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ron' Son has Paranormal Abilities RAW novel - Chapter (104)
남작 아들은 초상능력자-104화(104/252)
제104화
제4편 마법의 탑(1)
“에벨리에 간다고요? 직접? 루이드 님이요?”
어림도 없다는 표정.
“당연하지. 너, 몰라? 나한테 전혀 관심도 없는 사람한테 나를 각인시키는 법.”
“네?”
“걔가 제일 잘하는 거, 제일 좋아하는 거. 뭐 그런 걸 나도 하는 거야.”
“그게 뭔데요?”
“포션 만들기. 아니, 팔기.”
“에에엑! 그거 그냥 전에 루이드 님이 하려던 사업이잖아요.”
아샤라는 루이드의 대답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 듯했다.
이미 둘이서 시도를 했었던 일이었다. 연구와 작업, 제조할 공간까지 죄다 만들었다.
하지만 루이드가 너무 바빠 다른 일에 비해서 관심을 쏟지 못하고 있던 참이었다.
아샤라 입장에서는 마법과 관련된 일이니 이따금 들여다보기는 했지만, 이 역시 그녀의 전공이 아니었기에 진행 상황은 지지부진했던 것이다.
“물론이지. 그런데 이번 일에 사용하기까지 하면 얼마나 효율이 높니?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는 격이지.”
“에벨리를 보고 감히 토끼라고 하는 거예요?”
이번에는 루이드가 인상을 찌푸렸다.
“쓸데없는 데서 토 달지 말고. 똑똑한 애가 왜 이러냐.”
“참나, 흠흠. 그래서 뭘 어떡할 건데요?”
“마침 우리에겐 밀폐용기도 있잖아? 포션 제조에 완전히 집중해서. 대륙 전체에 포션을 팔겠어. 포션뿐만이 아니지. 다양한 마법 아이템 제작과 판매를 시작하는 거야.”
“헉, 그러면 에벨리에서 가만히 있지 않을 거예요.”
“내가 원하는 게 바로 그거야.”
루이드가 씩 웃었다.
* * *
그길로 마법사들을 구인했다.
루이드가 직접 갈 필요 없이, 루가데올 상단과 데이슨을 통하면 됐다.
포션 제조에 능한 마법사라면 아주 실력이 낮은 사람부터 구할 수 있는 가장 실력 있는 사람까지.
그러니까 거의 이그라 왕국의 포션 제조 마법사라면 다 끌어모은 것이다.
“이 정도 일을 벌였으니 이미 에벨리에서는 루이드님에 관해 소문이 쫙 퍼졌을 거예요.”
어느 정도 실력이 검증된 마법사들은 대부분 에벨리를 통해 관리되고 있었다.
에벨리에 등록되지 않은 마법사가 불법은 아니었지만, 마법사들에게는 에벨리의 인정을 받는 마법사가 되는 것이 진짜 마법사가 되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흠, 좋은데?”
루이드는 자신만만한 얼굴로 포션 제조 공장의 내부를 내려다보았다.
공장.
말 그대로 공장 수준으로 조성된 공간이었다.
그리슨빌은 충분히 넓은 영지였으므로, 100평은 되는 건물을 지어 포션 제조를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그곳에는 마법사 한 명씩 할당된 테이블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었다. 구역을 나눠 제조해야 할 포션의 종류도 배정되었다.
치익, 치익. 달그락, 달그락.
이미 아래에서는 마법사들이 포션을 만드느라 바빴다.
책상 위에 빼곡한 갖가지 마법 도구와 약물이 든 유리병, 포션의 레시피가 적힌 양피지, 피어오르는 연기가 기이한 광경을 만들어냈다.
1층은 완전한 제조실이었고, 2층에는 1층을 훤히 내려다 볼 수 있도록 벽을 따라 난간이 설치된 모양이었다.
그리고 쭉 난간을 타고 돌면 끝부분엔 사무실이 있었다.
사무실 앞 난간에서 루이드와 아샤라가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던 참이었다.
루이드는 완성된 공장의 모습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이거, 위로 층만 높이면 마탑, 뭐 그런 거 되는 게 아니냐? 진짜 대박인걸. 난 그럼 마탑주가 되는 거고?’
한껏 미소를 머금은 루이드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에벨리에서도 이런 식으로 하냐?”
“설마요.”
아샤라는 진저리를 치며 난간에 턱을 괴었다.
“에벨리 자체의 규모는 이곳보다 훨씬 크지만요. 작은 공방을 여럿 운영하는 식이라고 할까요?”
그녀는 빙글 돌아 난간에 기대고는 루이드를 바라보았다.
“마법사 스승과 제자들이 작은 단위로 뭉쳐서, 그 공방의 이름으로 마법 아이템이나 포션이나 만들어지는 거예요. 그런 게 수천 개나 있죠.”
“그럼 에벨리는 물류센터랑 비슷한 거로군?”
“물류센터요?”
“그러니까, 그 작은 공방들의 물건이 세계 곳곳에 팔려나가도록 하는 건 에벨리라는 거잖아.”
“맞아요. 그래서 만드는 물건들에 딱히 큰 제재를 하지도 않고요.”
‘쿠X이나 이웃 스토어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거로군? 뭐, 상품 판매에 관해서만 말이지.’
완전히 그렇지는 않고 이웃 스토어나 하청 업체를 둔 대기업의 중간쯤의 체계라고 할 수 있었다.
띠링. 띠링.
[스킬 길들이는 자의 숙련도가…….]루이드가 공장에 머물면 머물수록, 마법사들은 스킬의 영향을 받아 성장하고 있었다.
‘자동 발동 스킬이라니, 참 좋지. 그냥 숨만 쉬어도 강해지잖아.’
문제는 이런 부분 때문에 드디어 아샤라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다는 점이었지만.
루이드의 비밀을 캐내겠다며 호언장담한 아샤라도 공장의 일이 바빠 이야기를 꺼내지 못하고 있었다.
어쩌면 깜빡 잊은 것일지도 몰랐다.
그걸 노리고 일부러 더 열심히 일을 시킨 루이드였다.
어찌 되었든, 그 모든 일이 누구에게도 손해는 아니었다.
덕분에 아샤라 역시 꾸준한 스킬의 영향을 받고 있었으니까.
띠링, 띠링.
[스킬 포션 제조의 숙련도가…….]길들이는 자뿐만이 아니었다.
마법사들이 포션을 제조하는 것을 제대로 감독하기만 해도 아주 적지만 스킬의 숙련도가 올라가고 있었다.
그야말로 꿩 먹고 알 먹고 꿩 깃털로 모자도 만들고 이것저것 몽땅 하는 것이다.
일석이조도 아니고, 일석오조오억대박.
“어때. 이쯤 되면 슬슬 연락이 올까?”
“글쎄요. 에벨리가 워낙에 자존심이 세야죠.”
“자존심이 세니 더 달려들어야 하는 것 아냐? 자기들만의 견고한 성을 무너트리려는 악한의 등장인데.”
“또 뭘, 그렇게까지.”
아샤라가 코웃음을 쳤다.
“루이드 님! 여기 계셨군요.”
계단 아래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주로 서신을 담당하는 가신이었다.
“루이드 님께로 서신이 도착했습니다.”
“음? 어디서?”
“아, 그것이…….”
그가 계단 위로 완전히 모습을 드러내자 쟁반에 담긴 여러 통의 서신이 보였다.
“일단은 평소와 같게 혼서나 무도회 초청장이고요.”
가신의 말에 아샤라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아, 맞다. 결혼도 해야 하는데. 참.”
“결혼할 거예요?!”
아샤라가 벌컥 소리를 질렀다.
“응? 영원히 안 할 수는 없겠지? 내가 아직 한창때긴 하지만.”
“여, 연, 연애 결혼하실 거라면서요.”
“그렇긴 한데. 그게 말처럼 쉬우냐. 일하느라 여자는 코빼기도 못 보고 말이야.”
“…….”
아샤라의 눈이 부리부리해졌다.
“귀족의 삶이란 게 다 그런 거 아니겠어?”
“그래도…… 루이드 님은 평범한 귀족들이랑은 다르잖아요.”
“그건 그렇지. 아니, 그런데 내 결혼에 네가 웬 난리야.”
루이드는 피식 웃으며 서신 더미를 뒤졌다.
“혼서 같은 건……. 대충 내 집무실에 올려다 놓고.”
“버리지 않고요?”
그녀의 부리부리한 눈빛은 사그라들 줄을 몰랐다.
“이 여자가 왜 이래. 그냥 버렸다가 또 전쟁 나라고? 그러고 보니 단데리온 후작이 조용한걸.”
루이드는 서신 더미를 뒤져 원하던 편지를 찾아냈다.
“역시.”
“뭔데요?”
“에벨리에서 온 편지.”
“뭐라고요?! 진짜?! 이렇게 빨리요?”
“엣헴, 이 몸이 이 정도시다. 아샤라.”
아샤라는 놀라기도 했지만, 무척이나 걱정되는 얼굴이었다.
“나머지는 가져가.”
가신을 돌려보낸 루이드가 편지를 뜯어 내용을 확인했다.
“뭐라고 적혀 있는데요?”
“뭐긴.”
슥. 루이드는 아샤라에게 서신의 내용을 보여주었다.
“헉……. 에벨리로……. 초대……. 진짜로……!!”
단순한 초대가 아니었다.
에벨리의 특별 마법사가 직접 그리슨빌을 방문해, 그들을 텔레포트로 데려간다는 내용.
“세상에……. 이런…….”
아샤라가 놀랄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기다리는 동안 우리도 최선을 다해야겠지?”
* * *
루이드는 에벨리로 답문을 보냈다.
그리슨빌과 포커드는 에벨리를 언제나 환영하며, 존경을 담아 에벨리의 방문을 기다리고 있겠다는.
한편으로 그리슨빌의 포션 공장은 열심히 굴러갔다.
에벨리의 특별 마법사가 도착하기 전에 상품은 준비가 됐다.
일단은 가장 싸고, 보편적이고, 하급인 것들로.
“루이드 님과 마법 아이템 거래를 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습니다.”
데이슨은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로 포션이 가득 담긴 상자를 보고 있었다.
포션이 든 밀폐용기는 고무로 된 보호 깍지가 끼워져 있었다.
고무로 만든 도톰한 주머니에 한 겹 싸인 형태.
용기 하나당 한 개의 고무주머니는 무척이나 사치스러울 수 있었으나, 포션의 가격을 생각하면 남는 장사였다.
아무리 싸고 하급인 포션이라고 하더라도 이는 마법사가 만든 포션.
“회복의 하급 포션, 활력의 하급 포션, 힘의 하급 포션. 종류도 다양하고요.”
“앞으로 더 다양한 포션을 만들 겁니다. 먼저는 대량 생산이지요.”
“사실 저는 걱정이 좀 되네요. 루이드 님.”
데이슨의 얼굴에 옅은 그림자가 어렸다. 루이드는 그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단박에 알아차렸다.
“에벨리 말씀이시죠?”
“예에……. 아무래도 정말 작은 개인 마법사의 판매까지는 제재하지 않겠지만…….”
“괜찮습니다. 이미 에벨리와 연락을 주고받고 있거든요.”
“그게 정말입니까? 정말 대단하시군요! 그렇다면 다행입니다.”
데이슨은 한결 밝은 표정이 되었다. 루이드는 그에게 고마운 마음을 느꼈다.
사실 루이드가 벌인 일로 인하여 에벨리의 눈 밖에 난다면 루가데올 상단과 데이슨 역시 손해인 것.
상인들은 절대로 지금 당장의 이익을 생각하며 악수를 두지 않는다.
지금 무턱대고 루이드와 마법 아이템을 거래하는 것은 자칫 악수가 될 수 있는 일. 하지만 데이슨과 루가데올 상단은 에벨리를 염려하면서도 루이드에게 의리를 지킨 것이다.
“에벨리의 압박이 두려울 텐데도 나와 거래를 진행해줘서 고맙군.”
“솔직히 말해서 에벨리의 압박만 아니면 엄청난 이득이죠. 탐이 나서 눈이 돌아갈 거래 아닙니까. 게다가 저희야 루이드 님을 믿으니까요. 항상 잘해 오셨잖습니까.”
“자네처럼 영리한 상인이 위험부담을 안을 만큼 가치 있는 사업이라 다행이네.”
“루이드 님의 가치야 오래전부터 익히 알고 있으니까요.”
데이슨은 손을 흔들어 인부들에게 포션 상자를 옮기도록 지시했다.
“하하, 그래도 에벨리랑은 전쟁을 벌이고 싶지 않아.”
“상상만 해도 끔찍하네요.”
데이슨은 몸을 부르르 떠는 시늉을 했다.
“혹시나 전쟁을 벌이게 되면 미리 귀띔해 주십시오. 도망가야 하니까요. 하하하.”
에벨리는 하나의 영지 정도 되는 규모가 아니었다.
영향력과 전투력을 생각하면 국가 간 전쟁급은 될 터.
“그럼 이번에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데이슨은 꾸벅 인사를 하며 포션 공장을 벗어났다.
덜그럭거리는 흥겨운 소리와 함께 루가데올 상단의 행렬이 그리슨빌을 빠져나갔다.
루이드는 포션 공장의 마법사들을 격려하고 대충 둘러본 뒤 주탑으로 향했다.
그리슨빌은 평화로웠다.
루이드가 이 영지를 다스리는 동안, 팍팍했던 분위기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흥겨움과 정겨움, 활기가 넘쳤다.
이전에 잠행을 나갔던 때에 들은 것처럼이었다.
사람들은 친절했고, 여유를 찾았고, 행복해하고 있었다.
띠링.
[평판이 올라갑니다.]잔잔하게 오르는 평판을 보면 알 수 있었다.
“루이드~!”
루이드는 주탑에서 달려 나오는 아르헬을 번쩍 들어 올려 안았다.
“아르헬! 웬일이야? 마법 수업은?”
“으응, 모니가 칭얼대서 아샤라가 좀 쉬자고 했거든!”
“모니가 수업을 잘 못 따라와?”
아르헬이 아샤라에게 혼자 받던 마법 수업을, 요즘은 데모니어스와 함께 받고 있었다.
하지만 드래곤인 데모니어스가 아샤라의 수업을 못 따라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아니, 아주 그렇지만은 않은데. 시키는 건 엄청나게 잘해. 걔도 드래곤이니까. 오히려 나보다 잘 할 때가 있다니깐? 그런데 다른 거에 집중을 잘못해.”
“다른 거라면, 예절 교육이랑 교양 과목?”
“으응. 별로 어려운 것도 아닌데.”
루이드는 아르헬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그나저나 아샤라를 완전히 보모 취급해서 미안하네.”
“슬슬 보수를 주는 건 어때?”
루이드는 아르헬의 말에 벙찌고 말았다.
“아, 맞다……. 아샤라가 무보수로 일하는…… 거였지?”
“까먹었어? 루이드.”
“…….”
“무보수로 성주 대리를 시키고, 가정교사에, 마법 주머니까지 시킨 건 너무 했다.”
“아르헬……. 그거……. 전부 아샤라가 한 이야기지?”
아르헬은 장난기가 가득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미친 짓이긴 했네. 원래 스타트업 원년 멤버는 잘 챙겨줘야 하는데.”
루이드는 뒷머리를 긁적였다.
솔직히 아샤라가 군말 없이 버틴 것이 신기할 노릇이었다.
물론 그녀의 연구에 도움이 될 혈계 능력자가 가득한 곳이긴 했지만.
그것을 뛰어넘을 만큼 아샤라는 하는 일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루이드의 비서라고 해도 좋을 만큼이었다.
“월급은 물론이고, 이전에 세운 공만큼 인센티브를 줘야겠다.”
“와아! 루이드 멋져!”
루이드에게 안겨 계단을 오르는 아르헬의 눈에 창밖 풍경이 들어왔다.
아주 멀리 보이는 곳에 큰 무리가 보였다.
그리슨빌을 떠나던 루가데올 상단의 무리가 아니었다. 그들은 그리슨빌 성으로 접근하고 있었다.
“루이드, 누가 왔는데?”
아르헬의 말에 루이드가 멈춰서 창밖을 보았다.
“으응? 저 너머 말이야?”
“저 깃발! 알아! 나 저 깃발 알아!”
드래곤인 아르헬의 눈에는 무리가 든 깃발의 문양이 보였다.
“에벨리의 문양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