어. 아! 그리고 형. 지난번에 안젤리카가 말했잖아. 주제곡 그것도 생각해 줘.”
“그래, 이야기가 완성돼야 곡도 쓸 수 있지.”
“그리고 나 안젤리카랑 따로 만나기로 했어. 안젤리카네 엄마랑 토비도 같이.”
“그래? 베로니카도 같이?”
“어, 안젤리카 엄마 친절하셔서 좋아. 나도 엄마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지환이의 마지막 말은 아주 작은 소리였다.
‘센척해도 아직 어린아이일 뿐인데.’
‘엄마’라는 단어를 입 밖으로 내는 것조차 하지 않았던 나와는 달리.
지환이는 자기 마음을 저렇게 표현하는 것 보니 나보다는 마음의 응어리가 작은 것 같아 다행이다.
“그러게.”
나는 긴말을 할 수 없었다.
가슴 한편이 먹먹해져서 목소리가 채 입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형은 우리 친엄마 기억나? 나는 아예 기억에 없어.”
이혼 후, 엄마가 나와 지환이를 보러 온 적이 있었다.
나는 울면서 완강히 거부했다.
‘사실은 내가 울며 거부해도 엄마가 와주길 바랐었는데…….’
이별이 서툴렀던 어린 시절의 나는 감정을 어떻게 조절해야 하는지 전혀 몰랐다.
“형은 기억나지. 너야 너무 어렸고.”
“우리 엄마는 어떤 사람이었어? 왜 우리를 아예 안 보러 오는 거야?”
“보러온 적이 있긴 한데 한 번은 형이 거부했어. 미안해 지환아. 형도 그땐 어렸거든.”
지환이를 위해서라도 언젠가 해결해야 할 일이겠지만.
지금으로선 머리가 하얘지고 그저, 손에 닿지 않는 나중에의 일처럼 느껴졌다.
“근데 우리 친엄마는 미국에 사셔. 그래서 보기 어려운 거고.”
“그래도 다행이다. 내가 싫어서 안 보러오는 줄 알았어.”
나도 지금 내가 어떤 표정을 지었는지 알 수 없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줄 알았던 지환이의 마음의 소리.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가슴이 아려왔으니까.
‘언젠간 바로 잡아야겠지.’
법적인 가족관계는 끝이 났지만, 혈연은 남아있는 거니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엄마와 아빠가 이혼했을 때, 내가 파가니니였던 과거를 인지하고 있었다면.
전생의 기억을 가지고 있던 나는 어떤 행동을 했을까?
엄마를 만났을까?
아니면 그때도 똑같은 어린아이였을까?
지환이는 그 말을 끝으로 다시 노트북 화면만을 바라봤다.
* * *
며칠이 지나 드디어 이무지치 챔버의 한국 공연 날이 되었다.
예술의 전당 콘서트 홀의 2500석은 전석 매진되었다.
1988년에 생긴 이래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가장 큰 클래식 전용 공연장.
우리나라에서 갖는 상징적인 의미가 매우 큰 곳이다.
인지도가 없는 사람들은 절대 꿈꿀 수 없는 공연장.
자비로 2500석의 티켓을 사서 뿌릴 수는 없을 테니 말이다.
클래식 공연에서 티켓이 매진되는 경우는 드물다.
그 유명한 베를린필, 뉴욕필, 런던필, 빈필 정도 되는 세계 최고 오케스트라의 공연이나 스타 연주자들의 공연 정도.
이무지치는 그런 반열에 오른 몇 안 되는 실내악단이었다.
이른 아침부터 나는 분주했다.
여느 때와 다르게 옷도 신경 써야 했기 때문이다.
KM 클래식에서 보내준 정장을 입고 나오자 아빠와 지환이가 탄성을 질렀다.
“누구 아들인지 진짜 멋있네.”
“누구 형인지 진짜 멋있네.”
“그럼 누구 아들, 형인데.”
내가 두 눈썹을 들썩이며 능청을 부리자 가족 모두 함께 웃었다.
“이따 그럼 공연 끝나고 봐. 문지환 졸면 안 돼! 형 금세 지나간다.”
“안젤리카 가족이랑 옆에 앉아서 보기로 했어. 절대 안 잘 거야.”
집 앞에는 KM 클래식에서 보내준 차가 대기 중이었다.
문을 열고 나가려는 나를 아빠가 붙잡고는 다시 한번 옷매무새를 정돈해줬다.
“우리 아들, 너무 자랑스럽구나. 이따 잘하고.”
“고마워, 아빠.”
아빠와 지환이의 따뜻한 응원을 받으며 나는 리허설이 열리는 예술의 전당으로 향했다.
한국 클래식 음악의 산실인 예술의 전당.
조금 일찍 도착한 나는 클래식의 정취가 물씬 느껴지는 예술의 전당을 둘러보았다.
‘언젠가 나도 이곳에서 독주회를 할 수 있겠지?’
큰 꿈을 다잡으며 콘서트홀에 들어섰다.
콘서트홀에선 이무지치 챔버 단원들의 인터뷰가 이뤄지고 있었다.
수많은 카메라와 스태프들 사이사이로 이무지치 단원들의 모습이 보였다.
‘리허설 전에 인터뷰가 있었나 보구나.’
멀찌감치 떨어져 앉아 인터뷰가 끝나길 기다리고 있었다.
기다리면서 핸드폰의 메시지를 확인했다.
오늘 공연을 와서 보겠다는 친구들도 많았다.
오진 못 하지만 잘하라고 응원해주는 친구들도 있었다.
-표예은: 주원아, 나는 오늘 하준이랑 공연 보러 갈 거야. 오늘 연주 파이팅! 이무지치랑 공연이라니 너무 멋져.
-윤하준: 연주 기대한다. 친구야.
-홍유미: 문주원, 오늘 연주 잘해. 못 보러 가지만 응원해!
-백찬영: 나도 티켓을 못 구함. 아쉽다.
-홍유미: 근데 곧 있을 뉴욕필하모닉 연주 보러 가는 사람 있어?
-에밀리: 뉴욕필 티켓 구했어?
-홍유미: 당연하지. 뉴욕필의 종신 악장 한세아가 내 롤모델이거든. 몇 년 만의 한국 공연이라 티켓 오픈 하자마자 광클릭!!
나는 메시지를 읽고는 눈을 비볐다.
다시금 메시지를 확인하고는 마른 세수를 했다.
세계적인 오케스트라 뉴욕 필하모닉.
종신 악장인 바이올리니스트 한세아.
그녀는 내 친엄마이니까.
예술고 음악천재는 환생한 파가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