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ron' Son has Paranormal Abilities RAW novel - Chapter (100)
남작 아들은 초상능력자-100화(100/252)
제100화
제25편 길들이는 자(4)
“뭐가 이상한데?”
아르헬이 아샤라를 올려다보았다.
“그리슨빌로 돌아온 뒤로 허구한 날 붙어 있잖아.”
이곳은 그리슨빌의 혈계 능력자 훈련장이었다.
솔라와 엠마, 아샤라와 아르헬. 또 데모니어스까지 모여 훈련을 하던 참이었다.
훈련장 구석에는 선배드를 펼쳐 놓고 한가롭게 책을 읽는 루이드가 있었다.
“응? 그러면 아샤라는 좋은 거 아니야?”
“엑?! 뭐, 뭐라고? 내가 왜!”
“그야 아샤라는…….”
아르헬이 능글거리는 눈으로 아샤라를 보았다.
“그만, 그만!”
아샤라가 아르헬의 입을 틀어막았다.
“얘는 누굴 닮아서……!”
아샤라의 눈이 재빨리 루이드를 쫓았다.
루이드는 무슨 소리가 나던지 말든지 상관하지 않고 책에 푹 빠져 있었다.
‘참나, 그간 별 진전이 없었던 엠마가 갑자기 성장했단 말이지.’
아샤라는 그것이 꽤 신경 쓰였다.
아직 4 클래스 마스터에 머물러 있는 자신에 비해, 엠마의 성장이 두드러지게 빨랐기 때문.
물론 아샤라는 혈계 능력자가 아니었다.
마나에 재능이 있는 마법사.
그것만 해도 엄청나게 특별한 사람이었지만.
‘혈계 능력자들에 둘러싸여 지내니까, 기죽네?’
에벨리에서도 꿀리지 않았다.
어린 나이에 승승장구하며 노련한 마법사들의 콧대도 눌러줬던 아샤라였으니까.
번쩍!
콰과과광!!!
수련장에 있는 금속 허수아비에 낙뢰가 내리꽂혔다.
슈우우욱.
금속 허수아비에서 김이 펄펄 났다.
“와아, 엄청난걸. 솔라! 더 강해진 것 같아!”
루이드가 읽던 책을 가슴에 얹어 놓고 손뼉을 쳤다.
“…….”
솔라는 쑥스럽다는 듯 뒷머리를 긁적거렸다.
‘확실히. 솔라의 기술은 훨씬 강력하고 세련되게 변하고 있어.’
아샤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 데려왔을 때는 마치 짐승 같았다.
뇌격도 되는 대로 내려꽂힐 뿐이었다.
하지만 함께 훈련하는 동안, 함께 지내는 동안, 솔라의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해갔다.
비단 공격뿐 아니었다.
그녀의 행동 방식, 표정.
모든 것이 학대받던 노예 소녀라고는 짐작하기 어려웠다.
예의바르고 자신감이 넘쳤다.
‘좋은 일인데 말이야. 왜 샘이 나냐고!’
아샤라가 고개를 돌리니 한쪽에서는 엠마가 훈련에 몰두하고 있었다.
마법 기구 앞에 서 있는 엠마.
기구는 마치 코인 야구장의 기계처럼 생긴 것이었다.
아샤라는 코인 야구장 기계 따윈 몰랐지만, 루이드가 구상하고 제안했다.
기술자 에린과 아샤라의 마법 기구 설계술, 드워프들이 머리를 모아 만든 결과물이었다.
기구를 만드는데 리봉의 공, 즉 고무도 사용되었다.
중요한 것은 이를 자동으로 움직일 모터와 전기였는데, 그 부분에선 아샤라의 지식이 빛을 발했다.
소량의 마정석을 원료로 하여 돌아가게 만든 것!
덕분에 단순한 기구는 마법 기구가 되었다.
대륙에 단 하나밖에 없을 마법 기구!
휘익!
퍼어어억!!
기구가 바위를 뱉어내니, 엠마가 그것을 주먹으로 쳐냈다.
바스스스.
엠마의 주먹에 닿은 바위는 순식간에 가루가 되어버렸다.
“와아아! 엠마, 정말 대단해! 너한테 닿는 건 뭐든 이 세상에서 지워져 버리는구나!”
루이드가 다시 손뼉을 쳤다.
그의 말대로 바위는 가루조차 남기지 않았다.
증발해버린 것처럼 사라졌다.
‘확실히, 업그레이드 된 능력이 무시무시해. 엄청나. 대단해.’
아샤라는 침울해졌다.
‘좋은 일인데……. 그게 맞는데 왜…….’
이런 마법 기구를 개발해낸 아샤라의 기술은 참으로 대단한 것이었다.
하지만 아샤라는 자신이 뒤처진다고 생각했다.
‘왜 이렇게 우울한 거야.’
척척척.
어느새 가까워진 발소리에 아샤라가 고개를 들었다.
“아샤라, 뭐해.”
루이드였다.
“아, 음. 뭐긴요. 그냥 늘 하듯이 혈계 능력자들 훈련시키고. 또…….”
아샤라는 우물거렸다.
왠지 지금은 딱히 대화하고 싶지 않았다.
‘아르헬도 신비 드래곤이지. 마법 수준도 날로 늘어가고 있어. 곧 내 실력을 따라잡을지도 몰라. 루이드 님 주변에는 대단한 녀석들뿐이야. 나 같은 건…….’
새로 나타난 데모니어스는 논외였다.
“왜 풀이 죽었어?”
“네? 내, 내가요? 무슨 그런 말씀을……. 전…….”
“그럼 다행인데.”
루이드가 아샤라의 머리에 손을 턱 올렸다.
“여하튼 수고가 많아. 내 마법 주머니 덕분에 자리를 비워도 전혀 걱정이 안 됐거든.”
“……!!”
“고생했어. 이젠 내가 같이 거들 테니까.”
아샤라는 놀란 얼굴이었다.
“내가 맡긴 일을 하느라 네 훈련과 연구도 뒷전이었을 테니, 무척 고맙고 미안하게 생각해. 이제 내가 있으니까 너도……. 응?”
그녀의 얼굴은 어느새 홍당무처럼 달아올라 있었다.
“어……. 같이 한다니까? 화내지 마.”
루이드가 심각해진 얼굴로 아샤라의 눈치를 봤다.
“……화난 거 아녜요.”
“진짜로? 지금 얼굴 장난 아니게 무서운데? 오크 대장 같아.”
“뭐라구욧?!”
아샤라가 왁! 하고 소리를 질렀다.
루이드는 킬킬대며 아샤라의 주먹을 피했다.
‘아, 재밌다. 재밌어.’
루이드는 눈앞에 뜨는 시스템 알람을 보며 즐거울 뿐이었다.
[길들이는 자의 숙련도가 상승합니다. +0.035] [길들이는 자의 숙련도가…….]스킬의 설명대로, 그냥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스킬의 숙련도가 올라가고 있었다.
그렇다는 말은 루이드 주위의 혈계 능력자들이나 오러 사용자, 마나 사용자의 능력도 상승 중이라는 것.
‘이보다 더 윈윈인 스킬이 있을까? 진짜 최곤데.’
이제 혈계 능력자의 육성은 시간문제.
루이드는 앞으로 더더욱 이들과 붙어 있을 예정이었다.
아샤라와 루이드가 투닥대는 사이, 훈련장 너머 복도에서 가신 하나가 나타났다.
“백작님, 센티미온에서 누가 찾아오셨는데요.”
“응? 센티미온?”
센티미온이라면 형 케인이 다스리고 있는 남작령의 영지였다.
킬베리움과 바로 맞닿아있는 영지.
그리슨빌에서는 두 달이나 걸리는 먼 거리였다.
“누구지?”
짐작이 가는 사람이 없었다.
“다들 훈련 파이팅!”
루이드는 훈련장의 모두에게 손을 흔들어 주며 가신의 뒤를 따라나섰다.
손님에 대한 궁금증이 무럭무럭 자라날 때쯤, 루이드는 응접실에 도착했다.
“백작님!”
“어!”
구불구불한 물빛 머리가 길게 나풀거렸다.
“멜리옌!”
루이드는 활짝 웃었다. 하지만 속으로는 조금 당황했다.
‘깜빡 잊고 있었다고 하면 화내겠지?’
멀티플 정령 술사 멜리옌.
센티미온 일대에서 지하 암반수 취수장과 곡식 품종개발 연구실, 술 연구실까지 도맡은 인재였다.
‘……잊어버리기엔 너무 많은 일을 맡겼었군. 하지만 사건 사고가 끊이질 않았잖아. 라고 둘러대도 안 통하겠지.’
포옹, 퐁!
멜리옌의 주위로 정령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물의 정령 운다인, 대지의 정령 노움, 불의 정령 샐러맨더였다.
「루이드!」
운다인이 밝게 인사했다.
「너무 보고 싶었어!」
「흥, 우릴 방치하고 말이야.」
노움이 빈정거렸다.
사실 노움의 말이 틀리지 않았기에 루이드는 반박할 수가 없었다.
“에이, 방치라니……. 하하하. 멜리옌 잘 왔어. 잘 지냈어? 센티미온은 어때? ”
“네, 저는 잘 지내고 있었답니다.”
그렇게 말하는 멜리옌의 얼굴은 무척이나 수척했다.
‘……음, 아주 그냥 매일 엄청난 업무에 시달린 얼굴이로군.’
루이드는 양심이 콕콕 찔렸다.
“큰 문제는 일어나지 않았어요. 다행스럽게도요. 후후후.”
어쩐지 어두운 그림자가 끼어 있는 멜리옌이었다.
루이드는 괜히 헛기침했다.
“케인 님께서 허가해 주셔서 정령사들을 더 고용했어요. 물의 정령사와 대지의 정령사요.”
“오, 형님께서 잘 협조해주고 있다니 다행이군.”
“덕분에 제가 없어도 지하 암반수를 끌어내는 작업이 수월하게 진행되고 있고요. 물이 부족한 영지민들에게도 제대로 공급되고 있죠.”
“음, 거길 벗어나려고 열심히 후계자를 양성했나 보군?”
루이드는 농담을 한 것이었는데 멜리옌의 표정은 더욱 핼쑥해졌다.
“네, 맞아요. 이날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말이에요.”
「다른 정령사들이 구실을 하기까지 멜리옌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멜리옌은 정령사들을 제대로 가르치기 전까지 다른 건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어. 불쌍하게도…….」
「으하하하! 바보, 바보! 이건 계약 위반이야!」
정령들이 번갈아 가며 투덜거리고 씩씩댔다.
“계약 위반……?”
루이드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우리가 원하는 건 신비 드래곤을 볼 수 있는 거 단 하나였잖아!」
노움이 얼굴을 잔뜩 찌푸렸다.
“앗……!!”
그랬다.
애초에 멜리옌이 루이드를 찾아온 것은 신비 드래곤인 아르헬 때문이었다.
멜리옌은 비용도 받지 않고 무상으로 루이드의 일을 돕기로 했는데, 그 역시 신비 드래곤인 아르헬을 구경하는 것이 조건이었다.
그러니까 정령들의 말대로.
루이드는 계약 위반을 한 것이다!
“어, 그게……. 그렇네. 미안해.”
루이드는 진심으로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큰일이네. 멜리옌이 돌아가 버린다고 하면 어쩌지?’
멜리옌은 귀한 인재다.
지금까지 맡겨왔던 일을 다른 정령사들이 대신할 수 있다고 해도 잃기에는 너무 아까웠다.
무려 3가지 속성의 정령을 모두 다루는 정령사였으니까.
“…….”
어두운 기운으로 잠자코 루이드를 보고 있던 멜리옌이 입을 열었다.
“제가 여기 온 건…….”
그때였다.
띠링.
[스킬 길들이는 자 발동 중.] [상대가 당신의 도움을 받아 성장했습니다. 당신은 이득 상태가 됩니다.]“어라?”
「어?」
루이드와 함게 외친 것은 노움이었다.
꾸물럭.
노움이 유지하고 있던 형태가 뭉그러졌다.
마치 찰흙 뭉치처럼.
「어멋!」
운다인이 놀라 손으로 자신의 입을 막았다.
「뭐, 뭐냐아!!! 저거 뭐냐아!」
샐러맨더가 놀라 화르륵 타올랐다.
부글부글.
노움이었던 찰흙 덩어리가 공중에서 마구 끓었다.
그리고 순식간에 불에 구운 도자기처럼 딱딱하게 변했다.
“허……어어…….”
멜리옌 역시 정신이 없는 것 같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운디네가 운다인이 됐을 때도 그랬다.
정령의 진화는 정령 술사의 에너지를 한순간에 소모하기 때문.
우우웅.
굳어진 노움이 조용했다.
“허어…….”
루이드는 그 놀라운 모습에 시선을 빼앗겼다.
쩍, 쩌적.
덩어리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쩌저적!
흙 껍데기를 깨고 노움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니, 이제는 노움이 아니었다.
「나는……. 노에스.」
노에스는 자신의 모습을 훑어보았다.
하반신은 사슴과 같았고, 상반신은 소년 같았다.
그 머리에는 금색으로 빛나는 관을 쓰고 있었다.
황금빛의 나뭇잎 면류관.
노에스는 자신의 모습이 신기한 모양이었다.
발굽으로 땅을 박차보고 작은 꼬리를 쫑긋거렸다.
「루이드…….」
모두가 숨을 죽인 가운데, 노에스가 루이드를 보았다.
「넌 정말 놀라운 인간이구나.」
내내 핀잔을 주던 목소리에 비해 무척이나 성숙해진 노에스.
정령은 루이드에게 싱긋 미소를 짓고는 자신의 계약자에게 다가갔다.
멜리옌은 의자에 겨우 걸터앉아 있었다.
「나의 맹약자여.」
“노움……, 아니 노에스.”
「푸흐흐, 그래. 나의 멜리옌. 괜찮으냐?」
“난 괜찮아. 넌……. 어떻게…….”
「글쎄, 이건 그간 우리가 노력한 결과겠지.」
노에스는 웃으며 작은 손으로 멜리옌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노에스는……. 거의 상위급 정령이야.」
운다인이 루이드에게 속삭였다.
「우리가 여기 온 이유는 루이드 네가 맡겼던 품종 개량이라는 걸 성공적으로 해냈다는 걸 알려주기 위해서였지.」
노에스의 말에 루이드의 눈이 번쩍 뜨였다.
“그, 그걸 해냈다고?”
그때 노움을 설득시키기 위해 시작한 일이었다.
정말로 품종 개량을 해낸다면 좋겠지만, 되지 않는다고 해도 노움의 훈련에 도움이 될거라 생각했기 때문.
루이드가 놀라는 것을 본 노에스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래. 아주 많은 애정을 쏟은 일이었지. 그 덕에 지금 이런 모습이 된 게 아니냐.」
“노에스 네가 그렇게 된 게 루이드 님 때문이 아니야?”
멜리옌은 멍한 얼굴로 노에스에게 물었다.
그 말을 들은 노에스는 짓궂은 얼굴로 웃었다.
「물론이지. 멜리옌. 너와 내가 쌓은 경험이 빛을 발한 거다. 무론…….」
노에스가 루이드를 힐끔 보았다.
「우리 고용주가 무엇인가 하긴 한 것 같지만…….」
루이드는 다시 한번 놀랐다.
‘내 능력을 눈치챈다고? 노에스는 상급 정령이라고 했지? 상급 정령쯤 되면, 초상능력자인 내 힘을 파악할 수 있는 걸까?’
경이로울 따름이었다.
「루이드의 기운이 마지막 퍼즐을 끼워 맞춘 것은 맞다. 허나, 멜리옌. 너와 나. 우리 노력의 힘이 가장 컸다. 실망하지 말도록.」
노에스가 따스하게 말했다.
불안하게 흔들리던 멜리옌이 루이드를 보았다.
루이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노에스의 말이 맞았다.
지금, 이 순간, 길들이는 자 스킬이 발동되고 있었다.
하지만 그동안 멜리옌과 노움이 루이드가 맡긴 일을 열심히 하며 서로를 단련했기에 지금 상황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이다.
‘그래, 아무리 양육 스킬이라고 하더라도 함께 노력할 때 더 빨리, 더 큰 능력을 발휘하는 거야.’
루이드가 멜리옌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손을 내밀었다.
“수고했다, 멜리옌. 나의 정령 술사.”
당당하게 멜리옌에게 손을 내민 루이드.
하지만 한편으로는 떨리고 있었다.
애초에 묶인 곳이 없는 자유로운 정령 술사인 멜리옌이었다.
품종개발을 끝냈다면, 이제 더더욱 루이드와 엮이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신비 드래곤을 보겠다는 목적도 달성한 것이나 다름없었으니까.
이제 이곳을 떠나겠다고 하면 말릴 명분이 없었다.
그래서 은근슬쩍 ‘나의’ 정령 술사라고 말한 것이다.
멜리옌은 루이드의 손을 빤히 보고 있었다.
정적이 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