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ron' Son has Paranormal Abilities RAW novel - Chapter (127)
남작 아들은 초상능력자-127화(127/252)
제127화
제2편 형제 전쟁(4)
파촤촤촷!
어두운 하늘을 향해 비처럼 쏘아져 나간 아데리오의 화살들.
하지만 그 화살은 목표물까지 닿지 못했다.
우뚝. 화살은 마치 사진처럼 공중에 멈춰버리고 말았다.
“무, 무슨.”
“뭐지?!”
“루이드 님이시다.”
솔라의 앞에 선 엠마가 밝게 외쳤다.
아데리오군의 화살촉은 강철로 되어 있어, 화살을 막아내는 건 루이드에게 너무나 쉬운 일이었다.
당황한 병사들이 멍하니 하늘을 응시하는 동안에 화살은 공중에서 방향을 바꾸었다.
“어, 어어어!”
쉬이이익!!
쏜 방향이 아니라 쏘아진 방향으로 쏟아지는 화살들에 병사들은 기겁하며 몸을 피했다.
궁병들을 보호할 방패병도 없는 상황이었다.
푸욱! 푹! 퍽! 우당탕!
짙은 안개 사이로 아데리오의 병사들은 화살에 맞고, 또 서로 부딪히며 쓰러졌다.
“루이드 님이 근처까지 오셨나 봐. 이제 빠질 준비를 하자.”
엠마의 말에 솔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아쉬운 마음으로 한 차례 전격을 더 일으키기 위해 손을 모았다.
“커억!”
“사, 살려줘!”
“이 빌어먹을 안개를 없애야 해! 마법사들 어디에 있어!”
멀리 떨어져 있던 마법사들이 부랴부랴 현장으로 달려와 안개를 걷는 마법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미 그때는 아데리오 군의 군량 마차가 20대가 넘게 불에 탄 상황이었다.
콰과광!!
한 차례 더 전격의 비가 쏟아지고 막사며 마차며 할 것 없이 바싹 타버리고 주변으로 불이 옮겨붙었다.
“현명하신 만물의 근원에게 아뢰오니, 우리의 눈을 트이게 하시고. 퓨어 아이!”
“바람이여 불어라, 우리 앞에 사악하고 간교한 적의 술수를 흩어버려라! 윈드!”
아데리오 군 마법사들이 마법을 영창하자 두껍게 내려앉았던 안개가 마력이 담긴 바람에 흩어지기 시작했다. 또한 동요하던 병사들의 눈이 맑아지며 총기가 돌았다.
마법사의 힘으로 몇몇 병사들의 시력을 강화한 것.
“솔라, 엠마!”
걷히는 안개 너머로 루이드가 튀어나왔다. 그리고 두 사람에게 빠져나가라는 신호를 보냈다.
엠마는 곧장 뒤로 빠졌으나, 솔라는 주춤거렸다.
“아직 많이 남았어.”
“작전대로 해!”
아샤라가 솔라를 지나치며 외쳤지만, 솔라는 돌아서지 않았다. 이상함을 느낀 아샤라가 걸음을 멈추었을 때, 솔라의 손에서는 다시 스파크가 튀고 있었다.
한 번 더 능력을 사용하려는 것이었다.
“솔라!”
아샤라가 외치는 순간, 솔라의 주변으로 전격이 솟구침과 동시에 그녀 주위로 파장이 일었다.
콰과광!!
“그랜드 그랩!”
솔라의 전격은 제대로 쏘아져 나가 아데리오 병사 열댓 명을 바싹 태워버렸지만, 그와 동시에 아데리오 측 마법사의 마법이 발동됐다.
순식간의 솔라 근처 흙바닥이 그녀의 발을 옭아맸다.
드드드득!!
“핫.”
솔라의 민트색 눈동자에 당혹감이 물들었다. 그녀는 강력한 전격 능력에 비해 신체의 기본적인 능력이 그리 강하지 않았다.
“잡았다! 혈계 능력자를 잡았다!”
“죽여!”
그런 솔라의 모습을 포착한 아데리오 군은 눈을 번뜩였다.
“이 망할 계집!”
한 병사가 커다란 장창을 집어 들었다. 한 번에 솔라의 연약한 육체를 꿰뚫을 심산.
쉬이익!
장창이 무시무시한 소리를 내며 바람을 가르고 날아갔다. 하지만 온갖 소란에 아데리오 군이 잠시 잊은 것이 있었다.
“그건 안 되지.”
남자의 음성과 함께 우뚝 공중에서 멎은 장창.
“덩치가 산만 한 남자들이 이렇게 가녀린 여성에게 너무한 것 아냐?”
루이드 포커드가 푸른색 눈을 빛냈다. 그는 어느샌가 창을 던진 병사와 솔라 중간에 서 있었다.
쓰와아아악!
다시 돌아간 장창이, 그것을 내던졌던 병사의 심장을 꿰뚫었다.
“커어억!!”
“허억! 마, 마법사?”
“아니면, 혈계…….”
“루, 루이드 포커드다!”
병사 중 하나가 외쳤다.
훨씬 느리고 훨씬 뭉뚱그린 소문으로 퍼져 있었겠지만, 아데리오에도 루이드의 이야기가 퍼져 있었다.
바로 얼마 전까지도 활발한 교류를 했었기 때문이었다.
푸른 눈에 흑발, 검은 늑대 문양을 등에 진 포커드의 막내아들. 그에 관한 소문은 아데리오의 백성들 사이에서도 신비롭고 대단한 이야깃거리였다.
아데리오 병사들은 술렁였고, 루이드는 그들을 향해 씩 웃었다.
‘다 죽여버릴 수도 있겠지만.’
루이드는 그러지 않았다.
타앗! 뒤로 물러난 루이드의 손이 끝에서부터 영롱한 수정처럼 빛나기 시작했다.
‘금강불괴로 주먹을 강화해서.’
팔꿈치까지 변한 그의 주먹이 그대로 솔라의 몸을 속박하고 있는 흙더미를 가격했다.
퍼걱! 흙무더기는 마법의 힘을 지닌 채였지만, 루이드의 주먹에 힘없이 부서져 내렸다.
“그럴…… 수가!”
마법사들이 경악하는 사이, 루이드는 솔라를 냅다 안아 들었다.
“아샤라!”
루이드의 외침에 이미 주문을 시전하고 있던 아샤라가 땅을 짚었다.
구구구구!!!
그와 동시에 약한 지진이 일고, 병사들과 루이드 사이에 고랑이 생겨났다.
말이 고랑이지 폭이 50미터가 넘고 깊이도 10미터는 되는 거대한 구렁.
주문을 더한 거대 연금술의 일환이었다.
6 클래스로 진입하고 있는 아샤라였기에 가능한 술식.
“화, 화살을!!”
“소용없을 겁니다! 루이드 포커드라면, 금속으로 된 무기는 전혀 먹히지 않는다고…….”
“그렇다고 그냥 보낼 수 있어?!”
“이런 머저리들!”
“아아, 아……. 우리 마차가……! 우리 식량이……!!”
병사들이 루이드를 쫓기 위해 우왕좌왕하는 사이에 루이드와 일행은 모습을 감춘 지 오래였다.
“어디냐! 적은 어디에 있느냐!”
시델과 마레오가 도착했을 때, 아데리오 군의 진영에는 불타는 마차와 목숨을 잃은 병사들밖에 없었다.
* * *
“솔라! 왜 그런 짓을 한 거야! 위험할 뻔했잖아!”
루이드와 함께 아데리오 군의 진영을 빠져나오면서 아샤라가 다그쳤다.
“그래. 하마터면 위험할 뻔했어. 원래 우리 계획은 이게 아니었잖아. 왜 루이드 님의 명령을 어긴 거야?”
“…….”
아직 루이드의 품에 안긴 솔라는 말이 없었다.
“됐어. 일단은 여기서 충분히 멀리 벗어나야지. 괜히 우리끼리 다투다가 꼬리가 잡히면 큰일이야.”
루이드는 두 사람을 어른 뒤 힐끔 품속의 솔라를 보았다.
그녀는 루이드를 꽉 안고 있어서 얼굴을 볼 수는 없었다. 하지만 떨리는 숨소리만으로도 루이드는 솔라가 겁을 먹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
루이드 일행은 순식간에 산을 타고 올라 아데리오 진영에서 멀어졌다.
“이쯤이면 괜찮겠지.”
루이드가 솔라를 내려놓았고, 엠마와 아샤라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바위에 걸터앉았다.
“휴, 마차는 얼추 처음 계획했던 것만큼 파괴한 것 같아요.”
“저희 쪽도.”
두 사람은 오늘 습격의 성과를 서로 공유했다.
“솔라 괜찮아?”
“네, 죄송합니다…….”
루이드의 물음에 솔라는 기운이 빠진 목소리로 겨우 대답했다.
그 모습이 짠했는지, 아샤라와 엠마도 측은한 얼굴을 했지만. 그래도 솔라의 이번 행동은 명백한 실수고 잘못이었다.
“……타격이 부족한 것 같았어요.”
아샤라와 엠마가 공유한 정보를 따져 보면, 루이드 팀이 파괴한 마차의 수가 더 많았다.
루이드에게는 금속을 탐지하는 능력이 있기에 정확도가 높았지만, 솔라나 엠마에게는 안개가 잔뜩 낀 어둠 속에서 목표물을 정확히 조준하는 일이 힘들었기 때문.
게다가 엠마는 솔라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이 더 컸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일 수밖에 없었다.
“흠, 왜 그런 행동을 했을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겠어. 하지만 다음부터는 절대로 안 돼. 정말로 누군가 다치면 우리 쪽에 더 큰 타격이니까.”
루이드가 조곤조곤 말하자 솔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지금 넷밖에 없는 특수팀이야.”
“나도 있답니다.”
클리아베이든이 불꽃을 일렁이며 끼어들었지만, 루이드는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한 명이라도 결원이 생겨선 안 돼. 물론 능력을 공격기로 개발하긴 했지만, 엠마 혼자서 임무를 진행할 순 없잖아.”
“……알아요. 죄송합니다.”
“괜찮아. 다음부터 안 그러면 돼.”
루이드는 솔라를 유심히 살폈다.
그녀는 본래 이성을 거의 잃었던, 학대받던 노예 혈계 능력자였다.
루이드와 함께 한 후로 엄청난 속도로 회복했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 둘 다 말이다.
허나 그런 큰 트라우마를 쉽게 이겨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리라. 그 때문인지 간혹 오류를 일으키는 로봇처럼 굴 때가 있었다.
방금 있었던 일 또한 그랬다.
‘멍청한 친구가 아닌데, 가끔 이렇단 말이지. 그래도 아직까지는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고.’
아직 솔라의 실수들은 작전에 큰 해를 입힐 만큼은 아니었다. 게다가 루이드가 커버할 수 있을 만큼이었고.
‘하긴, 적과 아군 가릴 것 없이 공격하던 때에 비하면 얼마나 큰 발전이야.’
루이드와 함께 한 뒤로는 한 번도 같은 편을 공격하지 않았다는 점은 굉장히 희망적인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이런 모습은 아직 솔라의 노예 낙인을 지울 수 없는 걸림돌이기도 했다.
하지만 루이드는 그녀를 포기하지 않았다.
길들이는 자 스킬이 있는 한, 루이드의 곁에서 그녀는 트라우마를 모두 이겨내고 성장할 수 있으리라.
“잘할 수 있어.”
루이드는 솔라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그건 그가 그녀를 묵묵히 응원하는 방법이었다.
“자아, 어쨌든. 칙칙한 분위기는 치워버리고. 조금 위험하긴 했지만, 오늘 성과가 좋았어. 내가 원하는 만큼 해냈지.”
루이드의 말에 아샤라와 엠마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몇 번만 하면 놈들은 식량이 완전히 바닥나 버릴 거야.”
“한 번 당했으니, 방비를 더욱 튼튼하게 할 겁니다.”
클리아베이든이 말하자 루이드는 방긋 웃으며 반문했다.
“그래서요? 우린 충분히 강한걸요.”
일렁이는 위습은 질렸다는 듯 새하얗게 변해버렸다.
* * *
루이드의 말대로 수호단은 강했다.
단 넷뿐인 멤버로도 아데리오 군의 진영을 뒤흔들어놓기에 충분했다.
아데리오 10만 군사가 할리우피스 인근 강가에 다다를 때까지, 그들의 군사 식량은 단 1/10 정도만이 남았다.
게다가 사망한 병사가 거의 5천 명이 되었다. 이건 보통 평범한 수치가 아니었다.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시델은 생각했다.
무슨 귀신의 장난에 놀아나는 것만 같았다.
귀중한 인재인 마법사도 거의 100명 가까이 잃었다.
“형님. 아무래도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레오가 막사 안에서 침통한 얼굴로 말했다.
“무엇이 말이냐. 이제 코앞에 할리우피스가 있다. 그 성을 함락시키면, 부족한 군량을 모두 보충할 수 있을 거다.”
“형님! 지금 우리는 제대로 된 전투도 하지 못한 상태에서 5천 명의 병사를 잃었습니다.”
“그래서 그게 자랑이란 말이냐?!”
시델은 거칠게 탁자를 내리쳤다.
“매일 밤, 공격당할 것을 알면서도 이리 당하는 게 자랑이야?! 네가 그러고도 아데리오의 명예로운 기사란 말이냐!”
시델의 거친 언사에 마레오는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마레오에게 시델은 이 여정을 떠나기 전까지 존경하는 형님이었지만, 지금은 사리 분별을 하지 못하는 멍청이처럼 보였다.
“하아.”
“하아? 네가 지금 사령관 앞에서 한숨을 쉬었어?”
“형님, 진정하십시오. 일단 술이라도 그만 드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하하! 이제 내가 마시는 술로 시비를 건다?”
시델의 눈은 거의 이성을 잃은 사람처럼 보였다.
핏발이 가득 서고 눈동자는 탁했다.
“싸우려는 것이 아닙니다. 지금 우리끼리 싸워서 뭐가 남겠습니까. 제발 진정하십시오. 우리 모두 살아서 돌아가려면…….”
“하하, 벌써 도망갈 생각부터 하고 있구나. 그럴 줄 알았다.”
“형님!”
두 형제 사이에 일어난 감정싸움은 좀처럼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때 막사 바깥에서 한 병사가 시델을 만나기를 요청했다.
“들어와라.”
시델은 아직도 분을 이기지 못해 씩씩거리며 병사를 들였다.
“사령관님. 저는 1부대 정찰병 톰 헹먼입니다. 루이드 포커드가 사령관님을 뵙기를 원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