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ssassin Monarch RAW novel - Chapter 141
141화
캉! 캉! 쩌적!
휘두를 때마다 베헤모스가 움찔거리며 난리를 부렸다.
온몸에서 발생하는 충격파도 내보내고, 고개를 미친 듯이 흔들었지만 가브는 떨어지지 않았다.
그사이 발튼과 세실리아는 충격파에 밀려나도 오뚜기처럼 다시 일어나 베헤모스를 부지런히 괴롭혔다.
뒤늦게 참전한 렘도 단검으로 이미 가죽이 벗겨진 상처를 후볐다.
-꾸우우우우우!
태어나면서부터 적수를 찾아볼 수 없었던 절대자 베헤모스는, 생애 처음으로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며 처음으로 공포를 느꼈다.
쿠우웅!
극한의 두려움에 몰린 베헤모스는 네발로 바닥을 강하게 박차고 공중에 떠올랐다.
그 거대한 몸은 거짓말처럼 수십 미터 떠올라 떨어졌다, 가브가 붙어 있는 머리부터.
“주군!”
“쥬군!”
가브는 오른팔을 단단히 고정한 채 바닥에 꽂히는 최후의 순간까지도 베헤모스의 눈알을 향해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힐은 다급히 가브의 몸에 마기의 보호막을 씌웠다.
콰과과광!
그러나 지금까지와는 격이 다른 어마어마한 충격파에 마기 보호막은 바로 산산조각이 났고, 가브에게 달려가던 세실리아와 발튼과 렘은 후폭풍에 줄 끊어진 연처럼 멀리 날아가 버렸다.
세실리아는 건물 잔해에 강하게 부딪힌 충격으로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함에도 시선만은 베헤모스에게 가 있었다.
“주군, 주군…….”
베헤모스를 중심으로 바닥이 넓고 깊게 파여 있다.
도시 한가운데에 마치 커다란 호수가 만들어진 듯했다.
베헤모스의 대가리는 땅 안으로 깊숙이 박혀 있었다. 상아 같은 어금니도 아예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저 거대한 충격파와 상상을 초월하는 무게를 정통으로 받아 냈으니, 제아무리 가브라도 산산조각이 났을 것이 자명했다.
“쥬구운!”
발튼은 건물에 부딪혀 발목이 반대로 꺾여 허연 뼈를 보인 상태에서도 울부짖으며 베헤모스에게 달려들었다.
그때, 죽은 듯이 가만히 있던 베헤모스가 꿈틀거렸다.
“가지 마!”
가브도 감당하지 못한 베헤모스를, 발튼이 저런 몸으로 어떻게 할 수 있을 리 만무했다.
세실리아는 그를 막기 위해 다급히 달려갔다.
그녀가 발튼의 손목을 잡아채는 순간, 베헤모스의 대가리가 땅에서 뽑혀 나왔다.
-크르하아아아아!
울음소리가 승리의 포효가 아닌 비명처럼 느껴진다.
고개를 쳐드는 놈의 오른쪽 눈알에서 검붉은 피가 울컥울컥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세실리아는 홀린 듯이 놈의 눈알을 보고 있다가, 그 안쪽에서 가브의 발로 추측되는 것이 꿈틀거리는 것을 발견했다.
베헤모스는 고통에 몸부림을 치며 고개를 이리저리 흔들어 댔다.
그러자 놈의 눈알 안에 들어가 있는 가브의 몸이 조금씩 나왔다.
가브는 안간힘을 다하여 그곳에서 빠지지 않게 버텼지만, 미끌거리는 피의 폭포와 충격파에 의해 밖으로 쭉쭉 밀려났다.
“사, 살아 있다!”
발튼도 뒤늦게 가브를 알아보고 소리치는 순간, 가브가 베헤모스의 눈알에서 완전히 떨어져 나왔다.
수십 미터 위에서 떨어져 내리는 가브의 몸은 축 처져 있었다.
베헤모스가 높이 뛰어올라 땅에 대가리를 박는 순간, 눈알을 깨트리며 파고들었기에 지면과 부딪히면서 파생되는 충격파를 일부 온몸으로 받았기 때문이다.
세실리아는 가브를 받아 내기 위해 아무 말 없이 달렸다. 그러나 그녀가 아무리 빨라도 제때 도착하기에는 모자람이 있었다.
스스슥.
“어.”
그때 가브의 몸이 공중에서 점점 가속도가 줄어들며 천천히 바닥에 내려앉았다.
뒤돌아보니 힐 아슈가 이쪽으로 두 손을 뻗고 있었다.
여러모로 쓸모가 많은 마기였다.
“콜록, 컥!”
가브는 바닥에 누운 채로 코와 귀, 입에서 베헤모스의 검붉은 피를 쏟아 내고 고개를 이리저리 저었다.
눈의 초점도 맞지 않는 것이 아직 정신이 혼미한 것이다.
-쿠헤에에에엑!
베헤모스는 이상한 소리를 내며 몸을 돌려, 왔던 방향으로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쾅, 쾅, 쾅, 콰앙!
놈이 거칠게 달려가자 땅이 울리며 제대로 서 있기도 힘들었다.
가브는 그 진동에 돌연 눈을 번쩍 뜨더니 세실리아의 옷깃을 잡아 확 끌어당겼다.
“잡아야 해! 날 들어라!”
세실리아는 찰나 고민했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예, 주군.”
발튼의 도움으로 가브를 업은 세실리아는 바로 도망치고 있는 베헤모스를 향해 뛰었다.
힐 아슈는 이미 그 전부터 놈을 뒤쫓고 있는 중이었다. 그러나 베헤모스가 아무리 비틀거리며 달려도 힐과의 거리는 점점 벌어지고 있었다.
타다다다닥!
세실리아는 가브를 업고도 금세 힐을 추월했다. 힐은 그녀의 뒤통수에 대고 소리쳤다.
“제가 띄워 줄게요!”
세실리아는 베헤모스의 꼬리 부근에 다다르자 신기한 경험을 하였다.
자신이 발을 뻗는 허공이 마치 땅바닥처럼 딱딱하여 하중을 싣고 발을 내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주군은 보이는 것처럼 움직이던데.’
아무것도 보이지 않기 때문에 중심을 잡기가 쉽지는 않았지만, 어찌어찌하여 베헤모스의 등에 올라탈 수 있었다.그때쯤 되자 힐의 마기도 거리가 너무 멀어져서 닿을 수가 없게 되었다.
타다다닥!
세실리아는 놈의 등을 밟으며 앞으로 달려 나갔다.
머리에 거의 다다랐을 때, 세실리아와 가브가 올라탄 것을 눈치챈 베헤모스는 충격파를 내뿜었다.
펑!
어떤 전조 현상도 없었고, 주변에 잡을 것도 없었던 세실리아는 가브를 업은 상태로 허공에 붕 떠올랐다.
이대로는 놓치고 만다. 힐과의 거리도 멀어져 가브를 업은 상태로 베헤모스에게 다시 올라타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수고했어.”
그때 가브가 세실리아의 목을 감고 있는 팔을 풀고, 두 발을 세실리아의 몸에 대충 디디고는 발을 굴렀다.
팡!
세실리아의 몸은 그의 발에 밀려 공중에 더 높게 떴고, 가브의 몸은 그것을 추진력으로 삼아 베헤모스의 몸에 빠르게 떨어졌다.
츠즈즈즈즉, 퍼석!
정확히 베헤모스의 머리에 떨어진 가브는 미끄러지듯이 내려가 아직도 피를 울컥울컥 쏟아 내고 있는 놈의 오른쪽 눈알에 쏙 들어갔다.
그러곤 이번에는 들어가자마자 검은 팔을 안쪽 살덩이에 꽂아, 절대 튀어 나가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쿠헤에엑! 끄르루룩!
가브의 검은 베헤모스의 눈알 깊숙한 곳에 있는 모든 것들을 갈기갈기 찢어발겼다.
쿠구구구궁!
그렇게 베헤모스가 혼자 발광하며 달리기를 한 시간, 이윽고 그 거대한 몸이 쓰러졌다.
가브는 놈의 눈알에서 비척비척 기어 나와 부족했던 숨을 몰아쉬었다.
“후웁, 후우, 후우…….”
가브는 부들거리는 다리에 힘을 주며 힘겹게 고개를 들어 베헤모스의 사체를 올려다보았다.
거대하다. 이렇게 큰 생물체가 실존한다는 것 자체가 신비롭다.
마치 이카로네 성벽을 마주하고 있는 것만 같다.
베헤모스의 가죽, 힘줄, 이빨, 어금니 등을 팔면 돈이 얼마나 되는지 행복한 계산을 하던 중, 그의 일행이 도착했다.
“쥬군!”
“가브 씨!”
발튼의 어깨에는 렘이 걸쳐 있었다. 베헤모스가 머리를 바닥에 박을 때의 충격파로 인해 날아가 기절한 것이다.
“주군, 괜찮으십니까?”
가브는 지친 얼굴로 시선을 베헤모스의 사체에 고정한 채 입을 열었다.
“이걸 팔면 얼마나 할 것 같나?”
“예?”
세실리아는 이 순간에도 사체를 금전화할 생각을 하고 있는 가브의 질문을 듣고 마음이 아팠다.
주군이 돈 걱정을 하지 않도록 많은 돈을 벌어야겠다고 다짐했다.
“쥬군! 이거 이상한데요?”
그때 발튼이 렘을 바닥에 철퍼덕 내려놓고 어딘가를 가리켰다.
가브는 발을 힘겹게 옮겨 그가 검지로 가리키는 곳을 확인했다.
열심히 후벼 판 눈알 부근이었다. 그곳에 피가 아닌 검은 연기가 스멀스멀 피어오르며 환부가 커지고 있었다.
“여기도 이상합니다.”
세실리아가 찾은 곳은 그녀가 맨 처음에 구멍을 뚫은 베헤모스의 등 정중앙이었다.
그곳 외에도 상처가 난 곳을 중심으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며 그 부위가 점점 더 커지기 시작했다.
“뭐지, 이건…….”
이상 현상은 점점 더 심해져 주변을 검은 연기로 가득 채우며 사체를 파먹고 있었다.
연기는 사람에게는 해가 되지 않았다.
가브는 고개를 돌려 힐을 보며 의문을 표했다. 힐은 자신도 모르는 현상이기에 어깨를 으쓱거릴 뿐이었다.
급속도로 베헤모스의 가죽, 피와 살, 뼈가 눈앞에서 가루가 되어 사라지자 가브의 눈에 허망함이 차올랐다.
“하…….”
이윽고 그 거대한 몸체가 완전히 사라져 흔적도 남지 않게 되었다.
후우우우웅-!
그러곤 갑자기 강한 바람과 함께 검은 연기로 가득 찬 장내에 회오리가 생겨났다.
마치 무언가가 검은 연기를 빨아들이는 듯했다.
쉬이이이익!
자세히 보니 실제로 회오리의 중심으로 검은 연기가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그곳에는 성인 남성의 엄지 크기만 한 돌이 하나 놓여 있었다.
연기가 완전히 사라지고, 가브 일행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천천히 그 돌을 향해 다가갔다.
치직, 칙, 치칙.
마름모 모양의 작은 돌은 형용할 수 없는 짙은 어둠을 품고 있었다.
그 주변으로도 검은 아지랑이가 스멀스멀 피어오르며 위협적인 스파크가 튀었다.
“마정석?”
마정석은 오랫동안 살아남은 강한 마물의 몸에서 아주 가끔 나오는 희귀한 돌로, 마법사들의 마나 증폭제 역할을 한다.
수십, 수백만 골드의 가치를 할 법한 베헤모스의 사체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 허무했지만, 마정석이라도 남아서 가브의 마음에 조금 위로가 되었다.
발튼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홀린 듯이 마정석에 가까이 다가갔다.
“몇 번 본 적은 없지만…… 검은색은 처음인데…….”
그러곤 서슴없이 그것에 손을 뻗었다.
그러자 발튼의 손이 닿기 직전, 어둠을 품은 마정석이 스스로 그의 손에 살짝 움직여 들어갔다.
가브는 그 미세한 차이를 놓치지 않았다.
“잠깐!”
그러나 이미 발튼이 어둠의 마정석을 손에 쥔 상태였다. 마정석 주변에 맴돌던 스파크는 번개 같은 속도로 발튼의 팔을 둘렀다.
“끄으으아아악!”
발튼의 팔은 터질 것처럼 여기저기서 살가죽이 울룩불룩 튀어나왔고, 검은 스파크는 무서운 기세로 그의 온몸을 집어삼키려 했다.
발튼은 고통에 몸부림을 치면서도 마정석을 쥔 손을 놓지 못했다.
가브는 그에게 빠르게 다가가 마정석을 빼앗으려 했다.
끄드드득.
그러나 무의식인지 마정석의 힘으로 인한 것인지 혼신의 힘을 다하여 쥐고 있는 통에 쉬운 일이 아니었다.
발튼의 팔은 곧 터져 나갈 것만 같았다.
세실리아와 힐이 붙었지만 소용없었다.
가브는 오른손에 모든 마기를 집중시키며 발튼의 손가락을 하나씩 부러트렸다.
우드득, 우득.
네 개째 부러트렸을 때, 마정석을 떼어 낼 수 있었다.
그러자 발튼은 바로 바닥에 널브러지며 혼절했다.
치지지직-.
가브의 손아귀에 마정석이 들어오자 신기하게도 뜨거운 열이 식는 것처럼 검은 스파크가 잦아들며 얌전해졌다.
“헉, 헉, 하…….”
그 모든 상황을 마기로 지켜보던 힐 아슈가 입을 열었다.
“주인을 알아보네요.”
그녀의 말에 가브는 손을 펴서 일렁이는 어둠이 담겨 있는 마정석을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