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ron' Son has Paranormal Abilities RAW novel - Chapter (112)
남작 아들은 초상능력자-112화(112/252)
제112화
제12편 비밀의 후예(4)
“에벨리의 장엄한 마법 기술들은 이곳을 벗어나면 힘을 잃습니다. 뭐, 갑자기 마법사들이 바보가 된다던가. 여기서 만든 마법 아이템이 쓸모없어진다던가. 그런 것은 아녜요.”
“그럼…….”
“대부분의 마법은 상관없지만, 경이로운 거대 마법들은 해당한답니다. 예를 들어 백작이 말했던 마법 마차나 마법 승강 박스, 또 에벨리를 지키는 기간트 마법포 같은 거요.”
클리아베이든은 ‘물론 훨씬 많은 재료와 시간을 투자한다면 바깥에서도 가능하겠지만, 그랬다간 나라 하나가 파산할 겁니다.’라는 말을 덧붙였다.
“기간트 마법포요?”
“전 세계의 위협으로부터 에벨리를 지키는 마법 무기죠. 그거면 나라 성 하나 날려버리는 것쯤 아무것도 아니랍니다. 어쨌든, 바깥에 설치할 수 있는 거대 마법은 텔레포트 게이트 정도가 최선이랍니다.”
상세하게 설명하면서도 마황 클리아베이든의 표정은 뭔가 미묘했다. 아리송하다는 얼굴.
“참 신기하군요. 사실 이건 에벨리의 극비인데, 백작에겐 어쩐지 말해도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루이드는 직감으로 이것이 스킬 우리는 모두 친구, 맞아!의 능력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분명 마법을 사용하는 것도 아닌데, 어쩐지……. 이상하단 말입니다. 뭐, 사실 에벨리의 비밀을 털어놓는다고 해도 상관없겠죠. 그대는 내 딸을 에벨리로부터 지켜내야 하니까요. 나 역시 슬슬 마황의 자리가 지겹고 사실 에벨리고, 세계고 하는 것들 전부 다…… 이런, 내가 이런 것까지 말하다니.”
루이드는 눈을 가늘게 떴다. 분명 스킬의 도움이 있을 터였다.
클리아베이든은 지금 루이드에게 굉장히 호의적이니 스킬의 영향을 많이 받을 테고. 하지만 이렇게나 마법의 경지가 높은 클리아베이든이 이 정도나?
이상한 일이다.
‘소설에서 늘 읽어오던 레퍼토리대로라면, 에벨리의 마황쯤 되면 정신 방벽 마법이라던지, 엄청난 마법을 평소에도 두르고 있을 거라고!’
마치 로션을 바르고 옷을 입는 것처럼 당연하게 말이다.
루이드는 합리적인 의심을 기어코 입 밖으로 꺼냈다.
“그냥 입이 싼 타입 아닙니까?”
“으응? 으하하하! 하하하! 감히 내게 그런 말을 하는 자는 처음이군요! 정말 마법사들과는 다르게 솔직해. 마음에 들어, 마음에 들어.”
클리아베이든은 이제 루이드 앞에서 평범한 아저씨처럼 웃어젖혔다.
“그럼 이제 내 딸의 이야기도 좀 들어보고 싶은데.”
웃음을 멈춘 클리아베이든이 부드러운 미소로 아샤라를 보았다.
“하아, 설명을 아무리 들어도 이해가 되지 않는 것뿐이에요.”
“물론 나도 그렇단다.”
클리아베이든은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스승님께도 물어봐야겠어요. 스승님은 저를 갓난아이일 때부터 기르셨으니까요.”
“오호라, 스승이라고? 에벨리의 마법사인가? 이름이 뭐지?”
“하오손 비아튼이에요. 19지구의 낡은 공방에서 일하는…….”
“비아튼이라……. 비아튼……. 모르겠군. 기억에 남아있는 이름은 아니야.”
아샤라는 스승과 함께 자라고 보낸 에벨리에 관하여, 에벨리 바깥에 대하여, 루이드와 그 땅과 동료들에 대하여. 지금껏 살아온 모든 이야기를 클리아베이든과 나눴다.
그건 꽤 긴 시간이었고, 중간중간 클리아베이든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루이드는 두 사람이 대화하는 것을 면밀하게 살폈다.
어찌 되었든, 모든 정황으로 보았을 때 아샤라는 클리아베이든의 숨겨진 자식이 맞았다.
‘지금 보니 눈이나 코가 닮은 것도 같고.’
무엇보다 다행인 것은 그 존재를 전혀 모르고 있기는 했어도 클리아베이든이 아주 끔찍한 부모는 아닌 것 같다는 점이었다.
아샤라를 보는 클리아베이든의 눈빛을 보며 루이드는 내심 무척 안도했다.
“여하튼, 둘 다 마법 의회의 늙은이들에게 시달리게 생겼군. 안타까워.”
“마황께서 막아주시는 방법은 없나요?”
루이드가 묻자 클리아베이든은 슬픈 얼굴을 했다.
“물론 전심전력으로 그대들을 보호할 겁니다. 하지만 마법 의회에서는 공공연하게 그대들을 공격하지 않겠죠. 지금으로서는 포커드 백작의 마법 공방에 관한 딴지뿐이겠지요. 하지만 언제 어떻게 더러운 일을 벌일지 모릅니다.”
뒤에서 일을 벌일 테니, 상대하기 훨씬 까다로울 거라는 것.
‘하기야 표면적으로 처리하려면 마황이 막아설 게 뻔하니까.’
클리아베이든은 중력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천천히 일어섰다.
“지금 당장 문제는, 공방에 관하여 어떤 정당성을 갖느냐는 겁니다. 내 권한으로 임시 허락이 떨어졌지만, 아무래도 내 자식의 일 때문에 순순히 물러나지 않을 겁니다.”
“마황의 특별 권한도 무시하고서 말입니까? 마법 의회란 게 대체 뭐길래.”
“제가 말하지 않았습니까. 고대 마법은 구닥다리라고. 고대 마법을 쓰는 놈들도 다 구닥다리거든요.”
“마황의 특별 권한 승인도, 두 마리의 드래곤과 뛰어난 마법사들도 증명이 되지 않는다면 무엇이 더 필요하겠습니까?”
“드래곤에 관하여서는 모두에게 밝힐 셈입니까?”
“…….”
마황인 클리아베이든에게는 굳이 말로 하거나 증명하지 않아도 됐지만, 의회에게 어필하기 위해서는 아르헬과 데모니어스의 존재를 공개해야 할 터였다. 그러기에 아직 이르다고 생각했다.
루이드는 고개를 저었다.
“그렇지 않다면. 백작께서 마법사에 뒤지지 않는, 뛰어난 무엇인가를 가졌다는 걸 증명해 주는 편이 좋겠죠.”
루이드는 클리아베이든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무슨 수가 있을까?
어떤 방법이 좋을까.
그때, 루이드의 눈에 마정석으로 된 수많은 조화가 들어왔다.
본래 마정석은 쉽게 가공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마정석을 다루는 마법사라고 할지라도 말이다.
대부분은 마법 아이템을 제작하고 마정석을 끼워 넣는 것에 가까웠다.
마정석은 보통 광물이 아니라, 알 수 없는 마나의 결정체이기 때문. 그래서 엄청나게 높은 경지의 마법사 중에서도 특히 마정석 가공의 재능을 가진 자들이 세밀한 마정석 가공이 가능했다.
루이드 눈앞에 보이는 마정석으로 된 조화 정도의 수준을 구사하려면.
‘그래서 이전에 헬켄 백작이 마정석으로 된 무기를 가져왔을 때 엄청 놀랐었지. 그런 걸 구하는 건 엄청나게 어려운 일이니까.’
루이드는 씩 웃으며 조화를 다시 한번 보았다.
“좋은 방법이 생각났는데요.”
“응? 그게 뭐죠?”
클리아베이든이 둥실 떠오른 채로 루이드를 돌아보는 순간.
루이드는 마정석 조화가 있는 곳으로 손을 뻗었다.
‘얼마 전까진 겨우 움직이는 수준에 불과했지만.’
[금속 지배. 초월 능력을 사용합니다.] [초월 지배 77% 가동 중.] [초월 지배 98% 가동 중.]드득, 드드득!
화병에 꽂혀있던 마정석 조화들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를 본 클리아베이든의 눈도 커다랗게 떠졌다.
[초월 지배 100% 가동 중.]드득, 드드드득!! 후우우욱!!
화병에 꽂혀있던 마정석 조화들이 순식간에 솟아올랐다.
촤아아악! 가드드드득!!
공중으로 솟아오른 마정석은 회오리치며 마구 뒤섞였다.
[스킬 조물주물 발동.]카득, 카드득!
그리고 마구 뭉쳐지고, 섞였다가 떨어지고 다시 재조립되었다.
‘크으으, 힘이 줄줄 닳는다.’
마정석을 제어하는 것은 평소 금속을 제어하는 것보다 훨씬 힘든 일이었다. 구멍 난 물통처럼, 루이드의 안에서 힘이 마구 빠져나갔다.
‘그래도 중간중간 단련해놓길 잘했다. 이때를 위해서였군.’
한순간도 훈련을 게을리하지 않은 루이드였다. 초상능력을 훈련하는 것은 책을 읽는 것과 같이 새로운 취미가 되었으니까.
포션 공장을 세우면서 포션 제조 훈련과 더불어 마정석을 제어하는 훈련도 더욱 박차를 가했던 것.
루이드는 마정석을 제어하며 원하는 모양으로 만들기 위해 정신을 집중했다.
[초월 지배의 숙련도가 증가합니다. +0.55] [초월 지배의 숙련도가…….]드드드드득! 파아앗!
눈부신 빛과 함께 오묘한 색의 마정석으로 만들어진 조각상이 완성되었다.
그 모습은 2미터 정도 되는 두 마리 드래곤이 서로 힘을 겨루는 모양이었다.
조금 투박하기는 하지만, 그 자체로 역동적인 힘이 느껴지는 조각이어서 마정석으로 된 것이 아닐지라도 그 예술적 가치가 상당할 작품이었다.
“대단해…….”
클리아베이든이 멍한 눈으로 루이드가 만든 마정석 조각을 보았다.
“이 정도면 마법 의회에 증명이 되겠습니까? 마정석을 가공할 수 있는 건, 마법사들밖에 하지 못하는 일일 테니까요.”
루이드가 씩 웃으며 마황에게 묻자 그는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물론이지요. 그 어떤 마법사도 쉽사리 해낼 수 없는 위대한 업적입니다.”
클리아베이든이 두둥실 조각으로 다가갔다.
“이건 내가 선물로 받아도 되겠습니까?”
그는 완전히 그 조각에 마음을 빼앗긴 것 같았다.
“물론입니다. 어차피 그 마정석들 모두 마황의 방에 있던 물건인데요.”
“이렇게 멋지고 가치 있는 선물이라니, 예단으로 아주 제격입니다.”
“예? 아니…… 그건…….”
“저, 정말! 아니라니까 그러네요! 루이드 님은, 저, 저랑, 저랑 동료라고요!”
아샤라가 새빨개진 얼굴로 빽 소리를 질렀지만, 클리아베이든은 그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는 듯 조각상을 구경하기 바빴다.
* * *
마법 의회가 소집되었고, 루이드는 다시 한번 마정석으로 된 조각상을 만들어냈다.
그뿐이 아니었다.
작은 모양의 마정석 세공품을 만들어 마법 의회원들에게 모두 하나씩 들려주었다.
그들은 무척이나 놀랐지만, 이 상황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지만, 피차 사정은 모두 아는 셈입니다.’
루이드는 클리아베이든의 말을 곱씹었다.
마법 의회가 마법 의식을 위해 아샤라의 죽음을 원한다는 것, 그것을 마황 역시 안다는 것. 그 모두를 마법 의회도 마황도 인지하고 있다는 것.
‘참나, 껄끄럽다니까. 하아……. 정작 에벨리로 와서 해낸 것은 딱 하나밖에 없고.’
그래도 이로써 마법 의회가 루이드에게 공방에 관하여 계속된 시비를 걸 수 있는 상황을 차단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벨리에서는 마법사를 그리슨빌에 파견하겠다는 결론을 냈지만.
어찌 되었든, 지금은 이것이 최선이었다.
‘아무리 에벨리의 비밀을 알게 되었다고 해도 전쟁은 아직 일러. 강력한 마법사들이 잔뜩 있다는 건 사실이니까. 내가 마법 의회에서 명분을 줄 이유가 없지. 후우……. 갑자기 아샤라의 출생의 비밀에 휩쓸리는 바람에 잊을 뻔했지만, 이것도 잊으면 안 된다고.’
루이드는 마법 의회가 마지못해 인정해주는 선언을 들으며 품 안의 검을 만지작거렸다.
아직 에벨리에 온 본래의 목적은 달성하지 못한 것이다.
의회 회의장에서 나오는 루이드는 쫓아온 것은 소그라겐이었다. 그는 무척이나 긴장한 얼굴이었다.
“다음 일정은 어떻게 되십니까?”
“마황을 다시 알현하고 싶은데요.”
루이드의 말에 소그라겐은 비릿하게 웃었다.
“마황께서는 이후에 마법 의회와 함께 회의가 하나 더 잡혀 있습니다.”
“흐음…….”
“그러지 말고, 일단은 에벨리를 즐기면서 쉬시는 게 어떻습니까?”
“완전히 자유시간을 보낼 수 있는 건가?”
검에 관하여서는 마황에게 한 번 물은 다음 조사를 하고 싶었지만, 먼저 이곳에 있는 ‘지식의 보고’에 방문해도 괜찮았다.
애초부터 마황에게 얼굴도장을 찍은 뒤 곧장 지식의 보고에 방문하려고 했는데, 오히려 에벨리에서의 든든한 후원자를 얻은 격이니. 자료를 좀 더 모은 후에 마황에게 조언을 구해도 늦지 않으리라.
“지식의 보고에 방문하고 싶은데, 별도의 승인은 없어도 됩니까?”
“지식의 보고요? 책을 좋아하신다더니, 가장 먼저 그곳에 가시는 겁니까?”
소그라겐의 얼굴이 조금 밝아졌다.
“마황님의 지시가 있었으니, 여러분들은 에벨리 그 어느 곳을 가도 입장할 수 있으실 겁니다.”
“고맙군. 그럼 이제 우린 자유시간을 좀 가지겠네.”
루이드는 소그라겐을 쫓아버리고 아샤라를 보았다.
“괜찮아?”
“네?”
아샤라는 약간 멍한 것 같았다. 그럴 만도 한 것이, 마법 의회에 소집되기 전. 아샤라는 스승인 하오손 비아튼을 만났다.
그는 에벨리로 돌아온 아샤라를 진심으로 나무랐다. 처음에는 비난이었으나, 아샤라가 자신의 출생에 관하여 묻자 그는 모든 사실을 불 수밖에 없었다.
하오손은 아샤라의 출생에 관하여 알고 있었고, 아샤라의 어머니가 간곡히 부탁하여 모든 것을 숨기고 그녀를 길러낸 것이었다.
심지어 하오손은 아샤라의 어머니에 관하여 전혀 모르는 인물이었다. 아이를 맡기고 연기처럼 사라져버렸다는 말. 그런데도 하오손은 아샤라를 책임지고 키운 것이다.
그러다가 마법 의회가 마황의 자손을 계속해서 찾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
어쩔 수 없이 에벨리 바깥으로 쫓아낸 것. 그녀를 보호하기 위해서 말이다.
차라리 그편이 더 안전할 것 같았다며 눈물을 흘리는 하오손은 아샤라가 알고 있던 괴짜에 못되 처먹은 스승이 아니었다.
제자를 진심으로 걱정하고 보호하는, 불쌍한 여인과 한 약속을 끝까지 지키는 의리 있는 마법사였다.
그가 얻는 이득은 아무것도 없었는데도.
심지어는 그리슨빌에서 소그라겐이 마법 의회에게 보고한 아샤라에 관한 내용을 가로챈 것이 하오손이었다. 때문에 아샤라가 에벨리에 다시 돌아와 마황까지 알현할 수 있었던 것.
소그라겐이 에벨리에 다시 돌아올 때까지 마법 의회는 아샤라에 관하여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놀랐을 것 같은데.”
“아아, 물론이에요. 아니, 아니. 그러니까 괜찮아요.”
“괜찮지 않아도 괜찮으니까.”
“네? 후후, 그게 무슨 말이에요.”
멍했던 눈빛이 돌아오며 아샤라가 해맑게 웃었다.
“누구든지 놀랄 수 있는 큰일이 생길 수 있으니까. 힘들면 기대도 돼. 그런 게 동료 아니겠어?”
“…….”
아샤라는 울망해진 눈으로 루이드를 빤히 보았다.
“나 멋졌지, 방금.”
“아휴. 진짜 그런 말만 안 했어도.”
아샤라가 인상을 찡그린 사이 루이드는 앞으로 걸어 나갔다.
“자, 다녀오자고. 지식의 보고로.”
“좋아요.”
아샤라는 루이드의 등을 보며 가슴이 저릿했다.
평범하기 그지없는 남자의 등이, 무척이나 듬직했다.
20여 년 만에 처음 만난 친부의 존재나, 자신도 모르게 자신을 보호하고 피신시킨 스승의 존재보다도.
* * *
“마황이시여…….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당신의 의무를 저버릴 셈입니까?”
루이드와 아샤라가 빠져나간 마법 의회당. 그곳에 살기가 감돌고 있었다.
마황 클리아베이든의 눈에는 거칠고 위협적으로 움직이는 의원들의 마문이 보였다.
‘흠, 이거……. 위험하겠는데.’
그들의 마문들은, 당장이라도 마황을 향해 격공을 쏟아낼 것처럼 팽팽한 긴장감을 자아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