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ron' Son has Paranormal Abilities RAW novel - Chapter (135)
남작 아들은 초상능력자-135화(135/252)
제135화
제10편 유적(2)
“와아~! 찾았다아아아아!!”
루이드는 귀를 의심했다.
하늘을 찢으며 산을 울리는 목소리는 아주 익숙한 것이었다.
“아르헬?”
“루이드으으으!!!”
콰아아아!!
거대한 몸집의 드래곤이 순식간에 활강하자, 주변의 나무나 돌 따위가 뽑힐 듯 흔들리고 굴러갔다.
퍼덕! 퍼덕!
한 번의 날갯짓에도 엄청난 돌풍이 일었다.
루이드는 망토를 들어 올려 자신과 아샤라를 보호해야 할 정도였다.
쿠웅!
두 마리의 드래곤이 모두 협곡에 자리 잡았다.
“어쩐지~! 갑자기 마법이 풀려서 엄청 놀랐어!!”
아르헬은 깔깔거리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그러니까 정확히는 드래곤 모습을 한 채로.
루이드는 얼이 빠져서 멍하니 아르헬을 보고만 있었다.
시선을 옮겨보니, 옆에 있던 다른 드래곤은 데모니어스였다.
루이드의 시선이 다시 아르헬에게 꽂혔다.
‘분명 아르헬이 엄청 빨리 자라기는 했지만…….’
700년이나 산 데모니어스의 두 배가 넘는 덩치였다.
키만 거의 5미터가 되어 보였다. 더는 유체라고 보기 힘들 정도의 크기.
마지막으로 아르헬의 본체를 보았을 때 소보다 작았으니, 루이드에게는 그 모습이 무척이나 충격적일 수밖에 없었다.
“아, 아하! 내가 이 모습인 채라서 놀랐구나! 어쩔 수 없었어. 빨리 도착하려면.”
“뭐라고……?”
“그러니까~! 그리슨빌에 편지를 보냈잖아.”
루이드는 눈을 깜빡거렸다.
‘그래, 며칠 전 여정을 떠나기 위해 준비를 하면서 헤이란에게 일러둔 편지.’
거기에는 이번에도 영지 운영을 잘 부탁한다는 말과 앞으로 무엇 때문에 자리를 비울 것인지에 관하여 간략하게 적어놓았다.
물론 행정 스킽을 사용했으니, 헤이란이 책상을 제대로 확인하기만 한다면 보내자마자 확인할 수 있었을 터였다.
문제는 그 편지의 내용을 아르헬도 읽었다는 거였다.
“그럼……. 지금 사흘 만에 왕도까지 날아왔다는 말이니?”
“나 진짜 짱이지!”
아르헬이 송곳니가 가득한 입을 쩍 벌리며 깔깔거렸다.
그리고 마치 고양이가 장난감을 앞에 둔 것처럼 등을 살짝 말고 몸을 낮춰 엉덩이를 씰룩였다.
그에 맞춰 기다란 꼬리가 좌우로 흔들렸는데, 뒤쪽으로 난 나무가 무자비하게 박살 났다.
“그런 모습으로?! 들키면 어쩌려고!”
“아이참, 루이드. 봤잖아. 투명 마법을 걸어서 아무도 우릴 보지 못해. 그렇지? 모니~!”
“그, 그럼! 아무도 우리를 눈치 모, 못 챘다!”
옆에 얌전히 앉은 데모니어스가 드래곤의 머리를 마구 흔들었다.
“게다가 이 근처까지 올 땐 훨씬 높게 날았어. 슬슬 루이드가 있을 것 같아서 고도를 낮춘 거라고.”
“허어…….”
조심했다니 다행스러운 일이었지만, 루이드는 아직도 머리가 얼얼했다.
루이드는 자신도 모르게 두 손을 들어 머리를 감싸 쥐었다.
생각해 보면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헬켄 백작과의 전쟁 이후 그리슨빌을 정리할 때. 그때도 아르헬 혼자서 찾아오지 않았던가.
물론 그때는 인간의 모습이었고, 마차를 타고 온 것이었지만.
‘그건가. 어린 자식을 처음 심부름시킨 부모의 마음, 뭐 그런 건가!’
“길이 엇갈리면 어떻게 하려고 그랬어?”
아샤라가 걱정스럽게 말하자, 아르헬은 파충류의 앞발을 마치 인간의 팔처럼 내저으며 그녀를 안심시켰다.
“핫핫핫, 우린 축복으로 이어져 있으니까. 언제 어디서든 찾아낼 수 있단 말이지~!”
“부, 부럽다……. 나, 나도 이어져 있었으면 좋겠는데…….”
데모니어스가 웅얼거렸다. 그때.
덜컹.
별안간 아르헬 등 뒤에서 소리가 들리더니, 무엇인가가 바닥으로 굴러떨어졌다.
“우웨에에에엑!!”
헤랏산이었다.
그녀는 두 발로 바닥을 딛자마자 엉거주춤한 자세로 요란하게 구역질을 했다.
“우욱, 웩. 우웨에에엑!”
“헤, 헤랏산? 당신이 여기 왜……?”
루이드와 아샤라가 동시에 미간을 찡그렸다.
“아르헬?”
추궁하듯 다급히 아르헬을 바라보자, 아르헬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개의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엥?”
“엥이 아니잖아! 헤랏산에게 드래곤 모습을 보여주면 어떡해!”
루이드는 최대한 속삭이듯 호통쳤다.
사실 헤랏산을 제외한 수호단들은 아르헬과 데모니어스가 드래곤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아샤라는 처음 루이드와 함께 아르헬을 발견했으니 모를 수가 없었고. 정령사인 멜리옌 역시 애초에 아르헬의 존재를 먼저 알고 찾아왔다.
엠마는 절대부정이라는 혈계 능력 탓에 아샤라의 정신 조작 마법이 통하지 않아 아르헬의 존재를 의심했기에 설명해 줄 수밖에 없었다.
그녀에게 설명하면서 어쩐지 솔라도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수호단은 루이드에게 가족과도 같은 존재였으니까. 하지만 헤랏산은 좀 달랐다.
‘물론 내 스킬 덕분에 재각성을 했지만…… 아차.’
루이드는 아르헬이 설명하기도 전에 왜 그녀가 헤랏산에게 드래곤의 모습을 보인 것인지 깨달아버렸다.
축복으로 이어져 있는 아르헬은, 루이드의 스킬의 영향을 받은 헤랏산을 다른 수호단들과 같다고 판단해버린 것이다.
불안해진 듯 데굴거리며 굴러가는 아르헬의 맑은 눈을 보며 짧은 순간 루이드는 모든 것을 이해해버리고 말았다.
이게 바로 자식 마음을 훤히 꿰고 있는 부모의 마음일지도 몰랐다.
루이드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헤랏산이 우리에게 무척 우호적이라 다행인 걸까.’
여전히 구역질을 하는 헤랏산이 보였다.
루이드는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가 등을 두드려 주었다.
“루이드 님.”
머리 위에서 들리는 소리에 고개를 들어보니, 멜리옌이었다.
그제야 아르헬의 등에 마차처럼 설치된 구조물이 보였다.
양 날개 사이에 있는 구조물은 마치 전투기 조종석처럼 사람이 나란히 탑승할 수 있는 박스가 설치되어 있었다.
“모두를 데려왔구나.”
루이드의 말에 슬슬 눈치를 보던 아르헬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잘했어.”
드디어 루이드의 입에서 긍정적인 말이 떨어지자 아르헬의 얼굴은 확연하게 밝아졌다.
“헤헤헤, 정말? 루이드 화 안 났지?”
“화나긴.”
따지고 보면 미리 아르헬에게 일러두지 못한 자신의 잘못이었다.
‘부모가 되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구나. 어디로 튈지 모르겠단 말이지.’
하지만 수호단과 함께 갈 수 없어서 못내 아쉬웠던 것도 사실. 그러니 좋게 생각하기로 결단을 내린 루이드였다.
“긴 시간 동안 투명 마법을 잘 유지한 것도 대단하고. 마법 실력이 많이 늘었구나?”
“물론이지! 나, 벌써 4 클래스 마법을 다 다룰 줄 알게 됐는걸!”
아르헬의 꼬리가 사방으로 붕붕 날렸다.
얼마 전까지 아샤라가 4 클래스 마스터였던 것을 생각하면, 아르헬의 성장은 무척이나 빠른 것이었다.
물론 마나의 사랑을 넘어 축복을 받았다는 드래곤이니 당연할지도 모르는 일이었지만.
“다들 괜찮아?”
루이드가 멜리옌과 뒤로 나오는 엠마가 안전하게 내려올 수 있도록 부축해주었다.
“전 실프의 도움을 받았어요. 높은 곳에서는 공기가…….”
“실프라고?”
루이드가 놀란 얼굴을 하자 멜리옌이 싱긋 웃었다.
“루이드 님께서 왕도로 떠난 그 날 저녁에 네 번째 친구를 만나게 됐죠.”
“이럴 수가! 정말 대단해!”
루이드는 멜리옌의 두 손을 꽉 붙잡았다.
정말 대단한 일이었다.
“네 가지 속성의 정령과 계약하다니……. 완전 주인공 재질이야!”
“네, 네?”
멜리옌은 조금 당황한 얼굴로 뺨을 붉혔다.
“다들 노력의 결실을 얻고 있는 걸 보니 기쁜데. 하하하!”
루이드는 멜리옌의 손을 붕붕 흔들었다.
다만 조금 아쉬운 것은 이번 멜리옌의 성장으로 인해 루이드가 받은 보너스 경험치가 없다는 점이었다.
‘근처에 있지 않으면 이득을 볼 수 없구나. 붙어 다니는 데 더 신경 써야겠네.’
빼꼼. 실프가 멜리옌의 어깨 뒤에서 작은 모습을 드러냈다.
청록색의 반투명한 바람의 요정은 인간의 모습을 많이 닮아 있었는데, 전신에 새처럼 깃털이 돋아나 있었다.
등 뒤에는 참새의 것처럼 작은 날개도 있어, 무척이나 사랑스러웠다.
「루이드!」
“내 이름을 알고 있구나?”
「멜리옌이 많이 이야기했어! 많이!」
멜리옌은 실프의 머리에 돋은 장식깃을 쓰다듬어 주었다.
“아직 실프의 힘이 약해서 저밖에 효과를 보지 못했지만요.”
“괜찮아요, 전 절대부정을 이용했거든요.”
엠마의 말에 루이드가 미간을 구겼다.
“그, 그 능력이 그렇게도 가능하다고?”
멜리옌보다도 훨씬 주인공 재질이 아닌가!
엠마가 혀를 빼꼼 내밀며 슬며시 웃어 보였다.
“후후, 농담이에요. 전 멀미를 안 하던데요. 마차 탈 때도 그랬어요.”
루이드는 잠깐 황당해하고 있다가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누구한테 그렇게 거짓말을 배운 거야? 아주 그냥……. 그나저나 솔라는?”
“고도가 높아지자마자 기절했어요.”
그녀는 아르헬 등 위에 있는 좌석 박스를 가리켰다. 작게 난 창문으로 솔라의 금발이 슬쩍 보였다.
“……괜찮은 건 맞지?”
“아마도…….”
“우웨에에엑!!”
어느새 조용하던 여정이 시끌벅적해지고, 난장판이 되었다.
대번에 엉망진창이 된 것 같았지만, 어쩐지 웃음이 나와 루이드는 한참 어깨를 들썩였다.
“하아, 이대로는 이동 못 하니까. 근처 마을에서 말을 구해야겠군.”
* * *
“왜 밀라비아로 돌아가지 않는 겁니까.”
“그, 그야…….”
마을의 주점, 루이드의 맞은편에 앉은 헤랏산이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
다행히 협곡에서 멀지 않은 곳에 아주 작은 마을이 있었다.
작은 마을이긴 해도 왕도 근처였기에 일행이 타고 움직일 말을 모두 구할 수 있었다.
아르헬의 등에 얹혀있던 비행용 좌석 박스는 아샤라의 아공간에 넣어 보관했다.
그리고 이렇게. 묵어갈 숙소를 구하고 잠시 쉬어가기로 한 것이다.
“이 여정은 나와 이그라의 일입니다. 밀라비아의 왕족이 관여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와, 왕족이 아니라고 생각하셔도 좋아요!”
“그게 말이 됩니까?”
“저, 저는……. 저도 백작님의 동료가 되고 싶단 말이에요…….”
헤랏산의 어깨는 점점 더 밑으로 내려갔다.
“동료가 되고 싶다고요?”
“네, 네에…….”
루이드는 눈을 가늘게 떴다.
그녀가 밀라비아에 남겨두고 온 모든 것들에 관한 걱정이 앞섰다.
‘꼰대짓 하기는 싫다고.’
그녀는 서툴지만, 어찌 되었건 모든 것을 선택하는 것은 그녀의 몫.
사실 혈계 능력자로서는 루이드의 곁에 있는 것이 이득인 상황이기도 했다.
“흐음. 헤랏산 님은 동료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네?”
루이드의 질문에 헤랏산은 당황한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러니까…… 의지할 수 있고, 서로를 지켜줄 수 있는…….”
“저와 그런 관계가 되고 싶으신 게 확실하죠?”
헤랏산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렇다면 동료를 지키기 위해 숨겨야 할 일이 있다면, 그 어떤 상황에서라도 입을 무겁게 다무실 수도 있겠지요?”
“무, 물론……. 그런데…… 무엇을…….”
“아르헬 말입니다. 제 여동생이요.”
헤랏산은 눈알을 데굴데굴 굴렸다.
“아하. 그렇군요. 그런데…… 무엇을……?”
“예? 아니, 아르헬이 드래곤이라는 사실 말이에요.”
루이드가 속삭이자 헤랏산은 이제야 알겠다며 무릎을 탁하고 쳤다.
루이드는 아르헬에 관해서 간략하게 설명했다.
알에서 막 부화한 어린 드래곤을 발견했고, 포커드의 성으로 데려오게 된 이야기를.
“아르헬은 아직 어려요. 자신을 제대로 지킬 수 있을 때까지……. 아니, 스스로 삶을 선택할 수 있을 때까지 포커드의 울타리 안에서 보호해주고 싶거든요.”
“그렇군요, 그렇게 된 거로군요.”
헤랏산은 크게 감동하여 고개를 끄덕거렸다.
눈은 촉촉해져 금방이라도 눈물이 떨어질 것 같았다.
“백작님은 정말로 상냥한 분이세요. 다정한 분이시고요. 백작님 곁에 있는 모든 사람이 행복할 거예요. 진심으로요.”
“뭐……. 그렇게까지. 감사합니다. 어쨌든 비밀을 잘 지켜주길 바라요.”
“물론이죠. 그리고…… 저도 백작님 곁에서 행복해지고 싶어요.”
헤랏산이 주먹을 쥐고 부끄러운 듯 자신의 양 볼을 감쌌다.
‘……괜찮겠지.’
루이드는 말없이 웃어주었고, 다른 테이블에 앉아 이를 지켜보고 있던 아샤라는 나무로 된 술잔의 손잡이를 부쉈다.
* * *
다음 날부터, 루이드 일행은 꽤 고단한 일정으로 여정을 시작했다.
마황의 아티팩트인 팬던트의 화살을 따라 이동하는 길은 아무리 험한 산이나 깊은 강도 친절하게 둘러 가는 법을 알려주지 않았다.
그러나 마법사와 정령사와 혈계능력자와 드래곤과 위습과 초상능력자로 이루어진 루이드 일행의 앞을 막을 수 있는 건 없었다.
“운다인!”
강을 갈라버리기도 했고.
“연금술 나가신다!”
절벽을 건널 다리를 만들어버리기도 했다.
그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건, 루이드였다.
“크르릉……. 으르릉…….”
깊은 숲, 일행을 둘러싼 오크 무리.
한 부족이 모두 동원된 것인지 그 수가 50이 넘었다.
“이제까지 이런 걸 안 쓴 이유는, 상대가 인간이었기 때문이거든.”
루이드는 씩 웃으며 손가락을 튕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