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ron' Son has Paranormal Abilities RAW novel - Chapter (137)
남작 아들은 초상능력자-137화(137/252)
제137화
제12편 유적(4)
“엥? 에엥?!”
아르헬과 데모니어스가 루이드에게 바짝 따라붙으며 바닥을 뒹구는 쇠 창을 집어 들었다.
“뭐, 뭐, 한 거냐. 벼, 별잡……. 아니, 백작님.”
“모니. 너 그렇게 제대로 못 할 거면 그냥 하지 말아라. 어차피 여긴 우리밖에 없기도 하고.”
루이드가 피식 웃으며 데모니어스의 머리를 헝클어놓았다.
그는 곧장 아르헬을 안아 들었다.
“아이참, 루이드. 나 다 컸다니까.”
그렇게 말하곤 있지만, 아르헬의 인간 겉모습은 초등학교 저학년 정도밖에 안 되었다.
루이드에게는 아직 눈에 넣어도 안 아플 것 같았다.
“혹시 함정을 밟아서 다칠까 봐 그러지.”
“루이드! 그런데 대충 구조를 다 알겠다니 무슨 말이야!”
아르헬은 볼을 부풀리면서도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물었다.
“그거 해 볼까.”
“웅?”
“축복? 살짝만.”
“아하!”
아르헬이 개구진 웃음을 지으며 대번에 루이드의 손을 깍지껴 잡았다.
스으으.
아르헬의 눈이, 루이드를 닮은 푸른빛에서 오리할콘과 같은 오색으로 변하며 반짝거렸다.
신비 드래곤의 특별한 능력 중 하나인 축복. 그 힘 덕분에 아르헬과 루이드는 서로의 힘을 공유할 수 있었다.
루이드는 아르헬과 내면의 힘이 연결되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곧장 감지력을 다시 발동시켰다.
“우와!”
축복을 통해 루이드가 감지하고 있는 것을 공유받은 아르헬은 깜짝 놀랐다.
“멋지다!”
그녀는 격앙된 목소리로 외치며 루이드의 목을 힘껏 끌어안았다.
“역시 루이드는 짱이야!”
“짜, 짱……! 좋겠다…….”
데모니어스가 아래에서 위를 올려다보며 부러운 눈을 울망였다.
“아르헬, 이 정도는 모두에게 공유가 가능할까?”
루이드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르헬의 축복은 힘을 많이 소비하는 것이어서 남발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음. 괜찮을 것 같은데! 나 그동안 엄청 강해졌거든!”
“정말? 그래도 이 밑으로 내려가면, 함정뿐 아니라 여러 가지 위험한 것들이 있을 수 있어.”
“웅……. 하지만 루이드가 있잖아!”
아르헬은 아무런 걱정이 없다는 듯 해맑은 대답에 루이드는 가슴이 시큰거리는 것 같았다.
‘역시, 딸내미가 최고라는 이유가 이건가.’
아르헬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발을 동동 흔들었다.
“잡아!”
아르헬의 지시에 따라 데모니어스가 밝은 얼굴로 그녀의 발목을 살짝 붙들었다.
“……우, 우와!”
“다른 사람들도, 다들.”
루이드가 손짓하자 아샤라가 데모니어스의 나머지 손을 잡았고 헤랏산, 멜리옌과 솔라, 엠마까지 손에 손을 잡았다.
모두가 연결되었고, 모두는 동시에 같은 것을 보았다.
“우와…….”
“이럴 수가. 엄청 크잖아요!”
“여기를 다 둘러봐야 하는 걸까요?”
“왜 저는 연결되지 않는 거죠.”
유적의 규모에 놀라며 저마다 한마디씩 할 때 아샤라의 가방에서 삐져나온 클리아베이든이 투덜거렸다.
“아까 보호 마법이 관문이라, 내부에는 별것 없을 거라고 하지 않았던가?”
질문에 대한 제대로 된 대답을 들을 수 없었지만, 아샤라가 미간을 찌푸리자 클리아베이든이 스르륵, 조용히 가방 안으로 몸을 돌이켰다.
“자아, 그런 고로. 다들 함정은 알아서 조심하자고.”
루이드의 말에 수호단과 헤랏산은 고개를 끄덕였다.
* * *
“헉, 저, 저건! 구울?!”
“이곳에서 죽은 망자들이 모두 몬스터화 됐군. 함정과 저주가 악질 중에서도 악질이야!”
아샤라가 외침과 동시에 멜리옌의 뒤에서 실프와 샐러맨더가 튀어나왔다.
「부우우울!!!」
「아이참, 못 말린다니까!」
샐러맨더가 불을 뿜어내고, 실프는 그 불이 다른 곳으로 번지지 않도록 공기의 돔을 만들었다.
돔 안에는 산소를 불어 모아 더욱더 강렬한 불꽃이 타올랐다.
“그어어어…….”
저주가 걸린 구울의 육신은 뜨거운 열에 순식간에 녹아내렸다.
실프는 곧장 구울이 타오르며 만들어낸 검은 연기를 한곳에 모았고, 연기는 밖으로 이어지는 통로를 타고 밖으로 빠져나갔다.
“오, 둘이 죽이 잘 맞는걸?”
루이드는 감탄했다.
저주가 깃든 몬스터들은 어지간한 물리 공격은 거뜬히 버텨내지만, 신성한 정령의 불꽃은 구울처럼 어둠 속성의 몬스터들에게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고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곳은 지하 유적지.
그냥 불을 쓰는 것은 위험했다.
루이드 일행이 질식할 위험도 있기 때문.
하지만 실프와 샐러맨더가 함께 공격함으로 인해 구울에게 확실한 불 공격을 하면서도, 유독한 연기와 가스는 퍼지지 않도록 실프가 잘 처리했다.
두 정령의 기능을 적절히 잘 이용한 것.
“루이드 님이 싸우시는 모습을 보고 참고했어요.”
“어? 나?”
루이드가 의외라는 얼굴로 눈을 깜빡이자 멜리옌은 감정의 기복이 적은 얼굴로 최대한의 쑥스러움을 드러냈다.
“후후후. 항상 루이드 님은 기발한 전투를 하시잖아요? 그저 검만 휘두르시는 게 아니라, 거대한 쇠공을 굴리시기도 하고…….”
“아…….”
“그러니까, 저도 그냥 단순하게만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그렇게 말해 주니까 고마운데? 그리고 이번 공격은 정말 멋졌어.”
루이드는 엄지손가락을 척 들어 보였다.
진심을 담은 칭찬이었다. 처음에는 무기력한 듯 보이면서도 위태로워보이는 멜리옌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스스로 발전을 거듭하고 있었다.
루이드의 칭찬에 멜리옌의 말간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헤헤, 칭찬받았다.」
어느새 돌아온 실프가 멜리옌의 곁에서 뱅글뱅글 공중돌기했다.
루이드는 지나온 길을 되짚어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흐음, 지금까지 함정만 몇 개를 지나온 거지?”
“정확히 48개네요.”
아샤라가 대답했다. 그녀의 미간은 잔뜩 구겨져 있었는데 그럴 수밖에 없었다.
루이드 덕분에 어디에 함정이 설치되어 있는지는 알고 있었지만, 어떤 함정인지까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었다.
함정이 있는 곳까지 와서 다시 루이드가 능력으로 함정을 분석하거나, 아샤라가 마법으로 파악해야 했다.
처음처럼 다짜고짜 발동되는 공격형 함정도 있었고, 퍼즐 형식으로 패턴을 파악하고 문제를 풀어야 하는 방식도 있었다.
공격형 함정은 파괴하기만 하면 되니 수월하였지만, 퍼즐 형식의 함정들은 꽤 귀찮았다. 물론 지금까지는 그렇게까지 까다로운 퍼즐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다음 함정이 아마, 퍼즐 식인 것 같은데. 슬슬 퍼즐 식이 나올 때가 된 것 같아.”
“하아. 정말이지!”
루이드는 구울들의 재가 남아 새카맣게 변한 통로를 거침없이 나아갔다.
그리고 곧 거대한 문과 마주했다. 5미터는 족히 넘는, 아름다운 무늬가 새겨진 문이었다.
기이이익.
문 자체에는 그 어떤 장치도 되어 있지 않은 것을 파악한 루이드가 거침없이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도 별다른 것이…….’
내부는 지금까지와는 확연히 달랐다.
이그라 왕궁의 대연회장보다 훨씬 큰 실내가 펼쳐졌다.
천장은 아득할 정도로 높았는데 돔형으로 정교하게 만들어졌고, 거대한 그림과 그것들을 떠받들고 있는 기둥. 거기에는 아름답고 세밀한 조각들이 있었다.
중앙에는 팔이 네 개 달린 여인의 상이 있었는데, 커다란 한 개의 대리석을 온전히 깎아 만든 것이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지하임에도 불구하고 크고 넓은 벽에 박힌 크고 작은 수정들은 스스로 빛을 내고 있었다.
마치 스테인드글라스로 된 창을 보는 것처럼, 갖가지 색의 수정으로 조각된 벽들은 이곳이 땅속이라는 사실을 잊게 했다.
또 바닥에도 여러 가지 복잡하고 아름다운 문양이 가득 새겨져 있었다.
천장과 벽, 바닥 할 것 없이 한없이 아름다운 공간.
신이 만든 곳이 바로 이런 곳이지 않을까?
와중에 루이드는 반짝이고 아름다운 벽을 보자마자 깨달았다.
‘마정석이로구나.’
마정석들은 미묘하게 빛을 내며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
‘이 수많은 마정석이 모두 사용되고 있어.’
비단 벽을 꾸미는 것만이 아니라, 마법적인 힘을 발휘하고 있다는 것.
“우와…….”
아르헬은 물론이고 수호단과 헤랏산마저 모두 넋을 놓고 경탄에 빠졌다.
“너무 아름다워.”
“지금까지의 고생을 잠시나마 잊게 하는 공간이네요.”
“흐응. 여기에 흐르는 마력을 느껴봐. 난 벌써 이곳이 무척이나 골치 아플 거라는 생각이 드는걸.”
아샤라만이 걱정스러운 눈으로 주위를 살폈다.
유적지에 들어온 직후부터 루이드의 감지력은 계속 발동 중이었다.
‘이곳엔…… 이전의 함정들보다 훨씬 정교한 장치가 되어 있다.’
특히 공간의 바닥, 그 아래에는 지금의 문명이 만들어냈다고 하기에는 어려울 만큼의 기계 장치들이 설치되어 있었다.
‘이상하네. 이렇게 정교하고 복잡한 장치를 만들었다고?’
마력을 에너지원으로 삼은 것을 제외한다면, 루이드 전생의 21세기와 비교해도 뒤떨어지지 않았다.
‘이건 회로잖아?’
에벨리의 거대 마법은 과학적인 분야를 마법식과 마법과 마력으로 씹어먹어 버리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곳에 있는 것은 그것과 달랐다.
기리릭, 기리릭.
바닥 아래로 기계 장치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아무런 일도…….
“루이드!”
아르헬의 목소리에 루이드가 눈을 떴다.
복잡한 구조에 저도 모르게 눈을 감고 집중했던 것.
“반대편 문은 완전히 잠긴 것 같아.”
루이드는 아르헬이 선, 출구로 예상되는 문 앞으로 섰다.
“이건 마법이 걸려 있군.”
“맞아요. 강력한 마법이에요.”
아샤라는 목걸이에서 나오는 빛으로 문을 비추었다. 마법을 분석하는 것.
“이건 이곳에서부터 멀리 떨어진 곳에서 여기를 겨냥해 짜인 마법이군.”
그랬기에 아샤라의 아티팩트로도 미리 파악할 수 없었고, 루이드의 감지력으로도 파악할 수 없었던 것.
“걸릴 수밖에 없는 덫을 쳐놓았네.”
아마 유적의 설계자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힘으로 유적을 뚫고 나갈 수 있는 사람이 있으리라곤 생각하지 않았을 터였다.
그런데도 이 공간에는 특히 더 신경을 쓴 것이다.
“흐음, 이 정도의 마법을 걸어 놨다는 건. 강제로 부수려고 했을 때 절대로 무사히 벗어날 수 없는 장치 같은 것도 해 놨겠지?”
마법으로 계속 분석하던 아샤라가 어두운 목소리로 말했다.
“바로 맞췄어요. 강제로 부수려고 하면 아마 이 유적 전체가 날아가 버릴지도 몰라요.”
유적의 입구 때와는 상황이 달라진 것.
“엠마의 절대부정으로는 마법을 파훼할 수 없을까?”
루이드의 말에 아샤라가 고개를 저었다.
“엠마의 절대부정을 사용하기 위해선 접촉이 필요한데, 이건 마법의 시동 장치에 접근도 못 하니까요.”
“뭐, 아샤라 네가 아까 그 방법은 교육상 나쁘다고 했으니까. 착실하게 퍼즐을 푸는 수밖에 없겠군.”
루이드는 눈을 돌려 다시 내부를 둘러보았다.
“왜 퍼즐이 시작되지 않는 걸까.”
다시 시선이 닿은 곳에는 네 개의 팔을 가진 여성의 거대 상.
각각의 손에는 둥그런 추 같은 것을 들고 있었는데, 그것이 여성의 머리 크기만큼이나 컸다.
“아마도 누군가 섬기는 신일 테지?”
“그녀의 발에 뭔가 새겨져 있어요.”
아샤라가 가리키는 순간, 그녀의 가방에서 클리아베이든이 튀어나왔다.
“후후, 드디어 내가 쓸모 있게 됐군요. 이건 아주 고대의 언어랍니다. 나에게도 어렵지만…….”
“고대어?”
루이드가 거대 상의 발에 적힌 고대어를 바라보는 순간.
오랜만에 시스템의 알람이 울렸다.
[당신은 이미 다개국어 사용자(multilingual)입니다. 추가 경험치를 얻습니다.] [당신은 이득 상태입니다.] [당신은 행운(FULL)상태입니다.] [새로운 부가 스킬을 획득했습니다.] [고대 아스빌루미아어(입문)]“이브?”
“이-브!”
루이드와 클리아베이든이 동시에 외쳤다.
“어, 어떻게!!”
클리아베이든은 경악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
“그, 그걸 당신이 어떻게 읽을 수 있는 거죠?”
“그럴 수 없는 일인가요?”
“물론이죠! 고대 아스빌루미아 제국의 존재를 아는 사람 자체가…… 나밖에 없다고요!”
클리아베이든은 뭐라고 더 루이드에게 추궁하고 싶어 했지만, 그럴 틈이 나지 않았다.
돔의 내부가 천천히 진동하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구구구구. 구구구구구…….
“무, 무슨……!!”
모두가 당황하는 그때, 루이드는 자기도 모르게 거대 상의 발에 적힌 글자를 더 읽어보았다.
이브. 라고 가장 처음, 가장 커다랗게 쓰인 다음에 적힌 문구는 무척이나 작게 쓰여 있었다.
「여신의 이름을 말하라. 그리하면 그녀를 향한 경외가 시작될 것이다.」
“하하, 계약서 사기도 아니고. 이런 건 폰트 크기를 똑같이 해야지!”
그러거나 말거나, 돔의 내부는 위협적으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출구로 예상되는 거대한 문이 아닌, 중간중간에 장식처럼 존재하던 수십 개의 작은 문이 벌컥 하고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