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ron' Son has Paranormal Abilities RAW novel - Chapter (143)
남작 아들은 초상능력자-143화(143/252)
제143화
제18편 마도 인형(4)
으직, 으지직.
가인의 핵에 선명한 금이 갔다.
쩌적, 쩌저적……! 팟, 파삭! 그리고 마치 강아지 귀를 가진 요괴 소년과 여고생이 찾아 떠나는 만화.
이누야X에 나오는 사X의 구슬처럼 완전히 박살 나 버렸다.
「그…… 으어어……!!」
그러자 가인을 구속하고 있던 마법진이 그의 몸에서 떨어져 나가기 시작했다.
피잉! 핑!
불꽃놀이처럼 아름답게 부서지는 마법진들.
“어……. 이, 이러면…….”
루이드는 가인의 타오르는 몸체 안에서 슬쩍 뒤를 돌아보았다.
“이런……! 이럴 수가……!”
멀리 보이는 클리아베이든의 얼굴은 사색이 되어 있었다.
물론 그는 원래도 푸른빛을 내는 위습의 불꽃이긴 했지만…….
“어서 거기서 나와요!!”
클리아베이든이 비명을 지르듯 루이드를 불렀다.
‘아 X 됐다. 뭔진 모르겠지만, 단단히 잘못됐군.’
루이드는 재빨리 능력을 이용해, 가인의 몸체에서 빠져나왔다.
푸화악!
고대 신의 살점과 피가 엉겨 붙어 루이드의 몸은 엉망이었다.
“빨리, 여기서 벗어나요!”
“뭐라고요?”
“당신이 가인을 죽였어요! 어서! 이 유적은 무너질 거예요. 이건……. 가인을 가두는 감옥이자, 그의 생명력으로 유지되고 있었던 곳이니까!”
지금 유적이 무너지는 것은 곤란했다.
이미 너무 깊은 곳까지 내려와, 지금 당장 움직인다고 해도 탈출할 수 있을지 미지수였다.
“제길.”
루이드는 클리아베이든과 함께 빠른 속도로 동료들이 있을 거대 홀로 되돌아갔다.
「드디어…… 자유다.」
멀어지는 가인의 목소리는 홀가분하게 들렸다.
* * *
“루이드 님?!”
“유적이 심상치 않아요. 그전보다 훨씬 더 흔들려요!”
기다리며 태세를 갖추고 있던 동료들이 루이드를 보며 벌떡 일어났다.
“지금부터 여길 탈출할 거야.”
“뭐라고요?! 어떻게 된 거죠? 그것을 무찌르는 데 실패한 건가요?”
아샤라가 파리해진 안색으로 물었다.
“……아니, 정확히는. 무찌르는 데 너무 성공해버려서.”
“그게 무슨 말이에요?”
아샤라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미간을 찌푸렸다.
“설명할 시간이 없어요. 마도 인형은…….”
엠마를 품에 안은 클리아베이든이 루이드를 슬쩍 보았다.
“……저런 건 어차피 별로 사용하고 싶지 않아요.”
“그럼 이 방법을 쓸 수 있겠네요.”
클리아베이든이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구구구구…….
거대한 균열이 생기고, 무너져 내리는 유적에 거대한 마법진이 생기더니 일순간 루이드 일행의 모습이 사라졌다.
* * *
후욱.
어느새 울창한 숲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이었다.
“헉, 여, 여긴.”
“바깥이야.”
“탈출…… 한 건가요?”
“텔레포트를 사용했어요.”
클리아베이든이 심드렁하게 말했다.
“으윽…….”
엠마가 신음했다. 루이드가 그녀를 부축했다.
“괜찮아?”
“괘, 괜찮아요.”
“텔레포트 때문에 몸에 부담이 가서 그런 겁니다. 이건 이동체 자체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주니까…….”
클리아베이든은 엠마를 돌아보지도 않고 걱정스러운 얼굴로 주변을 살펴볼 뿐이었다.
“제가 회복 마법을 걸게요.”
아샤라가 엠마의 곁에서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구구구구.
멀지 않은 곳에서 진동이 느껴졌다.
꾸르르릉! 꽈르릉!!
거대한 것이 부서지는 소리가 나더니, 숲의 중앙이 꺼지며 흙먼지가 솟아올랐다.
그와 동시에, 루이드의 눈앞에 시스템 창이 크게 떠올랐다.
[축하합니다! 놀라운 업적을 이룩했습니다.] [업적 기능이 활성화되었습니다.] [업적을 모을 수 있습니다.] [새로운 업적을 기록합니다.] [업적:신살자(神殺子)] [주의! 세계의 축이 당신을 향해 조금 움직였습니다.] [주의! 오래된 것들의 관심을 너무 끌지 마십시오!]‘뭐, 뭐야…….’
루이드는 잠깐 멍하니 시스템 창을 올려다보았다.
‘업적이라니, 게다가 주의라니?’
지금껏 시스템이 충고한 적이 있었던가?
루이드는 당황했다.
시스템의 말대로 조금 전 엄청난 일을 저지르기는 했다.
신을 죽이다니.
그럴 예정은 없었는데 말이었다.
‘주의하라는 게 좀 꺼림칙하긴 하지만 말이야……. 업적 시스템이라는 건, 나쁘지 않은 것 같은데?’
업적 시스템.
게임을 하면 꼭 이런 게 있었다.
게임 내에서 어떤 달성치를 만족하면 주어지는 인정.
예를 들어 총을 쓰는 게임에서 재장전 없이 여러 명의 상대를 죽였을 때, 전설의 총잡이라는 이름을 얻거나.
레벨 10에 자이언트 베어를 잡은 루이드. 이런 식인 것이다.
그 업적명을 달고 다니는 것만으로도 다른 유저들은 ‘아, 저 사람이 저걸 해내려고 온갖 삽질을 다 했구나. 대단하다.’라고 단번에 알 수 있는 것이다.
‘내가 얼마나 대단한지 뽐낼 수 있는. 모두가 알게 할 수 있는!’
게임에 따라서 그냥 멋으로 업적명을 달고 다니거나 업적으로 인한 버프를 받을 수도 있었다.
루이드는 딱히 버프를 주는 것이 아니더라도 업적을 모으는 것을 좋아하는 부류였다.
‘심지어 내가 이곳에서 환생하기 전까지 하던 게임도 업적을 따도 버프가 존재하지 않았던 게임이었지. 하지만 그 업적을 달고 다니는 것만으로도 멋이라는 게 폭발하는 일이었다고.’
신을 죽인 자.
루이드는 눈앞에 떠오른 자신의 업적이 마음에 들었다.
‘쩐다.’
꺼림칙한 주의 사항도, 지금 당장은 무슨 말인지 알아낼 방법이 없었다.
‘관심을 끌게 하지 말라니. 신을 죽일 일이 또 있겠어?’
루이드는 눈을 깜빡여 시스템 창을 조작했다.
[업적:신을 죽인 자.]당신은 신을 죽일 때, 0.2% 더 유리해집니다.
‘오오, 버프까지 붙어있는 업적이네. 이건 못 참지.’
루이드는 시스템을 조작해보았지만, 업적을 머리 위에 띄우거나 할 수 있지는 않았다.
“일이 이렇게 되다니.”
클리아베이든은 허탈한 얼굴로 유적이 있던 곳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제가 큰 실수를 했군요.”
루이드는 민망해하며 머리를 긁었다.
너무 강한 건 고의가 아니었다. 게다가 깨트리면 안 된다고 미리 말하지도 않았지 않은가.
“……그건 그렇지만. 뭐, 별거 있나요. 그저 백작이 여기까지 온 의미를 잃었을 뿐이죠.”
클리아베이든이 안타까운 얼굴로 루이드를 돌아보았다.
유적과 함께 수많은 마도 인형이 그대로 생매장당했다.
루이드의 능력을 사용한다면, 운이 좋으면 멀쩡하게 모습을 유지하고 있을 마도 인형을 몇 개 건질지 몰랐다.
그러나 인형을 건진다고는 해도, 유적이 무너져버려 그것을 조종하는 방법을 제대로 알아내기 어려워졌다.
온전한 모습을 하고 있을 때도 그 방법을 찾지 못했다.
무엇보다 루이드는 별로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다.
“괜찮습니다. 그런 것 없어도.”
불쾌했다.
어린아이의 모습을 한 살인 병기를 사용한다는 것이.
게다가 아무것도 얻지 못한 것도 아니었다.
루이드는 업적을 얻었다.
신을 죽인 자라는 업적.
사실 그것만으로 루이드는 충분히 만족감을 느꼈다.
아동 인권이나 안드로이드의 인권 같은 걸 생각하게 만드는 기분 나쁜 마도 인형 군대를 사용하는 것보다 훨씬 마음에 들었다.
“백작이 괜찮다면 괜찮은 거겠죠. 어차피 이 유적은 이 세계의 거의 모든 자가 잊어버린 유적인걸요.”
“그렇다는 건 역시 이 세계 이전에 새로운 문명이 있었다는 거죠?”
루이드의 질문에 클리아베이든은 대견하다는 얼굴을 했다.
“역시 백작은 눈치가 빠르네요.”
“유적에 있던 함정들과 기계 기술을 보면서 느꼈어요. 이건 절대로 지금 대륙의 기술과는 다른…… 세상의 것이라고.”
루이드는 그렇게 말하는 것이 굉장히 이상하다고 생각되었다.
자신은 따지자면 다른 세상에서 온 사람이었으니까.
“제국의 기술이 이그라보다 훨씬 뛰어나기야 할 테지만……. 백작의 추리가 맞아요. 이전 문명이 있었죠. 완전히 멸망해버린 것 같지만 말이에요.”
그렇기에 마도 인형에 관한 실제 사용 기록이 없었던 것이다.
마도 인형을 개발해 군대로 활용하는 일이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가정만 있었을 뿐.
이것 역시 유적에 실제로 있었던 기술력에 근접했다기보다는 아직 상상의 영역으로 남아있는 것이었다.
“멸망한 문명이 있었다, 라.”
클리아베이든은 루이드의 표정을, 흥미롭다는 듯 바라보며 고개를 까딱거렸다.
그는 무척이나 기쁜 듯이 보였다.
“이런 이야기를 함께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있을 거라고는……. 윽…….”
클리아베이든이 비틀거렸다.
“크, 클베?!”
잠자코 듣고 있던 아샤라가 황급히 다가와 그를 부축했다.
“……위습인 채로 힘을 너무 많이 썼군요.”
스스스.
그의 모습이 천천히, 다시 축구공만 한 구형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이런……. 꽤 오래 잠을 자야 할지도 모르겠어요.”
그의 목소리는 물에 잠기는 것처럼 점점 작아지고 무거워졌다.
“클베!”
“괜찮아요. 아샤라. 걱정하지, 마라……. 나는…….”
그리고 그는 아무런 표정이 없는, 그저 구형의 불꽃으로 변해버렸다.
아샤라는 조용해진 클리아베이든을 감싸 안고 멍하니 바라보았다.
“아샤라……. 그, 이거, 정말 괜찮은 거야?”
“……아마 괜찮을 거예요. 전에 이야기를 나눴었어요. 아까도 보셨다시피, 이건 동면 상태와도 비슷한 거예요. 힘을 모으려고요. 완전히 잘못된 거라면 아예 소멸했을 거예요.”
아샤라는 담담하게 말하기 위해 무던히 노력하고 있었다.
“확실히 힘을 너무 많이 썼어요. 대체 그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설명해 줄 대상이 이렇게 잠들어버려서야.”
루이드는 천천히 아샤라에게 설명했다.
클리아베이든과 함께 있는 동안 어떤 일들이 일어난 것인지.
물론 클리아베이든이 직접 설명하는 것만큼 자세한 사실은 알 수 없었지만, 마법과 술식에 능한 아샤라인 만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것 같았다.
“하……. 하하. 하하하. 뭐, 그런…….”
아샤라는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로 루이드의 이야기를 듣다가 결국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루이드 님은 정말이지…….”
그녀는 급기야 무릎을 모아 고개를 푹 숙였다.
“어, 아, 아샤라?”
그녀의 어깨가 잘게 떨렸다.
“우, 울어?”
“흐……. 흐흣. 흐하하. 으하하하.”
그녀는 우는 것이 아니라 웃고 있었다.
“아니……. 어떻게……. 크큭……. 아니, 신을 죽이냐고요. 큽……. 흡.”
그녀는 거의 울 듯이 웃으며 데굴데굴 굴렀다.
“지금 죽다 살았는데 웃음이 나오냐?”
루이드는 순간 그녀가 너무 큰 충격을 받아 미쳐버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럴 수도 있었다.
유적 안에서 신을 만났고, 지금은 겨우 찾은 생부가 의식을 잃고 동면에 빠져들었으니까.
“아니~! 루이드 님이 이렇게 만들었잖아요~! 아, 진짜……. 루이드 님이랑 있으면 심심할 겨를이 없어. 정말. 쿡쿡.”
“진정해, 아샤라…….”
아샤라는 배꼽이 빠질세라 한참을 웃다가 돌연 웃음을 뚝 멈췄다.
“아니, 그렇게 갑자기 진정하지는 말고.”
루이드는 오싹해 하며 그녀를 살폈다.
“어쨌든……. 그 누구도 다치지 않았으니까요. 괜찮아요. 전.”
아샤라가 웅크린 채로 머리를 쓸어넘겼다.
“갈 길은 멀고요.”
루이드는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
아샤라의 말이 맞았다.
일행은 모두 무사했다.
아샤라와 루이드를 지켜보고 있던 일행들이 한 명씩 손을 들어 인사했다.
무사하다는, 괜찮다는 의미의 행동이었다.
“아르헬, 너는…….”
너무 늦게 아르헬을 챙긴 것 같은 미안함에 그녀를 찾던 루이드의 시선이 우뚝 멈춰 섰다.
큰 키를 가진 멜리옌의 뒤에 있던 아르헬이 모습을 드러낼 때, 그녀의 곁에 있는 작은 존재가 있었다.
데모니어스가 아니었다.
데모니어스는 헤랏산의 허벅지에 매달려 아직도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었다.
아르헬에게 꼭 붙어있는 것은 지하 유적에서 본 마도 인형이었다.
카라젝 AG 356629이었다.
“너는…….”
아르헬과 함께 있던 마도 인형이, 클리아베이든의 광범위 텔레포트에 휘말려 함께 유적 밖으로 나오게 된 모양이었다.
“루이드…….”
아르헬이 마도 인형을 뒤로 감추며 불안한 얼굴로 루이드를 보았다.
“이 애. 아무것도 몰라.”
“아무것도 모른다니…….”
“마도 인형이 무엇인지, 유적이 무엇인지도 몰라. 아무것도 몰라!”
아르헬은 이미 유적 안에서 루이드가 했던 태도와 행동들을 봤다.
늘어선 마도 인형들을 보며 기분 나빠했던 루이드.
루이드 뿐만이 아니었다.
일행 모두가 그랬다.
아르헬 역시도 처음에는 그랬다.
“아르헬…….”
카라젝이 아르헬의 옷을 꽉 붙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