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ron' Son has Paranormal Abilities RAW novel - Chapter (105)
남작 아들은 초상능력자-105화(105/252)
제105화
제5편 마법의 탑(2)
“에벨리!”
루이드가 창문에 바짝 기댔다. 하지만 루이드의 눈으로는 너무 먼 거리여서 분간이 잘되지 않았다.
그래도 서두를 필요는 없었다.
에벨리의 행렬은 곧장 그리슨빌 성문을 넘고, 북적이는 시가지를 넘어 내성을 향했다.
세련된 마법사들의 행렬 때문에 그리슨빌 시내 주민들은 호기심과 놀라움으로 들뜬 듯 눈을 빛냈다.
루이드 덕분에 마법사나 정령사, 혈계 능력자들이 왕래하는 도시가 되었지만, 에벨리의 정식 마법사 사절행렬은 그것과는 차원이 다른 분위기를 풍겼다.
귀한 파란색 옷감으로 만든 멋들어진 고깔모자와 코트를 입고, 마정석이 박힌 각종 마법 장신구를 한 마법사들은 매해 도시를 찾아오는 유랑 극단보다도 신기한 볼거리였다.
오늘 화려하고 아름다운 그들의 모습을 보며 마법사가 되는 꿈을 갖게 된 아이들이 많을 터였다.
“그리슨빌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
알현실의 가장 높은 자리에 앉은 루이드가 성주의 신분으로 에벨리의 마법사들을 맞이했다.
루이드의 바로 곁에 선 아샤라는 긴장된 얼굴로 그들을 찬찬히 살피고 있었다.
“포커드 가문의 환영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푸른 꽃처럼 늘어선 마법사들이 무릎을 살짝 굽혀 인사했다.
그들은 모두 같은 옷을 맞춰 입고 있었으며, 가슴팍에는 똑같이 은색으로 빛나는 브로치를 하고 있었다.
브로치의 모양은 ‘에벨리의 마법사’를 뜻하는 은방울꽃이었다.
“에벨리에서 내게 그리 큰 관심을 주었으니, 성심성의껏 대접해야지요.”
루이드는 그들을 위해 연회와 선물을 준비하고, 영지 관광까지 약속한 상태였다.
“궁금한 것이 아주 많을 것이라 예상합니다.”
루이드가 싱긋 웃었다.
* * *
“대놓고 들쑤시고 있네요.”
아샤라가 루이드에게 속삭였다.
“뭐어, 그러라고 오라고 했으니까. 어차피 신박한 걸 찾아내지는 못할걸.”
두 사람은 탑의 발코니에서 마법사들이 성 곳곳을 돌아다니는 걸 보고 있었다.
성의 마당을 돌아다니는 에벨리의 마법사들이 점처럼 작게 보였다.
저녁 연회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았으므로 마법사들에게 자유시간을 준 것이다.
“난 뭐 기업 비밀이 있는 것도 아니고, 우리 공장에서 만들어내는 포션 정도는 에벨리의 아무 공방에서나 다 만들 수 있을 건데.”
“맞아요. 하지만 저러는 것도 그들의 의무겠죠.”
에벨리에서 온 특별 마법사 사절들의 임무.
루이드 D 포커드의 영지로 가서, 그가 어떻게 마법 포션 공방을 운영하고 있는지 샅샅이 파악하는 것일 터였다.
꼬투리를 잡을 것은 없는지, 또 어떤 특별한 비밀을 숨기고 있는지에 대한 것 모두 말이다.
루이드의 예상대로 에벨리의 마법사들은 열과 성을 다해서 그리슨빌을 뒤지고 있었다.
“이게 뭐람?”
“엄청난 기술이군.”
에벨리의 마법사들은 그리슨빌 성도 전역과 특히 성안에 더 공을 들여 만든 수로 시설을 보며 감탄하고 있었다.
에벨리는 이그라 왕국에 속한 곳이 아니고 엄연히 외국이었기에 루이드가 이그라 왕국에 배포한 수도 시설에 관한 지식이 없었던 것.
“에벨리에도 마법 기구와 마정석으로 물을 돌리긴 하지만, 이건 마법도 없는데 신기하군요.”
“그것도 뭐 상부 쪽에만이고, 작은 공방들은 직접 길어서 쓰지 않습니까? 그런데 여기는 그냥 이런 수도꼭지만 돌려도 물이 나오더군요. 마법 같아요.”
“정말 마법이 단 하나도 없단 말인가? 그런데 물이 이렇게 순환이 된단 말인가.”
“혹시 이런 지식을 이용한 게 아닐까요?”
“어떤 것 말인가?”
성 곳곳에서 마법사들끼리 설전이 벌어졌다.
자신들이 아는 모든 지식이 끌려 나왔다. 마법사란 비단 마법적 지식이 아니더라도 일반인에 비해 높은 수준의 지식을 갖고 있었기 때문.
“오호라! 그렇군, 그럴 수가 있군. 세상에. 그런데 어떻게 마법사도 아닌 자들이 이런 생각을 해낼 수 있지?”
“우리도 이렇게 결과물이 나온 것을 보고 역으로 생각해 겨우 추론할 수 있었는데 말이야.”
“루이드 포커드 백작이 어릴 때부터 천재였다고 하더군요. 제가 미리 조사했죠.”
비교적 젊은 마법사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호오, 잘했군. 크로만. 역시 자네가 똘똘해.”
“허어, 참으로 신기하군. 그렇게 똑똑한데 왜 마법사가 되지 않았다는가?”
흰 수염을 허리까지 길게 기른 마법사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는 마나를 전혀 느낄 수 없는 체질이라고 해요.”
“아이고, 마나럴수가! 그런 끔찍한 일이…….”
크로만의 말에 마법사들이 어깨를 떨었다.
마나를 전혀 느끼지 못하는 체질.
그것은 뼛속부터 마법에 녹아든 그들에게 하나의 재앙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그래도 혈계 능력이 각성해서 이렇게 사람 구실을 하고 있다는 군요.”
“대단해, 대단해.”
마법사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 구실 정도가 아니야. 지금 둘러보니 이 성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심상치 않아.”
빨간 머리에 매끈한 얼굴을 가진 청년 마법사가 말했다.
“하녀를 꼬드겨 이야기를 들었는데, 도저히 한 사람이 주도해서 일어났다고는 믿을 수 없는 일투성이야.”
빨간 머리 마법사는 루이드가 혈계 능력을 각성한 뒤부터 지금까지 쌓은 업적들을 죽 늘어놓았다.
“이거, 생각보다 더 무시무시한 인물인데.”
“마황께서 그를 부른 이유가 있었어.”
“그래, 마황께서 아무나 신경 쓰는 법이 없지.”
마법사들은 혀를 내둘렀다.
“허나, 에벨리의 권위에 맞선다면 마황께서 가만히 있지 않으실 겁니다.”
딱딱한 목소리에 웅성거리던 마법사들의 어깨가 흠칫 떨렸다.
그들 뒤에 나타난 건 에벨리 특별 마법사 사절단의 리더인 소그라겐이었다.
푸른, 넓은 챙을 가진 마법사 모자 아래로 그의 푸른 눈이 드러났다.
루이드 포커드의 시리도록 푸른 하늘빛이 아닌, 신록의 푸른 빛이었다.
훤칠한 키의 소그라겐은 백발이 되기 직전의 하얗게 바랜 긴 머리를 귀 뒤로 넘겼다.
무수한 새치치고는 상당히 젊은 얼굴이었는데, 그것은 그의 특기인 변신 마법 덕분이었다.
그의 등장에 마법사들은 입을 다물고 그저 굽신거렸다.
그는 6 클래스 마법사로 에벨리 특별 마법사 사절 중 가장 실력자였다. 게다가 들리는 말로는 그가 마황의 친척이라는 것이다.
중요한 임무를 가지고 파견된 이곳에서 그의 눈 밖에 난다면, 이후 에벨리에서의 생활이 고될 것은 뻔한 상황.
“다들 잡담은 그만하고 얼른 이 성에서 파악할 부분을 제대로 살펴보아야지.”
“그러고 보니, 아직 포션 공장을 둘러보지 않지 않으셨습니까?”
“그래, 그……, 그?”
소그라겐이 깜짝 놀라 돌아본 곳에는 루이드가 서 있었다.
“아, 포커드 백작님.”
“아아, 놀랄 것 없습니다. 어차피 무슨 생각으로 온 건지 다 아는데요.”
루이드의 말에 소그라겐을 포함한 마법사들 모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안다니, 무슨 말일까. 우리가 여길 뒤지는 것을 다 안단 말인가.’
‘그렇게 티 나게 들쑤셨는데 모를 리가.’
‘천재라더니, 정말 방심할 수가 없군.’
소그라겐의 뒤에 선 마법사들이 서로 숙덕거렸다.
“엣헴. 포션 공장이라고 하셨습니까?”
“네.”
루이드는 더없이 상큼한 얼굴로 웃어 보였다.
‘모르는 척하기는.’
에벨리에서 보내온 편지에도 루이드의 포션 사업에 관한 내용은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그들이 모른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루이드가 마법사들을 고용하는 단계에서 이미 소문은 퍼지고도 남았을 터.
‘마법사들의 고고함이라 이건가? 그런 것 치고는 들쑤시는 모양새가 전혀 우아하지 않았는데 말이야.’
그들이 애쓰는 모양새를 보고 있자니 안쓰러운 마음이 드는 루이드였다.
“제가 안내해 드리면 헤맬 필요도 없고, 번거로움도 많이 줄어들 것 같은데요.”
“허허, 백작님께선 무척이나 친절한 분이시군요. 포션 공장이라니. 허어……. 그런 것이 이곳에 있다는 말입니까?”
“에이, 모르는 척하는 게 오히려 에벨리에 수치가 될 것 같은데요?”
“그게 무슨…….”
“그렇잖습니까, 전 세계의 마법사들을 다 관리하는 절대 마법사 체계. 뭐 그런 거 아닙니까? 에벨리는. 그런데 시골 영지에서 갑자기 엄청나게 많은 마법사를 고용했는데 모를 리 없지요. 에벨리에서.”
음흉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루이드의 맑은 얼굴을 보며 소그라겐은 당황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아무리 이런 상황을 인지하고 있더라도 이런 식으로 질러 들어오는 귀족은 처음 상대해 보는 것이었기 때문.
대부분 고상하게 눈치싸움이나 하고, 물밑에서나 치열한 기 싸움을 했기 때문.
‘이자는……. 귀족의 자존심 같은 것도 없는 것인가? 그래도 남작가의 아들이라고 하던데. 교양이라는 것을 배우지 않았냔 말이야.’
하지만 소그라겐은 차마 그 말을 입 밖에 꺼낼 수 없었다.
그는 그가 지켜야 할 마법사 예절에 익숙한 자였다.
마법사 예절이란 귀족들의 예절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신분을 뛰어넘어 완전히 새로운 세상을 만들었다는 자긍심을 가진 마법사들의 태도를 생각하면 조금 우스운 일이기는 했다.
하지만 그들 역시 귀족들 못지않게 엄청나게 체면을 챙겼다.
귀족보다 부르주아들이 더욱 교양 타령하며 귀족 흉내를 내는 것과 비슷했다.
그런 그들의 모습이 루이드의 눈에는 뻔하고 뻔했다.
‘마치 컴퓨터랑 게임하고 있는 것 같군.’
그것도 어려운 단계가 아니라, 초급 난이도의 컴퓨터 인공지능과 겨루는 느낌이라고. 루이드는 생각했다.
“어흠, 으흠흠.”
어색한 침묵을 지키는 마법사들을 보며 루이드는 옅은 한숨을 폭 내쉬었다.
“뭐, 편한 대로 하세요. 따라오시죠.”
루이드는 곧장 그들을 이끌고 포션 공장으로 향했다.
포션 공장은 그리슨빌 내성 뒷길을 이용하면 마차를 타지 않더라도 금방 도착할 수 있는 거리에 있었다.
“이거, 생각보다 규모가 좀 있는데.”
공장이 눈에 들어오자 마법사들끼리 또 쑥덕거리기 시작했다.
“공방치고는 크기가 꽤…….”
“어서 오세요, 그리슨빌의 포션 공장에.”
루이드가 문을 열자 마법사들은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깜짝 놀랐다.
치익, 치이익! 달그락, 달그락.
100평 공간은 꽉 채운 테이블과 다닥다닥 붙어 있는 마법사들.
테이블 위에는 포션을 만들기 위한 재료를 다듬고, 끓이고, 굽고, 볶고, 조합하고, 힘을 불어넣고 있었다.
테이블당 설치된 커다란 증류기에서는 쉴새 없이 만들어지는 포션이 관을 따라 유리병으로 또옥 똑 떨어지고 있었다.
“이, 이게 무슨…….”
“뭡니까, 이건.”
“공방……? 이라기엔 이건…….”
돌처럼 굳은 마법사들을 보며 루이드가 두팔을 벌렸다.
“궁금하셨던 것 마음껏 보십시오. 아마도 여러분들이 다 아는 수준일 겁니다만.”
루이드의 말에 마법사들이 하나둘 공장 내부로 들어갔다.
“작업에 크게 영향을 끼칠 정도가 아니라면 이곳의 마법사들에게 마음껏 질문하셔도 되고요.”
에벨리의 마법사들은 하나둘 떨리는 눈으로 공장 곳곳을 누볐다.
그들은 루이드의 포션 제조 기구들을 만져보기도 하고, 일하고 있는 마법사들을 향해 질문을 하기도 했다.
포션을 만들고 있던 마법사들은 그들이 에벨리의 마법사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보았다.
그들이 맞춰 입은 독특한 마법 코드와 가슴팍에 달린 브로치 덕분이었다.
그들이 에벨리의 마법사들을 반기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비록 눈치가 보이더라도 말이다.
“이 공방……. 그러니까, 공장이요? 여기는 어떤 식으로 운영하고 계신 거지요?”
빨간 머리의 마법사가 루이드에게 물었다.
그는 무척이나 충격을 받은 것처럼 보였다. 루이드는 그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아샤라만해도 처음 루이드와 일할 때 얼마나 놀라며 푸념을 늘어놓았던가!
세계의 진리를 연구하는 지식인들의 모임인 에벨리라고 하더라도, 이런 식의 노동은 그들의 상상 이상이었던 것.
“아, 이곳의 마법사들에게는 식사와 숙소를 제공하고 있고. 8시 아침 식사 후 9시부터 근무가 시작됩니다. 12시에는 점심시간이 1시간 주어지고, 아, 그리고 근무 50분마다 10분씩 휴식 시간이 있고요. 오후 근무를 하고 4시가 되면 퇴근합니다. 그 이후의 시간과 주말은 근로자들 모두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루이드가 말하는 내내 에벨리의 마법사들은 얼굴이 하얗게 질려갔다.
“그건 완전히 노예 취급 아닌가!”
소리친 건 소그라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