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by Fairy is a Villain RAW novel - Chapter (51)
아기 요정은 악당-51화(51/200)
이브로이엘 공작의 마법이 파괴되었다.
추적은 실패했지만, 그 덕분에 그녀는 완전히 흥분 상태가 되어 자기가 무조건 도와주겠다고 날뛰었다.
벨제온의 곁에 체샤가 있을 거라고 하니, 거의 미쳐 버리려고 했다.
“대단한 마법 잠재력을 가진 아이일 거야! 원래 대마법사가 될 애들이 정식으로 마법 배우기 전에 한두 건씩 큰일을 치거든. 분명히 이번에도 그런 경우일 거라고.”
무의식적으로 힘을 사용해 자신의 마법을 파괴한 것 같다며 굉장히 설레어했다.
“너는 어떻게 입양아를 데려와도 그런 보석만 줍는 거야! 우리 손자는 덜떨어졌는데! 내가 입양하고 싶다!”
좋아서 날뛰다가 질투도 했다가 아주 난리도 아니었다.
추적 마법이 실패하긴 했으나, 이브로이엘 공작은 다른 여러 방법으로 자신을 도와줄 수 있는 이였다.
하여 키에른은 인내심을 가지고 그녀를 진정시켜 놓았다.
그런 다음 우선 다시 호텔로 되돌아갔다.
불타 버린 타운하우스를 대신하여 임시로 머무르는 곳이었다.
수도에 다른 저택을 구매해 둔 게 있으나, 제대로 가구를 채워 넣거나 손봐 두질 않아서 거주용으로 준비하는 데 시간이 조금 걸렸다.
그동안 지낼 곳이 필요해 수도에서 가장 고급 호텔을 통째로 빌렸다.
머무르던 숙박객들에게 방값의 몇 배를 지불하고 다른 호텔을 잡아 주는 등, 약간 귀찮은 수고가 있었으나 보안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
돈이야 썩어 넘치도록 많으니 상관없기도 했다.
물론 바실리안 백작가가 숨은 거부라는 사실을 모르는 이들은 호텔을 통째로 빌렸다는 소식에 기겁했다.
호텔 지배인도 믿질 못해서, 수표가 아닌 보석 따위의 현물을 직접 들고 와 보여 준 후에야 숙박 계약을 진행할 수 있었을 정도였다.
지배인의 말에 따르면 개관 이래, 호텔을 통째로 빌린 이는 부유하기로 이름난 외국의 왕족 다음으로 두 번째라 했다.
지배인은 굉장히 호들갑을 떨며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픈 티를 내었지만 단칼에 잘라냈다.
키에른은 시간이 없었다.
“아버지.”
호텔 방으로 돌아오니, 쌍둥이가 키에른을 기다리고 있었다.
자한에게 곧바로 찾아서 데려오라고 했는데 하루가 걸리다니.
꽤 멀리까지 나갔던 모양이었다.
“읽어 봐.”
키에른은 쌍둥이에게 벨제온의 서신을 던져 주었다.
카르하가 허공으로 날아오는 서신을 붙잡았다.
쌍둥이는 얼른 서로에게 달라붙었다.
그 어느 때보다도 친밀한 간격으로 붙어 선 쌍둥이가 나란히 종이를 읽어 나갔다.
서신을 다 읽은 두 소년은 잠시 말이 없었다.
카르하가 서신에 대한 소감을 한마디로 요약했다.
“…와, 망했네.”
벨제온의 서신은 깃펜을 이용해 반듯한 필기체로 작성되었다.
당장 교본으로 만들어도 될 만큼 정갈한 글씨가 전달하는 내용은 간략했다.
또한 바실리안이 아닌 아이가 우리의 죄에 휘말리도록 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는 제가 바실리안 백작을 이을 후계자로서 행하는 일이니.
어떤 죄를 물으시더라도 감내하겠습니다.]
결코 물러서지 않을 결심이 적힌 서신이었다.
이슈엘이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깨물었다.
“바실리안이 아닌 아이라니…. 동생은 그럼 벨제온 형님이 강제로 데려간 걸까요?”
“아마도.”
“안 그래도 저번에 형님이 동생한테 했던 말 때문에 계속 신경 쓰였는데.”
이슈엘이 흐려진 눈으로 키에른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동생더러 바실리안이 아니라고 했어요. 물론 형님은 나쁜 의미로 한 말이 아니었겠지만, 동생은 아직 어리니까 그런 거 모르잖아요.”
그러니 벨제온이 나가자고 하면 얌전히 나갔을 거라며, 이슈엘은 입술을 피가 나기 직전까지 씹어 댔다.
감성적인 이슈엘과 다르게, 카르하는 이럴 때마다 의외로 냉정하게 사고하곤 했다.
“하지만 벨제온 말이 맞긴 하잖아요.”
카르하는 탁자에 내려놓은 벨제온의 서신에 손을 짚었다.
“아버지는 어떻게 할 건데요? 소성인 기도회가 끝나면 동생도 끝이에요?”
“아니. 바실리안으로 계속 키울 거야.”
“왜요? 쓰고 버리면 끝인데.”
붉은 눈동자가 서로를 바라보았다.
카르하가 그 누구도 하지 못했던 말을 던졌다.
“어머니랑 닮아서 계속 키우고 싶어요?”
공기가 삽시간에 싸늘해졌다.
이슈엘이 놀라서 입술을 잘근거리던 것도 잊고 카르하와 키에른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카르하는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그냥 궁금해서 말해 봤어요. 아버지가 왜 그러는지. 원래 그러시는 분 아니잖아요. 필요 이상으로 아기한테 잘해 주고 있어서요.”
카르하의 말이 옳았다.
사용할 곳이 있어 데려온 아이였다.
마음을 얻어야 하기에, 제게 빠지도록 사근사근하게 굴었다.
아내를 닮아 잘해 준 것도 분명히 있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키에른은 아이에게 필요 이상으로 잘해 주고 있었다.
단순히 그뿐만이 아니었다.
아이의 모든 것에 집중했고, 또한 관심을 가졌다.
짧은 혀로 종알거리는 말.
저를 놀라게 하는 의외로운 행동들.
삐죽거리거나 까르르 웃는 표정…….
저도 모르게 계속 눈으로 아이를 좇았다.
그건 의식적으로 행하는 일이 아니었다.
아무런 이유 없이, 그냥 계속 아이에게 흥미가 생겨서 관찰하게 되었다.
눈앞에 있지 않으면 무얼 하는지 궁금했고, 앞에 보이면 괜히 가서 툭 건드리고 싶었다.
스스로도 왜 그러는지 알 수 없는 감정이고 행동이었다.
다만 확실한 점이 있다면.
그 아이가 있었기에 최근의 나날들이 다채로웠다는 것이었다.
습관적인 미소가 아닌, 진심으로 웃음을 터뜨린 일은 전부 아이 때문이었다.
오히려 곁에 있었을 때는 몰랐던 부분들이 한 발짝 떨어지고 나니 제대로 보였다.
키에른은 아이가 제 곁에 있기를 바랐다.
“저는 아버지가 어머니를 되살릴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아버지가 아무리 마법 실력이 뛰어나다고 해도, 신도 아니고 어떻게 죽은 사람을 살려요?”
솔직하다 못해 뼈를 때리는 말에 키에른은 저도 모르게 웃었다.
아들 셋 중에서 제일 무슨 생각 하는지 모를 놈이 카르하인데.
이런 생각을 하고 있으리라곤 상상도 못 했다.
이슈엘이 얼른 카르하의 옷소매를 잡아당겼다.
그러나 카르하는 되레 이슈엘의 손목을 붙잡아 눌렀다.
“물론 시도야 기어코 하시겠지만, 그건 안 걸리면 되니까. 아버지가 그 정돈 잘 해낼 거라 믿고. 어쨌든 걸리지만 않으면 죄가 아니니 아기도 휘말릴 일이 없을 거 아니에요.”
“…….”
“아버지가 바실리안으로 키우겠다고 하면, 저는 반대하지 않을 거예요.”
눈치만 살피던 이슈엘이 얼른 한마디 거들었다.
“저도요. 동생 있었으면 좋겠어요.”
잠시 정적이 찾아왔다.
그러나 곧 카르하가 다시 입을 열었다.
“아버지. 우리 가문에는 그 애가 필요해요. 다른 의미로.”
거침없이 말을 내뱉던 카르하가 처음으로 망설였다.
잠깐 주저하던 소년은 이내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아기가 있을 땐 어머니 생각이 덜 나니까…….”
카르하의 목소리가 천천히 아래로 가라앉았다.
“다들 울지 않고 웃으니까.”
카르하의 말은 틀렸다.
바실리안가의 남자들은 아무도 울지 않았다.
그러나 모두가 그날에…….
여전히 비 오는 장례식 날에 갇혀 있는 건 사실이었다.
축축한 장대비에 젖은 채로 매일매일을 살아갔다.
쏟아지는 비를 잠시나마 막아 준 이가 아이였다.
키에른이 눈을 아래로 내리깔았다.
빗소리가 귀에 들리는 듯해서, 잠시 제정신을 되찾으려 숨을 고르던 때였다.
그림자 속에서 자한이 모습을 드러냈다.
“마스터.”
자한은 답지 않게 빠르고 급한 어조로 말했다.
“체샤 아가씨와 벨제온 도련님을 찾았습니다.”
쌍둥이와 키에른의 눈빛이 일제히 날카로워졌다.
당장이라도 뛰쳐나갈 것처럼 굴던 그들은 이어진 자한의 말에 멈칫했다.
“신성 기사가 아가씨와 도련님을 데려갔다고 합니다.”
“…신성 기사?”
어이없어하며 되묻는 키에른에게 자한이 조심스럽게 답했다.
“하일론이라는 이름을 가진 신성 기사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