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ron' Son has Paranormal Abilities RAW novel - Chapter (134)
남작 아들은 초상능력자-134화(134/252)
제134화
제9편 유적(1)
“뭐가 있는지 안다고요?”
게다가 꼭 필요한 거라니.
루이드가 눈을 동그랗게 뜨자 클리아베이든은 으쓱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도착하기 전까지 비밀로 해 둬도 될까요?”
“당연히 안 되죠! 어디까지 가게 되는지도 모르는데. 영지를 내 팽 겨 쳐놓고 가는 상황이 될 텐데 뭐라도 알고 계획하고 가야죠. 그리슨빌에도 미리 말해 둬야 하고.”
“오, 마치 영지를 두고 멀리 떠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처럼 말씀하시네요. 마치, 마치. 한 번도 그런 적 없다는 듯이 말이에요. 호호호.”
아샤라가 차가운 눈을 했다.
“흠흠. 어쨌든. 장난치지 마세요. 비밀이라니.”
루이드가 재촉하자 클리아베이든은 실망한 표정으로 불꽃을 늘어트렸다.
“서프라이즈 싫어하시나요? 제게는 서프라이즈 선물을 줘 놓고…….”
“전 서프라이즈가 아니에요! 선물도 아니고요!”
“선물이 아니라니! 아샤라, 나의 딸! 너는 하늘이 내게 내려준 선물이라고!”
금방 티격태격하는 아샤라와 클리아베이든. 루이드는 손을 휘저어 둘을 말렸다.
“그만, 그만. 소란은 이쯤하고. 어서 말해 주세요. 뭐가 있는 건데요.”
“쳇. 그러니까, 아마 거기엔 마도 인형이 있을 겁니다.”
“마도 인형?”
“으응, 내 기억이 맞는다면 말이죠. 거긴 아주 오래된 유적이 있거든요.”
“유적이라……. 그럼 굳이 팬던트를 이용하지 않았어도 아는 장소라는 것 아녜요?”
“으응, 아녜요.”
클리아베이든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 유적은 강력한 마법으로 보호되어 있거든요. 이 아티팩트를 사용해서, 그곳에 걸려 있는 보호 마법을 살짝 깬 셈이에요. 우리만 찾아갈 수 있는 거라고요. 그런 과정 후에야 나도 기억이 돌아온 거고요.”
“과연……. 마황의 정신까지 지배할 수 있는 마법이 걸린 곳이라니. 그 마도 인형이라는 거 엄청난 건가 보군요.”
하지만 루이드는 더욱 의아할 뿐이었다. 그런 곳의 존재를, 셜린 세반 공작은 어떻게 알고 있었단 말인가.
‘역시 혈계 능력자인가?’
클리아베이든은 마치 악당처럼 킬킬거렸다.
“물론이죠. 우리 사위님은 위대한 군대를 가질 수 있을 겁니다.”
“군대……?”
“마도 인형이란……. 아주 오랜 옛날에 사용되었던 금기의 술법. 때는 세계 창조로부터…….”
퍼억.
둔탁한 소리와 함께 아샤라의 주먹이 클리아베이든을 내려쳤다.
“꽥.”
스르르. 추락하는 클리아베이든을 받아낸 아샤라는 그를 다시 주머니 가방에 구겨 넣었다.
“됐고. 얼른 출발하죠. 하여튼, 영감탱이 말은 많아선. 이런 식으로 말만 늘어놓다가는 영원히 왕도에서 떠나질 못하겠다고요.”
아샤라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었다.
이렇게 클리아베이든이 신이 나서 시작하는 이야기들은 대부분 사흘 밤낮을 꼬박 들어야 하는 대서사시가 되곤 했다.
물론 클리아베이든 자신이 이룬 아름다운 마법과 경이로운 업적들을 덕지덕지 보태서 말이다.
“어쨌든 우리한테 좋은 거라니까, 떠나면서 가는 길에 들어도 나쁘지 않잖아요?”
“흠……. 그건 그렇긴 해. 클베가 말이 많긴 하지.”
루이드는 힘없이 가방에 구겨져 들어가는 클리아베이든을 걱정스럽게 보았다.
새삼스럽게 이곳이 자신 전생의 세계와 다르다는 생각이 드는 루이드였다.
‘아무리 그래도 유교맨인 나는 아버지 머리를 저렇게…….’
루이드가 진저리를 치는 동안 아샤라는 꿍얼대며 가방을 여몄다.
“어우, 징그럽게 그렇게 부르지 좀 말아요. 뻔뻔하게 위습 행세를 하고 다니는 것도 정말 싫어!”
위습이 아닌 것은 아니잖아. 라고 덧붙이려다가 루이드는 그냥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두 사람은 멀리 떠날 채비를 하기 시작했다.
아데리오의 왕자 마레오는 루이드가 왕궁을 떠나는 것보다 조금 일찍 고향으로 돌아갔다.
그는 다시 한번 루이드에게 깊은 감사의 인사를 표했다.
이제 제발 그만하고 떠나라는 루이드의 말이 세 번 반복될 때까지.
루이드가 떠나는 날.
국왕 카이린은 직접 나와 그를 배웅했다.
카이린뿐 아니라, 왕궁의 대신들과 기사들, 궁인들까지 모두 나와 있었다.
“어쩜, 그리 대단하신 분이 풍채도 좋으시고.”
“외모까지 빼어나셔.”
궁의 시녀들이 그윽한 눈으로 숙덕였다.
“거대한 전쟁도 아이들 싸움을 말리듯 멈추는 대단한 힘과 능력. 포커드 백작님께서 싸우는 모습을 직접 보고 싶군.”
“기사들의 싸움과는 완전히 차원이 다르다지.”
기사들 역시 초롱초롱 빛나는 눈으로 루이드를 보았다.
루이드는 과연 이그라의 영웅이었다.
“이렇게나 쫓기듯이 떠날 이유가 있는가. 좀 더 푹 쉬다가 가지 그래.”
배웅하는 행렬의 가장 앞에선 국왕 카이린이 못내 아쉬운 얼굴로 말했다.
“괴한의 일을 모두 해결하지 못하지 않았습니까. 이그라가 위험할지도 모르는데, 조금 더 바삐 움직여야죠.”
“이그라를 위해서인가.”
“그렇습니다, 전하.”
“내가 곧 이그라라는 사실을 알고 있겠지?”
그녀의 보랏빛 눈이 장난과 진심을 섞어 일렁였다.
‘내가 그저 곁에 있어 달라고 한다면…….’
카이린은 차마 그렇게까지 말하지 못하고 입을 다물었다.
“어라? 백성이 곧 이그라라 하지 않으셨던가요?”
루이드가 장난스럽게 받아치자, 카이린은 잠시 놀란 듯 입을 조금 벌렸다가 푸훗, 하고 짧은 웃음을 터트렸다.
“고맙군. 그래. 내가 항상 그 사실을 잊을 때마다 그대가 다시금 상기시켜주면 좋겠군.”
“그런 거라면 걱정하지 마십시오.”
“내가 무능하여 그대가 고생이 많구나. 괴한에 관한 것도, 왕실에서 해결할 수 있으면 좋을 것을.”
“에이, 또 무슨 말씀을 그리하십니까? 기왕에 백작위를 내리셨으니, 전하께서도 뽕을 뽑으셔야죠.”
“자넨 정말이지……. 가끔 말을 너무 경박하게 해.”
카이린이 웃으며 손을 내밀었고, 루이드가 그 손등에 입을 맞추었다. 이그라에서 가장 높은 자에게, 가장 높은 예를 표하는 방식이었다.
그런 모습을 약간 떨어진 곳에서 차가운 눈으로 지켜보는 이가 있었다.
레온 크레이브 공작.
그의 녹색 눈동자가 번들거렸다. 그리고 다가오는 기척에도 그 눈을 흔들리지 않았다.
“이대로라면 전하의 영웅이 바뀌는 건 시간문제겠군.”
마치 뱀처럼 스멀거리며 귓가를 타고 드는 목소리는 셜린 세반 공작의 것이었다.
“초조한가? 그녀의 마음이 기우는 것이.”
“불경한 소릴.”
레온 크레이브 공작이 차갑게 말을 잘랐다.
그 반응이 마음에 든 것인지 셜린 세반이 큭큭거리며 웃음을 흘렸다.
“재미있는 친구니까. 너무 질투하지는 말라고.”
이그라의 두 공작이 나란히 서서 왕궁을 벗어나는 찬란한, 그리고 영광스러운 영웅의 뒷모습을 지켜보았다.
* * *
“그러니까 중심은 괴한을 쫓는다.”
왕도를 완전히 벗어나며 루이드가 중얼거렸다.
“그러기 위해선 우리가 강해져야 하고, 때문에 이 좌표를 찾아가는 거고.”
“클리아베이든의 말대로라면 우린 군대를 얻을 수 있겠고요.”
아샤라가 바로 곁에서 말을 몰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루이드는 행정 스킬을 이용해 헤이란에게 서신을 보내 놓은 참이었다.
‘행정 스킬을 인터넷처럼 사용할 수 있으니까, 정말 최고다. 이렇게 업무를 처리하는 걸 상상은 해왔지만, 이번에 제대로 써 먹어볼 수 있겠군.’
다만 아쉬운 것이 있었다.
‘아르헬, 내 새꾸. 이렇게 곧바로 다른 곳으로 떠나야 할 줄 모르고 그리슨빌에 두고 왔구나.’
아르헬뿐만이 아니었다.
아르헬과 껌딱지처럼 붙어 다니는 데모니어스는 물론 정령사 멜리옌과 혈계능력자인 솔라와 엠마 역시 이번 여정에서 빠져 있었다.
전쟁 직후였기에 델 자작의 영지 정리를 도우라 지시했었다.
‘전쟁이 크게 번지지 않아서 오래 도울 일도 아니었는데, 그냥 데려올 걸 그랬어.’
그들이 없다고 해도 루이드가 지금 떠나는 여정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기왕이면 루이드가 끼고 있어야 꾸준히 스킬의 영향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
‘아무래도 아직 왕국 고속도로도 개통이 안 되었고, 이쪽으로 오라고 하랴, 그쪽에서 오랴. 시간이 너무 소요될 것 같아서 그냥 떠난다만.’
꽤나 오랜 기간을 같이 와글거리며 지냈더니, 아샤라만 남은 상황이 어색하게 느껴졌다.
“루이드님. 아르헬이 보고 싶으신 거군요?”
“헉, 어떻게 알았어?”
“척하면 척이죠.”
“그래도 아샤라, 네가 있어서 참 다행이다.”
“……그, 그래요?”
“그래. 내 소중한 마법 주머니.”
아샤라의 얼굴이 살짝 붉어지다가 이내 시뻘겋게 변했다.
“아, 정말! 아직까지 그렇게 부르기에요?!”
루이드와 아샤라가 티격태격하며 협곡에 들어설 때. 루이드는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꼈다.
“뭐지?”
“뭐가요?”
루이드가 돌아보자 아샤라 역시 주위를 살펴보았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아샤라의 품속에서 알람이 울리기 시작했다.
아샤라가 당황하며 마법 아이템을 꺼냈다.
주변에 있는 마법을 감지하는 아티팩트 중 하나였다.
“어, 어어? 마……법이에요.”
삐비비비비비!
순식간에 알람의 간격이 좁아졌다. 그러니까 마법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말이었다.
콰아아아!!
그리고 들려오는 창공을 가르는 소리.
루이드와 아샤라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다. 아무것도 없었다.
“무슨……!”
구름 한 점 없는 높은 하늘은 깨끗했다. 하지만 강렬한 소음 뒤를 따르는 돌풍.
“큭!”
“히이이잉!!”
루이드와 아샤라가 탄 말이 겁을 먹고 발을 굴렀다.
“깊고도 오묘한 에테르 속에서 세계의 법칙을 보게 하는 눈을 갖게 하소서!! 거짓과 진실을 깨부수고 하소서!!”
아샤라는 당황하지 않고 주문을 외웠다. 그녀의 목에 걸린 목걸이에서 밝은 빛이 어렸다.
“매직 캔슬!”
영창과 함께 빛이 쏘아져 올라갔다.
빛은 하늘로 곧게 올라가는 듯싶다가 옆으로 훅 꺾였다.
파아앗!!
루이드는 그 빛이 무엇인가에 부딪혔다고 생각했다.
이제까지는 보이지 않았지만, 자신들의 머리 위, 높은 창공에 떠 있는 무엇인가에게.
그리고 협곡의 일대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저, 저건……!”
아샤라가 시전한 주문은 상대의 마법을 상쇄시키는 마법이었다.
덕분에 정체불명의 존재가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협곡을 뒤덮은 그림자의 주인.
거대한 피막과 반짝이는 비늘을 가진.
“드래곤?”
아샤라는 숨을 집어삼켰다.
말들은 루이드나 아샤라보다 훨씬 패닉에 빠졌다.
가히 짐승의 왕이라고 할 수 있는 존재를 어찌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으랴.
심지어 드래곤은 하나가 아니었다. 그리고 그 순간, 드래곤의 머리가 루이드와 아샤랴 쪽으로 꺾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