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ron' Son has Paranormal Abilities RAW novel - Chapter (119)
남작 아들은 초상능력자-119화(119/252)
제119화
제19편 쉴 틈이 없어!(3)
“너희 중 하나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
루이드는 의자에 기대 한쪽 턱을 괴었다.
“하, 하지만 백작님! 그렇다고는 하지만……. 저는 정말 아닙니다!”
“제가 정말 아닙니다! 현명하신 백작님……. 억울한 제가 저지르지도 않은 죄 때문에 누명을 쓰지 않도록 해 주십시오!”
쌍둥이는 더욱더 호소했다.
루이드 포커드의 현명함과 대단함을 높이 드높일수록 그의 부담은 더해질 터였다.
“응응, 걱정하지 마. 너희 중 누군가가 거짓말을 하든 말든, 둘이서 작당하고 우기고 있던 말던.”
“작당이라니요! 말도 안 됩니다!”
“억울합니다!”
루이드가 귀찮다는 듯 볼을 긁었다.
“아니, 그러니까 다 상관없다는 말이야.”
“예?”
루이드의 반응에 쌍둥이는 물론이고 재판을 보기 위해 모인 모두가 당황스러운 기색이었다.
“무슨 소릴 하시는 거지?”
“재판을 포기하시겠다는 건가?”
“쌍둥이 둘이서 작당을 했다니, 둘 다 처벌을…….”
“설마 그런 폭군이나 할 법한 판결을…….”
“하지만 그렇지 않나. 둘 다 재판에 혼선을 주고 있잖아.”
“무슨 소리야! 한쪽은 억울하니 진실만을 말하고 있지.”
“아닐 수도 있어. 결정적으로 자신이 아니라는 걸 증명할 길이 있지만, 자기 쌍둥이를 위해 입 다물고 있는 걸 수도 있다고!”
“허어, 어렵다 어려워.”
“대체 백작님은 어쩌시려는 거지?”
“무슨 수로 알아낸단 말이야!”
“마법을 사용하시려는 걸지도 몰라. 거짓을 꿰뚫어 보는 마법이 있다고 하지 않는가!”
“에이, 이 사람. 그건 아무 마법사나 할 수 없다고 하던데. 포션 공장의 마법사들이 알려주었다네.”
사람들은 조용히 마구 숙덕거렸다.
“헤이란.”
“네, 백작님.”
“흉기를 가져와라.”
루이드의 명령에 헤이란이 천 위에 올린 칼을 가져왔다.
그것은 짐승을 도출할 때 사용하는 크고 날카로운 칼이었다.
끔찍하게도 피해자의 피가 잔뜩 묻어있었다.
“에그머니나!”
“아유, 끔찍해라!”
구경꾼들이 얼굴을 가리며 야단을 떨었다.
심약한 사람들은 어지럼증을 느끼고 주저앉기까지 했다.
“여기 보이는가? 그대들 중 하나가 잔인하게 살해한 피해자의 혈흔이!”
“그가 당한 일이 안타깝기는 하나, 정말 제가 한 일이 아닙니다!!”
쌍둥이는 괴로운 듯 어깨를 떨었다.
‘연기를 꽤 잘하는군.’
루이드는 새삼 놀라며 표정을 굳혔다.
“여기에는 범인을 밝혀낼, 특정할 수 있는 흔적이 남아있다.”
루이드의 말에 쌍둥이 모두 심히 놀란 표정이었다. 그들뿐만이 아니었다.
구경꾼들이 술렁였다.
“그건 쌍둥이라도 구별할 수 있는, 이 세상에 오직 단 하나뿐인 자신을 증명하는 흔적이지.”
“그게 무슨…….”
“지문이라는 거다.”
“예?”
“지문?”
루이드 외에는 모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지문이라니…….”
“그게 뭐지?”
“손가락……?”
구경꾼들은 모두 자신의 손바닥을 펼쳐 보았다. 하지만 그들의 눈에 보이는 것은 분홍색의 손가락들 뿐.
루이드의 재판을 보고 있던 헤랏산 역시 자신의 손가락을 내려다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문양…… 이라니? 이, 주름…… 말인가?”
그랬다. 이 세계의 수준으로는 대부분 지문의 개념을 알지 못하는 것.
“모두 손가락을 자세히 봐라! 사람의 손가락에는 촘촘한 주름이 있다. 그리고 이 주름의 모양은 사람마다 각기 다르다.”
“허, 허어?!”
루이드의 말에 구경꾼들이 서로의 손가락을 비교해 보며 웅성거렸다.
“비슷해 보이는데……?”
“혹시 마문과 비슷한 걸까?”
“마문?”
재판을 구경 온 마법사들이 알겠다는 듯 손뼉을 쳤다.
“마문이라고, 마법사들마다 사용하는 마나의 기운이 주변을 떠다니는데. 그것의 모양이 다 다르다고 하더군. 해서 그 마문을 읽으면 어떤 마법사인지 판별할 수 있다고 하더군. 모습을 변형시켜도 알아볼 수 있다고!”
“그래, 맞아. 아주 높은 수준의 마문 판별 마법사는 마법에 남아있는 마문을 읽어 누가 건 마법인지도 알아낼 수 있다더군.”
“아하, 헌데 그 마문을 볼 수 있는 마법사는 몇 없다지 않은가?”
“이건 마문은 아니니까. ……그럼 백작님께서 지문이라는 걸 읽어낼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이 있는 모양이네!”
“그렇군! 백작님처럼 대단한 혈계 능력자라면……. 분명 그럴 수도 있을 거야!”
마법사들이 웅성거리는 소리를 듣고 일반 영지민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루이드 님은 에벨리에서 마문에 관한 지식을 얻으셨지. 그걸 일반 사람들에게도 적용하신 걸지도 몰라. 그렇다면, 그 사이에 지문이라는 걸 깨달을 정도로 연구를 하셨단 건가? 세상에. 어떻게…….’
아샤라는 충격을 받은 얼굴로 루이드를 보았다. 클리아베이든 역시 그랬다.
지문이라는 주름이 존재하는 것은 그도 아는 사실이긴 했다.
수백 년을 사는 동안 여러 가지 연구를 했던 클리아베이든이었으니. 하지만 모든 사람의 지문이 다르다는 사실은 미처 깨닫지 못했다.
지문에 관하여 깊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 특정 문양은 마법사들의 것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수백 년간 내가 상상하지도 못한 생각을 하다니. 정말 대단한 자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었을까?’
클리아베이든은 수백 년을 살아온 자신보다, 루이드 포커드가 아는 것이 더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마법에 관하여서는 자신이 월등하게 뛰어나지만, 다른 부분에 있어서는 그를 뛰어넘을 자가 없었다.
이처럼 참신하고 깨어있다니. 마치 다른 세상에서 온 것 같았다.
그의 영지와 이루어낸 업적들을 생각하면서도 그런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헤랏산이나 아샤라, 클리아베이든조차 루이드가 전생의 기억을 통해 그런 지식을 얻었다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자, 모두 조용!”
헤이란이 외치자 구경꾼들이 모두 다시 단상 위로 집중했다.
“지문은 누구나 볼 수 있고, 조금만 공부한다면 누구나 분간해낼 수 있지. 아주 작은 주름이라 힘들 테지만, 그 모양이 완벽히 일치하는지 아닌지 분간하는 것은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야.”
루이드가 초상 능력을 이용해 검을 공중에 띄워 보였다.
“어쨌든, 이 검에는 범인의 지문이 묻어있다.”
검은 천천히 움직여 쌍둥이 쪽으로 날아갔다.
“피해자의 혈흔을 통해서 자국이 남았지.”
검의 자루를 자세히 보니 루이드의 말대로 확실하게 지문이 찍혀 있었다.
쌍둥이들조차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선명했다.
“……그, 그런.”
“하지만 이 손자국이 사람마다 다르다고 어떻게…….”
“저희는 쌍둥이입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완전히 같다고요! 그러니 지문이 같을 수도 있을 겁니다!”
쌍둥이들은 당황하며 중얼거렸다. 이곳 사람들의 지식 수준으로 생각하면 그들의 말은 일리가 있었다.
단순한 주름일 뿐인데, 어떻게 그것으로 사람을 특정할 수 있다는 말인가?
게다가 이 세상에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그들 모두의 지문이 다 다르다니.
과연 그럴 수가 있을까?
단 한 사람도 겹치지 않는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그것은 어떻게 증명할 수 있는가?
자리에 모인 구경꾼들 역시 모두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결국 이 재판은 시원하게 판가름이 나지 못하는 게 아니냐는 생각이 그들 모두에게 엄습하고 있었다.
“음, 그건 일단 직접 지문을 찍어보면 알 수 있겠지.”
루이드가 손을 들어 보이자, 헤이란이 잉크를 적신 솜을 가지고 쌍둥이 앞에 섰다.
“자, 손가락을 잉크에 찍은 다음 여기 종이에 찍어라.”
“…….”
명령이었기에 쌍둥이는 일단 어쩔 수 없이 헤이란이 시키는 대로 했다.
“하지만……. 우리가 서로 다르더라도, 비슷한 주름이 있는 사람이 있으면 어떡합니까……?”
쌍둥이는 자신들의 의견이 묵살 당하지 않도록 계속 강조했다.
“걱정하지 마라. 이참에 나는 내가 다스리는 그리슨빌 영지민 모두의 지문을 수집할 생각이니까.”
“예에?!”
구경꾼들은 또 한 번 모두 크게 놀랐다.
헤이란이나 아샤라, 헤랏산 역시 그랬다.
“이, 이곳의 모든 영지민들의……. 지문을……. 확인한다고요?”
“물론이다. 그렇게 해 둔다면, 앞으로 비슷한 사건이 벌어졌을 때 훨씬 수월하게 범인을 가려낼 수 있을 거다.”
루이드는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어 놓을 생각이었다.
이 기회에 영지민들의 지문을 수집해 놓으면 다시는 이런 일로 일을 번잡하게 만들 필요가 없었다.
지문만 회수하면 훨씬 수사가 쉬워질 테니.
“좀 더 정확한 지문 확인을 위해 마법도 이용할 생각이니 너무 걱정하지 말고.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도록 할 테니, 나를 믿어라.”
루이드의 말에 쌍둥이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우선은 흉기에서 나온 지문과 쌍둥이들에게서 채취한 지문을 비교했다.
결과는 뻔했다. 루이드의 생각대로였다.
범인은 쌍둥이 중 갈레모의 것이었다.
하지만 루이드는 곧장 판결을 내지 않았다.
영지군을 이용해서 그리슨빌에 사는 영지민들의 지문을 모두 채취했다. 그리고는 이름과 주소, 특이사항을 기록한 종이와 함께 보관했다.
이그라에서는 이렇게 자세하게 주민 신상을 기록해 놓는 곳이 없었다. 아마 대륙 전체에서도 이런 곳이 없을 터였다.
‘이대로 주민등록 번호까지 만들면 모든 서류를 관리하는 것이 쉬워질 거다. 하지만 아직 농민들은 숫자를 모르는 경우가 많으니까. 천천히…….’
그래도 이 정도면 주민등록 번호만 없을 뿐이지, 아주 높은 수준으로 영지민 관리가 될 터였다.
예전에 그리슨빌에서 역병이 돌 때, 주민 체크를 했던 것이 도움이 많이 되었다.
그리슨빌 영지민에 관한 정보가 모두 정리되었을 때, 루이드는 다시 재판을 열었다.
“자, 보아라. 쌍둥이여. 그리슨빌에 사는 모든 자 가운데 이 칼자루에 남은 지문과 같은 주름을 가진 자는 단 한 사람뿐이다.”
갈레모는 절망에 빠진 얼굴로 바닥만 내려다보고 있었다.
루이드는 지문 재취와 대조 작업에 쌍둥이를 직접 투입시켰다.
그에게 지문이란 어떤 것이며 단 한 사람도 같은 모양의 지문을 가지지 않는다는 것을 교육시킨 것이었다.
그러니 쌍둥이들은 루이드의 판결에 더는 이의를 제기할 수가 없었다.
놀랍고 경이로운 지문의 법칙을 직접 눈으로 확인했기에.
“갈레모, 바로 너!”
루이드가 시선을 돌리자, 아샤라가 마법을 발동했다.
즈즈즈. 마치 증강현실처럼 두 개의 지문이 떠올랐다.
하나는 갈레모가 재판 전에 찍은 지문이었고, 하나는 칼자루에서 나온 지문이었다.
그것을 이곳에 모인 모두가 볼 수 있도록 커다랗게 영사한 것이다.
츠츠츠.
아샤라가 두 팔을 천천히 좁히자 두 개의 지문이 서로 겹쳐졌다.
다른 구석이 하나도 없이.
정확히 일치하는 지문.
“오오오.”
“정말 신기하군.”
“똑같군, 똑같아!!”
구경꾼들 사이에서 탄성이 쏟아졌다.
“……크윽.”
갈레모의 옆에 무릎을 꿇고 있던 필레모 역시 고개를 푹 숙였다.
자신이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인데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었다.
그는 그만큼 자신의 쌍둥이 형제를 아꼈던 것이다.
“백작님! 존경하는 성주님! 비록 제 동생이 범죄를 저질렀지만,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을 겁니다!”
필레모는 바닥에 납작 엎드려 엉엉 울기 시작했다.
“한낮에 피해자의 가족들이 모두 지켜보는 가운데, 짐승을 도축하는 칼로 스무 번이나 난도질한 어쩔 수 없는 이유가 있었다?”
루이드가 엄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자리에 모인 구경꾼들이 야유를 퍼부었다.
“살인자!”
“나쁜 놈들!”
“그놈은……. 센즈는 우리에게 돈을 빌려주고는 엄청난 이자를 받았다고요……. 그리고 매일같이 협박하고……. 우릴……. 우리 가족들을 죽이겠다고……! 너무 괴로웠습니다! 정말 괴로웠습니다! 이제는 이것밖에 방법이 없다고 생각한 겁니다. 제 동생은, 갈레모는 우리 모두를 위해……!”
필레모는 울부짖었고 루이드는 눈을 가늘게 떴다.
“차라리 내게 와서 고하지 그랬는가. 그랬다면 내가 도움을 줄 수 있었을 것이다.”
“어흑……. 어흐흑…….”
갈레모는 아무 말도 없었다.
그저 고개를 숙이고 모든 것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었다.
사실 루이드는 이 모든 사실을 알고 있었다.
지문 수집을 시작했을 때, 루이드는 쌍둥이와 피해자 센즈에 관하여 조사했다.
그들 사이에 있었던 일을 알아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루이드 역시 안타까웠다.
하지만 협박과 살인은 완전히 다른 수준이었다.
아무리 그런 사건이 있었더라고 하더라도 살인이 정당화될 수는 없는 것이다.
루이드는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분명 피해자 센즈는 지속적으로 피의자를 협박하고 괴롭혔다. 고통 속에서 저질러서는 안 되는 안타까운 선택을 한 것. 그대들을 다스리는 성주로서 무척이나 안타깝다. 하지만 인륜을 저버리는 살인은 도저히 용서받을 수 없는 일.”
루이드는 자신의 검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피해자의 어린 자녀들 앞에서 잔혹하게 범죄를 저지른 일은 하늘도 용서하지 않으실 것이다. 그대를 사형에 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