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ron' Son has Paranormal Abilities RAW novel - Chapter (139)
남작 아들은 초상능력자-139화(139/252)
제139화
제14편 유적(6)
날카로운 부메랑이었던 금속들이 순식간에 부드러운 모양으로 변했다.
그리고 솔라의 몸 주변에서, 마치 카 시트처럼 바뀌며 그녀의 몸을 속박했다.
“……!”
그제야 정신을 차린 솔라의 눈에 이지가 돌아온 듯했지만, 이미 그녀에게서 발산된 전격이 마지막 샐러맨더들에게 쏟아지고 있었다.
“쳇.”
루이드는 최대한의 힘으로 금속과 그녀를 잡아당겼다.
꽈과과광!!!
솔라와 금속들이 멜리옌이 있는 곳에 떨어진 것과 마지막 샐러맨더가 전격으로 구워져 버린 것은 거의 동시에 일어난 일처럼 보였다.
찰칵.
드르르륵. 드드드드.
여신상이 들고 있는 구체의 문양이 바뀌었다.
“늦었어……!!”
“그럴 수가.”
아샤라가 허탈한 얼굴로 솔라를 노려보았지만, 루이드가 그녀의 어깨를 토닥였다.
“괜찮아. 아직 끝이 아니야.”
참으로 다행인 일이었다.
이 퍼즐 게임을 만든 사람은 꽤 자상한 성격인 것 같았다.
아니면 고문하는 걸 즐기거나.
어쨌든, 두 번째 기회를 놓쳤어도 루이드 일행이 즉사하거나 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대신 용암의 범위가 한 단계 더 늘어났다.
이제 가장자리 벽으로부터 10미터 둘레가 모두 용암이 흐르는 도랑처럼 변했다.
지글지글 끓어오르는 열기는 더해졌고, 루이드 일행이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은 좁아졌다.
구구구구.
그리고 그 용암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하. 이거 식은 죽을 떠먹여 주기까지 하는걸?”
루이드의 입꼬리는 거의 귀에 걸릴 듯 쭉 올라갔다.
“저건……. 골렘.”
아샤라가 감탄하듯 말했다.
3미터가 넘는 거대한 키. 인간의 형태를 흉내 내고 있는 투박한 몸.
유기체가 아닌 신체.
마법사라고 할지라도 쉽게 만나볼 수 있는 몬스터가 아니었다.
“에벨리에서는 골렘을 사용하는 마법사가 잘 없거든요.”
“잘 봐. 심지어 금속형이야.”
루이드의 말에 아샤라가 더욱 밝아진 얼굴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분석 중…….]아다만트 83%, 강철 13%…….
‘아다만트로 이루어진 골렘이라. 갑자기 난이도가 이렇게 올라가기 있나?’
아다만트는 오리할콘과 같은 반열에 오른 신비의 금속이었다.
‘아르헬이 먹을 수 있으려나.’
척 보기에도 강력해 보이는 골렘의 표면은 마치 오래된 로봇처럼 보였다.
“패턴도 알았겠다. 이번엔 훨씬 쉽겠군. 내가 걱정하지 말라고 했지?”
아샤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쿠웅, 쿵!
루이드가 어떤 존재인지 알 길이 없는 골렘들은 용암에서 힘차게 걸어 나왔다.
하지만 그건 잠시뿐이었다.
[발동. 금속 생명체에 관한 제어력!]루이드의 초상 능력이 발현된 순간, 그들은 꼼짝할 수 없었다.
“그우으으…….”
“그어어…….”
이지가 없는 듯한 골렘들의 빛나는 눈이 어쩐지 당황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새로운 스테이지가 시작되었는데도 한없이 조용한 내부.
골렘이 움직이고자 기기긱거리는 소리와 용암이 부글부글 끓는 소리만이 들릴 뿐이었다.
“다들 다시 여신상의 구체를 봐줘! 그리고 각자 문양을 맡아서 그 발판 위로 올라가!”
루이드가 외쳤다.
이번에는 제대로 집중하고 있던 솔라가 가장 먼저 움직였다.
태양 문양, 날개 달린 용 문양, 나팔꽃, 구름.
모두 각자의 자리에 가서 섰다.
무게가 모자랄 자리에는 루이드의 금속을 보탰다.
“어라?”
루이드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불이 들어오지 않네요?”
아샤라와 루이드는 저번과 똑같이 함께 발판 위로 올라간 상태.
하지만 이번에는 발판에 불이 들어오지 않았다.
‘뭘까, 뭘 잘못한 거지? 순서?’
루이드의 지시에 따라 일행은 4개의 발판을 경우의 수대로 순서를 바꿔 번갈아 밟았다.
‘아니야. 순서가 아니라면…….’
루이드는 다시 여신상의 앞으로 걸어갔다.
골렘들은 전혀 움직이지 못하고 있으니, 이번 스테이지에서 시간이 모자랄 일은 없었다.
이브. 라고 가장 크게 쓰인 문장 밑에 작게 쓰인 문장.
「여신의 이름을 말하라. 그리하면 그녀를 향한 경외가 시작될 것이다.」
그리고 그 밑에 더 작은 글씨로 쓰인 문장이 하나 더 있었다.
“아니, 진짜. 크게 써놓으라고!”
루이드는 인상을 찌푸리며 고대어를 읽어내려갔다.
「첫 번째 경외에 쌀알만큼의 믿음과 두 번째 경외에 사과 한 알 만큼의 믿음, 그리고 세 번째 경외에 새끼 양의 믿음을 바쳐라. 네 번째에 큰 숫염소만큼의 믿음을 바칠 기회를 놓친다면 여섯 번째에는 이브의 분노가 불같이 이르겠고, 너의 멸망이 강도같이 덮치리라.」
“아니, 이렇게 조그맣게 써놓고 길게도 써 놨다! 그냥 무늬인 줄 알았네.”
루이드는 여신상을 한 대 갈겨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참았다.
그래도 다행인 점은 그 문장을 읽음으로 어떤 상황인지 감을 잡았다는 거였다.
‘이번에는 필요한 무게가 달라진 거다.’
첫 번째는 쌀알만큼의 두 번째는 사과 한 알만큼의.
무게가 점점 무거워지고 있었다.
그러니까 아까는 아샤라와 루이드만으로도 충분했던 두 번째 스테이지의 무게가 이번에는 충족되지 않은 것이다.
두 번째 스테이지에서 발판에 올라갔던 루이드와 아샤라의 무게는 비유하자면 사과 한 알.
그러니까 세 번째 스테이지인 지금에서는 비교하자면 새끼 양만큼의 무게가 필요했다.
“물론 문제없지.”
어차피 두 번째 스테이지에서는 무게가 부족할지 어떨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차라리 잘 됐다.’
루이드의 푸른 눈이, 결박당한 채로 안간힘을 쓰고 있는 금속 골렘들을 보았다.
“모두 발판에서 떨어져.”
그의 목소리에 동료들은 모두 의아한 얼굴이 되었다.
“무, 무슨…….”
“우리 대신 발판을 밟아줄 친구들이 있거든.”
루이드의 눈이 날카롭게 빛나고 결박당한 골렘들이 공중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어, 어어!”
발판에 올라가 있던 모두는 천천히 그 위에서 물러났다.
꽈득, 꽈드득.
“그으……. 그어어…….”
루이드는 금속 생명체를 조종하는 능력과 스킬 조물주물을 이용해 아다만트 골렘을 압축시키기 시작했다.
꽈드드득, 카드드득.
그리고 아다만트 골렘은 발판 위에 놓기 알맞은 모양과 크기로, 각각 네 개의 덩어리로 뭉쳐졌다.
스으으!
공중에서 모두 뭉쳐진 아다만트 골렘은 어느새 각각의 발판이 있는 곳으로 옮겨졌다.
쿠웅! 쿠웅! 쿠웅! 쿠웅!
차례로 내려앉는 골렘.
그러자 철컥, 하는 소리와 함께 발판이 빛나기 시작했다.
“됐다!”
“와아!! 정말 됐다!”
“멋져요, 루이드 님!”
키리릭, 키리릭! 바닥 아래에서 기계 장치가 돌아가는 요란한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용암이 흐르느라 출구와 입구로 가는 길이 끊겼던 곳에 자동으로 다리가 놓였다.
퍼즐을 푼 뒤 이 공간을 나갈 수 있는 장치도 모두 설치가 되어 있었던 것.
“오오. 이 방에 꽤 공을 들인 모양인데.”
루이드는 이번 퍼즐 방이 마음에 들었다.
드르르륵. 여신상에 있던 구체는 사슬에 매달려 천천히 아래로 내려왔다.
툭. 바닥에 닿은 구체는 마치 운동회에서 박 터트리기를 한 것처럼 열렸다.
촤르륵. 그리고 안에서 금은보화가 쏟아졌다.
“보상은 좀 구식이네. 게다가 완전히 유적을 클리어한 것도 아닌데 웬 보상?”
마법으로 파악할 수 없었던 부분까지 치면 절반 정도, 그 부분을 제한다고 해도 아직 완전히 바닥까지 내려온 것이 아니었다.
루이드가 다가가, 황금과 보석들을 분석했다.
“와아! 루이드! 오리할콘이 있어!”
아르헬의 말대로였다. 그리고 오리할콘을 비롯한 진귀한 보석과 황금은 루이드의 키보다 높이 쌓여 있었다.
“드디어 아공간 주머니를 사용할 때가 왔네요.”
“아르헬, 오리할콘은 지금 바로 먹을래?”
“응!”
아르헬이 오리할콘을 골라내는 동안, 아샤라가 아공간 주머니 목걸이를 꺼내 들고 주문을 외웠다.
츠츠츳. 순식간에 금은보화와 보석들이 주머니로 들어갔다.
“그리고 저것도 좀 챙기면 좋겠는데.”
“아다만트 골렘이요?”
“잠깐, 필요한 부분만 골라낼게.”
루이드가 손을 들자, 발판을 누르는 데 사용했던 아다만트 골렘의 몸체가 부들부들 떨렸다.
아다만트 골렘이 살아있기 때문은 아니었다.
골렘들을 하나로 뭉치는 과정에서 그것들을 움직이게 하는 핵이 깨졌기 때문에, 더는 활동을 할 수 없는 상태였다.
루이드가 뽑아내려는 것은 순수한 아다만트였다.
“아다만트는 오리할콘보다는 못하지만, 그래도 굉장히 좋은 금속이거든.”
“아다만트? 저게 아다만트 골렘이었어요?!”
아샤라가 뒤늦게 놀랐다.
“루이드 님이 없었다면, 저 녀석. 상대할 수 없었을 거예요.”
까득, 까득 오리할콘을 씹어 먹던 아르헬도 초롱초롱한 눈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여러모로 운이 좋네.”
드드드드!! 네 개로 뭉쳐졌던 골렘의 몸에서 아다만트들이 뽑혀 나왔다.
골렘의 수가 어마어마했기 때문에 추출한 아다만트의 양도 무척이나 많았다.
“아샤라.”
“넵.”
아샤라는 다시 한번 아공간을 열어 루이드가 추출한 아다만트를 집어넣었다.
“돌아가서 아다만트로 이것저것 만들어보면 좋겠어. 그리고…….”
루이드는 거대한 여신상을 한 번 올려다보고는 지체하지 않고 출구로 향했다.
“진짜 가져야 할 것을 찾으러 가야지.”
기기기기기기.
굳게 닫혀있던 거대한 출구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스르륵 열렸다.
그곳에 걸려 있는 마법의 힘에 의해 자동으로 말이다.
문을 나서자, 곧게 뻗은 넓은 복도가 보였다.
이미 지나온 유적의 통로와 비슷한 느낌이었지만, 어쩐지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지나칠 정도의 적막이 감돌았다.
복도에 들어서는 루이드 일행의 발소리조차 적막에 삼켜지는 것 같았다.
“공기에 마나의 농도가 짙어요. 안쪽으로 갈수록 점점 더 짙어져요.”
아샤라가 두리번거리며 루이드의 뒤를 바짝 따랐다.
“정확히 말하자면, 순수한 에테르의 농도가 짙은 짙은 거야. 아샤라.”
퍼즐을 푸는 내내 조용하던 클리아베이든이 가방에서 빼꼼 모습을 드러냈다.
“어라? 클베. 좀 옅어진 것 같은데요?”
루이드가 말하자 아샤라의 안색이 순식간에 하얗게 질렸다.
“아아, 걱정하지 마세요. 에테르 농도가 짙은 곳에 오면 위습은 흩어지기 쉬우니까요.”
“뭐예요! 미리 말했어야죠! 그랬다면……! 당신은 항상 왜……!”
아샤라가 벌컥 화를 냈다.
“괜찮다니까요. 걱정하지 말아요. 나는 보통 위습이 아니잖아요? 그리고 이곳에 와서 내가 꼭 해야 할 일이 있어서 그래요.”
클리아베이든은 지친 사람처럼 길게 하품을 했다.
“이제 정말 더는 함정이라던지 없을 테니까요. 마지막 방에 도착하면 깨워 줘요.”
클리아베이든의 얼굴 형상이 사라지고 옅은 불꽃만이 아샤라의 가방에 담겨 있을 뿐이었다.
“잠들어 버렸네. 클베.”
아르헬이 남은 오리할콘을 다 입에 털어 넣으며 중얼거렸다.
원래 위습은 잠들지 않는 존재. 어쩌면 에너지를 아끼기 위해, 흩어지지 않기 위해 활동을 정지시킨 것인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아샤라는 걱정되는 얼굴로 가방 안을 들여다보았다.
“괜찮겠어?”
루이드가 묻자, 아샤라는 힘겨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지 않으면 어떡하겠어요. 자업자득이죠.”
퉁명스럽게 말하곤 있었지만, 역시 아샤라는 아버지를 무척이나 좋아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드는 루이드였다.
조금 무거워진 분위기로 일행은 복도를 한참 걸었다. 아마 하루 이상을 꼬박 걸은 것 같았다.
“정말로 더는 함정이 없네.”
클리아베이든의 말을 들었지만, 긴장을 늦추지 않은 루이드였다.
그의 감지력이 유적의 내부를 끊임없이 훑고 있었다.
‘이렇게 한참을 사용했는데도 크게 지치지 않았어.’
괴한과 싸울 것에 대비해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고 있는 셈이었기 때문.
그런 루이드의 감지력에 무엇인가 새로운 것이 걸려들었다.
‘응? 아까 지상에서는 감지되지 않았던 건데.’
거대한 퍼즐을 푼 뒤, 마법으로 가려진 부분 중 하나가 루이드의 감지력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잠금이 해제된 것이었다.
‘이건…….’
루이드는 저도 모르게 자리에 우뚝 섰다. 그 앞에는 새로운 거대한 문이 있었다.
‘클리아베이든이 말하던 군대다.’
바로 눈앞에 있는 문 너머에 있었다.
이 유적에 감추어져 있다는, 마도 인형의 군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