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by Fairy is a Villain RAW novel - Chapter (72)
아기 요정은 악당-72화(72/200)
“진짜 예쁘네, 내 딸…….”
하지만 놀란 건 체샤도 마찬가지였다.
바실리안가의 남자들이 제대로 연회용 정장을 차려입은 건 처음 보았다.
가뜩이나 눈부신 미모를 갖춘 이들이 완벽하게 빼입으니, 그야말로 눈이 부셨다.
이슈엘이 주문한 디자인에 미야의 감각과 실력이 합쳐진 정장이었다.
세련되면서도 우아한 느낌의 키에른, 단정하면서도 은은한 장식을 넣은 벨제온, 다소 과감한 색을 넣은 카르하, 그리고 가장 화려한 이슈엘까지.
다들 각양각색의 특색을 드러냈으나, 색깔과 디자인에 기준이 있어 모두 바실리안의 일원이라는 통일감을 주었다.
‘모아 놓고 보니까 더 잘생겼네.’
외모 기준점이 높은 체샤도 감탄이 나올 만큼 멋진 모습들이었다.
이쯤 되니 체샤도 제 모습이 궁금해질 수밖에 없었다.
“체샤도 거울 볼래요?”
키에른이 눈치 빠르게 다가와 체샤를 안아 들었다.
그가 거울 앞에 체샤와 나란히 서는 순간.
체샤는 저도 모르게 눈이 커지고 입술이 벌어졌다.
프릴을 잔뜩 넣어 보송보송한 흰색 드레스를 입고, 머리에 검은색 리본이 달린 레이스 보닛을 쓴 아기는 저절로 헉하는 소리를 뱉을 만큼 귀엽고 예뻤다.
키에른이 낮게 웃으며 체샤에게 고개를 기울였다.
“체샤가 봐도 귀엽지?”
체샤는 고개를 열심히 끄덕였다.
소년들도 쪼르르 다가와 체샤의 주변에 둘러섰다.
거울에 전부 담긴 바실리안 백작가의 일원들을 보고 있노라니, 저절로 우쭐한 기분이 들었다.
‘이 사람들이 내 가족이란 말이지!’
체샤는 괜스레 턱을 치켜들어 보였다.
그리고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이만하면 넘치도록 충분했다.
오늘 연회장에서.
체샤는 본래 바실리안가가 받았어야 할 하타의 모자를 뺏어 간 놈들이 누군지 똑똑히 확인해 둘 생각이었다.
물론 확인으로만 끝내진 않고, 그다음 작업도 들어갈 예정이지만 말이다.
본래 은혜도 원수도 오래오래 기억해 놔야 하는 법이었다.
마음속에서 사악사악 칼을 갈며 체샤는 생각했다.
‘일단 누구신지 얼굴부터 확인해 보자고.’
***
이브로이엘 공작의 연회는 사교계에서 명성 높았다.
매번 특색 있는 볼거리를 주었기 때문이었다.
특히 마법으로 정평이 난 이브로이엘 공작가의 이름을 살려, 공작이 후원하는 마법사들이 환상 마법으로 놀라운 구경거리를 보여 주는 때도 많았다.
참석하는 귀족들은 다들 이번 연회도 잔뜩 기대하는 중이었다.
그 외에도 공작이 연회를 위해 제도에서 가장 유명한 오페라 가수를 초청했고.
값비싼 사세이도스산 포도주를 포도밭 통째로 계약하여 들여왔으며.
공작저에 엄청난 양의 생화를 들이붓다시피 하여 장식했다는 등등의 소문이 도는 중이었다.
그리고 그 소문들은 전부 진실이었다.
“하하!”
세레아는 호탕한 웃음을 터뜨렸다.
그녀의 큰 키를 돋보이게 해 주는, 몸에 잘 맞는 바지 정장 차림의 그녀는 뿌듯한 눈으로 자신이 꾸민 공작저를 둘러보았다.
이번 연회의 주제는 요정의 숲이었다.
소성인 기도회에 나올 하사품인 ‘요정 여왕의 왕관’을 기념하여, 요정들이 사는 숲이라는 주제로 연회를 꾸민 것이다.
환상종인 요정들이 사는 곳을 표현한 만큼, 공작저는 몽환적인 숲으로 탈바꿈했다.
정원에는 꽃과 나무 잎사귀로 장식한 등불 수백 개가 밤하늘에 뿌려진 별처럼 반짝이고, 저택 입구는 거대한 고목에 뚫린 구멍으로 보이도록 환상 마법을 걸어 뒀다.
연회장 또한 다양한 종류의 꽃과 식물로 장식해 놓았다.
덩굴 꽃을 늘어뜨려 장식한 벽의 등불은 세레아의 야심작이었다.
시중을 드는 사용인들도 주제에 맞게 전부 요정 같은 느낌을 주는 하늘하늘한 재질의 옷을 입고 있었다.
그들에게도 꽃으로 장식을 달아 주었기에, 연회장 내부는 진실로 숲속에 들어온 듯 싱그러운 향으로 가득했다.
“이번 연회도 정말 대단합니다, 각하!”
“너무 감동적이에요. 살면서 이런 연회를 보게 될 줄은…….”
세레아 주변에 모여든 이들이 입을 모아 찬사를 바쳤다.
세레아는 그들의 찬탄을 딱히 으쓱해하는 기색도 없이 당연하단 듯 받아들였다.
이번 연회를 위해 얼마나 많은 돈을 들였던가.
이 정도 찬탄은 당연히 받아 줘야 했다.
이건 완벽 그 이상을 넘어서는 연회였다.
그러나 아직 미완성이었다.
세레아가 준비해 둔 가장 최고의 화젯거리가 아직 도착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언제 오는 거야?’
바로 바실리안 백작가였다.
동부 검은 숲에 처박혀서 여태 바깥으로 나올 줄 모르던 백작 가문이었다.
그들이 이브로이엘 공작가의 연회에서 첫 사교계 데뷔를 치른다는 소식에 수도 사교계는 난리도 아니었다.
바실리안 백작가에서 최근 연이어 흥미로운 사고를 쳐 대서 그런 것도 있었으나.
다른 무엇보다 십여 년 전, 잠시 수도에 올라와 얼굴을 내비쳤던 바실리안 백작의 미모가 아직도 사교계에서 전설처럼 회자되었기 때문이었다.
잘생긴 외모로 오래도록 유명했으니, 다들 제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픈 호기심 때문에라도 바실리안 백작을 보고 싶어 했다.
심지어 이번 연회에 바실리안 백작뿐만 아니라 그의 아들들, 그리고 새로이 입양했다는 딸까지 전부 데리고 온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사교계에 관심 있는 자들이라면 절대로 빠져선 안 될 연회인 것이다.
원래도 인기가 하늘을 찌르던 이브로이엘 공작가의 연회였으나.
이번엔 하늘을 찌르다 못해 찢어 놓을 정도였다.
다들 초대장을 받고 싶어 난리가 났다.
한동안 공작가에는 연회 초대를 부탁하는 뇌물이 쏟아졌고, 심지어 황실마저 참석 의사를 은근하게 밝혀 왔다.
그리하여 올해 최고의 연회가 탄생한 것이다.
이는 키에른이 원했던 바이기도 했다.
단박에 주목받을 기회를 만들어 수도 귀족들에게 눈도장을 찍어 놓은 다음, 본격적으로 세력을 넓히겠다는 속셈이었다.
애초에 수완이 좋은 남자였다.
처음 한 번만 밀어주면 순풍에 돛을 단 배처럼 쑥쑥 앞으로 나아갈 터였다.
‘나중엔 아마 나도 앞지르겠지.’
언제나 스승을 앞질러 온 제자를 떠올리며 세레아는 미소했다.
때마침 옆에서 바실리안 백작가에 대해 소곤거렸다.
“그러고 보니 바실리안 백작가는 아직이지요?”
“네에. 궁금하네요…….”
“아아, 저희 가문과 같은 의상실에서 옷을 주문했더군요. 옷을 찾으러 갔다가 잠깐 보았는데, 뭐어….”
남자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격식은 맞춰 올 듯합니다.”
격식은 맞춰 온다니.
은근한 무시와 견제가 숨은 말이었다.
세레아는 속으로 끌끌 웃었다.
‘시시하게 꾸미고 올 리가 없어.’
그 집 셋째가 워낙 꾸미기를 좋아하니 말이다.
근래 부지런히 공작저를 드나들며 마법을 배워 가는 소년이 떠올랐다.
새침한 얼굴로 와서는, 그 누구보다 열심히 수업을 들으며 탐욕스럽게 지식을 습득했다.
재능에 노력이 더해지니, 실력이 느는 속도가 무섭도록 빨랐다.
고작 며칠 만에 기초적인 마법은 죄다 떼 버렸을 정도였다.
본래 세레아가 옆에서 제발 마법 배우자고 애걸복걸해도 심드렁했던 소년이었다.
갑작스러운 심경 변화가 궁금해 물어보니, 이슈엘은 도도하게 답했더랬다.
“바실리안이 되어서, 동생 하나 못 지켜 주면 곤란하잖아요?”
키에른도 그렇고, 이슈엘도 입양해 온 동생에게 꽤나 정을 준 모양이었다.
세레아로선 조금 걱정이었다.
바실리안 특유의 음습한 집착이 스멀스멀 어린 아기를 향하는 듯해서였다.
본인들은 모르는 듯하지만, 바실리안가의 남자들은 뭔가에 꽂히면 미친 듯이 파고들었다.
키에른은 죽은 백작 부인.
벨제온은 바실리안가의 명예와 존속.
카르하는 검술, 이슈엘은 옷과 외모에 미쳐 있었다.
그런데 그들의 관심이 슬슬 입양아를 향하고 있었다.
사람에게 집착하는 바실리안이 얼마나 성가시고 귀찮은지는 키에른을 보면 알 수 있었다.
그건 정말 곤란한 일이었다.
왜냐하면…….
‘내가 대마법사로 키워야 한다고!’
세레아도 바실리안가의 막내딸에게 지대한 관심이 있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