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ron' Son has Paranormal Abilities RAW novel - Chapter (141)
남작 아들은 초상능력자-141화(141/252)
제141화
제16편 마도 인형(2)
“흐윽! 살려주세요! 도와주세요!”
마도 인형이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일행들의 시선이 불안한 듯 마도 인형과 루이드, 그리고 진동의 근원으로 짐작되는 방향을 번갈아 보았다.
“루, 루이드 님…….”
후욱. 털썩. 아샤라의 말과 함께 마도 인형은 공중에서 바닥으로 힘없이 쓰러졌다.
루이드는 바닥에 엎어진 마도 인형을 노려보았다.
“카라젝!”
아르헬은 마치 마도 인형이 자신의 친구라도 되는 듯 달려가 부축했다.
“괜찮아?”
마도 인형은 겁을 먹은 채로 아르헬을 밀쳐냈다.
“아르헬을 다치게 한다면 가만두지 않는다.”
루이드는 마도 인형에게 쏘아붙였다.
차라리 어디 한 군데 부숴놓는 게 낫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이걸 만든 놈, 정말로 쓰레기군.’
아르헬의 행동, 아샤라의 연민. 모두 마도 인형을 만든 존재의 의도대로일 것이었다.
그리고 루이드 역시 그에게 휘둘리고 있다는 사실에 불쾌감이 치솟았다.
그그그…… 쿵! 그그그…… 쿵!
그그…… 쿵!
위협적인 소리는 어느새 지척까지 다가와 있었다.
그그그그, 쿠와앙!!
거대한 공간의 벽이 폭발하듯이 한순간에 무너져 내렸다.
“그오오오오…….”
무너져 흩날리는 잔해와 먼지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건, 살아있는 불꽃이었다.
그것은 자신의 거대한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며 바닥을 기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바닥이며 벽이며 모두 부수며 막무가내로 전진하고 있었다.
그러나 조금 전 벽을 부수면서 어딘가에 끼인 것인지, 아니면 루이드 일행을 발견한 것인지 놈이 멈춰 섰다.
“저건…….”
루이드는 그것이 어떤 존재일지 감히 짐작할 수 없었다.
어쩐지 인간의 형태를 닮은, 그러나 인간과는 전혀 다른 모습.
엎드린 상태인데도 4층 건물 높이의 불로 이루어진 거대한 몸체와 여섯 개의 팔. 머리에 뿔처럼 분사되는 불기둥.
신일까? 아니면 불의 형상을 한 악마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과 함께 몰아닥치는 열기와 공포. 중압감.
“루이드 님!”
누군가 외치는 소리와 함께 루이드는 앞으로 튀어 나갔다.
거대한 불꽃이 내비치는 적의와 살기는 너무나 명확해서, 잠시 머뭇거릴 필요조차 없었다.
츠츠츳!
루이드가 튀어 나가는 것과 동시에 사방에서 금속들이 날아와 벽을 만들었다.
콰아아앙!!!
루이드가 만들어낸 금속 벽과 악마 같은 불이 내려치는 주먹이 부딪혔다.
츠화아아악!!
순식간에 엄청난 연기가 피어올랐다.
「메, 멜리옌! 이건……!」
실프가 당황한 목소리로 멜리옌을 찾았다. 그러면서도 연기가 제대로 빠져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시야를 죄다 가리던 연기가 실프의 힘으로 한데 모여 환풍 통로로 빠져나갔다.
「그나마 환풍 통로가 잘 설계되어 있어서 다행이지만…….」
부들부들. 갸날픈 실프의 팔이 사시나무가 떨리듯 떨렸다.
‘오래 버티진 못해.’
정령술사인 멜리옌은 확신했다. 실프는 이미 너무나 많은 힘을 사용했다.
유적에 들어온 지도 벌써 며칠이 지난 상태.
‘얼마간은 버티겠지만, 곧 힘이 다할 거야.’
이렇게 깊은 지하에서, 심지어 과격한 전투가 벌어지는 상황에서 실프의 힘이 없다면 인간의 신체로는 오래 버티기 힘들 터였다.
“괜찮아. 실프가 힘이 다하면, 일단은 내 정화 마법을 사용하면 되니까.”
아샤라가 멜리옌을 다독이는 사이, 루이드의 금속 장벽이 녹아내리고 있었다.
뜨거운 쇳물이 바닥으로 뚝뚝 떨어졌다.
‘그렇다면…….’
루이드의 눈이 번쩍하는 동시에, 살아있는 불을 막아내던 금속판 쪽으로 장대같이 길쭉하고 뾰족한 가시가 솟아올랐다.
푸화악! 푸화악!!
대형 가시는 그냥 솟아나기만 하는 것이 아니었다.
수백 개의 금속 가시가 불규칙한 움직임으로 솟아올라 살아있는 불을 관통했다가, 다시 물러섰다가, 또 솟아나 공격했다.
루이드의 공격에 살아있는 불은 약간 당황한 듯했다.
자신을 찔러오는 가시를 여섯 개의 손으로 잡아보려 했지만, 변칙적으로 치솟았다가 후퇴하는 금속 가시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었다.
‘살벌한 두더지 잡기라고 할까.’
하지만 그뿐이었다.
살아있는 불의 신경을 쏠리게 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유의미한 데미지가 들어가고 있는 것 같지 않았다.
공격을 속행하던 대형 금속 가시도 이내 살아있는 불의 뜨거운 온도에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이런……. 공격이 안 통한다고?”
이윽고 루이드가 펼쳐놓은 금속 방어막이 모두 꿰뚫렸다.
“물리 공격이 안 통한다면, 속성 공격은 어떨까요!”
루이드의 등 뒤에서 아샤라가 외쳤다.
“아무것도 남지 않을지니. 진정한 무(無)안에 고독하리라! 베큐엄!”
그러자 살아있는 불꽃의 상체가 있는 부분에 반투명한 정육면체의 공간이 생성되었다.
말하자면 모든 부분이 유리로 된 상자 안에 살아있는 불꽃의 상반신을 담아 놓은 것 같달까.
물론 아샤라가 만든 이 마법 상자는 일반 상자와는 다르게 살아 있는 불꽃의 상체를 가두어 놓았지만 말이다.
아샤라의 마법은 만들어낸 정육면체의 공간 안을 진공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살아있는 불꽃의 불길이 사그라들기 시작한 것이다.
불은 타오르기 위해 산소를 필요로 한다. 하지만 아샤라의 진공 마법은 살아있는 불꽃의 상체를 산소가 닿지 않는 공간에 가뒀다.
‘산소를 없앤 것으로 불길이 사그라든다고? 놈의 신체는 대체 어떻게 되어 있다는 거야?’
루이드는 살아 있는 불꽃의 거인을 노려보았다.
순식간에 불꽃이 사그라든 곳에는 이루 말하기 힘든 흉측한 것이 모습을 드러냈다.
새카맣게 그을린, 녹아버린, 부풀어 터져버린, 뼈가 드러난 얼굴.
놀랍게도 눈구멍이라고 생각되는 움푹 파진 곳은 8개였고, 입안은 빨판 장어나 흡혈 물고기라는 별명이 붙은 칠성장어처럼 원형으로 수많은 이가 빼곡하게 박혀있었다.
“윽.”
그건 루이드가 보기에도 비위가 상하는 형상이었다.
“대체 저게 뭐죠?”
“글쎄. 나도 전혀 짐작이 가는 게 없군. 그래도 저게 살아 숨 쉬는 거라면, 네 마법이 효과가 있을…….”
루이드가 말을 끝마치기도 전에 살아있는 불꽃은 여섯 개의 팔을 마구 휘젓기 시작했다.
아슬아슬하지만, 겨우겨우 상체를 전부 진공 공간 안에 가둔 아샤라였다.
쿵! 쿵! 쿵!!
여섯 개의 팔이 미친 듯이 아샤라의 진공 박스를 두들겼다. 그뿐이 아니었다.
아샤라의 마법 범위에 속하지 않은 하반신 쪽도 훨씬 격렬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우구구궁…….
유적은 곧 무너질 것처럼 불안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런, 위험하잖아!”
루이드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칫……. 어쩔 수 없지.”
주변에 사용할만한 금속이 별로 없었다.
그렇다고 유적의 바닥이나 주변의 토양에서 미세 금속을 뽑아낼 순 없었다.
그건 유적이 무너지는 것을 더 가속 시킬 뿐이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루이드의 미간은 크게 찌푸려졌다.
휘이익!! 날아오른 건, 이미 충격으로 쓰러져 바닥을 나뒹굴고 있던 마도 인형들이었다.
원래 마도 인형을 제어하는 방법이 아니라, 루이드의 초상 능력을 사용한 것이었다.
‘마도 인형은 충분히 많으니까.’
물론 루이드의 마음이 불편한 이유는 이 때문이 아니었지만.
스킬 조물주물! 루이드가 원하는 대로 마도 인형은 순식간에 그 모양이 변하였다.
루이드는 마도 인형을 이루고 있는 금속을 사용하여 지금 있는 공간이 쉽게 무너지지 않도록 지지대를 설치했다.
촤아아악!!
마도 인형이었던 것들이 수없이 모습을 변화시켜, 기둥이 되고 천장 지지대로 변했다.
구으으으…….
그러나 살아있는 불꽃, 아니 이제는 그것도 아닌 존재가 계속해서 움직이는 동안은 이 사태가 진정될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아샤라, 혹시 저게 깨질 수도 있는 건가?”
쿵! 쿵! 쿵!!
“어……. 아무래도 그렇죠?”
쿵! 으직……!!
결국 아샤라의 마법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공격해!”
외친 것은 헤랏산이었고, 동시에 솔라가 튀어 나갔다.
“아샤라. 아르헬과 데모니어스를.”
엠마가 절대부정의 능력으로 떨어지는 유적의 파편을 제거하며 아샤라에게 다가왔다.
그녀는 아샤라와 아르헬과 데모니어스를 걱정하는 눈빛을 주고받으며 앞으로 튀어 나갔다.
“크흑!”
헤랏산이 불의 검을 휘두르며 광범위하게 검식을 펼쳤다.
그러나 여전히 뜨겁게 타오르는 ‘놈’의 하체에는 큰 타격을 주지 못했다.
“젠장할! 빌어먹을 유적! 여기 와서 내 맘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엇!!”
파지지직!!
그나마 솔라의 공격은 먹히는지, 전격이 떨어지는 쪽으로 더욱 격렬한 움직임이 있었다.
하지만 정체불명의 괴물 역시 무엇부터 해결해야 하는지를 아는 것처럼 마법을 깨는 것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 사이, 엠마가 괴물의 곁으로 바짝 붙었다.
“너를 부정한다!”
그녀는 괴물의 몸체에 깔리지 않도록 움직이며 주먹을 내리꽂았다.
주먹이 나아감과 함께 괴물의 몸을 두르고 있는 불길이 갈라졌다.
퍼어어억!!
주먹이 정확하게 타격하는 소리와 함께, 이전에는 확인할 수 없었던 충격파 같은 것이 퍼져나갔다.
화악! 충격파가 내부를 휩쓸고 지나갔다.
마도 인형들이 마구 밀려 요란한 소리를 냈다.
아샤라는 넘어지지 않게 아르헬과 데모니어스를 감싸야 했고, 루이드 역시 잠시 눈을 감았다가 떴다.
“됐나?”
엠마의 절대부정은 그 이름대로 모든 것을 부정했다.
그녀의 능력에 닿으면 아무리 강력한 마법이나 생명이라도 소멸해 버렸다.
지금까지 그녀가 부정하려고 마음먹었던 그 어떤 것도 그녀의 힘을 막아내지 못했다.
그러나.
“이럴 수가…….”
엠마는 놀란 얼굴로 자신 앞에 선 존재를 보았다.
엠마가 닿았던 괴물의 하반신 부분의 불꽃이 모두 날아가 있었다.
하지만 놈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 자리에 존재했다.
후우웅! 까아아앙!!
괴물의 강력한 저항에 아샤르의 진공 마법이 결국 깨져버렸다.
파사삭!
마법 결정이 유리 조각처럼 바닥으로 부서져 내렸다.
「감히.」
이질적인 목소리가 공간을 울렸다.
차마 목소리라고 부르기도 끔찍한, 마치 쇠로 긁는 듯한 참혹한 소리였다.
「열등한 존재가, 이 몸을.」
오직 루이드만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였다.
그건 분명 고대 아스빌루미아어였다.
「나를 이런 바닥까지 떨어트리다니. 이브, 감히!!」
거대한 여섯 개의 팔 중 하나가 엠마를 낚아챘다.
「미물아. 네가 감히 별에 닿을 수 있을 것 같으냐.」
쩌어억. 끔찍한 원형의 입이 커다랗게 벌어졌다.
엠마를 삼키기 위해.
루이드의 초상 능력이 순간적인 힘으로 순식간에 마도 인형들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총알보다 빠르게 괴물의 신체로 날아갔다.
날아가는 도중에, 마도 인형들은 날카로운 창으로 변했다.
‘불이 꺼졌으니, 어쩌면……!’
루이드의 생각이 적중했다.
그의 공격이 효과적이지 못했던 이유는 괴물의 몸 주위로 타오르던 너무 뜨거운 불길 때문이었다.
콰악! 콰악!!
수십 개의 마도 인형 창이 불길이 사라진 괴물의 몸에 처박혔다.
「크아아아악!!」
끈적한 피가 튀었고, 괴물은 몸부림치며 엠마를 집어 던졌다.
그녀의 몸이 호를 그리며 멀리 날아갔다.
타앗! 루이드는 단숨에 높이 뛰어올라 엠마를 받아냈다.
“엠마! 괜찮아?”
“윽……. 네, 루이드 님. 어째서……. 제 능력이…….”
괴물의 끔찍한 악력에 짓눌린 탓에 엠마의 뼈가 군데군데 부러져 있었다.
「버러지 같은 놈들이! 감히 격이 다른 나에게……. 끄아아악!」
고막을 찢는 비명이 울려 퍼지더니, 괴물의 몸에 다시 불이 붙기 시작했다.
“이런, 마지막 방에서 깨우라고 했잖습니까.”
루이드는 귓가에서 속삭이는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았다.
클리아베이든이었다.
언제 깨어난 지 모를 그가 바로 곁에서 루이드를 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