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by Fairy is a Villain RAW novel - Chapter (80)
아기 요정은 악당-80화(80/200)
체샤는 잠시 눈을 깜빡였다.
지금 제대로 들은 게 맞는지 믿기지 않아서였다.
‘사기 치는 거 아냐?’
카르하가 감옥에 갇혔다니!
물론 애가 말보다 검이 먼저 나가는 경향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감옥에 갈 만큼 잘못된 행동을…….
‘했을지도.’
여태까지 있었던 일들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특히 앞뒤 안 가리고 루딘 백작 부부에게 검부터 들이대던 모습이 아주아주 선명하게 떠올랐다.
그때 카르하는 나름대로 예의를 차린다고 검날이 아닌 검집째로 들이대긴 했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자면, 보통은 그 정도만 해도 감옥에 들어갔다.
체샤는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감옥 갇혔네, 갇혔어.’
이걸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키에른도, 벨제온도, 이슈엘도 다 외출한 상황인데.
그나마 이슈엘이 이브로이엘 공작저에서 수업을 듣고 있을 테니, 연락을 넣어 불러올 만했다.
“긍데 왜 깜옥 갔어요?”
“용병들과 시비가 붙었다고 합니다. 자세한 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없던 자리에서 일어난 일인지라.”
“후웅…….”
치안소로 끌려간 카르하는 자신의 신분을 밝혔다.
하지만 그를 증명할 만한 신분증이 없었다.
바실리안 백작가가 사교계 활동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지라, 치안대원 중에서 그의 얼굴을 알아보는 이도 없었다.
“이런 경우에는 신분을 증명해 줄 가족이나 지인이 찾아와 인도하는 게 원칙인지라, 부득이하게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치안대장인 테오가 카르하의 신분을 증명해 주었으면 일이 제일 간단했을 터였다.
그러나 부정을 방지하기 위해, 치안대 소속인 자들은 직계 가족인 경우를 제외하곤 수감자의 신원을 보증하는 일이 금지되었다.
하여 방법을 강구하다가 이곳까지 직접 찾아온 것이다.
테오가 귀족이니 체샤의 신분을 증명해 주고.
체샤가 카르하의 가족임을 확인해 주면 될 것 같다고 계획을 말해 주었다.
“번거롭지만 이 방법뿐이라서요. 협조를 부탁드리겠습니다.”
비장한 곰돌이의 말에 체샤도 심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슈엘에게 연락을 넣어 놓고, 일단 테오와 함께 치안대를 먼저 찾아가면 될 듯했다.
체샤도 예전에 치안대한테 붙잡혀 감옥에 갇힌 적 있었다.
혼자 차가운 쇠창살 뒤에 갇혀 있으니 얼마나 서럽던지…….
찾아와 줄 가족도, 지인도 없어서 정말로 고생했다.
어쩔 수 없이 치안대원들 전부를 때려눕히고 도망갔더랬다.
‘하지만 그거야 내가 막 나가는 요정이라서 가능했던 거고.’
지금 카르하는 바실리안 백작가의 도련님이니 그래선 안 된다.
체샤는 폴짝 소파 아래로 내려섰다.
그리고 챙이 넓은 모자를 하나 챙기며 말했다.
“오라버니한테 데려다쭈새요.”
“예,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모자를 쓰자, 테오는 제 어깨 위에 체샤를 올렸다.
“…….”
체샤는 어이없는 눈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그러자 테오가 매우 당황해하며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아, 불편하십니까? 사촌 동생들은 이렇게 해 주면 좋아하던데…….”
너무 작아서 손에 들고 있으면 부서뜨릴까 봐 겁이 나서 그런다며, 정중하게 양해를 구해 왔다.
남의 어깨에 올라앉는 건 또 처음이었다.
그래도 어깨가 워낙 넓다 보니 나름대로 승차감이 괜찮았다.
체샤는 곰돌이 위에 앉아서 명령했다.
“깝시다!”
“예!”
호텔에서 나서기 전, 직원에게 부탁해 이슈엘에게 연락을 넣었다.
그리고 테오와 함께 길에 나섰다.
초대형 곰돌이와 초소형 아기의 조합에 모든 사람들이 쳐다보았다.
체샤는 모자를 조금 더 깊이 눌러썼다.
같이 걸어가다 보니, 확실히 테오는 제대로 검술을 수련한 기사라는 사실이 느껴졌다.
절도 있는 걸음걸이와 움직임에선 군더더기가 없었다.
커다란 덩치임에도 불구하고 둔중한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아서 신기했다.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곰 같았다.
네메아 후작가의 상징은 날개 달린 사자였다.
바실리안을 종종 뱀이라 칭하듯이, 네메아의 용맹한 혈통들에게는 존경의 의미를 담아 사자라 부르곤 했는데…….
‘이놈은 아무리 봐도 곰이란 말이지.’
사자 같은 느낌이라곤 조금도 찾아볼 수 없는 네메아 후작가의 영식이 신기했다.
무려 후작가 영식씩이나 되어선, 수도 치안대에서 일하는 것도 말이다.
치안대장이긴 하지만 그래도 조금 낮은 직위라는 감이 있었다.
보통 황실 기사단에 소속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었다.
아니면 네메아 후작가답게 아예 최전방으로 가 버리거나.
이도 저도 아닌 테오가 궁금했다.
빤히 관찰하는 시선을 다른 쪽으로 오해했는지, 테오는 갑자기 주섬주섬 말했다.
“카르하 님은 예전에 동부에서 한 번 뵌 적이 있어서 얼굴을 알고 있습니다.”
곰돌이가 동부에 왔었다니.
순진한 그는 독사 같은 바실리안들한테 물어뜯겨서 뼈도 못 추리기에 딱 좋은 성격이었다.
어떻게 무사히 살아 돌아갔는지 궁금했다.
체샤는 동부의 검은 숲과 테오를 나란히 둬 보았다가, 끔찍하게 어울리지 않음을 깨닫곤 혼자 웃었다.
테오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어느새 치안대 건물에 도착했다.
치안소는 수도 광장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 위치했는데, 커다란 감옥을 함께 갖추고 있었다.
경범죄자를 임시로 수감해 두는 시설이었다.
“대장님, 오셨습…….”
테오의 등장에 뛰어나오던 치안대원들이 잠시 말을 멈췄다.
그들은 테오의 어깨 위에 인형처럼 얹어진 아기를 보고 입을 떡 벌렸다가, 뒤늦게 이어 말했다.
“…니까?”
“바실리안의 신분을 증명해 줄 분을 데려왔다.”
간략한 설명에 치안대원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요새 수도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는, 그 유명한 ‘바실리안가의 입양아’라는 사실을 알아챈 것이다.
덩치가 산만 한 여자와 남자들이 몰려와 테오를 둘러쌌다.
“우와…. 저 살면서 이렇게 예쁜 거 처음 봅니다.”
“어디서 인형 사 오신 거 아닙니까?”
시끌벅적한 그들에게 체샤는 용건을 말했다.
“오라버니 꺼내 주새요.”
“…아.”
치안대원들은 서로 곤란한 눈빛을 주고받았다.
“그… 당장 꺼내 드리긴 어렵고. 일단 만나 보시는 걸로…….”
다들 우물쭈물하는 모습에 테오가 굵직한 눈썹을 힘 있게 찌푸렸다.
“무슨 일이 생긴 건가?”
“예, 대장님…….”
대원들은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어지간히 골치가 아픈 문제가 터진 듯했다.
“일단 아가씨를 카르하 님께 데려다 드리는 게 어떻겠습니까?”
면회 먼저 시켜 주자는 것이었다.
테오는 체샤를 데리고 치안소 안쪽, 감옥 구역으로 들어갔다.
칸칸이 구분된 감옥에는 이미 몇몇 사람들이 갇혀 있었다.
대부분 건달이나 술에 취한 놈들뿐이었다.
카르하는 가장 안쪽 독방에 갇혀 있었다.
어른들만 잔뜩 모인 공간에서 혼자 말간 얼굴을 한 소년은 지푸라기가 덮인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테오는 체샤를 내려 주었다.
“저는 잠시 대원들과 이야기 좀 나누고 오겠습니다.”
대충 고개를 끄덕인 체샤는 얼른 종종걸음으로 카르하에게 뛰어갔다.
쇠창살에 착 달라붙어서 그를 불렀다.
“오라버니.”
무료하게 바닥만 보던 카르하가 스윽 시선을 올렸다.
체샤를 확인한 소년의 눈이 커졌다.
“…아기?”
카르하는 놀라서 고개를 번쩍 치켜들었다.
그리고 허둥지둥 무릎걸음으로 쇠창살 가까이 다가왔다.
그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말했다.
“뭐야. 아기가 왜 여기 있어. 설마 너도 잡혀 온 건 아니지?”
체샤는 방싯 웃으며 농담했다.
“구해 주러 와쏘요!”
“…….”
쇠창살을 붙잡은 카르하가 입술을 꾹 다물었다.
세모 모양으로 다물린 입술에 턱이 호두처럼 쪼글쪼글해졌다.
의젓하게 갇혀 있었지만, 체샤가 와 주니 좋은 모양이었다.
카르하는 한숨을 푹 내쉬며 중얼거렸다.
“당분간 갇혀 있어야 할지도 몰라.”
금방 문제가 해결될 줄 알았는데.
체샤는 고개를 갸웃했다.
“용병들이랑 시비 붙었는데. 알고 보니 소성인 기도회에 참석하는 외국 왕족을 경호하는 놈들이더라고. 하필이면 제도 관광 중에 나랑 시비가 붙어서…….”
카르하가 우울하게 중얼거렸다.
“지금 나 왕족 모독죄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