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ron' Son has Paranormal Abilities RAW novel - Chapter (107)
남작 아들은 초상능력자-107화(107/252)
제107화
제7편 마법의 탑(4)
“흠흠, 저녁 연회가 시작되기 전에 텔레포트 게이트 설치를 시작하고 싶은데요.”
소그라겐의 얼굴은 단 몇십 분 만에 무척 지치고 피곤해 보였다.
“아아. 물론입니다. 그렇게 하시지요.”
루이드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텔레포트 게이트.
텔레포트를 하기 위해 준비하는 보조 마법 기구 및 마법진이었다.
텔레포트는 굉장히 고난도의 마법.
높은 클래스의 마법사라고 하더라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없었다.
지금 당장 주변에 있는 마나를 조작하는 정도가 아니라, 저 멀리 떨어진 공간과 공간을 뚫고 찢고 연결하는 섬세한 작업이었다.
그래서 완전한 능통자가 아니라면 마법을 돕고 안정화할 여러 가지 장비가 필요했다.
이미 에벨리에는 텔레포트 게이트가 여럿 설치되어 있고, 세계 각각에서 넘어오는 마법사들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물론 게이트를 사용해 텔레포트 마법을 사용하는 것 자체도 6 클래스 마법사는 되어야 가능한 것이었다.
게다가 보조 장치라고 하더라도 그 설치가 쉬운 일이 아니었다.
6 클래스 마법사의 소그라겐 뿐만 아니라 여럿의 에벨리 마법사들이 함께 온 실질적인 이유기도 했다.
마법사의 기술이 필요했고, 텔레포트 게이트 자체에 들어가는 마법 재료도 어마어마하게 값비쌌다.
황금, 은, 수정과 마법 재료들.
한데 에벨리에서 특별히 그리슨빌에 무상으로 게이트를 설치하겠다 제안한 것이다.
‘텔레포트 게이트라, 이게 우리 이그라 왕도에 있던가? 아마 없지 않던가? 그렇다면 이그라 왕국 최초로군.’
루이드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사실 이그라 왕국 최초 타이틀은 이미 질리도록 경험해 보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텔레포트 게이트라니. 정말이지 마법적이고 판타지적이지 않는가!
그 점이 무척 마음에 드는 루이드였다.
루이드는 텔레포트 게이트를 설치할 만한 장소로 곧장 소그라겐을 안내했다.
“아이고, 오늘 하루는 정말 빡빡하구나.”
“쉿, 소그라겐 님이 듣겠어요.”
다른 에벨리의 마법사들은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한눈에 봐도 그들은 모두 운동 부족이었다.
“하하, 이곳 그리슨빌에서 머물면서 제 하루 루틴대로 생활해 보시죠. 다들 엄청나게 건강해지실 겁니다. 게다가 연구할 시간과 작업량도 늘어날걸요?”
루이드의 말에 몇몇 마법사는 눈을 빛냈고, 몇몇 마법사는 질겁했다.
“그런 말 하지 마십시오. 아무리 공장의 마법사들이 그리 말했어도……. 저는 마황께 이 모든 일을 고할 겁니다. 그리고 그분은 혜안으로 판단 내리실 겁니다.”
잠시 누그러들었던 소그라겐이 중얼거렸다.
‘오, 생각보다 뚝심이 좋은데. 뭐 어차피 이쪽은 바라던 바다.’
루이드는 어깨를 으쓱하며 웃어 보였다.
“마황께서 제게 호통을 치실까요? 혼나는 건 싫은데, 체질에 안 맞거든요. 하하하.”
뻔뻔하게 말하는 루이드의 말에 소그라겐은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이지, 징그러운 작자야.’
* * *
소그라겐이 루이드를 징그러워하든 말든 텔레포트 게이트를 만드는 작업은 곧바로 진행되었다.
그리슨빌 성의 앞마당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캬, 진짜 멋지겠지? 그 주위로 우리 가족 조각상 같은 걸 만들어 놓는 것도 좋겠어.’
루이드는 에벨리의 마법사들이 텔레포트 게이트 공사를 하는 것을 지켜보며 혼자 고개를 끄덕였다.
“루이드! 루이드!”
루이드의 품에 안겨 함께 구경하던 아르헬이 신난다는 듯 발을 굴렀다.
“저기다가 우리 가족들 얼굴을 새겨 넣는 거 어때? 저 바로 뒤에 있는 담벼락에 말이야.”
“어라, 나랑 정말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구나. 역시 우리 아르헬이야.”
“뭐야, 루이드도 그렇게 생각했어? 역시!”
“나는 조각상을 세울까 했어.”
루이드의 말에 아르헬이 파랗고 커다란 눈을 반짝였다.
“멋져! 최고다! 그러면 절대로 평범하지 않게 하자, 루이드 능력을 써서 금속으로 된 조각상을 만들자~!”
“오오, 아르헬 그것 참 좋은 생각이다.”
루이드는 전생의 멋진 동상들을 떠올렸다.
자유의 여신상처럼 세월의 빛에 바래 멋진 에메랄드색이 된 포커드의 동상을 생각하니 벌써 감동이 밀려왔다.
“저녁 식사 전까지 얼마나 완성될까요?”
아샤라가 루이드에게 물었다.
그녀는 에벨리의 마법사들이 텔레포트 게이트를 설치하는 것을 아주 유심히 관찰했다.
“글쎄, 소그라겐의 말로는 일주일은 꼬박 작업해야 한다는군.”
“맞아요. 이렇게 첫날부터, 식사도 하기 전에 이 난리를 피우다니. 에벨리에서도 급하긴 엄청 급한가 봐요.”
“네가 아까 못 봐서 그래. 공장을 보여줬을 때 저 늙은 마법사가 얼마나 충격을 받았는지 아니?”
루이드의 말에 아샤라가 코웃음을 쳤다.
“하, 안 봐도 선해요. 이런 건 돼지우리니, 노예상 같은 꼴이니 꽥꽥거리지 않았겠어요?”
“아샤라, 어떻게 그렇게 잘 알아? 물론 네가 좀 더 심하게 말하긴 한다야.”
“태어나서 지금까지 계속 봐왔던 꼴인데요. 저들은 몰라요. 바닥의 마법사들이 어떤 식으로 사는지.”
아샤라의 얼굴은 꽤 싸늘했다.
‘흠, 난 아샤라를 꽤 아가씨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아니라는 건가? 하긴, 잊고 있었네. 이 녀석 자기가 평민이라고 했지?’
루이드는 물끄러미 아샤라를 보았다. 그녀에 관해 많이 아는 것 같으면서도 모르는 게 많았다.
특히 에벨리에서의 이야기는 연구나 스승에 관한 것 외에는 아는 것이 없었다.
“아……. 흠, 이게 왜 이러지.”
텔레포트 게이트를 만드는 쪽에서 마법사들이 작게 웅성거렸다.
“내 생각에는 여기 이쪽의 마법 식이…….”
“아니, 아니. 마법식은 제대로 됐다고. 여기서 마법식에 문제가 있다는 건 말이 안 되는 거지.”
“하지만 기본 발동이 안 되는데요?”
“아이참, 이 부분이 제대로 연결되어야 다음 구성을 짤 수 있는데.”
“잠깐! 우리 마차에서 부품을 덜 꺼낸 것 아냐?”
“그럴 리가 없습니다. 전부 확인 했거든요. 루모! 그라시! 너희도 여기 한 번 봐. 이쪽 너희가 조립했지?”
분주하게 움직이던 마법사들이 한곳에 모여 쑥덕거렸다. 누가 봐도 뭔가 잘못된 모양새였다.
“아샤라, 네가 좀 도와주지?”
루이드가 툭, 아샤라의 어깨를 쳤다.
“제가 뭘 도와줘요. 저긴 6 클래스 마법사도 있는데.”
“그래도. 넌 에벨리에서 촉망받던 천재 마법사잖아.”
아샤라는 입술을 삐죽 내밀었지만, 천천히 마법사들을 향해 걸어갔다.
루이드는 빙긋 미소 지으며 아샤라의 뒤를 바짝 쫓았다.
“뭔가 문제가 있습니까? 도울 거라도?”
루이드의 말에 에벨리 마법사들이 고개를 들었지만, 귀찮고 곤란한 기색이 역력했다.
“아닙니다, 이건 마법사들만이 이해할 수 있는 분야라.”
“흐음.”
루이드는 눈썹을 으쓱거리며 한발 뒤로 물러났지만, 대신에 아샤라의 등을 떠밀었다.
“이쪽이 우리 영지에서 제일가는 마법사인데요. 이분이라면 여러분에게 도움을 드릴 수 있을 겁니다.”
마법사라는 말에 소그라겐까지 힐끗 돌아보았다.
그의 심드렁한 눈이 아샤라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순식간에 훑었다.
그리고는 잠시나마 기대했던 자신을 탓하기라도 하는 듯 빠르게 고개를 숙였다.
“아아, 고맙지만 아무래도 5 클래스 이상의 마법사 정도는 되어야지 이해할 수 있을 만한 기구요.”
그는 확실히 아샤라를 무시하고 있었다.
그럴만한 게 아샤라는 아직 20대 초반이었다.
게다가 액면가는 훨씬 어려 보여서, 잘하면 10대로도 봐줄 외모였던 것.
‘저런 꼰대 마법사.’
루이드는 뒤에서 그 꼴을 지켜보며 혀를 찼다.
“전 5 클래스 마법사니, 걱정하지 마시죠.”
아샤라는 소그라겐 주위를 둘러싼 마법사들을 밀어버리고 문제가 발생한 부위로 다가갔다.
“5 클래스?”
에벨리의 마법사들의 휘둥그레지는 눈이 루이드가 선 곳에서도 보였다.
애초에 20대 초반의 나이로 4클래스 마스터였던 것도 훌륭한 성취였다.
아샤라가 본인을 에벨리의 떠오르는 천재 마법사라고 소개한 것이 절대로 허튼 말이 아닐 정도로.
소그라겐을 따라온 마법사들은 나이대를 생각하면 보통 평균이 3 클래스 언저리일 터였다.
“나보다 상급자라고…….”
빨간 머리 마법사가 믿기지 않는 듯 중얼거렸다.
아샤라는 그의 얼굴을 흘긋 넘겨 보고 나서 소그라겐이 쭈그리고 앉아 있는 곳에 얼굴을 들이댔다.
“아하.”
아샤라는 마법사들이 한참을 골머리 앓던 부분을 대충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소그라겐은 미간을 확 찌푸렸다. 자신이 5 클래스라는 어린 여자 마법사의 말을 믿을 수도 없거니와 제대로 살펴보지도 않고 기구가 작동하지 않는 이유를 알아내다니.
‘허세가 지나쳐도 유분수지.’
소그라겐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이 어리고 발칙한 여자 마법사가 곧 망신을 당하게 될 거라고 생각했다.
절대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테니 자신이 굳이 면박을 주지 않아도 그렇게 되리라. 자신만만하게 확신했다.
“잠깐 비키시죠.”
아샤라는 그렇게 말하고는 마법사들이 비킬 시간도 주지 않고 검지와 중지를 세운 채 주먹을 쥐었다.
탁. 그녀가 자신의 두 손목을 부딪치자 사이에서 작은 스파크가 튀었다.
휘익, 척!
아샤라는 마치 대기에 떠오른 마나를 모으는 듯 팔을 크게 휘둘렀다가 바닥으로 두 손을 갖다 댔다.
즈즈즈!
“어, 어어!”
마법사들은 깜짝 놀라며 뒷걸음질 쳤다.
“앗!!”
쭈그려 앉아 있던 소그라겐은 미처 일어나지도 못하고 뒤로 벌러덩 넘어지고 말았다.
파바바바밧!!
아샤라의 손이 땅에 닿자 바닥이 꿀렁 하고 움직였다.
텔레포트 게이트의 가장 하단은 땅과 함께 움직였다.
드득, 드드득.
텔레포트 게이트의 하단부에서 뭔가 맞춰지는 소리가 났다.
“여, 연금술사!”
“이런, 연금술 전문 마법사였군.”
에벨리의 마법사들이 뒷걸음치며 감탄했다.
빨간 머리 마법사는 넘어진 소그라겐을 부축하며 뒤로 물러났다.
츠즛츠!
땅울림이 끝나자 아샤라가 바닥에 댔던 손을 떼고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손을 탈탈 털었다.
“수평이 안 맞잖아요.”
어깨를 으쓱하는 아샤라를 보며 에벨리의 마법사들은 완전히 얼이 빠져버렸다.
“수…… 평이라고?”
특히 6 클래스 마법사인 소그라겐의 얼굴은 못 봐줄 정도로 일그러졌다.
“으응, 그런 기본적인 것부터 잘 챙겨야죠. 클래스를 쭉쭉 올리려면 말이에요. 에벨리의 특.별. 마법사님들?”
아샤라가 피식 웃으며 루이드의 곁으로 돌아왔다.
“그럴…… 리가.”
소그라겐은 황당한 얼굴로 다시 문제가 있던 부분을 건드렸다.
우우웅.
텔레포트 게이트의 가장 하단부에 마나가 돌기 시작했다.
“헉…….”
에벨리의 특별 마법사들이 숨을 집어삼켰다.
텔레포트 게이트는 굉장히 예민한 마법 기구였다.
해서 기반부터 하단부의 중심을 잡는 것이 중요했다. 복잡한 마법식과 까다로운 설계보다 더.
수평이 제대로 맞지 않으면 아예 마나식이 전개되지 않도록 설계되어있는 것.
그건 혹시 모를 마나 역류나 마나 과부하 상태가 되었을 때, 기구가 폭발하거나 텔레포트 좌표가 어긋나 이용자가 시간과 공간 사이에서 영원히 사라져버리는 불상사를 막기 위한 보호 장치였다.
결국 이 상황은 비유하자면 비눗방울을 만들기 위해 거품 물과 입에 물고, 불 수 있는 뜰채까지 다 준비해놓고는 정작 뜰채를 입에 대지 않은 것과 같았다.
그렇다면 아무리 입김을 불어봐야, 그 입김은 비눗방울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허공에 퍼져나갈 뿐일 테니까.
생각해보면 애초에 5 클래스 마법사가 필요한 문제도 아니었다.
“으흠, 으흠흠.”
“어, 어험.”
“대단히…… 똑똑한 마법사로군.”
“깜빡했군, 깜빡했어.”
“그, 그런 부분을…… 놓치다니.”
에벨리의 마법사들이 두서없이 중얼거렸다.
아주 기초적인 부분을 놓쳐 일을 진행하지 못하고 헤매던 그들의 민망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터.
“너무 당연한 부분이라 깜빡하셨나 보죠. 저쪽들은 5 클래스가 안 되는 마법사들이라 모르셨나 보고요.”
아샤라가 멀리 비켜나 있던 마법사들을 손짓했다. 그리고는 다시 한번 소그라겐을 돌아보며 싱긋 웃었다.
루이드는 돌아온 아샤라를 향해 손바닥을 내밀었다.
“이야, 아샤라. 대단한데?”
루이드의 손에 하이 파이브를 한 아샤라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참나, 에벨리 마법사들의 기상이 완전 바닥에 떨어졌네요. 저런 기본적인 걸 깜빡하고 버벅대다니. 뭐, 운이 나빴다고 봐주죠.”
“그런 기본을 제대로 하는 네가 대단한 거지. 넌 어떻게 알고 있었던 거야? 5 클래스가 아니라면 모르는 문제라던데.”
루이드의 칭찬이 기분 좋았는지 아샤라의 두 뺨이 발그레 물들었다.
“별것도 아니에요. 그리고 사실, 에벨리에 있을 때 텔레포트 게이트 설치 공사 견학 간 적 있거든요.”
아샤라는 작게 속닥거렸다.
“정말 큰 문제였다면, 5 클래스를 달성한 기념으로 멋지게 한 건 했을 텐데 아쉬워요. 멋이 안 나네요. 멋이.”
아샤라와 루이드, 아르헬이 킥킥대며 웃음을 터트렸다.
에벨리의 마법사들은 그런 루이드 쪽과 소그라겐 쪽을 불안하게 번갈아 볼 뿐이었다.
“죄송합니다, 소그라겐 님. 저희가 텔레포트 게이트를 설치하는 것이 이번이 처음인지라…….”
소그라겐은 텔레포트 게이트 가장 하단부 차마 대꾸도 하지 못하고 입을 꾹 다물었다.
그가 그러는 데에는 6 클래스 마법사나 되어서 이런 기초적이고 기본적인 실수를 발견하지 못한 것에도 있었지만, 또 다른 것이 있었다.
‘저 아이의 마나 패턴은 굉장히 독특하다…….’
소그라겐의 눈이 은밀하게 아샤라를 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