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ron' Son has Paranormal Abilities RAW novel - Chapter (115)
남작 아들은 초상능력자-115화(115/252)
제115화
제15편 검의 비밀(3)
루이드는 깜짝 놀라 어깨를 움츠렸지만, 시스템의 알림은 오직 루이드에게만 들리는 것이었다.
클리아베이든이나 아샤라는 여전히 호문클루스에 관한 책을 찾느라 여념이 없었다.
‘뭐야……. 퀘스트 발생이라니, 이 세계로 온 후부터 그런 건 전혀 없었는데?’
전생에서는 달랐다.
그때는 재앙과 싸웠고 헌터들은 시스템의 시험에 맞서야 했는데, 이 퀘스트란 것이 시스템이 주는 시험의 일부였던 것.
어떠한 업적을 이루도록 종용하고, 무사히 퀘스트를 완수하면 난이도에 따라서 일정한 보상을 주는 시스템이었다.
퀘스트에 따라 다르기야 하겠지만, 대체로 이 퀘스트 시스템은 실패에 관한 대가가 없기에 여러모로 이득인 부분이 많았다.
루이드는 눈을 찡그리고는 시스템 창을 살펴보았다.
[퀘스트 발생.]당신은 이야기 조각(2)를 발견했습니다. 모든 이야기를 모으면 보상을 얻을 수 있습니다.
퀘스트 내용으로 더 알아낼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심지어 보상 내용도 알 수 없었다.
그저 퀘스트를 완료하면 보상을 얻는다는 내용뿐.
‘흐음, 꽤 불친절하군. 전생에서도 그랬던가? 조금 다른데.’
그렇다고 하더라도 루이드는 결코 짜증을 내지 않았다. 오히려 미소가 지어졌다.
‘장기 프로젝트라 이 말이지. 게다가 이야기 조각이라는 걸 찾으라니. 그건 내가 이미 해오던 거고, 또 잘하는 거지.’
이미 전 세계에서 책을 모으고 있는 루이드였다. 게다가 그는 자신이 모은 그 모든 책을 읽어볼 심산이었으니 말이다.
‘북부 황룡 장 신의 두 번째 책을 만났을 때 특정 조건을 만족하여 퀘스트가 발동됐다. 그렇다면 장 신의 다른 책들을 더 찾으면 되는 거 아냐?’
그건 오히려 루이드가 바라던 일이었다. 북부 황룡 장 신의 책은 정말 재밌었으니까.
‘내 도서관을 관리하는 사서들에게도 미리 일러둬야겠군. 장 신의 책은 따로 빼 두라고 말이야.’
루이드는 책을 꺼내 내용을 훑었다.
‘역시 재밌잖아.’
내용은 평범하다고 해야 할지, 보편적이라고 해야 할지. 루이드가 아는 그 무협의 내용이 맞았다.
전작과는 관련이 없는 전혀 다른 이야기였지만, 한 번 보고도 강렬하게 기억에 남은 북부 황룡 장 신의 독특한 필력이 새하얀 종이 위를 힘차게 뛰어다니고 있었다.
‘정말 신기하단 말이야. 어떻게 이렇게 내 전생에서 인기 있었던 테이스트와 비슷할 수 있지?’
책의 전개는 빠르고 거침이 없었다.
이 시대를 사는 사람이 읽기에는 파격적이기까지 했다.
‘이 장 신이라는 자가 어떤 자인지 직접 만나보고 싶을 정도다.’
루이드가 장 신의 새로운 책에 집중하고 있을 때, 아샤라가 옆으로 다가왔다.
“뭘 보고 있는 거예요?”
“어, 어. 그게.”
“흐음? 이건…….”
책 안의 내용을 슬쩍 본 아샤라가 미간을 찌푸렸다.
“루이드 님이 좋아하는 소설이잖아요?”
“소설?”
어느새 다가온 클리아베이든까지 책의 내용을 기웃거렸다.
“우리가 열심히 검에 관해 찾을 때 이런 거나 뒤적거리고 있었던 거예요?”
“‘그런 거’라니. 이건 마법사의 금서목록 중 하나라고.”
루이드가 목을 가다듬으며 말하자 클리아베이든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 책이 왜 여기 있는 거지? 흐음?”
“여기 있을 책이 아닌데, 이곳에 있는 건가요?”
“잘못 흘러들어온 것 같군.”
클리아베이든은 책의 겉을 요모조모 뜯어보았다.
“희한하네. 금서가 있는 곳은 특별하게 관리되는 곳인데, 어째서…….”
“여기 있어선 안 될 책이라면, 그럼 이 책을 제가 가져도 되겠습니까?”
“에에?”
루이드의 말에 아샤라는 정말 못 말리겠다는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루이드 님은 소설을 정말 좋아하는군요.”
“여기서 딴짓하는 것보다 가져가서 나중에 읽는 게 나을 것 같아서. 하하하.”
“그야 그렇긴 하죠.”
“음, 좋아요. 어차피 밖으로 빼내야 할 책이니까. 내용을 읽어보니 그저 평범한 오락 서적인 것 같은데. 결말이 너무 해피 엔딩인 건 별로네요.”
클리아베이든은 금서 보관소의 어둠 때문에 훨씬 창백해진 불꽃을 이글거렸다.
“방금 결말까지 다 읽었다고요?”
“물론이죠. 독고 진강이 백리호와 어떻게 흑운림을 격파하냐면…….”
“그만, 그만! 그만두세요! 읽을 거라니까요!”
루이드의 반응에 클리아베이든이 킬킬거렸다.
‘대충 겉면만 훑은 것 같은데, 결말까지 다 읽었다고? 대단하네. 마나로 읽었다. 뭐 이런 건가?’
루이드는 클리아베이든을 노려보며 장 신의 책을 끌어안았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자아. 봐요. 호문클루스에 관한 책을 모두 찾았으니.”
“오오.”
한쪽 책상 위로 가득 쌓여 있는 책들.
“자, 읽읍시다!”
클리아베이든은 신이 난 목소리로 말했다.
“이 책을 단번에 읽으신 것처럼 내용을 찾아주실 수 있으실까요?”
루이드가 묻자 그는 불꽃을 부풀렸다.
“젊은 사람들이 너무 날로 먹으려고 하는군요. 그런 건 직접 찾는 게 훨씬 재밌잖아요. 게다가 호문클루스에 관해 공부할 좋은 기회고요. 전 이미 다 아는 내용인걸요.”
그는 루이드는 골려주기라도 하듯 큭큭 웃었다.
‘정말 이상한 사람이야.’
루이드는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얌전히 책을 하나 집어 펼쳤다.
클리아베이든이 다 아는 내용을 그저 읊어주기만 했으면, 애초에 마법사들의 금서 보관소에 올 필요가 없었을 터.
그랬다면 오늘 습득한 퀘스트나 장 신의 새로운 책도 물 건너갔을 것이었다.
루이드와 아샤라가 책을 읽는 동안 클리아베이든은 흥얼거리며 서고를 배회했다.
“아, 여기 있네요.”
아샤라가 책을 가져와 루이드에게 들이밀었다.
“호문클루스를 이용해 새로운 물질을 만들어내는 것.”
“흐음,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다른데요.”
물질과 물질을 합하여 새로운 물질을 만들어낸다는 개념이었다.
그로서 이 세상에 없던 새로운 물질이 완성되었지만, 그 안에 존재하는 물질들은 원래 이 땅에 존재하던 것.
결국 노란색 물감과 파란색 물감을 섞어 초록색 물감을 만들어 낸 것과 비슷한 이치였다.
색은 바뀌지만, 결국 물감은 물감인 것이다.
또 따지자면 식물 교배와도 같은데 한 종과 다른 종을 합하며 새로운 종을 만들어냈지만, 그 종을 이루고 있는 유전자적인 모든 것은 두 종의 특성을 따와서 만든 것.
결국 두 가지 모두가 말하는 것은, 이 세상에 없던 전혀 새로운 물질을 만드는 일은 거의 불가능한 것이라는 말이었다.
저 먼 우주 너머에서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면, 완전히 다른 차원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면.
“호문클루스가 아니라고……?”
“금속도 아니고, 마정석도 아니고. 그렇다면 리봉의 공처럼 그냥 발견이 안 된 물질……은 또 루이드 님이 아니라고 했죠?”
루이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리봉의 공조차 루이드의 분석으로 알아낼 수 있는 보편적인 물질이었다. 게다가 분석해 본 결과 고무와 같은 성분이라는 것을 알아낼 수 있었다.
이 검을 이루고 있는 것은 뭔가 다른 것이었다.
“모순적인 물질이로군. 꽤나 기이하고.”
한껏 진지해진 클리아베이든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것을 완전히 분석해내지는 못하지만, 결국 그대들이 이것을 조사하려는 이유는 그 괴한 때문이었죠?”
루이드와 아샤라가 고개를 끄덕이자, 클리아베이든의 불꽃이 천천히 금서 보관소 가장 깊숙한 곳으로 이동했다.
“그렇다면 방법이 또 하나 있어요.”
그는, 그의 불빛이 미처 비추지 못할 만큼 어두운 공간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루이드와 아샤라는 미심쩍은 얼굴로 천천히 그 뒤를 따라 걸었다.
“여긴 내 비밀 금고랍니다.”
“금고요?”
너무 어두워 클리아베이든의 코앞에 있는 벽밖에 비치지 않았는데, 그 벽에는 굉장히 복잡한 문양들이 새겨져 있었다.
그는 아까 금서 보관소에 들어올 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금고를 여는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지 않았다.
잠깐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났다가, 기이익. 하는 무거운 소리가 났다. 그리고 커다란 태엽이 돌아가는 소리가 마치 거인이 지나가는 것처럼 무겁게, 하지만 아주 은밀하게 났다.
“자아, 이걸 꺼내요.”
클리아베이든이 살짝 비켜서자 앞쪽에서 빛나는 무엇인가가 보였다.
손바닥만 한 팬던트 같았는데 금으로 만들어졌고, 섬세한 세공이 들어간 작은 마정석들이 별자리 모양으로 박혀 있었다.
“이게 뭔가요?”
루이드가 팬던트를 손에 올려놓고 살짝 누르자, 달칵하는 소리와 함께 그것은 반으로 갈라져 열렸다.
그 안에는 우주가 있었다.
우주의 모습을 아는 루이드만이, 그렇게 생각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지만.
확실히 그것은 작은 우주였다.
팬던트는 분명 손안에 올라올 만큼 작은 것이었는데, 열린 안을 들여다보면 깊고 무한한 우주의 공간이 넘실대고 있었다.
동시에 자칫 집중력을 잃으면 빨려 들어갈 것처럼 맹렬한 불길함을 뿜어내면서 말이다.
“혹시 태어났을지도 모를 내 자식을 찾으려고 만든 건데요.”
클리아베이든의 말에 루이드는 퍼뜩 정신을 차리며 그를 보았다.
“한 200년쯤 애쓰다가 그만두고 처박아두었거든요. 그 어떤 추적 마법보다 강력한 아티펙트랍니다. 이걸 따라잡을 수 있는 마법은 없을 거예요.”
“이걸로 어떻게 그들을 추적할 수 있죠?”
아샤라가 눈을 빛냈다.
“이건 어떤 것을 넣으면 그것과 같은 것들을 모조리 찾아내요. 범위나 시간도 상관없답니다. 게다가 다른 마법들을 다 무시하죠. 예를 들어, 은신 마법이나 보호 마법 같은 거요. 난 혹시 생겨났을지 모르는 내 자식을 찾기 위해 늘 머리카락이나 혈액을 넣었었죠.”
“그렇다면 여기에 검을 넣으면…….”
“그들이 사용하는 무기가 이것과 같은 재질이라면 찾을 수 있겠죠. 단 하나라도요.”
“분명 그럴 겁니다. 놈들이 걸친 옷과 방어구 모두 검과 같은 재질이라고 예상하니까요.”
“좋아요. 그럼 시작해볼까요.”
루이드는 그의 설명에 따라 검을 꺼내 팬던트 위로 올렸다.
툭. 검을 떨어트리자, 팬던트 안의 우주와 같은 공간으로 검은 빨려 들어갔다. 그와 동시에 팬던트의 뚜껑이 닫히고 안에서는 달칵, 하고 잠기는 소리가 났다.
드륵, 드르륵.
팬던트 뚜껑에 있던 별자리들이 마구 회전하기 시작했다.
그 모양은 계절에 따라 지구에서 관측할 수 있는 별자리들이 이동하는 하늘의 모습과 같았다.
별자리 모양의 마정석들이 빛나고 그 빛이 위로 살짝 떠올랐다. 그리고 그 빛들은 화살표 모양으로 변했다.
정확하게 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는 빛나는 화살표.
“……끝난 겁니까?”
클리아베이든은 고개를 끄덕이듯 불꽃을 일렁였다.
“이게 제대로 작동되는 건 아주 오래간만에 보는군. 고장 나지 않아서 다행이야.”
그는 잠깐 아샤라 쪽을 보았다가 다시 루이드에게 다가왔다.
“이제 이 화살표가 가리키는 곳으로 가면, 그대가 찾는 자들이 있을 거예요.”
아샤라의 얼굴이 짐짓 심각해졌다.
“루이드 님……. 어쩔 셈이세요? 놈들이 사용하는 이 물건들이 금속이 아니어서 루이드 님의 능력은 전혀 통하지 않는다면서요.”
루이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놈들이 있는 곳을 알게 되다니 기대하지 않았던 엄청난 성과를 얻은 셈이지만, 곧장 쳐들어갈 생각은 없어.”
왕궁을 습격했던 괴한은 소드 마스터이자 오러에 능통한 레온 크레이브 공작과 비등하게 싸운 자.
거기에 루이드의 능력이 통하지 않는 존재. 어디에 있는지 안다고 함부로 덤빌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들의 규모도, 실력도, 정체도. 그 어느 것 하나 아는 게 없었고, 그에 대한 대비도 된 것이 없었다.
지금 당장은 팬던트의 존재만으로도 엄청난 위안이었다.
마치 안개가 가득 낀 망망대해에서 저 멀리 등대의 불빛을 발견한 것처럼.
“놈들과 붙기 전까지 단단히 대비해 둬야지.”
아샤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줄 수 있는 최대한의 도움을 줄게요.”
클리아베이든이 위습의 불꽃을 이글거렸다.
“마황께서 도와주신다면, 영광이죠.”
루이드는 아샤라 쪽을 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헌데 아까 이 물질을 조사하는 것에 관해서 두 가지가 짚인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아직 호문클루스라는 가설 하나밖에 알아보지 못했고요.”
“아아, 그건…….”
그는 일렁임을 멈추고 잠깐 숨을 골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