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ron' Son has Paranormal Abilities RAW novel - Chapter (136)
남작 아들은 초상능력자-136화(136/252)
제136화
제11편 유적(3)
루이드가 손가락을 튕기자마자 오크 부대는 순식간에 동강이 났다.
마치 정육점에서 고기를 토막 내듯, 아니면 파쇄기에 넣은 종이처럼. 아주 고르고 일정한 단면을 가진 조각들로.
푸화악. 오크의 녹색 피가 사방으로 튀었고.
투둑. 후두둑.
이끼가 잔뜩 낀 바닥으로 고기 조각이 쏟아졌다.
내장이 없는 팔과 다리 부분은 녹색 피가 식욕을 감퇴시키는 것만 아니었다면 곧장 바비큐 그릴에 올려도 손색없을 정도였다.
루이드는 떨어진 오크의 신체 조각들을 보며 눈을 살짝 찌푸렸다.
그들의 질긴 가죽도, 몬스터의 것 치고는 상당히 잘 제련된 무기들과 훌륭한 갑옷도 소용이 없었다.
아니, 오히려 그것 때문에 더욱 루이드에게 맥없이 당하고 말았다.
그들이 가진 금속 무기들은, 루이드가 손가락을 튕기는 것만으로 아주 얇은 사(絲)로 변모했다.
스킬 조물주물의 힘.
이미 그들이 입고 두른 것들 때문에 금속의 주인 앞에서 움직이지 못하던 오크들이었다.
극사(劇絲)가 그들의 몸을 휘감고 신체를 토막 내 버릴 때까지 그들은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히야~! 오크들을 상대로 이렇게 손쉽게 이기다니. 이건 말도 안 돼요.”
헤랏산이 흥분한 목소리로 호들갑을 떨었다.
사실 오크 병사 50은 어지간한 인간 병사 1천 명으로도 제압하기 힘들었다.
인간과 오크의 신체 능력은 완전히 달랐기 때문. 게다가 그들은 사용하는 언어가 다를 뿐이지 지능도 높았다.
일당백이라는 기사조차도 오크와 1:1로 맞서기 힘들었다.
“애들도 있는데 너무 잔인한 거 아녜요?”
아샤라가 속삭이자 루이드는 아차 싶어 아르헬을 돌아보았다.
인간의 형태로 폴리모프한 아르헬이 두 눈을 부릅뜨고 오크의 시체를 보고 있었다.
“에구, 아르헬.”
뒤늦게 루이드가 아르헬의 눈을 가리려고 하자, 작은 손이 루이드를 밀쳐냈다.
“나도 다 컸어!”
“뭐?! 네가 다 컸다고?!”
루이드는 호들갑을 떨었지만, 사실 아르헬의 본체를 생각하면 정말 성체라고 볼 수 있을 정도였다.
오리할콘을 먹고 자라는 신비 드래곤의 성체가 얼마나 큰지는 어떤 문헌에도 남아있지 않아서 모르지만 말이다.
“아냐, 아직 아르헬은 아기야!”
“나, 나보다 나이가 많은데 어, 어떻게 아기지? 그, 그럼 나, 나도 아직 아기인 건가.”
루이드의 말에 아르헬이 볼을 부풀리는 동안 데모니어스가 충격을 받은 듯 중얼거렸다.
“하긴, 우리 아샤라도 사실 아기라고 할 수 있죠.”
가방에서 삐져나온 클리아베이든이 중얼거렸으나, 아샤라의 응징과 함께 다시 조용해졌다.
“정말이지, 소란스러운 파티가 됐네. 정신이 하나도 없어.”
루이드가 다시 손가락을 튕기자 금속 극사(劇絲)는 단번에 그물의 형태로 변했다.
그리고는 조각나 바닥을 굴러다니는 오크의 시체를 한데 모았다.
깊은 숲속이라, 굳이 시체를 치울 필요는 없었지만, 아르헬이나 데모니어스의 교육상 너무 잔인한 광경이니 얼른 치워버리려는 것이었다.
“아샤라나 멜리옌 둘 중 하나가…….”
루이드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아샤라가 바닥을 짚었다.
연금술! 바닥은 구구구구. 하는 거대한 소리를 냈다.
그리고 단번에 형태를 바꿔 원통에 수직의 구멍을 만들어냈다.
구멍은 깊었고, 단면으로 굵은 나무뿌리가 가득 보였다.
「이건 나도 할 수 있었는데.」
멜리옌의 뒤로 슬쩍 모습을 드러낸 노에스가 투덜거렸다.
“바이, 바이.”
루이드가 인사를 하듯 손을 흔들자 쇠 그물과 오크의 시체가 구멍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쉭!!
오크와 그물이 모습을 감추는가 싶더니, 시체를 제외한 오크의 금속들은 구멍 위로 솟구쳤다.
그리고 그것들은 모두 루이드의 망토 뒤로 차곡차곡 열을 맞추어 들어갔다.
“그 많은 금속을 다 이고 다니시다니.”
헤랏산은 다시 한번 감동한 얼굴로 주먹을 불끈 쥐었다.
레벨과 함께 루이드의 신체 능력은 월등하게 강화되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게다가 무거운 금속을 지고 다니면서, 평상시에도 체력을 단련하기 위함이었다.
‘드래X볼 연출이란 거다……!’
모래주머니를 차고 운동하는 사람과 같았다.
다른 것은 주머니가 쇠 주머니인 것뿐.
루이드는 팬던트를 내려다보았다.
“화살표가 더욱 자주 깜빡거리는데.”
그건 목표물에 근접했다는 의미였다.
“오크가 지키고 있는 고대 유적이라니……. 어쩐지 무섭네요.”
멜리옌이 오한을 느낀 사람처럼 어깨를 떨었다.
“아주 견고한 마법으로 감추어져 있는 유적이지만, 이 지대 자체가 에테르 덩어리라고 볼 수 있을 정도로 마력이 강한 땅이라서요.”
클리아베이든이 가방 안에서 웅얼거렸다.
“힘에 이끌려 몬스터들이 모여든다는 건가요?”
“그렇죠!”
“어쩐지……. 오크뿐만이 아니라, 몬스터가 나오는 빈도가 높아진다고 했어요.”
아샤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게다가 그 오크들. 뭔가 이상했지.”
루이드의 말에 아르헬도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뭔가 미쳐있는 것 같았어! 눈이……. 게다가 계속 같은 말만 반복했어. 이지를 상실한 것 같은 이상한 말들을!”
아르헬은 오크의 말도 단번에 알아들었다.
“유적의 영향을 받은 걸까?”
“우웅, 오, 오크…… 몬스터……. 무, 무서워.”
데모니어스는 훌쩍이며 아르헬의 옷자락을 꽉 쥐었다.
“조금 더 들어가 보자.”
루이드가 앞장서 울창한 숲을 조금 더 들어갔을까.
삐빗, 삐비빗!
팬던트의 화살표가 빠르게 점멸하는 것과 동시에 요란한 소리를 냈다.
“도착했다?”
루이드가 재빨리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100년은 살았을 것 같은 우거진 나무들만 있을 뿐.
유적 같아 보이는 것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어찌 된 일이죠?”
아샤라는 물론이고 다른 수호단들도 주위를 살폈지만, 유적의 흔적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하늘로 솟았나, 땅으로 꺼졌나.”
“하늘! 내가 확인할게!”
루이드의 혼잣말에 아르헬은 기다렸다는 듯이 순식간에 폴리모프를 풀고 하늘로 솟구쳤다.
슈와아아악! 파바바밧!
거대해진 몸이 우거진 나무 사이를 뚫고 지나느라 나뭇잎이나 가지가 우수수 쏟아졌다.
무척이나 우거진 숲이어서, 아르헬이 나무를 뚫고 솟아오른 곳이 뻥 뚫려 그제야 햇빛이 쏟아져 내렸다.
한줄기로 쏟아지는 햇빛을 보던 루이드는, 그 빛이 닿은 바닥을 보았다.
“하늘에는 아무것도 없어!”
머리 위를 울리는 아르헬의 목소리를 들으며 루이드는 중얼거렸다.
“그럼 땅으로…….”
루이드의 푸른색 눈이 일순간 빛나고, 깜빡이는 찰나.
금속 지배. 그 초상 능력의 감지력이 발동됐다.
“호오.”
바닷속으로 음파가 퍼지는 것처럼 감지력이 땅속으로 울려 퍼졌다. 그리고 루이드는 지하 유적의 형체에 집중했다.
이전, 아르헬의 둥지를 찾았을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선명하게 그 모습이 그려졌다.
그대는 무엇인가가 아래에 있다 정도를 파악하는 감각이었지만, 지금은 마치 엑스레이를 찍은 듯 그 모습이 훤히 그려졌다.
‘엄청 크다. 그리고 거리 때문이 아니라, 흐릿하게 지워져 있는 것 같은 부분들도 있어.’
과연 자신이 파악하는 것이 이 유적의 전부가 맞을까? 라는 의심이 들었다.
‘마법인가.’
이렇게 큰 유적에 도착했다는 알람이 이제야 울린 것이 신기할 정도였다.
‘그 말은 입구가 이 근처라는 거겠지. 아주 대단한 힘을 가진 아티팩트니 말이야.’
루이드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뭐예요? 뭔가 찾았어요?”
아샤라가 묻자, 루이드는 검지를 들어 아래를 가리켰다.
퍼덕, 퍼덕! 아르헬은 낙하하며 다시 자연스럽게 폴리모프했다.
“쳇, 나도 뭔가 해내고 싶었는데!”
아르헬은 쪼르르 달려와 루이드의 곁에 섰다.
“그렇다면 이제, 유적의 입구를 열 방법이 필요한데.”
감지 능력으로 살펴본바 실질적인 유적의 내부는 아주 깊은 지하에 존재했고, 지상과 연결되는 기다란 통로가 있었다.
‘이쪽…….’
루이드는 몇 걸음 옮겨 자리를 잡았다.
“루이드! 여기야?! 여기?!”
아르헬은 들뜬 목소리로 눈을 반짝반짝 빛냈다.
“잠금 마법도 걸려 있을까요?”
“흐음, 글쎄요. 아마 아닐 겁니다. 보호 마법 자체가 무척 강력하기 때문에 이중으로 마법을 걸어 놓는 건 너무 복잡했을 거예요.”
루이드의 물음에 클리아베이든이 곁으로 다가와 기웃거렸다.
“내 기억으로는…… 여길 찾는 것 자체가 관문…….”
하지만 루이드는 클리아베이든의 말을 끝까지 듣기도 전에 능력의 힘을 사용했다.
이곳까지 이동하는 동안 클리아베이든이 유적에 관해 한 이야기들은 대부분 영양가가 없는 것들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럴 줄 예상하기는 했지만, 짐작보다 훨씬 더 그의 기억은 엉망진창이었다.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것이 훨씬 빠를 것이라는 게 루이드의 판단이었고, 방금 한 말은 거의 혼잣말에 가까운 것이었다.
그그그그.
아샤라가 연금술을 썼던 것처럼 바닥이 진동했다.
그러나 아샤라 때보다 훨씬 바닥에서부터 울리는 진동이었다.
“문을 여는 방법을 잘 모르겠으면 어떻게 하면 되는지 알아, 아르헬?”
루이드의 물음에 아르헬이 동그란 눈을 반짝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바로, 그냥 부수고 들어가면 된다!”
쿠콰앙!!
엄청난 굉음과 함께 루이드 앞쪽의 땅이 터져나갔다.
마치 다이너마이트를 터트린 것처럼.
애초에 흙과 돌, 광물 안의 미세 금속까지 조종할 수 있는 루이드였다.
아무리 대단한 마법이 걸린 유적이라도 하더라도, 그것을 이루고 있는 대부분은 돌과 흙.
지상으로 올라오는 통로 쪽을 바깥으로 끌어당겨 커다란 구멍을 만들어 버린 것이다.
그렇게 따지면 애초에 오크의 시체를 수습할 때도 루이드 혼자 할 수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유적이 가까워진 차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는 것.
힘을 함부로 소모할 수 없었기에 동료들의 힘을 빌린 것이다.
그리고 지금 상황에서는 루이드만이 정확하게 통로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었다.
루이드는 망토를 펼쳐 아르헬에게 흙이 튀지 않도록 막아주었다.
헤랏산을 포함한 수호단은 놀란 얼굴로 완전히 뚫려버린 유적의 입구를 바라보았다.
“역시, 대, 대단해…….”
아르헬의 뒤에서 얼굴을 빼꼼 내민 데모니어스가 웅얼거렸다.
“박력이 넘쳐…….”
그런 데모니어스의 뒤에 바짝 붙은 헤랏산이 쪼그리고 앉아 함께 눈을 빛냈다.
“교육상으로는 별로 안 좋은 것 같지만요.”
“자아, 그럼 지체하지 말고 안으로 들어가 보자고.”
아샤라가 조금 핀잔을 주었으나, 루이드는 거침없이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레벨과 함께 상승한 제어력 덕분에 폭파 현장과도 같이 어지러워야 할 입구는 비교적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루, 루이드 님!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 다짜고짜 들어가도 되나요? 아무리 클, 베가 다른 마법이 없을 거라고 했지만…….”
아샤라는 클리아베이든을 지칭하는 데 신경 쓰며 다급하게 물었다.
“아아, 걱정할 것 없어.”
루이드는 활짝 웃으며 아샤라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통로의 계단으로 발을 디디는 순간.
달칵. 무엇인가가 눌리는 소리가 나며 정면에서 무엇인가가 쇄도했다.
정확하게 루이드의 뒤통수를 노리고 쏘아진 것은, 성인의 팔뚝보다 굵은 쇠 창이었다.
쐐애애액!!
엄청난 소리를 내며 어둠 속에서 쏘아진 쇠 창은.
우뚝.
루이드의 뒤통수 바로 앞에서 멈추었다.
“이미 대충 구조를 다 파악했으니까.”
루이드는 천천히 쇠 창을 향해 돌아보았다. 그리고 손가락으로 톡, 건드리는 순간. 쇠 창은 힘없이 바닥으로 나뒹굴었다.
땡그랑!! 요란한 소리가 났다.
루이드 뒤에 서 있던 동료들은 조금 전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파악하기도 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