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ron' Son has Paranormal Abilities RAW novel - Chapter (110)
남작 아들은 초상능력자-110화(110/252)
제110화
제10편 비밀의 후예(2)
‘둘러 말하는 스타일이 아닌가 보군. 오히려 잘 됐어.’
에벨리 바깥의 다른 귀족들처럼 체면치레하며 빙빙 돌아선 이야기를 할까 걱정하던 루이드였다.
“백작이 세운 공과 놀라운 이적은 익히 들어 알고 있다만, 이번에 새로 벌이고 있는 사업에 관해서는 에벨리에서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군요.”
마황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려 마음먹은 것 같았다.
루이드 역시 모른 척할 생각이 없었다.
“마법 포션과 아이템에 관한 말씀이시겠지요?”
“그렇소.”
“하지만 마법 포션과 아이템을 제작하는 것이 에벨리여야만 한다는 법은 없지 않습니까?”
루이드는 푸른 눈을 빛내며 마황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렇지.”
마황은 그런 루이드의 눈빛을 받아내며 피식 웃었다.
“그러니 사실상 문제가 될 일은 전혀 없습니다. 제가 포션을 만들든, 마법 아이템을 만들든, 마법사들을 위한 학교를 세우든.”
“아니오, 크나큰 문제가 있소. 무시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그대는 마법에 관하여 아무것도 모르는 자 아닙니까.”
루이드는 미간을 찌푸렸다.
‘뭐가 무시를 안 한단 말이야? 그 말 그대로가 이미 잔뜩 무시하고 있잖아?’
마황은 마치 커다란 가르침이라도 주는 듯, 인자한 얼굴로 말했다.
“마법은 편리하고 신비로운 힘이 맞습니다. 하지만 이롭기만 한 힘이 아니지요. 마법은 다루기 어렵고 위험한 것입니다.”
“그런 점은 저도 인지하고 있습니다.”
“인지하는 것으로는 안 됩니다.”
단호한 마황의 목소리.
루이드는 그 목소리가 보통의 것이 아니라는 느낌을 받았다.
마치 아주 은밀한 마법의 힘이 담긴 것과 같은 목소리.
“인지하는 것만으로는 야생동물과 같이 날뛰는 마법을 제어할 수 없습니다.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자들의 손에 이용되었다가는, 아주 커다란 불행을 가져올 테지요.”
스윽. 마황이 앉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렇기에 우리 에벨리에서는 세계의 모든 마법사가 마법을 제대로 통제할 수 있게끔 관리하는 것입니다.”
정확하게는 제자리에서 붕 떠올랐다고 하는 것이 맞을 터였다.
그의 맨발은 바닥에서 30센티미터 정도 떠올라 있었고, 그의 옷자락이나 머리카락은 물에 빠진 사람처럼 너풀거렸다.
그는 천천히 단상 위에서 미끄러져 내려와 루이드의 바로 앞에 섰다.
“……!”
뒤에 서 있던 엠마가 반사적으로 튀어나왔으나, 루이드가 팔로 그녀를 막아섰다.
“괜찮아.”
무엇이 괜찮은지 루이드 역시 확신할 수 없었지만, 이 자리에서 싸움을 일으킬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덕분에 마황의 새카만 눈이 루이드 뒤에 선 일행을 훑었다.
“……호오.”
그는 호기심이 가득한 목소리로 작게 탄식했다.
루이드는 그가 무엇을 발견한 것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아르헬과 데모니어스.
둘은 폴리모프를 한 드래곤.
‘높은 경지의 마법사는 눈앞에 있는 상대의 마법을 꿰뚫어 볼 수 있다던데. 대단하군. 그래서 어쩔 거지?’
루이드는 호기로운 얼굴로 마황을 빤히 올려다보았다.
아르헬과 데모니어스가 드래곤이라는 사실까지는 눈치채지 못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가진 마력과 기운 정도는 눈치챌 수 있을 터.
이건 인간 마법사들과는 차원이 다른 기운들이다. 아무리 어린 아르헬이더라도 마나 친화력만 따지면 인간 6 클래스 마법사보다도 대단했다.
루이드는 그 사실을 이미 아샤라를 통해서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그런 존재들을 부리는 루이드에게 마황은 과연 어떤 식으로 나올까?
에벨리의 마황에 대하여 알려진 이야기는 많이 없지만, 그의 행보를 조사한 바로는 그리 몰상식한 자는 아닌 것 같았다.
애초에 텔레포트 게이트를 선물하니, 에벨리로 초대하니. 겉보기에도 부드러운 방식으로 교섭을 시작했던 마황이었다.
‘과연 내 예상이 맞아들어갈까?’
루이드의 심장이 쿵쿵 뛰었다.
‘지금 이렇게 강하게 나오는 것은, 단지 내 기를 한 번 눌러주기 위함일 테지.’
마황은 눈을 가늘게 뜬 채로 루이드와 일행을 면밀하게 살피고, 무슨 싶은 생각을 하는지 고개를 조금씩 갸웃거리고 있었다.
‘그래, 엄청나게 머리가 돌아가지?’
마황은 생각의 정리가 끝난 듯 살짝 뒤로 물러났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루이드에게는 무척이나 길게 느껴진 순간이었다.
“흐음, 그렇군요. 백작, 그대는 어떻게든 마나를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군요.”
마황이 빙긋 미소 지었다.
“이거 두고 보고 싶어지는걸요?”
그의 말에 소그라겐이 눈을 번쩍 떴다.
* * *
마황, 클리아베이든은 쓸데없이 일이 커졌다고 생각했다.
사실 루이드 포커드를 에벨리로 끌어들일 마음 같은 건 추호도 없었다.
그는 그런 일 외에도 해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많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런데도 텔도라그 대륙의 소국인 이그라, 그곳에서도 한낱 백작인 자를 이곳까지 데려오게 한 것은 마법 의회 때문이었다.
에벨리와 마법사들 가운데에서 절대적인 권력을 지닌 마황이라고 하더라도, 마법 의회에 속한 마법사들의 의견을 완전히 무시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그냥 어떤 자인지 얼굴이라도 볼까 했지.’
마법 의회의 꼬장꼬장한 늙은이들이 에벨리의 권위에 도전한다고 그렇게 난리를 치는 인물이 누구인가 궁금했다.
바깥과는 차원이 다른 세상인 에벨리에 초대해서, 기를 눌러 버리면 손쉬울 일이었다.
사업을 접지 않더라도 에벨리가 그의 사업에 깊게 관여할 수밖에 없도록 할 생각이었다.
그 정도면 마법 의회의 늙은이들도 더는 귀찮게 굴지 않겠지. 그런 생각이었다.
이미 습득한 정보로 루이드 D 포커드가 혈계 능력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던 클리아베이든이었다.
에벨리의 마법 승강기에서 내리는 루이드를 본 순간, 클리아베이든은 알 수 없는 강력함을 느꼈다.
그의 안에 머무는 기운은 단순한 혈계 능력자의 것이 아니었다.
‘뭐라고 할지 정확하게 판단을 내릴 수 없어.’
그 사실이 클리아베이든을 경악하게 했다.
자신이 정의 내리지 못하는 것은 이 세상에 없었다.
‘겉보기에는 그저 평범한 인간에 불과한데.’
당황스러웠지만, 그래도 일단 준비한 멘트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평범한 인간치고는 당당하고 건방졌다. 감히 에벨리의 마황 앞에서 전혀 주눅 들지 않다니.
‘재밌는걸.’
루이드 D 포커드를 마주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클리아베이든의 호기심은 짙어졌다.
이미 그가 벌이는 포션 사업 같은 건 안중에도 없었다.
‘대체 뭘까? 당신의 정체는 대체…….’
클리아베이든은 자신이 단상에서 내려왔다는 사실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
그저 그를 좀 더 가까이에서 관찰하고 싶었을 뿐.
“통제할 수 있게끔 관리하는 것입니다.”
그가 루이드 포커드의 코앞에 서자 뒤에선 일행이 방어 자세를 취하려는 듯 앞으로 튀어나왔다.
‘충성도가 높은 부하를 두고…….’
클리아베이든은 다시 한번 놀랐다.
지금껏, 이렇게 가까이 올 때까지 눈앞의 루이드 포커드에게 신경이 쏠려 그의 일행은 전혀 살펴보지 못한 것이다.
‘어떻게 이럴 수가.’
그에게 일어날 수 없는 일이자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었다.
클리아베이든은 겉보기와 달리 무척 나이를 많이 먹은 자였다.
그가 이곳 에벨리의 마황으로 있은 지가 벌써 350년째.
마법 의회의 마법사들을 보며 늙은이들이라고 투덜댔던 그였지만, 사실 그중에서 가장 나이 많은 사람이 바로 클리아베이든이었다.
마법의 경지가 너무 높아, 일반적인 인간의 수준을 넘어선 인간.
그것이 클리아베이든이었다.
그는 살아온 세월에 비례하여 모든 것에 뛰어났다.
조심스럽고 예민하고 꼼꼼했다.
아무리 많은 업무에 지쳐있을지라도 눈앞의 상대를 파악하는 일을 깜빡할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의 검은 눈이 데굴 굴러갔다.
‘이런. 대체 나를 얼마나 더 놀라게 할 셈인가.’
루이드 포커드의 양쪽 다리에 매달려있는 어린아이들.
클리아베이든은 그들이 드래곤이라는 것을 단박에 눈치챘다.
‘눈앞에 드래곤을 놓고도 한참을 모르다니. 나도 퇴물이 된 건가.’
퇴물이라고 자조했지만, 그가 도달한 마법의 경지는 노화를 거스르고, 수명을 늘리고, 눈앞의 상대를 단번에 파악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아니지, 아니야. 내 잘못이 아니라 이 자가 너무 이상한 탓이지.’
클리아베이든은 루이드를 내려다보면서 눈을 굴렸다.
‘할 일이 많긴 해도, 두고 보면 아주 재밌겠군. 200년간 이런 재밌는 때는 없었는데.’
마치 드래곤의 것처럼 천천히 뛰던 클리아베이든의 심장이 잠에서 깨어난 듯, 쿵쿵 뛰기 시작했다.
‘나쁜 이미지로 기억될 필요는 없겠지. 소그라겐이 보고했던 일을 걸고넘어지면 사람을 하나 붙이는 것 정도는 괜찮을 거야.’
클리아베이든의 머리가 좋은 수를 찾아 움직였다. 언제나 최상의 수를 선택하는 클리아베이든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평소와는 조금 다르다는 기분이 들었다.
열에 들뜬 사춘기 소년처럼, 마음이 가는 대로 생각하고 있었다.
자신이 왜 그러는지도 클리아베이든은 정의를 내릴 수 없었다.
‘정말 재밌군. 게다가…….’
클리아베이든은 가만히 루이드를 내려다보며 다시 시선을 돌려 그의 뒤를 살폈다.
‘이런 깜찍한 선물이라니.’
클리아베이든은 평소라면 하지 않을 단순한 결론을 내리기로 했다.
* * *
“이거 두고 보고 싶어지는걸요? 그대가 무슨 일을 어떻게 벌이고 처리할지 말이에요.”
클리아베이든의 말에 소그라겐은 화들짝 놀랐다.
“아, 아니. 마황님……. 허, 허나.”
소그라겐은 마법 의회 마법사들의 직속이었다.
그걸 아는 클리아베이든은 소그라겐을 보며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그라의 포커드 백작이 얼마나 자신만만한지는 알겠어요. 하지만 소그라겐의 보고에서처럼. 마법사들을 혹사하고 있다는 점은 걸고넘어져야겠습니다.”
“음 그렇게 나오시겠단 거군요.”
루이드가 클리아베이든을 빤히 바라보았다.
“다른 부분에 관해서는 에벨리가 전혀 관여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과연 포커드 백작께서 얼마나 마나를 제대로 제어할 수 있을지 말입니다. 그건 에벨리 입장에선 아주 큰 관용입니다.”
루이드는 클리아베이든이 오만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는 사실을 잘 알았다.
이곳은 마법사들의 유토피아, 오직 마법만으로 국가의 형태를 이룬 에벨리다.
마법사들이 동경하고 신으로 받드는 에벨리의 마황이다.
마법사들이 염원하는 진리에 가장 가까이 닿은 곳이다. 전 세계에 퍼져있는 마법사들이 마음으로 충성하는 장소다.
이곳의 마법 기술력은 바깥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뛰어나고, 무엇보다 강력한 국가들에게서 그것을 지켜낼 힘을 가진 곳이다.
만약 에벨리가 포커드의 땅을 허락할 수 없다고 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전쟁이 일어날 터였다.
서로 이득과 실리를 따져 본다면 일어나지 않는 것이 맞지만, 루이드가 벌인 사업은 에벨리 마법사들의 자존심을 건드린 일.
그들이 자신들의 이권을 잃지 않기 위해 전쟁을 강행한다면?
그렇다면 포커드는 어떻게 되겠는가.
이그라는 어떻게 되겠는가.
에벨리를 상대로 버텨낼 수 있을까?
루이드는 아니라고 봤다.
게다가 에벨리와 전쟁을 벌이고 싶은 생각도 애초에 없었다.
“마법 의회에서는 허락하지 않겠지만, 내 재량을 사용해서 말입니다.”
거대한 공룡이 개구리의 편의를 봐주는 것이다.
루이드에게 나쁘지 않은 제안이었다. 사실 좀 더 번거롭고 귀찮은 일을 겪게 될 거라고 생각했던 차였는데, 이 정도면 오히려 루이드에게 이득일 정도였다.
‘마황의 재량이라. 우리는 모두 친구, 맞아! 스킬 덕분일까? 일이 쉽게 풀리는군.’
루이드는 단번에 표정을 바꿨다. 필살기라고 할 수 있는 해사한 미소.
“에벨리 마황님의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저의 가능성을 알아주시는 거군요. 기쁘기 그지없습니다. 이런 호사스러운 은혜를 감히 제가 받아도 될는지요.”
마황 클리아베이든은 루이드의 반응이 마음에 들었는지 밝게 웃으며 훌쩍 떠올라 높은 단상의 왕좌로 돌아갔다.
그리고 그는 넓고 금빛으로 반짝이는 왕좌에 걸터앉아 다리를 꼬며 말했다.
“그럴 수밖에 없지요. 내 딸을 데리고 왔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