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ron' Son has Paranormal Abilities RAW novel - Chapter (126)
남작 아들은 초상능력자-126화(126/252)
제126화
제1편 형제 전쟁(3)
“불이다! 불이야!”
순식간에 북과 나팔이 울렸다.
뿌우우우우!
둥둥둥둥!
“적이다! 적의 습격이다!”
바깥에서 외치는 소리에 시델이 벌떡 일어났다.
그 바람에 테이블에 있던 술잔이 와르르 쓰러졌다.
“형님. 많이 취하셨습니다. 제가 나가보겠습니다.”
마레오가 시델을 막아섰지만, 시델은 거칠게 동생을 밀쳐냈다.
“감히 내게 명령하지 마라.”
마레오는 시델의 눈빛을 보며 순간 자신이 알던 큰형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차갑고, 비정에 잠긴 눈.
마레오가 어째서……. 라고 탄식을 흘리기 전에 시델은 검을 챙겨 막사 바깥으로 뛰쳐나갔다.
* * *
“자, 쉿. 모두 조용.”
“지금 와서 조용하라고 해봤자 늦은 거 아녜요? 벌써 깊게 들어왔다고요.”
“아, 참. 아샤라 너는 말수만 좀 줄이면…….”
“둘 다 조용히 하는 게 어떨까 싶은데요. 물론 둘이 요즘 한창 사랑싸움한다는 건 알겠는데.”
투덜대는 루이드를 보며 클리아베이든이 중얼거렸다.
“그런 게…….”
“어쨌든, 자 지금부터 내가 알려준 대로 하는 거다?”
루이드와 수호단들은 아데리오군의 진지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바위산 위에 있었다.
아데리오군이 왕도를 향해 진군하려면 어쩔 수 없이 지나칠 수밖에 없는 숲.
그곳은 지형이 거칠고 넓고 깊은데다 주변으로 바위산이 많아 루이드 일행이 조용히 접근하기에 용이했다.
게다가 넷밖에 안 되는 초 소수 인원.
아데리오군이 이들을 눈치채는 일은 모래밭에서 바늘을 찾기보다 어려울 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이나 마주친 정찰병들은 그들이 무엇을 하기도 전에 비명횡사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은밀하게 움직였지만, 루이드에게는 금속을 탐지하는 스킬이 있었다.
아데리오군의 정찰병의 움직임은 마치 부처님 손바닥 위에 손오공처럼 루이드에게 훤히 보였다.
“그런데 이 정도로 되겠어요? 본때를 보여주지 않는 거예요? 정말?”
“좀 꺼림칙해서 말이야. 그리고 이게 제일 나은 방법이다. 아무리 야밤에 기습한다고 해도 10만이나 되는 대군을 그대로 상대하는 건 무리가 있거든.”
루이드가 데려온 멤버는 아샤라와 클리아베이든, 솔라와 엠마로 그들만 있어도 500명의 군사보다 훨씬 강력한 전투력을 갖췄다.
하지만 그것으로 10만의 군사를 상대하는 것은 턱없이 부족하다.
그래서 루이드가 생각한 방법은 제일 먼저 아데리오 군의 식량을 소멸시키는 일이었다.
곰이나 호랑이처럼 커다란 짐승을 사냥할 때에도 무턱대고 덤벼들지 않는다.
궁지에 몰고, 위협하고, 진을 빠지게 해 사로잡는 것이다.
루이드는 전투에 앞서 아데리오 10만 대군의 힘을 빼놓기를 원했다.
이것부터 시작해야 저 멀리 보이지 않는 승기를 쟁취할 수 있으리라 판단했다.
군대를 유지할 음식이 부족하게 되면, 아데리오는 이그라의 왕도를 향해 전진하고 싶어도 군대를 물릴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그 어떤 전투를 하는 것보다 인명 피해를 줄일 수 있을 터.
“자, 가자.”
루이드의 신호와 함께 수호단은 두 팀으로 나누어졌다.
아샤라는 루이드와 함께, 솔라와 엠마가 함께 양방향으로 찢어졌다.
‘놈들을 정신없게 해 줄 생각이다. 앞뒤 좌우에서 혼이 빠지게 해 주마.’
아데리오군의 막사는 10만이라는 규모에 맞게 어마어마하게 컸지만, 두 팀은 식재료가 실린 마차 주변으로 제대로 자리를 잡았다.
아샤라는 기민하게 주위를 살폈다. 그리고는 허리춤에 차고 있는 펜던트를 꺼내 색깔을 확인했다.
그녀가 직접 만든 마법 아이템.
“다행히 마법적인 기운은 없어요.”
주변 1킬로미터 범위로 마법 신호가 있는지 확인하는 물건이었다.
“이렇게 대군을 이끄는데 마법사를 데려오지 않았다는 건가? 아데리오는 이그라보다 훨씬 큰 나라잖아.”
루이드의 비아냥에 아샤라가 고개를 저었다.
“이미 전투를 치른 후기 때문에 마법사들은 휴식을 취하고 있을 거예요. 그래서 일반인 정찰병들을 더 많이 풀었겠죠. 주변에 마을이나 군대가 없으니, 다음 전투를 위해 마법사들을 푹 쉬게 해둔 걸 거예요.”
“그래도 돌아가면서 경계를 해야지.”
이렇게나 큰 군대를 이끄는 장수가 하기에는 허술한 생각 같았다.
“제 생각에는 아예 마법 경계를 하지 않은 것은 아닌 것 같고. 마법 경계를 사령부 쪽으로 집중한 것 같아요.”
“그것마저도 허술해.”
“뭐, 루이드님은 워낙에 뛰어나시니까요.”
아샤라는 목에 건 목걸이를 쥐고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마정석으로 된 목걸이는 아샤라의 주문을 좀 더 빠르고 정확하게 도와줄 아티팩트였다.
마법 신호를 파악하기 위해 쓴 펜던트와 이 목걸이는 둘 다 값이 엄청나게 나가는 에벨리에서도 구하기 힘든 진귀한 것이었는데, 클리아베이든의 권한으로 아샤라가 물려받은 것이었다.
클리아베이든은 아이템을 사용하는 아샤라를 뿌듯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외는 마법 주문을 혼자서 조용히 중얼거리며 따라 읽었다.
“창공이 품은 새벽의 눈물을 내게 보이리라, 차가운 그대와 뜨거운 내가 만나 대지 위에 가득 차리라! 미스트!”
아샤라의 주문이 끝나자 목걸이에서부터 뿌연 연기가 퍼져 나오기 시작했다.
마법으로 된 안개.
안개는 삽시간에 아데리오 군이 있는 막사 쪽으로 퍼져나갔다.
“이 근처에는 방어 마법이나 감지 마법이 없으니, 이게 마법이라는 걸 눈치채려면 한참 걸릴 거예요.”
아샤라의 말처럼, 짙은 안개가 발밑으로 퍼져나가는 데도 아데리오 군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슬슬 병사들이 잠을 취하는 시간대였기도 했고 막사가 있는 곳이 깊은 숲속이었기 때문에 모두 자연적인 현상이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슬슬 2 팀에게 신호를 보내볼까?”
루이드가 클리아베이든을 보았다.
“마황씩이나 되었는데 이런 역할이라니.”
클리아베이든은 투덜거리며 아샤라의 가방에서 스르륵 나왔다.
그리고 하늘 높이 날았다.
어른어른한 위습의 불빛이 루이드가 있는 곳에서부터 날아올라 세 번 빛을 깜빡였다.
파앗!
솔라와 엠마는 루이드와 아샤라가 움직임을 개시함과 동시에 움직였다.
사실 마차에 불을 지르는 것은 어려울 것이 전혀 없었다.
“파이어 볼! 파이어 볼!”
아샤라가 손을 뻗을 때마다 뜨거운 불덩이가 다섯 개씩 날아갔다.
자욱한 안개 덕분에 아데리오군 보초의 대응은 늦을 수밖에 없었다.
화르르륵!!
한 번에 마차 5대에 불이 옮겨붙었다.
루이드는 손가락 까딱할 필요가 없었다. 생각만으로도 막사 근처에 있는 쇠붙이가 모두 그의 뜻대로 움직였으니까.
“이런?! 부…… 욹!”
경계를 서던 병사가 정확한 말을 하기도 전에 앞으로 고꾸라졌다.
그는 자신을 공격한 것이 무엇인지 눈치챌 수도 없었을 터였다.
루이드의 능력으로 쏘아 보낸 콩알 탄은 소리조차 나지 않는 총알이었다.
‘오, 금속 감지 능력을 쓰는 게 육안으로 보는 것만큼이나 정확하게 조준할 수 있군. 아마 레벨이 올랐기 때문이겠지.’
전체 레벨 7에서의 금속 감지 능력은 마치 루이드를 어두운 밤의 박쥐처럼 만들어주었다.
사람의 형상이나 목재 같은 경우에는 그 윤곽을 잘 알 수 없었지만, 그들이 걸치고 있는 갑옷과 들고 있는 무기의 위치와 형태가 선명하게 느껴졌다.
‘하나, 둘, 셋.’
루이드는 반응하는 병사들을 향해 모두 콩알 탄을 날렸다.
그들을 배려해 최대한 빠르고 깔끔하게.
루이드와 아샤라가 그렇게 작업하고 있을 때, 한쪽 하늘이 순식간에 밝아졌다.
번쩍!
솔라의 전격이었다.
꽈과광!!!
내리꽂힌 전격은 마차 10대를 한 번에 날려버렸다.
“좋아, 솔라가 타이밍을 잘 맞췄네.”
루이드는 벼락이 꽂힌 쪽을 보면서 씩 웃었다. 그리고 아샤라와 함께 진영 더 깊숙한 곳으로 파고 들었다.
“버, 번개?!”
“마법사인가?!”
“혈계 능력자? 대체 뭐냐!”
솔라의 전격이 떨어진 곳 주위로 당황한 병사들이 몰려들었다.
“불!! 불이다!! 식량 마차에 불이 붙었다!!”
그때서야 나팔과 북이 울리기 시작했다.
“적! 적이다!!”
“몇이냐! 습격이냐?!”
부연 안개 속에서 금발의 소녀가 모습을 드러냈다.
“여…… 자애?”
아데리오의 병사들이 눈을 의심하는 순간, 소녀는 조그만 입으로 중얼거렸다.
“볼트 레인.”
파직, 파지직!!
허공에 스파크가 튀며 커다란 벼락이 쉴 새 없이 내리꽂혔다.
그건 마치 비가 내리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다, 다들 방심하지 마라! 혈계 능력자다!!”
눈치가 빠른 병사들이 외쳤다. 마법사라고 하더라도 저렇게 어리고 유약한 모습은 힘들 터.
그러니 선천적으로 타고나 개화하는 혈계 능력자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그라의 혈계 능력자다!”
“비키십시오!”
병사들의 뒤에서 외친 것은 아데리오의 마법사였다.
그는 근처 막사에서 마나 단련을 하며 메모라이징을 준비하던 참이었다. 북과 나팔 소리, 적의 습격이라는 말에 당황한 그였지만, 자신이 충분히 준비되었다는 점에서 안도했다.
그는 순식간에 아주 짧은 주문을 외우고 곧장 마법을 발동했다.
서둘러 메모라이징을 한 덕분이었다.
“헬 하운드!!”
아데리오의 마법사 바로 앞에 불로 된 커다란 개의 형상이 만들어졌다.
“컹컹컹!!”
불의 개가 공기를 데우며 솔라의 앞으로 달려들었다.
“어라.”
아데리오의 마법사는 순간적으로 눈앞에서 벌어진 일을 이해하지 못했다.
혈계 능력자로 보이는 금발의 소녀 뒤에서 무엇인가가 튀어나왔다.
“너를 부정(不定)한다.”
푸콰아아아아악!!!
그리고는 자신이 만들어낸 헬 하운드 마법이 사라져버렸다. 마치 강한 바람이 흩어낸 것처럼.
“내…… 마법이.”
후화악! 헬 하운드 마법이 연기조차 남기지 않고 흩어진 곳에는 또 다른 여인이 서 있었다.
그녀는 너무나 평범해 보였다.
어느 동네나, 성에나 한 명씩 있을 것 같은 평범한 갈색 머리의 여인.
그녀가 마법사 쪽으로 손을 뻗고 있었다.
절대부정의 엠마.
하지만 그들이 알 리 만무했다.
‘뭐라고? 아무것도 들고 있지 않은 저 손바닥 하나로 내 헬 하운드를 없애버렸다고?’
아데리오의 마법사는 마음속에서 덜컥, 하고 커다란 두려움이 내려앉는 것을 느꼈다.
“마, 마법사의 공격이 전혀 소용없었어.”
“으, 으어!”
“화살! 화살을 쏴라!”
아데리오의 병사들은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덜덜 떨리는 손으로 활시위를 겨누었다.
“발사!”
휘이이익!!!
쏘아져 나가는 화살.
하지만 이 화살 역시 솔라와 엠마에게 닿지 못했다.
우뚝. 공중에서 화살이 모두 멈춰버렸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