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ron' Son has Paranormal Abilities RAW novel - Chapter (121)
남작 아들은 초상능력자-121화(121/252)
제121화
제21편 쉴 틈이 없어!(5)
“루이드 포커드 백작. 진심으로 당신을 존경합니다.”
헤랏산은 척하고 들어 올렸던 손을 가슴 위로 옮긴 뒤 고개를 숙였다.
“……음? 감사합니다?”
루이드는 약간 놀란 눈으로 헤랏산을 보았다.
‘손바닥의 문양은 뭐지?’
루이드의 생각을 읽은 듯 헤랏산이 입을 열었다.
“아아, 이건 밀라비아의 최……, 왕족의 예랍니다. 손바닥의 문양은 왕족의 문양이고요.”
“아아, 그렇군요.”
루이드는 고개를 살짝 숙였다.
들어본 적이 없는 것으로 보아, 밀라비아 왕족의 비밀스러운 예인 듯싶었다.
“감사합니다.”
웃는 얼굴로 그녀의 인사에 답하는 루이드를 보며 헤랏산은 눈을 빛냈다.
그 모습을 보던 아샤라는 왠지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저 여자……. 뭐랄까, 순수한 것 같긴 한데……. 쎄하달까. 꿍꿍이가 있는 것 같달까.’
그러는 동안 루이드는 둘러보던 서류 정리를 마무리했다.
“이제 전투 훈련 시간이지.”
“와아아!”
아르헬과 데모니어스가 책상에서 벌떡 일어났다. 솔라나 엠마, 멜리옌도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헤랏산 역시 슬쩍 따라나섰다.
아샤라가 루이드에게 바짝 붙어 속삭였다.
“저 여자는 왜 이렇게 쫓아다니는 거예요? 다른 나라의 사신이잖아요? 좀 더 거리를 둘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흠? 그렇긴 하지만……. 딱히 악의도 없어 보이고, 아무리 봐도 스파이랄까, 그런 느낌은 들지 않아서? 심심해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루이드 역시 아샤라에게 맞춰 속닥였다.
“아이참, 루이드 님 속고 계신 걸지도 모른다고요.”
“뭐 좀 속으면 어때. 어차피 내가 조금 속아도 뭔가 당할 리 없는걸.”
“참나, 그렇게 방심하다간…….”
“너희들이 내 곁에 있으니까.”
루이드의 말에 아샤라가 입을 다물었다.
“하, 참 나. 정말이지…….”
“뭐야, 뭐예요! 마법사님? 얼굴이 갑자기 왜 빨개요! 둘이 무슨 이야길 한 거예요?!”
헤랏산이 따라붙자 아샤라는 후다닥 멀어져 버렸다. 그 틈에 헤랏산은 루이드의 바로 옆으로 붙어 섰다.
그리고는 루이드가 관심 있게 듣는 밀라비아에 관한 이야기를 잔뜩 늘어 놓으며 작은 입을 쉬지 않고 종알거렸다.
그런 뒷모습을 바라보며 아르헬이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흐음, 정말이지. 귀찮은 상대가 붙었는걸.”
“귀, 귀찮은 상대?”
데모니어스는 눈썹을 한껏 늘어트리며 되물었다.
“모니. 넌 어떻게 생각해? 난 루이드가 저 여자를 안 싫어하는 것 같아서 걱정이야.”
“외, 외국에서 온 사신이라며? 싫어하면 안 좋은 거 아냐?”
“……그건 그렇지만. 저 여자가 자꾸 아샤라랑 루이드 사이를 질투해서 떨어트려 놓으려고 하잖아.”
“으, 응? 지, 질투를 왜 해?”
“에휴, 너랑 말을 말아야지.”
“왜, 왜애! 나랑 말, 해!”
데모니어스가 울상을 지었지만, 아르헬은 훈련장을 향해 이동하는 일행의 뒤를 따라 쪼르르 달려갔다.
* * *
그리슨빌의 커다란 훈련장.
넓고, 튼튼하고 온갖 무기와 수련 인형, 장애물들이 설치되어 있었다.
척 보기에도 높은 수준의 훈련을 할 수 있는 시설이 모두 갖추어져 있는 것이다.
기사도, 정령사도, 마법사도, 혈계 능력자도 마음껏 훈련할 수 있도록 루이드가 직접 고안하고 설계한 훈련장이었다.
“자, 오늘도 열심히 훈련 해 볼까!”
“네!”
루이드의 외침에 동료들은 각자의 자리로 갔다.
가장 먼저 할 것이 있었다.
루이드와 함께 훈련을 시작한 후로는 동료들 모두 훈련 전 꼭 ‘이것’을 했다.
“국민 체조 시~작!”
루이드는 전생의 기억 속에 아련하게 남아있는 멜로디를 입으로 읊으며 체조를 시작했다.
‘중간에 체조 이름이 바뀌었던가. 개편됐던 건가. 여하튼, 이만큼 좋은 체조가 없거든.’
루이드 전생에서는 국민 체조만 매일매일 꾸준히 하면서 엄청난 몸을 만들어 화제가 된 사람도 있었다.
기본에 충실하면서 유산소와 무산소를 빼놓지 않고 훌륭하게 단련하는 균형 잡힌 체조! 그것이 바로 대한민국의 국민 체조였다.
루이드보다 더 전의 세대에는 이 국민 체조 영상을 학교나 회사에서 아침마다 틀어주며 반강제로 주입시킬 정도였다.
‘음? 나도 영지민들한테 이걸 확 다 퍼트려?’
루이드는 그것이 분명 좋은 결과를 끌어낼 거라 생각했다.
물론 농노나 일반 영지민들의 활동량은 이미 충분했지만.
“하낫 둘, 셋 넷!”
동료들은 모두 루이드의 멜로디에 맞춰 구령을 외웠다.
힘차게 구령을 외치면서 루이드는 눈앞의 시스템 창을 확인했다.
[스킬 길들이는 자의 숙련도가 상승합니다. +0.005] [스킬 길들이는 자의…….]다 함께 체조하는 것만으로도 길들이는 자의 스킬 경험치가 올라가고 있었다.
‘역시 그냥 앉아서 사무적인 업무를 보는 것보다는 훨씬 많은 경험치를 얻을 수 있군.’
루이드는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활기찬 체조가 끝나고 본격적인 훈련에 돌입했다.
훈련하는 동료들의 곁을 루이드가 거닐기만 해도 체조할 때보다 훨씬 더 많은 숙련도가 올라갔다.
‘좋아, 좋아.’
루이드는 훈련에 매진하기 시작하는 동료들을 뿌듯하게 바라보았다.
‘자, 나도 레벨 7의 스킬들을 단련해 둬야지.’
멀찍이 떨어져 자리를 잡은 뒤 소매를 살짝 걷은 루이드는 초상 능력의 힘을 느끼며 정신을 집중했다. 그러자 뻗은 손끝에서부터 영롱한 빛이 일어났다.
스으, 츠츠츠!
그것은 마치 차가운 새벽, 성에가 끼는 것처럼, 돋아나는 비늘처럼 루이드의 손을 타고 올라왔다.
또한 그 움직임이 달걀을 세공하는 장인의 손놀림처럼 신중했다.
‘이제 막 레벨업을 했기 때문에 느리지만.’
원래라면 스킬 금강불괴는 금속 지배 레벨이 7이 되어야만 배울 수 있는 스킬이었다.
전생이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을, 왕궁이 습격당한 당시 어거지로 스킬을 습득했었다.
‘사실 레벨 6 때 억지로라도 금강불괴 스킬을 얻은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어. 전생에 불운을 이번 생에 다 보답받는 건지 뭔지. 덕분에 반쪽짜리 금강불괴를 사용했어야 했지만.’
반쪽짜리 스킬 덕에 목숨을 구한 루이드였다. 어쨌거나, 레벨 7이 되었기에 이제는 완전한 금강불괴를 사용할 수 있었다.
스킬 금강불괴.
금속과 융합하여 신체를 금속으로 변이시킬 수 있는 스킬.
레벨 6의 불완전한 금강불괴는 내면적으로 육체가 강인해지는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 레벨 7의 금강불괴는 신체 바깥을 금속으로 뒤덮을 수 있었다. 아니, 덮는 정도가 아니라 신체의 일부를 거의 금속으로 변화시킬 수 있었다.
츠츠츠!!
어느새 루이드의 양쪽 팔이 전부 오리할콘 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와아아!”
“루이드, 진짜 멋지다!”
아르헬과 데모니어스가 훈련하던 것을 멈추고 손뼉을 쳤다.
츠츳……. 루이드가 전이되는 오리할콘을 멈췄다.
양쪽 팔은 이제 완전히 오리할콘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흠, 아직 어색하네.”
전생에서는 숱하게 써온 능력.
지금의 몸으로는 처음에다, 20년이 넘게 사용해보지 못한 능력이었다. 하지만 그런 것 치고는 완성도는 높았다.
‘금강불괴는 어려운 스킬이다. 전생에선 각성 후 십 년이 넘게 얻지 못했었지. 그러고 보니 슬슬 전생의 경지를 따라잡아 가는군.’
루이드는 자신의 성취에 놀라워하며 양팔을 흔들어보았다. 그리고 주먹을 쥐어보고, 허수아비를 타격하고, 훈련용 끈을 잡아 흔들었다.
“대단하다……. 금속으로 된 팔이라고. 그런데 무슨 금속일까? 마치 수정 같아. 아름다워!”
헤랏산이 멀리 떨어진 곳에서 중얼거렸다.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저 금속으로만 이루어져 있었다면, 이렇게 유기적으로 부드러운 움직임을 만들어낼 수 없었을 터.
그것은 온전히 루이드의 초상 능력. 금속 지배의 금강불괴 스킬로 인간의 육체와 금속을 완벽하게 합성한 덕분이었다.
“핫!”
루이드가 뛰어오르자 맞은편 바닥에서 금속 벽이 솟아올랐다. 뛰어오르는 것과 동시에 조물주물을 사용. 바닥의 금속을 모아 벽을 만들어낸 것이다.
루이드가 오리할콘처럼 빛나는 주먹으로 금속 벽을 타격했다.
빠자작!! 벽은 산산조각이 났다.
금속으로 만든 벽을 주먹질로 찢어버린 것이다.
“우와아아!!”
“대단해.”
“멋져요. 대박이다!”
훈련하던 모두가 달려와 루이드의 팔을 구경했다.
“혈계 능력자는 정말 대단하군요.”
아샤라는 감탄하며 루이드의 팔을 만져보았다.
“마법과는 비교도 안 되게 빨라. 혈계 능력자 중에서도 특히나 빠른 것 같아요. 루이드 님은.”
그녀의 말에 솔라도 고개를 끄덕였다.
“하아. 이런 멋진 새로운 능력이라니, 얼른 연구하고 싶잖아요!”
“하하, 이제 나도 꽤 맷집이 강해졌을 거야.”
아샤라에게 대답하는 루이드의 말에 엠마는 표정이 묘해졌다.
루이드를 지키기 위해 자신이 강해지는 속도보다, 루이드가 스스로를 지킬 수 있을 만큼 강해지는 속도가 훨씬 빨랐기 때문. 그렇기에 기쁘면서도 씁쓸한 마음이 든 것이다.
엠마의 생각을 눈치챈 루이드는 싱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녀가 조급할 필요는 전혀 없었다.
루이드가 쫓는 괴한들은 얼마나 강한지도 모르고, 또 어떤 식으로 싸울지도 모른다. 그들은 훨씬 더 강해져야 했다. 아낌없이 강해져야 했다.
그리고 엠마는 능력은 언제나 큰 도움이 될 터였다.
그렇게 말하고 싶었지만, 루이드는 일단 말을 아꼈다.
벤치에 앉아서 입을 삐죽거리는 헤랏산이 무척이나 신경 쓰였기 때문이었다.
“음……. 헤랏산 님?”
“네에~?”
헤랏산은 아무런 표정도 짓지 않았다는 듯 의아한 얼굴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그 모습은 전혀 얄밉지 않고, 마치 아직 덜 자란 리트리버가 고개를 갸웃거리는 것처럼 보였다.
‘다 큰 어른한테 이런 생각을 떠올리는 게 미안하긴 하지만. 저 보송보송한 머리카락 때문이라고.’
루이드는 외국의 사신에게 좀 더 다정하게 대하기로 했다.
어쨌든 타지에 혼자 와 있는 실정이고, 사신이라는 막중한 임무를 등에 지고 혼자 감당하기에 그녀는 너무 어려 보였다.
또 자신을 향해 조건 없는 호의를 내비치는 자에게 매정하게 굴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혹시 검을 다룰 줄 아십니까?”
검술 자체는 특출나지 않은 루이드이니, 헤랏산이 검술에 크게 재능이 없어도 어느 정도 상대해 줄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루이드가 그녀와 가볍게라도 대련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이유가 있었다.
헤랏산은 늘 훈련에 함께하고 싶은 기색을 내비치면서도 한 번도 검을 들지 않았다.
시녀들에게 물은 바로 그녀는 따로 훈련장을 찾은 적도 없다는 것이다.
이그라의 아주 얌전한 영애라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지만, 루이드가 알기로는 밀라비아에서는 검을 다루는 데 있어 여성과 남성의 구분이 없다고 했다.
‘뭔가 콤플렉스가 있는 걸까. 하지만 그냥 모른척하기가 불편한걸.’
루이드가 예상한 것이 맞았는지 헤랏산은 딱 잘라 거절하지는 않고 우물쭈물한 얼굴이었다.
“아……. 그게, 제가 검술은 딱히…….”
“괜찮습니다. 그렇게 온종일 구경만 하는 것도 심심하지 않으십니까?”
“……그건 그런데요.”
“여긴 헤랏산 님을 평가할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요.”
그 말에 헤랏산의 얼굴이 조금 밝아졌다.
루이드는 팔의 오리할콘을 모두 거두었다. 그러자 순식간에 다시금 평범한 인간의 피부를 가진 팔로 돌아왔다.
‘호오, 내 스킬인데도 신기하단 말이야.’
팔을 조금 매만져 보다가, 훈련장 한쪽에 연습용 검이 진열된 곳으로 갔다.
그리고는 검 두 자루를 집어 들었다.
“괜찮죠?”
루이드가 칼자루를 잡고 빙글 돌려 헤랏산에게 건네자 그녀는 쑥스러운 얼굴로 검을 받아들었다.
‘왕족이라면 제대로 된 검술 교육을 받았을 테지.’
루이드가 자세를 잡자, 헤랏산도 엉거주춤 자세를 잡았다.
“아샤라, 심판을.”
“앗, 네.”
아샤라가 손을 들어 올렸다가 신호를 주었다.
“……참나, 갑자기 웬.”
스읏! 헤랏산이 뭐라고 말하려는 순간 루이드가 그녀의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핫!”
카앙!!
헤랏산은 재빨리 루이드의 검을 받아냈다.
찌릿하고 강렬한 충격이 검을 통해 헤랏산의 팔을 타고 올라왔다.
“집중해야죠.”
루이드가 씩 웃자 헤랏산은 팔을 타고 왔던 충격이 심장까지 닿는 것만 같았다.
“하…….”
“갑니다!”
휙, 루이드는 그 자리에서 곧장 몸을 비틀어 회전했다. 그리고 더욱더 검에 힘을 실어 다음 공격을 휘둘렀다.
“햐, 루이드님의 검술. 꽤 좋아졌는데?”
아샤라가 고개를 끄덕이자, 클리아베이든이 인상을 찌푸렸다.
“좋아진 거라고?”
“……사람이 뭐든 다 잘할 수는 없잖아요. 아니, 그렇지만? 지금은 진짜 잘하는데요? 자세 좀 봐요.”
“내가 마법만 거의 500년을 몰두했다지만, 검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일가견이…….”
“알 게 뭐야. 쉿, 조용히 좀 해요.”
아샤라는 루이드와 헤랏산의 대련에 집중했다. 그녀뿐 아니라 솔라나 엠마, 멜리옌, 아르헬과 데모니어스도 두 사람의 검이 흐르는 선을 쫓아 시선을 바삐 움직였다.
“정말로 시시한 실력이 아닌데요?”
엠마가 중얼거렸다.
이 중 그 누구보다 열심히 검술을 배웠던 엠마였다. 단기간에 루이드의 검술 실력을 뛰어넘을 정도로.
확실히 루이드의 실력이 부쩍 상승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요즘은 통 동료들 앞에서 검술 훈련을 하지 않던 루이드여서, 그 실력의 상승이 확연히 느껴졌다.
그러나 엠마가 시선을 빼앗긴 것은 따로 있었다.
바로 헤랏산의 검술.
그녀의 검술, 자세에서 엠마는 무엇인가 느껴졌다.
아니, 실제로 눈에 보이는 것 같은 어떠한 기운이 있었다.
‘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