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ron' Son has Paranormal Abilities RAW novel - Chapter (142)
남작 아들은 초상능력자-142화(142/252)
제142화
제17편 마도 인형(3)
“무슨…….”
루이드가 뭐라고 할 사이도 없이, 클리아베이든의 불꽃이 점점 거세졌다.
“위험하다고도 했고요, 저걸 깨우면 어찌합니까.”
축구공만 한 크기의 클리아베이든이 점점 그 크기를 키우고 있었다.
“저런 게 있다고는 말 안 했잖아요!”
루이드의 말에 클리아베이든이 돌아보았다.
그는 어느새 원래 마황이었던 때의 모습과 거의 흡사한 크기로 변해 있었다.
다만 다른 점은 그가 여전히 위습처럼 시린 불꽃으로 타오르고 있다는 거였다.
“그 말도 맞는 말이네요.”
인간이었던 모습인 채로, 위습의 불꽃처럼 타오르는 클리아베이든이 타오르는 괴물을 향해서 손을 뻗었다.
그건 마치 무엇인가를 가늠해보는 것 같았다.
“포커드 백작. 나를 좀 도와줘야겠습니다.”
“놈을 쓰러트리는 방법을 아나요?”
“내가 아는 방법은, 그를 봉인해서 잠재우는 것 정도지만요. 어쨌든 우리가 이곳에서 살아나갈 수 있겠죠.”
“그럼 뭐든 하겠어요.”
클리아베이든이 루이드를 보며 씩 웃었다.
“일단 그녀가 이목을 끌었으니 좀 이용해 보도록 하죠.”
클리아베이든이 가리킨 것은 루이드의 품에 안겨 있는 엠마였다.
“그녀의 능력은 알고 있었지만, 설마 그의 저주를 잠깐이나마 흐트러뜨릴 수 있다니. 놀랐다니까요.”
“저주라고요?”
클리아베이든은 대답 대신 다른 방향을 가리켰다.
“저리로 갑시다. 이곳에서 조금이라도 떨어져야 군대도 지킬 것 아닙니까.”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의 눈길이 닿은 곳은 아샤라가 있는 곳이었다.
아샤라는 아르헬과 데모니어스를 감싸 안고 불안한 얼굴로 클리아베이든과 루이드를 보고 있었다.
스스슷!
클리아베이든이 먼저 가리킨 방향으로 날아갔다.
“일단 다치지 않도록 조심해.”
“네.”
아샤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 공간이 쉽게 무너지지 않도록 루이드가 처치했고, 아샤라의 마법 실력을 믿기에 큰 걱정은 되지 않았다.
괴물을 쓰러트리기만 하면 된다. 그러기만 한다면…….
“루이드도!”
아르헬이 소리쳤다.
“……나중에 보자.”
루이드는 고개를 끄덕이고 엠마를 안은 채 클리아베이든을 쫓았다.
타타탓!!
「그어어……. 버러지 새끼들…….」
쿠웅! 쿠-웅!
다시금 활활 타오르는 존재가 클리아베이든과 루이드를 쫓아 움직이기 시작했다.
“따라오네요.”
“그녀가 제대로 각인 됐나 보군.”
“으으으…….”
엠마는 신음했다. 부러진 뼈 때문에 고통이 어마어마할 터.
“엠마 조금만 참아.”
루이드는 능력으로 주변의 마도 인형을 끌어왔다.
그리고 순식간에 그 모양을 바꾸어 엠마의 부러진 뼈에 덧댔다.
‘내 몸이었다면, 금강불괴를 이용해서 직접 치료했겠지만.’
좀 더 과격한 치료 방법도 있었다.
금속을 직접 뼈에 주입하는 것.
쇠심을 박는 것이나 다름없는 행위. 하지만 지금 이렇게 움직이고 있는 동안은 위험한 작업이었다.
“내가 손을 좀 써 주고 싶지만, 위습 상태로는 마나를 아껴야 하거든요. 저걸 재우려면.”
클리아베이든은 안타깝다는 듯 말했다.
“괜, 찮아요……. 허억. 버틸 수 있어요…….”
엠마는 힘겹게 대답했지만, 눈빛만큼은 힘이 넘쳤다.
“그나저나 대체 저게 뭔가요?”
루이드의 물음에 클리아베이든이 조금 난감한 얼굴로 돌아보았다.
“이런 와중에도 호기심이 넘치네요.”
“무슨, 당연한 거 아닙니까?”
“하긴. 그래야 백작 답지만. 게다가 이미 그 존재를 대면했는데, 말해줘야겠지요. 그는 고대 신이라 불리던 존잽니다.”
“고대 신이라고요?”
루이드는 하마터면 달리는 것을 멈출 뻔했다.
“네, 맞아요. 지금은 신이라고 하기에 너무 볼품없죠?”
“대체 어떻게 아는 겁니까?”
루이드가 클리아베이든을 재촉하는 동안에도 괴물, 아니 고대 신은 멈추지 않고 그들을 쫓아왔다.
다행인 것은 그의 덩치가 너무 컸기에 속도가 그리 빠르지 않다는 점이었다.
쿠웅! 쿠우우웅!!
‘이러다가 무너지겠다고!’
마도 인형이 늘어서 있던 거대한 홀을 달려 끝에 다다르자, 클리아베이든이 멈춰서더니 크게 팔을 휘저었다.
그러자 넓은 벽에 반듯한 금이 가더니, 커다란 문이 생겼다.
정확히 말하자면 다른 공간으로 들어설 수 있을 통로가 생긴 것이다.
클리아베이든은 재빨리 그 안으로 들어갔다.
루이드도 지체하지 않았다.
쿠웅! 쿠웅! 쿠웅!
고대 신이라는 존재 역시 루이드와 클리아베이든을 따라 통로로 뛰어들었다.
후와악!!
일순간 눈앞으로 가득한 어둠이 펼쳐졌고, 루이드는 장소가 바뀐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곳 역시 자신의 감지력으로 파악하지 못했던 장소 중 하나라는 것을 깨달았다.
‘마법…… 으로 가득 찬 공간.’
따지자면 그의 생각과는 조금 달랐다.
이곳은 그냥 마법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거칠고 난폭한, 에테르로 가득 찬 공간이었다.
커다란 원통형의 바다에 잠수하는 것처럼, 클리아베이든과 루이드는 에테르 안으로 빠져들었다.
어둡고, 공허한 공간을 천천히 낙하했다.
마치 중력이 사라진 우주 공간에 있는 느낌과도 비슷했다.
이곳은 너무 넓고, 또 바닥 같은 건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원래 그가 있어야 할 장소로 돌아온 거예요. 여기가 유적의 마지막 방이죠. 여기서 제가 깨어났어야 했는데 말이에요. 왜 그가 먼저 깬 거지? 아직 힘도 다 채우지 못했는데…….”
클리아베이든이 중얼거렸다.
루이드가 돌아보자 바로 뒤에는 고대 신이라는 존재가 그들과 마찬가지로 이 공간에 잠기고 있었다.
「죽이겠다. 모두 죽이겠다. 이 세계의 별을 모두 죽이고, 빛을 파괴하겠다!」
다시금 맹렬하게 타오르는 신은 절규했다.
“저런 성격이라서, 신격 박탈이라도 당한 모양이에요.”
클리아베이든은 가볍게 웃으며 루이드에게 손짓했다. 그가 가리키는 방향을 보자, 주위를 둘러싼 수많은 마법 구조물이 보였다.
“고대인들이 만들어놓은 ‘봉인진’이에요. 물론 문제가 좀 있어서, 보수했지요. 아주 옛날에 발견했거든요. 내가.”
클리아베이든의 몸에서 나는 빛이 조금 더 밝아졌다.
“여기 들르는 김에 이곳을 좀 더 보수할 생각이었는데, 영 일을 그르쳤네요. 하지만 괜찮아요. 당신한테 오리할콘이 있으니까.”
클리아베이든은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아, 그리고 백작 당신이 궁금해 할 것 같아서요. 그의 이름은 가인. 고대의 신. 하지만 배신자라는 이유로 이곳에 봉인 당하고, 또 영원히 불타는 저주를 받았죠.』
루이드의 머릿속으로 클리아베이든의 목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뭐야, 이거. 전음. 뭐 그런 건가?’
전음. 무협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고수들의 의사소통 기능이었다.
말을 입 밖으로 꺼내지 않고도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그러니까 말하자면 텔레파시 같은 것이었다.
루이드의 생각은 읽지 못했는지, 아니면 늘 그렇듯 클리아베이든의 제 말만 늘어놓는 버릇 때문인지. 그는 대답 없이 혼자 중얼거리기만 했다.
『그가 받은 저주는, 영원히 불타고 영원히 사는 것이에요. 아까도 봤죠? 불이 꺼질 때, 새살이 살살 돋아오르는 거요.』
루이드는 역겨움에 미간을 찌푸렸다.
그걸 새살이 돋아오른다고 할 수 있을까? 진물이 흐르고 살이 터져 오르고 있었던 것이 말이다.
『여하튼 우리는 그가 그의 죗값을 온전히 치를 수 있도록 도와주면 되는 거랍니다. 괜히 그가 바깥을 돌아다니게 되면, 아마 이번 인류도 멸망하고 말겠죠.』
그는 힘을 잃어 약해진 상태가 아닌 신을 인류가 상대할 수는 없을 거라고 자조를 섞어 중얼거렸다.
클리아베이든의 주문이 계속될수록 주변 마법진에 빛이 어리기 시작했다.
『마법진이 준비되면 신호할게요. 그럼 그 오리할콘 주먹으로 그의 핵을 좀 때려줘요. 잠깐 기절시키는 걸로 해결될 거예요.』
“핵이 어디 있는지 어떻게 압니까? 그리고 오리할콘은 먹히긴 하는 겁니까?”
루이드는 신을 감싼 불꽃이 자신의 금속을 모두 녹아내리게 했다는 점을 떠올렸다.
“방패막이로 사용했던 마도 인형의 일부도 오리할콘이었어요. 하지만 그대로 녹아내렸죠. 놈의 불꽃은 그냥 불꽃이 아니라고요.”
『물론이죠. 그건 신의 불이니까요. 원래라면 오리할콘도 버틸 수 없겠지만.』
우우웅.
어느새 공간이 공명하기 시작했다.
「크아! 크아아악! 이브! 이브!! 이 쓰레기 같은……!! 이 개 같……!」
가인은 커다란 몸을 발버둥 쳤다. 그럴수록 주변은 더욱 밝아져 왔고, 어두운 벽을 가득 채운 마법진이 가인에게 들러붙기 시작했다.
「안돼! 안돼!」
귀를 찢는 듯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건 너무 처절하고 흉측한 울림이었다.
「신이시여! 용서하소서!」
「이 쓰레기 같은 놈들을 벌하도록……!!」
「네 곁에 있는 별들은 다 거짓말쟁이들이야!!」
「아니, 아니야. 내가 잘못했소! 나를……!! 나를 이제 그만 죽도록!!」
가인은 발버둥 쳤다.
계속, 계속. 계속…….
그럴수록 마법진이 그의 몸을 더욱 거세게 옥죄었다.
그는 점점 불타는 공 모양으로 변하고 있었다.
그럴 수 없을 정도의 크기로 짜부라들고 있었다.
‘이것이 형벌, 저주. 고대의 신이 치를 죗값.’
루이드는 전신에 소름이 끼쳤다.
‘그래도 다행이군. 클리아베이든 덕분에 무사히……. 아니 애초에 미리 말을 해줬으면 이 고생을 할 필요도 없었던 거 아냐?’
루이드가 시선을 돌려 클리아베이든을 노려보는 순간. 그가 주문을 끝내고 외쳤다.
“자, 지금입니다!”
클리아베이든은 루이드의 품에서 엠마를 받아냈다. 그러면서 동시에 루이드의 이마를 톡, 하고 건드렸다.
일순간 마나가 일렁이며 루이드의 몸에 마법이 시전 되었다.
루이드가 다시 가인이 있는 곳을 바라보자, 정말 클리아베이든의 말처럼 거대한 고대 신 내부의 핵이 보였다.
“오리할콘으로 타격이 필요해요.”
타격. 오리할콘이면 되는 걸까.
루이드의 힘이 전신을 휘감기 시작했다.
스킬 금강불괴!
신체를 금속과 결합하여 강화하는 스킬. 그뿐이 아니라 합성한 금속과 신체를 함께 변형시킬 수 있게 된다.
금속의 주인이면서, 금속 그 자체도 될 수 있는.
지금의 루이드는 하나의 금속 그 자체.
키이잉!
힘과 함께 루이드의 두 주먹이 오리할콘으로 뒤덮였다.
그걸로 끝나지 않았다.
드드득! 기이잉!!
마치 글러브를 낀 것처럼 두꺼운 오리할콘 주먹이 되었던 손이, 모양을 변형했다.
“저 뜨거운 불을 뚫으려면, 그냥 주먹 가지고는 안 될 것 같아서.”
루이드의 주먹은 원뿔 모양으로 변했다. 그리고 나선형의 드릴처럼 회전하기 시작했다.
“내핵까지 뚫어주마.”
위이이이잉!!
루이드는 금속을 조종하는 힘으로 가인에게 쏘아져 나갔다.
루이드 자체가 금속이나 다름없으니, 이제껏 금속 무기를 움직이는 것처럼 손쉬운 일이었다.
쉬이익!!
가인에게 돌진한 루이드가 타오르는 불 속으로 드릴 주먹을 꽂아 넣었다.
“내 사람의 뼈를 부러뜨렸으니.”
마법이 걸린 눈으로, 선명하게 보이는 핵을 조준하며.
“너도 그냥 뼈 부러지는 걸로 안 끝날 거다.”
가가가가각!!!
빛나는 오리할콘 드릴 주먹 주위로 불꽃이 마구 갈라졌다.
주먹 주위로 작은 마법진들이 폭죽이 터지듯이 생겼다가 터져나갔다.
‘클리아베이든의 마법이 돕고 있는 거군.’
그리고 가인의 타들어 간, 녹아버린 살갗을.
끊임없이 부서지고 재생되기를 반복하는 뼈를.
루이드의 드릴 주먹이 찢어발기며 앞으로 나아갔다.
「크, 크아아악!! 감히! 미물 따위가……!!」
가인은 소리쳤지만, 루이드를 향해 그 어떤 방어도 취할 수 없었다.
감옥 공간의 고대 마법과 클리아베이든의 강력한 마법이 그의 몸을 옥죄고 있었기 때문.
루이드가 지나가는 뒤편으로 가인의 피와 살점이 마구 튀었지만, 그것은 클리아베이든에게 닿기 전에 모두 불살라졌다.
그만큼 저주의 불길은 거셌다.
그리고 곧 루이드의 주먹이 가인의 핵에 닿았다.
카가가가가! 퍽!!
‘쉽군……!’
루이드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가인의 핵에.
와그작.
금이 갔다.
‘어?’
원래 이런 건가? 라는 생각이 들 무렵. 루이드의 등 뒤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미, 미쳤어요?! 그걸 부수면 어떡……!!”
클리아베이든의 경악한 목소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