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ron' Son has Paranormal Abilities RAW novel - Chapter (106)
남작 아들은 초상능력자-106화(106/252)
제106화
제6편 마법의 탑(3)
“이건 완전히 노예 취급 아닌가!”
소그라겐의 외침에 공장 내부는 순간 얼음장처럼 차갑게 굳었다.
에벨리의 마법사들이 웅성거리던 소리가 뚝 끊기자, 치익거리는 김이 새는 소리, 물이 떨어지는 소리만 크게 울렸다.
“노예라뇨. 말씀이 좀 지나치시네요.”
루이드는 여전히 웃는 얼굴을 잃지 않고 말했다.
“무슨 일하고 쉬는 시간을 정해놓고……. 게다가 이렇게 좁은 작업 공간에서……!”
“에이, 좁다뇨. 여긴 100평이 넘는데요. 게다가 마법사들이 너무 갑갑하지 않도록 작업 테이블의 면적을 모두 면밀하게 검토했다고요.”
루이드의 반박에도 소그라겐의 얼굴은 마치 자신이 엄청난 수치를 당했다는 듯 붉어졌다.
“마법사들이 이렇게 일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오. 에벨리의 아무리 작은 공방이라도…….”
그는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씩씩거렸다.
루이드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 양반 정말이지. 네가 내 전생의 진짜 공장에 가 봤냐는 말이야?! 어엉?! 심지어 이곳은 컨베이어 벨트도 없는데 얼마나 인간적이고 좋은 환경이냐고!’
하지만 루이드는 생각을 내뱉을 수 없었다. 말해도 이해하지 못할 테니까.
확실히 루이드가 일하는 방식은 이곳 사람들에게는 충격적인 일.
“저는 제 직원들이 만족하기에 충분한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루이드는 확신을 담아 말했다. 왜냐하면 루이드에게는 아샤라라는 에벨리 사정을 훤히 꿴 마법사 동료가 있으니까.
소그라겐은 자신만만하게 에벨리의 가장 작은 공방도 이런 환경은 안 될 것이라고 말했지만, 그건 소그라겐이 몰라서였다.
에벨리, 마법의 도시 지하에는 입에 담기도 처절할 만큼 가난한 마법사들이 산다고 했다.
지상의 마법사들이 쓰고 남은 재료로 목숨을 이어가는.
그러니까 소그라겐 같은 높은 곳에 있는 마법사들이 몰랐을 뿐이다.
“만족할 환경? 이것이요?”
“에벨리의 지고하신 마법사님께는 익숙하지 않은 환경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선입견만으로 이들과 저를 판단하지 말아 주십시오.”
“허허, 판단이고 자시고……. 물론 영지 내에서 벌어지는 일은 영주나 성주의 소관이오. 하지만 우리 에벨리는, 마법사들이 이런 취급을 받으며 착취당하는 행태에 대해서 가만히 있을 수 없습니다.”
소그라겐은 날카로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에게는 에벨리에서 내려진 임무를 성공시킬 완벽한 꼬투리를 잡은 셈이니까.
루이드는 가장 가까이에 있는 마법사 하나를 일으켜 세웠다.
“어떻게 생각하나? 나를 위해 에벨리의 마법사께 해명해 줄 수 있겠나?”
일어난 마법사는 몹시 민망해했지만, 루이드의 강압에 못 이긴 것은 아니었다. 늘 그렇듯 루이드는 고용인에게 다른 어떤 영지의 영주보다 쿨하게 굴었다.
“아……. 예! 에벨리의 마법사님,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희는 이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소그라겐의 얼굴은 더욱 일그러졌다.
“자부심? 노예에게 물어봤자, 뻔한 대답을 들을 뿐 아닌가?”
노예라는 말에 일어선 마법사의 얼굴이 수치심으로 물들었다. 소그라겐은 마법사의 얼굴이 그렇게 되든 말든 상관없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
“에벨리에 연락해서 마황께 보고하겠습니다. 이곳의 마법사들은 들으시오. 에벨리가 그대들을 잔혹한 환경에서 구하겠소.”
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당당하게 외쳤다.
소그라겐의 말했듯 이곳 그리슨빌에서는 루이드의 말이 절대 권력. 그런데도 전혀 기가 죽지 않은 모습이었다.
그 정도로 에벨리의 권력과 자신의 힘을 믿고 있으니 가능한 태도.
그 외침에 공장의 마법사들이 술렁였다.
“그건 안 됩니다!!”
소그라겐의 말에 반박한 건 루이드가 일으켜 세웠던 마법사였다.
“노예 취급이라니, 정말 말도 안 되는 말입니다. 마법사님이 놀라신 것은 알겠으나 그건 마법사님이 이곳에서 일해보지 않으셔서 몰라서 그런 것입니다.”
“내가, 모른다고?”
소그라겐의 미간이 일그러졌다.
“게다가 마법사님의 말은 저의 마법사 자긍심에 굉장한 상처를 주셨습니다.”
그의 발음은 또렷하고 힘이 넘쳤다. 소그라겐의 생각처럼 노예 취급을 받는 사람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지식인의 반짝임을 가지고 있었다.
그의 기세에 소그라겐은 조금 멈칫했다.
“게다가 루이드 백작님과의 계약은 자유 계약으로, 이곳 일정에 적응하지 못하는 마법사들은 오히려 떠날 자금을 받으며 계약을 파기할 수 있습니다.”
직원 마법사의 말에 에벨리 마법사들은 크게 놀랐다.
이그라의 어느 곳을 가더라도, 또 이그라 외의 다른 어떤 국가를 가더라도 계약상 이런 경우는 없었다.
계약기간을 마음대로 파기하는 고용인이라니. 위약금을 물거나 위약금을 물기 싫어 도망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돈을 받는다니!
“이곳과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마법사들은 이미 많이 떠났습니다.”
“…….”
소그라겐은 일시에 말문이 턱 막혔다.
돌아가고 싶은 사람은 자유롭게 돌아갔다고 하는데 자신이 더 뭐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그럼 정말로 이곳에 남고 싶어서 남는 건가? 이런 취급을 받으면서?”
소그라겐은 아직도 믿지 못하는 얼굴이었다.
“이런 취급이 아닙니다. 오히려 시간이 딱딱 정해져 있으니 일의 능률이 올라가고 집중도 잘 할 수 있습니다.”
“맞습니다. 자고 일어나는 시간이 매일 정해져 있으니, 몸도 훨씬 건강해지고요!”
“게다가 시간표만 놓고 보면 극악이라고 느껴지지만, 따지고 보면 그렇게 힘든 것도 아닙니다.”
“일할 때만 확 집중해서 하고 쉴 땐 마음껏 쉴 수 있으니까요. 그랬더니, 스트레스도 덜 받고요.”
가만히 앉아 있던 직원 마법사들이 하나둘 일어나 말을 보탰다.
그들은 진심으로 이곳에서 일하는 것에 만족한다는 얼굴이었다.
“정해진 계획이 없을 때, 인간은 오히려 나태해지기 쉽지요.”
루이드의 말에 소그라겐은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굳은 믿음이 흔들리는 것처럼 그의 눈도 잘게 떨리고 있었다.
이미 에벨리에 관한 정보는 빠삭한 루이드였다.
그에겐 아샤라 말고도 에벨리에 관한 많은 책도 있었다.
이 세계에서는 루이드 전생에 비하면 모든 직종의 사람들이 훨씬 널널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다른 직종에 비해서도 마법사가 특히 그랬다.
그것은 그들의 공통된 문화와 거기서 비롯되는 성격과 행동 패턴 때문이었다.
마법사들은 일반인이 이해하기 힘든 세계를 탐독하는 이들이었고, 지식인들이었다.
혼자 있기를 좋아하고, 개인적으로 지내길 즐기며, 그러다가도 서로 모이면 지식을 뽐내며 겨루기 바빴다.
어쨌든 그들은 해가 뜨면 밭을 갈고 씨를 뿌리고 매일 작물을 돌보는 농민들보다는 훨씬 불규칙적인 생활을 해도 됐다.
매일매일 체력 단련을 하지 않으면 근손실이 오는 육체파 전사들 보다는 훨씬 불규칙적인 생활을 해도 됐다.
그러다 보니 마법사들끼리 생활은 제각각이었다.
비유하자면 마법사들은 대부분 루이드 전생의 프리랜서와 비슷한 삶을 살았다. 그러니까 재택근무를 하는 프리랜서들 말이다.
늦게 일어나는 마법사, 허구한 날 밤을 새우는 마법사. 끼니를 제때 챙겨 먹지 않거나 운동 부족에 시달리는 마법사.
‘직장인들은 이걸 꿈처럼 느낄지 모르지만.’
루이드는 알았다. 모든 직업 스타일에는 나름의 장점과 단점이 있다.
프리랜서들이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것은 무척이나 좋은 장점이었다.
낮 시간에 은행이나 공공기관을 마음대로 방문할 수 있고, 평일에 맛집을 찾아 여정을 떠날 수도 있다.
일정 관리만 잘한다면 며칠을 비워 훌쩍 여행도 떠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신을 제대로 차리지 않으면 하루가 그냥 훌쩍 지나가 버리고, 집중력이 떨어지는 날에는 아침에 일어나서 다시 침대로 돌아가는 순간까지 계속 일만 해야 했다.
게다가 여차하면 빨간 날과 주말 같은 것은 아무런 상관도 없이 한 달 내내 일만 해야 하기도 했다.
한마디로 철저한 루틴이 있어야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는 것.
그러니까 어떤 마법사들에게는 루이드가 제공하는 이런 루틴이 정확한 하루가 굉장히 효과가 좋았다.
“맞습니다. 저는 이곳에서 일하면서 굉장히 건강해졌습니다!”
“식사도 제때 나오고, 점심을 먹은 뒤에는 함께 공을 차고 놀기도 하고요.”
“게다가 4시에 일과가 끝나면 마음대로 연구할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해주시거든요.”
직원 마법사들은 한 마디라도 더 거들기 위해 열을 올렸다.
“지원? 연구?”
소그라겐은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예, 백작님께서는 저희가 일과 후에 개인적인 연구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시고 계십니다.”
“그때 저희는 책을 읽고 개인 연구를 하는 등 유익하게 보내고 있지요. 이전에는 먹고 살기 위해 할 수 없었던 것들이요.”
한 직원 마법사의 말에 한껏 들떴던 직원 마법사들의 기세가 침착해졌다.
“에벨리의 특별 마법사님은 모르시겠지만……. 저희는 어떤 영지를 가든 제대로 일을 하지 못하는 실력 없는 마법사들이니까요.”
소그라겐의 눈이 충격으로 물들었다. 그가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말이기 때문.
“그럴 리가. 마법사들이 일을 하지 못하다니. 없어서 못 구하는 마법사들 아닌가!”
“맞습니다. 실질적으로는 그것이 맞는 일이지만요.”
“여러 가지 사정이 있는 마법사들이 있지요.”
직원 마법사들은 서로 눈짓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이곳에 있는 마법사들의 절반 정도는 일반인과 크게 다르지 않은 마법사들이었다.
첫 번째 써클을 아주 미세하게 겨우 만든 이들.
마법의 재능이 부족해 마법사라고 인정을 받기도 어려운 이들.
그런 이들이 많이 모여 있었다. 게다가 신분이 거의 평민인 자들.
이런 자들은 그 능력을 개발시키기가 너무 어려웠다.
마법사는 돈이 많이 드는 직업이었기 때문이다.
공부가 많이 필요했고, 그러기 위해선 뭐든 많이 필요했다.
애초에 글을 알고 책을 읽는다는 것은 평민이 하기 힘든 일이 아닌가.
그래서 마법사들은 출신이 귀족인 경우가 많은 것이다.
루이드는 이런 자격 미달 마법사들도 죄다 불러 모았다.
어차피 포션을 만드는 중간 과정들은 마법사가 아닌 자가 교육을 받아 만들어도 됐다.
재료를 다듬고 볶고 끓이고 하는 일들 말이다. 그런 다음 마법 포션으로 만들어지는 중요한 공정은 그것을 할 수 있는 마법사들이 하면 됐다.
이런 방식으로 대량 생산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이 바로 루이드의 공장형 공방이었기에 가능한 것.
그렇다면 차라리 어중간한 재능이 있는 마법사들 대신 일반인을 고용하는 편이 돈이 덜 들고 가성비가 좋지 않을까?
그것은 일차원적인 생각이었다.
이미 루이드는 자잘한 돈에 크게 연연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돈을 잘 벌고 있었다.
그러니 이제는 미래를 위해 투자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발전시키고 있었던 것.
고용한 마법사들에게 개인 연구를 위한 지원을 하는 게 다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능력을 발전시키기 어려운 마법사들을 육성해서 더욱 훌륭한 인재로 만드는 것.
이것이 바로 쩔어 주는 회사 복지 시스템.
직원 마법사들의 설명을 듣고 있던 소그라겐의 얼굴은 더욱 딱딱해졌다.
그도 6 클래스에 오를 만큼 똑똑한 마법사.
루이드가 하는 일의 파급력을 상상 못 할 수준의 바보는 아니란 것이다.
‘이런……. 이건 에벨리에게는 무척이나 불리하다. 이 자가 이런 식으로 계속 사업을 확장한다면…….’
불안한 마음에 소그라겐의 심장이 쿵쿵 뛰었다.
눈앞에 있는 흑발의 푸른 눈을 가진 젊은 남자가 소름 끼치게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과정을 밟고 성장한 마법사라면, 굳이 에벨리를 선망하거나 에벨리에 충성을 다하지 않을 터였다.
그들에겐 루이드 포커드가 부모이자 스승이었고, 신이 될 터였다.
진리의 중심인 에벨리가 아닌, 진리의 지도자인 마황이 아닌. 한낱 인간인 루이드 포커드가.
‘마황님께 얼른 보고를……!!’
소그라겐은 흐르는 땀을 닦으며 진정하려고 애썼다.
“으흠, 흠. 흐음……. 마법사들이 그렇게까지 말한다면야…….”
그는 대충 얼버무리고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천천히 공방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괜히 이 마법사 저 마법사에게 말을 걸었다.
정말 불만족하는 마법사는 없는지 재차 확인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소그라겐은 원하는 대답을 들을 수 없었다.
“저는 이곳이 참 좋습니다. 물론 저는 어디서나 일을 구할 수 있는 마법사이지만, 위험한 전투는 적성에 잘 안 맞고요. 여기서는 규칙적인 생활을 할 수 있으니 더없이 좋지요.”
그럴 수밖에 없었다.
루이드의 공장 일이 적성에 맞지 않는 마법사들은 이미 이곳을 모두 떠났으니까.
“최하급 마법사들 사이에서는 경쟁이 엄청납니다. 누군가 나가더라도 금방 그 자리를 채워 넣죠.”
“호오, 그렇단 말입니까?”
빨간 머리 마법사가 눈을 빛냈다.
“아아, 나도 누군가 이렇게 빡빡한 계획표대로 굴려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살아왔거든.”
중얼거리는 빨간 머리 마법사를 소그라겐이 노려보았다.
그런 에벨리의 마법사들을 루이드는 내내 웃는 얼굴로 바라볼 뿐이었다.
공장 견학을 마치고 나온 에벨리의 마법사들이 여전히 감탄에 젖어 있거나, 충격에 빠져있는 등 각자 수선을 떨고 있을 때, 소그라겐이 제법 곤란한 얼굴로 루이드에게 말했다.
“흠흠, 저녁 연회가 시작되기 전에 텔레포트 게이트 설치를 시작하고 싶은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