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ron' Son has Paranormal Abilities RAW novel - Chapter (1)
남작 아들은 초상능력자-1화(1/252)
제1화
제1편 또 초상능력자(1)
짹짹짹.
이름 모를 새들이 지저귀는 아름다운 정원.
한가롭게 선베드에 누워 일광욕, 아니 두꺼운 서적을 뒤적이며 지식을 탐독하는 사내가 있다.
루이드 D 포커드.
포커드 남작 가문의 막내 공자님.
그게 바로 나다.
사락.
길고 쭉 뻗은 멋진 손가락으로 책장을 넘긴다.
‘캬, 팔자 늘어진다.’
난 내 삶에 그럭저럭 만족하며 살고 있다.
이번에 내게 주어진 건 꽤 나쁘지 않거든.
일단 고귀한 혈통.
아버지인 포커드 남작의 영지는 전체 인구가 2만 5천 명 정도의 작은 곳이다.
하지만, 인망 있는 귀족이라 어딜 가서든 이름 때문에 부끄러울 일은 없다.
아마도.
사실 난 영지 밖으로 나간 적이 없다. 모든 건 형님들께 들은 말이다.
이전에는 꽤 큰 가문이었다고 하던데, 이미 오래전 쇠락에 쇠락을 거듭한 모양. 그리고 여전히…….
‘어쨌든 먹고 사는 데 지장만 없으면 상관없지.’
일단 내 생각은 그렇다.
지금껏 먹고 사는 데 전혀 문제없었다.
아마 앞으로도 그렇겠지.
나 하나쯤이야.
사실 귀족의 셋째 아들쯤 되면 어디든 물려받을 재산도, 직책도 없기 마련이다.
스스로 공을 인정받아 국왕에게 작위와 장원을 하사받아야 한다.
장원이란 왕이 영주에게, 영주가 가신이나 기사에게 내려주는 영지.
기사나 마법사가 되면 확률이 높아진다.
그게 안 되면 왕궁 관리나 귀족의 가신이 되는 것이 수순.
기사, 마법사. 멋지지.
그런데 나는 마나 친화력이나 오러 감응력 따윈 1도 없다.
다 걸고 하나도.
진짜 개미 똥만큼도.
그야말로 무.재.능.
그런 날 위해 포커드 남작은 인구 400명의 작은 마을을 장원으로 주었다.
사실 거창한 건 아니고, 아버지께서 아끼는 막내아들을 위해 최소한 입에 풀칠이라도 할 수 있게 살길을 터 주신 거다.
“포커드 남작은 너무 정이 많아. 인구가 2만 5천밖에 안되는 영지에서 셋째의 장원까지 챙겨주다니.”
영지의 전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 막내 공자.
포커드 남작에게도, 남작령을 물려받을 큰 형님에게도 손해다.
내 생각엔 포커드 가문 사람들의 문제가 이거다.
정 많고 착하기만 하니 가문이 쇠락하는 거 아니겠어?
아버지와 가족에게 너무 차가운 거 아니냐고?
무슨 소리.
난 포커드 가문을 사랑한다.
아버지도 어머니도, 위로 둘 있는 형님들도.
하지만 어쩔 수 없는 거리감이 있달까.
내겐 그럴 만한 특별한 비밀이 있다.
사실 난 21세기 지구에서 온 전생자다.
외관은 멀쩡하게 이곳 사람들과 같으니 전생 기억자라고 해야 할까.
내가 전생자니, 전생 기억자니, 마나나 오러 같은 것에 잘 적응할 수 있었던 이유도 있다.
내가 가진 전생의 기억조차 꽤나 판타지스러웠기 때문.
21세기 지구에선, 내가 10살이 되던 날 게이트가 열렸다.
하늘과 땅 위에 열린 문에선 온갖 재앙이 쏟아져 나와 세계를 무너뜨렸다.
10살 생일.
그때 난 모든 걸 잃었다.
대참사의 중심에서 가족을 잃었고, 살아남기 위해 무슨 일이든 해야 했다.
그러니까 내가 말했잖아.
‘이번’에 내게 주어진 건 나쁘지 않다고.
이번 생에 존재하는 몬스터 정도는 그날의 재앙에 비할 바가 아니니까.
날 끔찍이 사랑하는 부모님도, 이번엔 내가 20살이 될 때까지 살아계신다.
게다가 무척 건강하시지.
“전생에서처럼 초상 능력이 각성했다면, 가문에 도움이 되었을 텐데.”
그건 참 아쉬운 일이었다.
초상능력(超常能力).
한 마디로 초능력이다.
영화에, 만화에, 소설에 나오는 초자연적인 힘.
온전한 미지의 힘.
세계에는 인과율이 있다는데, 재앙에 맞춰 인류에게 주어진 무기가 아니었을까.
21세기 지구에서 초상능력을 얻은 사람은 곧 재앙과 맞서기 시작했고 헌터로 불렸다.
그들 덕분에 세계는 빠르게 회복.
그렇게 될 수 있었던 건, 역시 느린 건 못 참는 한국인의 기질이 큰 영향을 미쳤다.
위기를 기회로!
어려운 순간에 대한민국은 미친 듯한 단합력을 보여주었다.
히어로의 나라 미국이나 선진국이라는 자존심이 어마어마한 유럽보다 더 빨리.
전 세계가 놀랐다. 열광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헌터들은 영웅이라기보다 몬스터 처리반 같은 직업으로 전락했지만.
재앙은 순식간에 돈벌이가 되는 사업으로 바뀌었다는 거다.
‘나 역시 불행과 맞바꾼 초상능력으로 살아남았었지.’
능력도 나쁘지 않아서, 직접 재앙을 맞닥뜨린 세대 중에서 꽤 잘 살았다.
그러다가 40살 생일, 던전에서 훅 갔다.
하, 결혼은커녕 제대로 된 연애도 못 해 봤는데. 젠장.
그러고 보니 또 생일?
나 진짜 생일에 액이 꼈나?
어쨌든, 전생의 헌터들은 대부분 그렇게 살았다.
불행하고 불운하고. 우울하고 칙칙하고.
그러니까 딱히 한 같은 건 없다.
재앙 속에서도 일하느라 바빴으니까, 차라리 계속해서 쉬고 싶었다.
그런데 왜 환생 같은 걸 하고 난리냐고!
절대로 연애나, 결혼이나, 자식을 낳는다거나 가족을 갖는 데 집착 같은 거 안 했으니까! 진짜로!
그러나 환생이란 걸 해버렸으니 어쩌겠는가.
살기는 해야 했다.
갓난아기 상태니 스스로 죽기도 어려웠고.
아기가 되어보니 좋더라. 물론 미친 듯이 지루하기는 했지만.
오랜만에 느껴보는, 이제는 기억나지도 않는.
사랑받는 느낌.
전생 덕분에 나는 유년 시절부터 포커드 가문의 촉망받는 영재였다.
뭐든지 빠르고 의젓하고 영특한, 가문의 기대를 한껏 받는 귀여운 막내아들.
모두가 포커드 가문의 축복이라 했다.
이대로라면 탄탄대로였다.
그런데 검술 훈련을 시작하면서부터 뭔가 이상했다.
‘어라, 공자님 설마…….’
‘아니야, 좀 더 시켜 보자고.’
‘흠, 이게 이럴 수가 있나? 기사 집안에서……. 하긴, 둘째도 그랬으니. 그럼 마나 친화력은?’
앞서 말했다시피.
없었다.
하나도.
정말로.
1도.
그야말로 무.재.능.
정 많고 착한 포커드 남작 부부는 돌변했다.
품었던 기대는 실망 대신 측은함이 되었다.
나를 ‘과보호’하기 시작한 것.
……정말이지. 말랑한 사람들이다.
이후로 그들에겐 내가 아픈 손가락이자 눈에 넣어도 안 아플 가여운 막내.
불면 꺼질까 쥐면 바스러질까 무서운 똥강아지가 된 것이다!
의도한 건 아니지만, 이렇게 된 이상 나도 맞춰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런 거다.
이번 생에 나의 목표가 ‘그냥 무던하게 잘 살기’가 된 건 말이지.
새로 생긴 좋은 부모의 마음을 상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혹여 내가 다치기라도 하면 포커드 부부는 상심하여 몸져눕기 일쑤였다.
에헴, 아무렴.
내가 아무것도 안 하는 건, 그들을 도와주는 거다!
누이 좋고 매부 좋고, 님도 보고 뽕도 따고.
WIN, WIN.
문제는 따로 있었다.
아무것도 안 하는 게 좋긴 한데, 진짜로 할 게 없다.
놀거리? 없다.
재밌는 거? 없다!
술이 맛있냐 하면, 그것도 정말 아니다!
지구의 과거 중세, 암흑기와 비슷하다고 할까?
암.흑.기.
스마트폰도 TV도 인터넷도 시원한 맥주나 치킨도 없는 세상이라는 거다.
내게 선택지는 없었다.
취미라고 할 만한 건 그나마 승마와 독서뿐.
그래서 오늘도 이렇게, 한가롭게 책이나 읽고 있는 것이다.
“후아아암.”
팔락, 팔락.
“아놔, 진짜 드럽게 재미없네. 치워. 탈락.”
기사 세테르반스 전기.
망작 중의 망작.
할 수 있는 거라곤 책 읽기밖에 없는데 이렇게 재미없을 수 있냐?
“확, 소설가나 되어 버려?”
21세기에서 웹소설 보던 짬밥으로 덤비면 어떻게…….
오? 생각보다 좋은 방법인 것 같은데?
어차피 검사나 마법사가 될 일은 절대로 없을 테니까.
하지만 그렇게 된다면 괴짜 취급이 더욱 심해질 테지.
이미 놈팡이 막내아들이라고 소문이 자자하니.
“아놔……. 음, 진짜로 재밌는 거 없나?”
주위에 쌓인 책더미를 뒤져봤지만, 죄다 읽은 책이다.
심지어 그렇게 재밌지도 않았던.
“하, 실화냐.”
한숨이 절로 나왔다.
이 세계는 책의 가격이 무진장 비싸서 쉽게 구입할 경로도 잘 없거니와 운이 좋으면 한 달에 10권 정도 겨우 살 수 있었다.
그것도 내 용돈이 허락할 때의 이야기.
전생의 웹소설은 매일 쏟아지는 신작을 다 감당할 수 없어서, 좋아하는 것만 골라서 볼 수 있었다.
그래도 읽을거리가 차고 넘쳤다.
영 시원찮으면 별점을 때리며 시시하다고 댓글로 훈수도 좀 두고.
배가 불렀었지.
그때가 그립다.
“찌뿌둥하네. 몸에 대한 예의상 좀 움직여볼까.”
이제 더 읽을 책도 없다.
말이라도 타야겠어.
나의 애마.
백마 막시무스.
너와 함께 바람을 좀 즐겨야겠어.
막시무스의 흰 갈기를 떠올리며 몸을 일으켰다.
벌떡. 휘청.
주위에 쌓아둔 책에 발이 걸린다.
“엥?”
시선이 고꾸라진다.
“어어!”
쾅! 눈앞이 번쩍한다.
“아야야야……. 이씨, X병.”
아파 죽겠지만 괜찮다.
진짜 괜찮은 게, 이 젊은 몸.
마흔 먹고 삐걱거리던 신체랑은 차원이 다르다고.
이 몸으론 돌도 씹어먹을 수…….
아니, 아니다.
겁나 아프다.
머리부터 부딪혔다. 젠장…….
갑자기 어지러워. 뇌진탕 아냐?
안 돼…….
개꿀 빨며 살아야 한다고, 이번엔 할 수 있다고.
이대로 죽는 건…….
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머리가 맑아졌다.
[띠링.] [플레이어 시스템이 해금되었습니다.]뭐임?
[PC:루이드 D 포커드]▷Lv.1(금속의 주인.)
-근력:10(-)
-건강:13(-)
-민첩:8(-)
-지식:12(-)
-지혜:10(-)
-행운:9(-)
“황당하네. 나 설마 각성했냐?”
* * *
루이드는 책더미 사이에 처박힌 채로 인상을 찡그렸다.
[PC:루이드 D 포커드]▷Lv.1(금속의 주인.)
영향력:금속 지배.
그에게 너무 익숙한 화면.
시스템 창.
전생의 헌터들에게 보이던 이능.
마치 게임 캐릭터처럼 자신을 육성할 수 있는, 인과율의 선물이었다.
“이게 여기서도 각성이 되네? 그럼 정말로 전생 기억자가 아니라, 전생자가 맞는 건가.”
루이드는 후다닥 일어났다.
휙, 휙.
주위를 둘러보았으나 넓은 정원에는 루이드 단 한 사람뿐이었다.
“하긴, 곧 저녁 소집이지.”
시종인들이 모두 모여 일과를 정리하는 시간.
게다가 루이드가 책을 읽고 있던 곳은 한적한 뒤뜰이기도 했다.
“전생에서처럼……. 초상능력자.”
금속 지배.
전생에서는 이 능력을 사용해서 금속을 자유자재로 조종했다.
재앙 이전에 개봉했던 코믹스 기반 영화 Z 맨 시리즈의 마그마토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었다.
루이드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손을 뻗었다.
‘얼마나 이 능력을 사용할 수 있을까? 물론 방금 각성했으니 약하겠지.’
하지만, 루이드는 전생에서 이 능력을 20년 이상 사용했었다.
꽤 잘나가는 헌터였고.
“하앗!”
가장 깊은 내면에서 스멀거리며 피어나는 초상능력의 힘.
익숙한 힘이 천천히 몸 안을 휘감기 시작했다.
귀가 움찔대고 머리끝부터 발가락까지 쭈뼛 소름이 끼쳤다.
[금속 지배 가동.] [금속 지배 능력을 사용하는 법을 처음 깨닫습니다.]반투명한 시스템 창이 알람을 울려댔다.
‘된다. 힘을 다룰 수 있어!’
선베드 옆 작은 탁자에 있던 식기가 보였다.
주석으로 만든 잔과 포크, 나이프.
루이드가 먹다 남긴 케이크가 담긴 그릇.
드르르륵.
집중하자 식기가 덜그럭대며 진동했다.
촤아아아!!!
순식간에 루이드의 코앞까지 끌어 당겨진 식기!
“허, 허어…….”
루이드는 손의 각도를 틀어가며 식기의 움직임을 제어했다.
버벅거리기는 해도 식기가 원하는 대로 빙글 돌아간다.
“하, 하하. 하하하. 진짜 되잖아.”
안 그래도 꿀 빠는 인생.
개꿀 빨게 생긴 것이다.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식기들을 바라보고 있자니 덜컥 걱정이 앞섰다.
“이걸 뭐라고 둘러대야 하나……. 혈계 능력이라고 해야 하나?”
혈계(血界) 능력.
‘이 세계’에 존재하는 초상능력 발현 중 하나였다.
마나나 오러, 정령력은 배우고 수련하며 단련해 발전시킨다.
어느 정도 재능이 있어야 수월하지만, 재능이 없어도 죽도록 노력하면 어느 정도 경지를 이룰 수 있었다.
1~2클래스 마법사라던지. 오러 비기너 정도는.
혈계 능력에 비하면 훨씬 학문적 성과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그러기 위해선 시간과 경제적인 여건이 따라줘야 했다.
루이드는 보통 일반인의 재능 수준보다 낮았기에, 상당히 힘든 경우였다.
게다가 노력도 안 했다.
물론, 부모님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에 비해 혈계 능력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냥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능력.
되겠다고 될 수 없는 능력.
배우지 못한 천한 신분의 자에게서도 갑자기 발현하는.
그렇기에 희소성이 높은 능력이었다.
전생의 헌터들처럼.
루이드처럼.
“걔들도 지금 나랑 비슷한 느낌으로 각성할까?”
비밀에 둘러싸인 능력이니 그럴 수 있었다.
하지만 아직 알려진 대로라면, 이런 시스템 창이 생긴다는 말은 없었다.
‘걔네가 시스템 창을 설명할 길이 없긴 하다만.’
“루이드 도련님.”
“으악!”
챙그랑!!
등 뒤에서 갑작스레 부르는 목소리에 루이드는 거의 뛰어오를 뻔했다.
그와 동시에 루이드 앞에 떠 있던 식기들이 바닥으로 추락했다.
“뭐, 뭐, 뭐, 왜. 엠마. 왜.”
루이드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며, 무척이나 부자연스럽게 활짝 웃었다.
“왜 그렇게 놀라셔요?”
시녀 엠마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머, 도련님 얼굴과 옷이 흙투성이…….”
걱정을 가득 담은 갈색 눈이 루이드를 아래위로 훑었다.
그녀는 얼른 손수건을 꺼냈다.
“앗, 내가 할게. 줘.”
21세기 지구에서 살았던 루이드로서는 이 세상의 보통 귀족들처럼 사용인들을 막 대하기 어려웠다.
전생의 대부분을 을로 살아왔기 때문이었다.
루이드는 서비스직에게 막 대하는 인간을 가장 혐오했다.
그렇게 40년을 살았더니, 귀족으로서 20년을 살아도 이는 좀처럼 변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이 성에서 사용인들이 가장 편해하는 존재는 루이드였다.
그녀는 루이드와 또래로 영주 성에서 오랜 기간 사용인으로 있은 시녀.
그만큼 친근했다.
“어, 그게. 선베드에서 떨어졌어.”
“저기서요?”
아주 낮은 선베드.
루이드의 무릎까지도 오지 않는 높이였다.
“요란하게도 넘어지셨네요. 저녁 드실 시간이에요.”
엠마는 살짝 미소 지으며 바닥에 널브러진 식기들을 줍기 시작했다.
‘못 봤나?’
루이드는 괜히 머리를 긁으며 책을 집어 들었다.
* * *
“조금 늦었구나.”
옷을 갈아입은 루이드가 도착한 다이닝룸. 이미 포커드 남작 부부와 맏형 부부가 앉아 있었다.
가장 상석에 앉은 루이드의 아버지, 제이스 포커드가 눈썹을 찌푸렸다.
평소보다 굳어있는 얼굴.
“죄송합니다. 정원에서 책을 읽다가 그만.”
루이드는 깍듯하게 인사를 하고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포커드 가문은 식사 예절이 빡빡한 편이었다.
독립해서 왕도의 관리로 있는 둘째 형을 제외하고는 아침, 점심, 저녁을 온 가족이 함께해야 했다.
“도련님은 책을 정말 좋아하시는군요.”
포커드 가문의 일원이 된 지 일 년도 되지 않은 루이드의 형수, 에밀리가 수줍게 미소 지었다.
“하여간 어릴 때부터 별난 녀석이라니까.”
케인 포커드가 가지런한 이를 드러내며 활짝 웃었다.
남작령의 병력은 상시 병사 800명에, 기사는 아버지를 포함해 4명.
그 넷 중 하나인, 루이드의 첫째 형이었다.
루이드는 형을 존경했다.
자신과 달리 형은 실력 있는 좋은 검사였다.
성격도 좋았다.
다정한 포커드 부부의 성품을 모두 물려받았다.
게다가 같은 남자가 봐도 인정할 만큼 잘생겼다.
‘물론 나도 빠지진 않지만.’
루이드가 이번 생에서 또 하나 만족스러워하는 것이 바로 얼굴이었다.
전생에 비교하면, 연예인급이라고 할 수 있었다.
흑단처럼 검은 머리와 사파이어와 같이 푸른 눈동자.
뚜렷한 이목구비. 진한 눈썹.
하지만 그 무엇보다 만족스러운 건 풍성한 머리숱.
모판에 심어놓은 모종처럼 아주 빽빽했다.
‘포커드의 유전자. 아주 마음에 들어.’
루이드가 실실 웃으며 자리에 앉았다.
굳은 표정으로 묵묵히 있던 제이스 포커드 남작이 입을 열었다.
“다녀와라.”
“네?”
뜬금없는 말에 루이드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제이스를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