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ron' Son has Paranormal Abilities RAW novel - Chapter (120)
남작 아들은 초상능력자-120화(120/252)
제120화
제20편 쉴 틈이 없어!(4)
“대단해, 저 박력!”
헤랏산이 촉촉해진 눈으로 손뼉을 쳤다.
“교수형! 교수형!”
“목을 잘라야지!”
“저런 놈은 때려죽여야 마땅하지!”
“센즈가 겪었던 대로 고통스럽게 죽어야 해!”
루이드의 판결에 구경꾼들이 소리를 드높였다.
“하지만 센즈 놈이 괴롭힌 것도 사실이지.”
“그놈 유명하잖아. 돈 빌려줘 놓고 원금보다 이자를 더 많이 받아먹는다던데.”
“어지간하면 그놈한테는 돈을 안 빌리지. 센즈가 죽인 건 아니지만, 그놈 괴롭힘에 못 견뎌서 죽어 나간 사람이 몇은 될 테지.”
사람들이 웅성대는 소리가 루이드의 귀까지 들렸다.
아샤라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루이드를 올려다보았다.
물론, 이미 여러 해 동안 성주의 직무를 해온 루이드에게 이번 사건만이 크게 어려운 케이스는 아니었다.
하지만 아샤라가 보기에 루이드의 표정이 그 어떤 때보다 심각해 보였기 때문이었다.
술렁이는 재판장을 내려다보며 루이드는 생각에 잠겼다.
‘이번 판결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렇군. 영지민들 사이에서 성행하는 대부업이 문제다. 그리고 이제 포커드의 영지민들은 점점 수익이 늘어나고 있고.’
좀 더 안전하게 돈을 맡기고, 빌릴 수 있는 기관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이곳에서 그런 역할을 하는 것은 대부분 센즈와 같은 개인이거나, 아니면 영주, 성주였다.
‘쌍둥이들은 급하게 돈을 빌려야 했기에 내가 아닌 개인에게 찾아간 것이고…….’
개인에게 빌리나 영주나 성주에게 빌리나 위험도는 같은데 시간은 후자가 훨씬 오래 걸리니 말이다. 하지만 제도가 제대로 갖춰져 있다면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을 터였다.
게다가 루이드나 되는 자가 성주이기에 그나마 안전하게 돈을 빌릴 수 있지, 보통의 영지에서라면 센즈에게 당했던 짓들을 영주에게 당할 수도 있었다.
‘제대로 된 은행 시스템을 만들고, 개인이 벌이는 대부업은 금지해야겠군.’
성주로서의 권한과 포커드의 재력이라면 불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은행을 잘 이용하도록 영지민들에게 교육만 잘하면 될 일.
‘돈을 더 열심히 벌어야겠군.’
힘없이 병사들에게 끌려 나가는 쌍둥이를 보며 루이드는 굳게 마음먹었다.
* * *
집행은 속전속결로 이루어졌다.
대신 루이드는 갈레모가 오래도록 고통을 느끼지 않도록 가능한 빠른 처단 방식을 이용해 사형을 집행하기로 했다.
공포를 느끼는 시간이 길지 않도록, 또한 민중에게 조롱당하지 않도록 처형 장소도 비밀스러운 곳으로 정했다.
성의 지하실. 사형을 집행할 최대한 적은 인원만 모여 있었다.
침상에 누워 있는 갈레모의 목덜미를 통해 루이드는 얇은 침을 박아넣었다. 그리고 아주 빠르게 침을 움직여 그의 뇌를 헤집어 놓았다.
순식간에 이지를 잃은 갈레모의 눈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그리고 그의 심장도 천천히 멈췄다.
뇌사 상태를 만들고, 심장이 뛰도록 하는 뇌의 기능도 망가뜨린 것이다.
“처음에만 아주 조금 따끔했을 뿐이야.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를 거다.”
“이런 방법이 있는 줄은 몰랐어요. 마법 같네요.”
루이드의 옆에서 아샤라가 갈레모를 관찰했다.
“이제 갈레모의 가족들을 들여보내라. 시체를 가져가도록 해.”
루이드의 명령에 곧 지하실로 필레모와 갈레모의 가족들이 들어왔다.
“갈레모!”
그들은 루이드의 눈치를 보며 숨죽여 흐느꼈다.
시체를 수습해서 나가던 필레모가 루이드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제 동생의 표정에서 공포나 고통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감사합니다, 성주님. 비록……. 죄를 짓고 부족한 동생이었지만…….”
필레모도 알고 있었다.
자신의 동생은 저질러서는 안 될 범죄를 저질렀다. 그 죄는 달게 받아야만 했다.
그 어떤 경우라도, 사람이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다는 것을. 동생은 잊은 것이다.
루이드는 필레모를 잠깐 내려다보다가 그의 어깨를 잡고 일으켰다.
“그대들을 위해서 더 나은 땅으로 만들겠다. 그러니, 깊은 상심의 늪에서 몸과 마음을 잘 보전토록 해라. 버텨라.”
“…….”
필레모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성주님…….”
* * *
“하아, 할 일이 너무 많군!”
“그게 어제오늘 일인가요.”
루이드의 말에 아샤라가 핀잔을 주었다. 그리고는 흘끔, 헤랏산의 눈치를 보았다.
헤랏산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아샤라와 루이드를 관찰하고 있었다.
아샤라는 헤랏산의 눈빛을 피하여 눈알을 굴렸다.
“포커드 백작님은 여자를 무척 좋아하시나 봐요.”
“으응?”
헤랏산은 집무실 안을 가득 채운 솔라, 엠마, 멜리옌, 아르헬 등을 훑어보며 말했다.
무례한 말이었지만, 그녀의 말투는 조심스럽고도 장난스럽게 가벼워서 악의가 담겨 있지는 않았다.
루이드 역시 며칠 함께 지내본 결과, 원래 헤랏산의 말투가 그렇다는 걸 파악했다.
하지만 헤랏산은 엄연히 밀라비아의 사신으로 온 것. 그런데도 이렇게 발칙한 태도인 것을 보면, 헤랏산이 평범한 사람은 아닐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었다.
아마도 왕족 중에서도 꽤나 지위가 높은 자가 아닐까. 라고 루이드는 생각했다.
“여자를 싫어하는 남자가 있겠습니까?”
루이드는 그저 웃어넘기려고 했지만, 헤랏산을 볼을 부풀렸다.
그도 그럴 것이 루이드는 아예 집무실을 통합해버렸다.
스킬 길들이는 자의 범위 안에 들도록 동료들을 루이드의 눈이 닿는 곳에서 일과를 보내도록 한 것.
다른 사람들의 눈으로 보면 기이한 행동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괴한을 찾아가기 전 최대한 동료들을 성장시켜야 했다. 그러니 언제든지 함께 지내야 하는 것이다.
훈련 시간도 정확히 계획표를 짜, 루이드가 반드시 참석했다.
일부러 함께 대련했다.
이렇게 하는 것은 아주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
“게다가 여기 여성만 있는 건 아닌데요.”
루이드는 데모니어스를 힐끔 봤다가 허공을 응시했다.
[PC:루이드 D 포커드]▷Lv.7(금속의 주인)
-근력:344(+79)
-건강:200(+88)
-민첩:103(+49)
-지식:32(+25)
-지혜:78(+50)
-행운:23(FULL)
-감지력:30(-)
레벨이 올라간 것이다.
‘레벨 7. 상당히 높은 경지다. 이 정도면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전투력을 갖게 된다고.’
이제 루이드의 신체는 웬만한 기사를 상대하기에도 어려움이 없을 정도가 됐다.
맨몸으로 붙을 수 있을 정도로. 레벨 7에서는 스킬이 강화된다.
게다가 이미 오리할콘과 합성되어 강인해진 육체. 거기에 기본적인 근력과 악력, 속도 모두 올라갔다.
‘내 덕분에 성장한 동료들과 함께 있을 때는 늘 이득 상태. 강해질 때마다 나는 더욱더 강해진다고.’
루이드는 그저 흐뭇할 뿐이었다.
물론 괴한들의 정체를 모르고, 그들이 얼마나 강한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그들을 상대해 낼 수 있는 것은 시간 문제였다.
이대로 계속 동료들과 강해질 수만 있다면, 그 무엇도 두렵지 않으리라.
“흐음, 뭐. 상관없겠죠. 밀라비아는 포커드 백작님과 함께 백작님의 동료들도 모두 환영하니까요.”
헤랏산은 ‘동료’라고 말할 때 특히나 힘을 주어 말했다. 그녀는 쇼파에 앉아 책을 읽는 둥 마는 둥 하며 루이드를 힐끔거렸다.
“후우. 밀라비아에는 언제쯤 가실 수 있으실까요?”
“하하, 죄송하게 됐습니다만. 은행을 만드는 일과 영지민 등록증을 만드는 일, 게다가 범죄자 수용소를 만드는 일 모두 금방 끝날 것 같지가 않군요.”
루이드는 방긋 웃으며 대답했다.
‘또 영지를 비우게 되면 당분간 영지 발전은 꿈도 못 꾼다. 밀라비아로 떠나기 전까지 모두 다 해치워야지. 특히나 헤랏산이라는 자, 뭔가 어설퍼서 내가 하자는 대로 다 하고 말이야. 제대로 된 사신이 맞는 건지.’
루이드에게는 밀라비아로 급히 떠날 이유가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생각 난 모든 일을 처리하고 갈 셈이었다.
헤랏산은 곧장 불만을 표했다.
“굳이 이 작……은 곳에서 은행을 만들 필요가 있나요? 제국 대 은행이 있고, 또 율라이스 대륙 은행이 있잖아요?”
루이드의 전생에 살던 현대인이 들었다면 헤랏산의 말이 참으로 이상하게 들렸을 터였다.
대륙을 통틀어 은행이 두 군데밖에 없다니.
그러나 따지고 보면 이곳에는 은행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애초에 현대인이 생각하는 제대로 된 은행의 제도가 존재하지 않는 곳이었다.
크라우스 제국 대은행이나 율라이스 대륙 은행이라고 불리는 대륙 통합 은행은 이름만 은행일 뿐.
그저 막강한 부를 이용해 돈이 급한 귀족에게 돈을 빌려주고 그보다 더욱 어마어마한 이자를 받아내는 대부업에 지나지 않는 곳이었다.
“그런 은행과 다른 은행을 만들 겁니다.”
“다른 은행이라고요?”
“네, 나는 영지민들이 재산을 축적할 수 있는 은행을 만들 겁니다. 현물을 가지고 있는 것보다 훨씬 안전하도록 말이죠. 그리고 아주 안전하게 돈을 빌려줄 겁니다.”
헤랏산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얼굴이었다.
루이드는 전생의 현대. 그때의 은행에 관하여 설명했다.
이용자가 예적금을 들 수 있고, 은행을 이용함으로써 어떻게 안전하게 재산을 보호하고, 심지어는 불릴 수 있는지.
또 대출에 관련해서 알려주었다.
은행은 어떻게 이용자에게 돈을 빌려주고, 수익을 얻을 수 있는지.
결국 큰돈을 가진 은행의 힘이 얼마나 강해질 수 있는지.
모든 이야기를 들은 헤랏산은 입을 떡 벌렸다.
“무슨……. 그런…….”
그녀는 적잖이 충격을 받은 듯 했다.
“그게 가능하다고요?”
“물론이죠.”
루이드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왜냐하면, 자신의 전생에서 그런 일은 일어났었으니까.
너무나 당연한 일이 되었었으니까.
하지만 아직 제대로 된 은행을 겪어보지 못한 이 세계의 사람에게는 너무나 충격적인 이야기였다.
“왜 이런 일을 벌이는 거죠?”
“응? 그야…….”
루이드는 생각했다. 왜?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이런 미개한 곳에서 고생하며 사는 영지민들이었다.
그들이 불쌍하고 가련했다.
평생을 일해도 재산을 모을 수 없었고, 그저 대를 잇는 것만이 가능했던 그들이.
좀 더 사람답게 살 수 있기를 원했다.
처음에는 그저 답답함뿐이었고, 귀찮았지만 아버지의 명령 탓이었다.
눈앞에서 죽어가는 사람들을 모른 척할 수 없는 죄책감 때문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루이드는 점점 더 그들을 생각하게 됐다.
자신이 다스리는, 포커드가 다스리는 땅의 인간들이 행복이라는 것을 조금이라도 알기를 바랐다.
어느새 어엿한 주군의 면모가 만들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야 당연히 돈이 되니까요.”
잠깐 말을 멈췄던 루이드가 대답했다.
“단기적으로 생각하면 손해인 것 같고 고생인 것 같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큰돈을 벌 수 있습니다.”
루이드는 첫 번째 이유를 지나쳐 두 번째 이유부터 설명했다.
그의 말에 헤랏산의 눈이 반짝였다.
“게다가 영지민들이 은행을 이용하고, 수익도 늘어나고, 돈을 계획적으로 사용하고. 이 모든 일이 일어나면 시장 경제가 활성화되거든요. 그건 결국 제가 원하는…….”
루이드는 어떤 식으로 이그라를 발전시킬 생각인지도 헤랏산에게 모두 설명했다.
국왕 카이린과 이야기했듯이.
이렇게 말한들 헤랏산이나 밀라비아가 쉽게 따라 할 수 없으리라는 사실을 알았다.
게다가 그들이 따라 한다고 해서 나쁠 것도 없었다.
좋은 관계의 나라가 발전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이그라에도 좋은 일이니까.
루이드의 이야기가 끝나자 헤랏산은 완전히 감명받은 것 같았다.
“포커드 백작님은 정말 완전 천재예요! 어쩜 그런 생각들을 할 수가 있죠? 밀라비아에 있는 가장 뛰어난 재상도 루이드 님 같은 생각은 하지 못할 거예요.”
그녀는 혼자서 고개를 마구 끄덕거렸다.
“하긴, 이 대륙에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었던 사람이 없었으니 지금까지 그런 일이 전혀 일어나지 않은 거겠죠.”
“맞아, 맞아. 루이드는 최고지.”
“마, 맞아. 벼, 별잡이……. 아니, 배, 백작님은 그 누구도 따라잡을 수 없으니까!”
이야기를 듣고 있던 아르헬과 데모니어스가 거들었다.
“영지민 등록증을 굳이 만드는 이유는 설명하지 않아도 되겠지요. 게다가 이걸 해 두면 은행을 운영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되거든요.”
“으으, 정말이지!”
헤랏산이 손을 뻗어 루이드에게 두 손바닥을 세워 보여주었다.
“으응?”
루이드는 눈앞에 펴진 헤랏산의 손바닥을 보았다.
거기에는 작은 꽃 모양의 문양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