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ron' Son has Paranormal Abilities RAW novel - Chapter (144)
남작 아들은 초상능력자-144화(144/252)
제144화
제19편 마도 인형(5)
“……아르헬, 그 애는.”
‘그 애’라고 말하는 입맛이 썼다.
불쾌한 골짜기라고 해야 할까?
인간과 너무 닮은 마도 인형을 보며, 그것이 인간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며 본능적으로 느껴지는 불편함.
능력의 힘으로 생명과 금속을 쉽게 구분할 수 있는 루이드는 그 이질감이 평범한 사람보다 훨씬 크게 와닿았다.
“이 애를 데려가자!”
아르헬이 힘껏 외쳤다.
“데려가자고…….”
“그게 최선이잖아!”
아르헬은 카라젝을 꼭 붙들었다. 두 아이의 손이 작게 떨리며 서로를 절박하게 붙잡고 있었다.
‘저걸 깨운 게 자신이기 때문에 책임감을 느끼고 있는 걸까?’
루이드는 아르헬을 처음 부화시켰을 때를 떠올렸다.
아르헬 역시 인간이 아니었고, 루이드와는 다른 생명체였다.
그중에서도 특별한 신비 드래곤이라는 존재였고.
루이드는 책임감을 느끼고 아르헬을 마치 딸처럼, 여동생처럼 키웠다.
보살피고 마음을 주었다.
인간이 아닌데도.
그렇다면 카라젝도 그럴 수 있지 않을까?
생명이 아닌데도.
“이 애한테 기회를 주자, 루이드!”
아르헬의 눈이 간절했다.
그건 그냥 떼를 쓰는 어린애의 눈은 아니었다.
혼란과 두려움을 갖고 있지만, 온정을 담은 눈빛.
너그러움과 사랑을 베푸는 눈빛.
루이드가 생각하는 것만큼의 고민은 이미 아르헬도 하는 것 같았다.
‘이렇게까지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을까.’
이미 이 세계의 기술과는 동떨어진 존재.
루이드가 데려가지 않는다고 그냥 이 세상에 풀어둘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다고 저 유적과 함께 박살 내고 훼손할 수도 없었다.
아니, 루이드는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다.
“이전 문명의 산물이라면서요. 연구하면, 뭔가 얻을 수 있을지도 몰라요.”
어느새 루이드에게 다가온 아샤라가 속삭였다.
“그래. 맞아. 저런 외관이 아닌 새로운 마도 인형 병기를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르지.”
루이드의 말에 카라젝이 흠칫 어깨를 떨었다.
“……기분 나빴다면, 사과하지.”
루이드는 카라젝에게 손을 내밀었다.
“……!”
카라젝은, 아주 놀란 얼굴을 하며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아무것도 모른다니. 아마 너도 굉장히 혼란스러울 거라고 생각해. 아니, 네가 가장 혼란스럽겠지. 그리고……. 아마도 괴롭겠지. 앞으로도…….”
루이드가 보기에는 카라젝이 자신을 마도 인형이라고 받아들이기까지 많은 시련이 있을 것 같았다.
‘SF 장르에서 수도 없이 봤다고. 물론……. 내가 직접 그런 고민을 하는 건 싫지만. 본인의 일이니, 녀석은 피해갈 수 없겠지.’
자신의 존재에 관한 고찰.
‘감정이 없는 살인 기계라면 또 몰라도, 너무나 인간처럼 프로그램된 것 같으니까.’
그런 안드로이드에게 자신마저 가혹하게 굴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우리와 함께 하는 동안은, 내가 보호자니까.”
루이드는 내밀었던 손을 흔들었다.
“봐, 루이드는. 상냥하다고 했지? 그냥 손을 잡고, 흔들면 돼.”
아르헬이 카라젝에게 속삭였다.
그제야 카라젝은 환하게 웃으며 루이드의 손을 맞잡았다.
‘뭐, 여기 와서 뭐가 늘긴 엄청나게 늘었군.’
루이드는 카라젝의 작고 차가운 손과 악수하며 피식 웃었다.
‘그런데 정말. 셜린 공작이 이곳의 좌표를 정말 어떻게 안 거지? 아니, 애초에 이 자식이 날 골탕 먹인 건가?’
* * *
“엘빈.”
실크로 된 커튼이 흔들리는 커다란 홀에 셜린 세반 공작이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호화로운 저택.
“공작님.”
“그대의 동생은 정말 대단하군.”
그의 손에는 편지 한 통이 들려 있었다.
“예? 아, 감사합니다.”
“그리고 정말 재밌어.”
루이드 포커드가 보낸 편지였다.
그곳에는 굉장히 정중한 말투로.
그곳은 무척이나 재미있는 곳이었으며, 일행들의 ‘함성’과 ‘웃음’이 끊이질 않았고, ‘몸’과 ‘마음’을 다하여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다는 내용이 쓰여 있었다.
덕분에 공작의 존귀하신 취향을 잠시나마 이해할 수 있었으나, 어찌 이런 귀한 놀음을 혼자 독차지하지 않고 자신에게 베풀 수 있었는지.
그 하해와도 같은 아량에 감탄할 뿐이라고.
자신은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관대함이라고 쓰여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은.
‘어쩔 수 없이 곧장 돌아가지만, 다음에 뵐 때는 반드시 답례하겠습니다. 라니.’
셜린 세반 공작이 킥킥거리며 어깨를 떨었다.
“이렇게 재밌는 자를 만날 수 있다니. 얼마 만이던가. 참으로…….”
그는 무척이나 즐거운 얼굴이었다.
엘빈은 셜린 세반의 그런 얼굴을 보며, 이 상황을 온전히 기뻐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어쩌면 예상보다 더 큰 일들을 해낼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 어때, 그대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
“물론입니다…….”
“별로 기뻐 보이지 않는군.”
그렇게 말하면서도 셜린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는 얼굴을 했다.
“그러니까, 공작님께서는 아직 이전에 말씀하셨던 계획을 수정할 생각은 없으신 거지요?”
“물론이지.”
셜린은 떠올렸다.
자신이 당했던 수모와 치욕을.
이 세계에 있는 그 누구도 이해하지 못할 슬픔을.
“아주 오래도록 기다려왔어. 아주, 아주…….”
달빛을 받아 반짝이는 셜린 세반의 흰 피부는 마치 이 세상 사람의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그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워서 전설 속의 엘프나, 전혀 다른 미지의 생물처럼 보였다.
“하지만 지금도 무척 좋아 보이십니다. 이곳에서의 공작님도…….”
엘빈의 말에 붉은 눈이 대번에 차가운 빛을 띠었다.
짧은 정적이 흘렀다.
엘빈 역시, 자신의 말이 경솔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자신은 조금도 이해할 수 없다.
셜린 세반이라는 남자를.
늘 그가 해왔던 말대로, 이 세계에서 그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에게 충성을 맹세한 자신도 어차피 평범한 다른 사람들과 다를 바 없을 테니까.
이해할 수 있다면 그건 기만일 것이라고 엘빈은 반성했다.
엘빈이 입을 다물고 시선을 내리깔자, 셜린은 시선을 거둬 다시 달을 보았다.
그리고 아련한 눈으로 어둠과 빛을 쫓았다.
“그라면 해낼 수 있을 거야. 정말로. 하지만 그러려면 조금 더 무르익기를 기다려야 하겠지. 그리고 난 참을성이 대단히 많고. 후후후.”
* * *
“자! 카라젝! 드디어 우리 성이야!”
카라젝과 함께 말을 타고 있던 아르헬이 돌아보며 소리쳤다.
그리운 그리슨빌. 드디어 그 성으로 돌아온 것이었다.
‘곧장 왕궁으로 쳐들어가 세반 공작에게 따지고 싶었지만…….’
루이드가 그리슨빌로 곧장 향한 것은 아르헬 때문이었다.
왕궁에 가면, 카라젝을 빼앗길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것이다.
‘공작과 대면하면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까.’
그렇다고 루이드 혼자서 왕성으로 향하는 것은 위험 부담이 있었다.
아무리 수호단 모두가 뛰어난 실력자라고 해도, 카라젝의 정체를 완전히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루이드 없이 떠나보내기 불안했던 것.
‘개고생하긴 했지만, 공작은 언제든지 만날 수 있겠지. 뭐, 지가 사람이면 만나줘야지.’
루이드는 미간을 찌푸렸다.
세반 공작의 손에 놀아난다는 느낌이 들어 영 불쾌했지만, 그는 원래부터 미친 또라이가 아닌가.
‘게다가 좌표를 제공하기는 했지만, 클리아베이든의 말을 따라 그곳으로 가기로 한 건 나니까.’
그렇게 생각하면 당장 세반 공작을 상대하는 일은 급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주군!”
성 입구에서부터 반가운 얼굴들이 루이드 일행을 맞이했다.
“헤이란, 이번에도 잘 해내고 있었군.”
“제가 뭘 했겠습니까. 주군께서 다 하셨지요. 그 굉장한 마법으로 말입니다.”
헤이란이 격앙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멀리서도 깃펜이 스스로 움직이게 하시다니, 정말 매번 신기할 따름입니다.”
“하지만 제 편지에는 답을 안 해 주시더라고요.”
요한이 시무룩한 얼굴로 말했다.
“요한, 그건 업무가 아니잖아.”
루이드의 말에 요한은 어수룩한 얼굴로 뺨을 긁을 뿐이었다.
“어라, 그런데 저 소녀는 누구인가요?”
요한이 가리킨 것은 카라젝이었다.
“……음, 이번 여정으로 합류하게 된 새로운 동료다.”
“와!! 혈계 능력자인가요? 어쩐지!! 저렇게 독특한 머리 색은 처음 봐요!”
요한이 호들갑을 떨었다.
루이드는 카라젝을 슬쩍 돌아보았다.
그녀는 자신이 안드로이드, 그러니까 생명이 없는 마도 인형이라는 만들어진 존재라는 사실을 아직 완전히 받아들이지 못한 상태였다.
정확히는 인지 능력이 아직 어린아이와 같아서 대부분의 교양, 지식, 예절이 부족한 상태.
하여 아르헬이 책임지고 카라젝을 보살피게 되었다.
그리고 대외적으로는 카라젝을 평범한 인간으로 대하기로 결정했다.
살아 움직이는 마도 인형은 이곳 사람들에게 너무도 받아들이기 힘든 사실이기 때문이었다.
“글쎄. 그건 이곳에서 함께 지내면서 여러 가지 연구를 해 봐야 알 수 있을 것 같군.”
헤이란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군대는요?”
유적으로 출발하기 전, 루이드는 헤이란에게 최대한 상세하게 여정의 이유를 설명했었다.
“흠, 그건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으니 안에 들어가서 하자고. 결과만 말하자면. 보시다시피 없어.”
“아, 먼 길을 오시느라 힘드셨을 텐데. 제가 너무 붙잡고 있었군요. 죄송합니다.”
루이드 일행이 그리슨빌의 내성 안으로 들어와, 탑까지 쭉 움직였다.
“이제 이곳에서 쭉 지내게 될 거야.”
아르헬이 말하자, 카라젝은 호기심과 약간의 불안을 담은 눈으로 성을 둘러보았다.
“좋은 곳인 것 같아요.”
“아이참, 경어를 쓰지 말라니까.”
“하지만……. 저는 귀족이 아닌걸요.”
그리슨빌로 돌아오는 동안에도 카라젝은 아르헬에게 이것저것을 배웠다.
“괜찮대도. 우린 친구잖아.”
아르헬이 카라젝의 손을 꽉 잡고 이끌자, 이를 보고 있던 데모니어스가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아, 아르헬이 변, 변했어…….”
“응? 모니. 그게 무슨 소리야?”
“저, 저 애만 챙기고……. 나는 쳐다보지도 않고…….”
데모니어스가 울먹이자, 아샤라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뭐야, 모니. 지금 질투하는 거야?”
“지, 질투?”
“친구를 뺏긴 것 같아서 시기 질투하는 게 아니면 뭐야?”
“아, 아니다! 그런 거 아니다! 나, 나는 그런 바보 같은 건……!”
“어허, 바보 같다니. 그건 상대를 좋아하면 당연히 그럴 수 있는 거야. 그리고 너무 걱정하지 마. 카라젝은 마도 인형이니 성별이 없고……. 아, 그래서 더 걱정인가?”
“조, 좋아한다고!! 아, 아니다 그런 거!!”
데모니어스는 시뻘게진 얼굴로 씩씩거렸다.
“둘이 뭐해? 카라젝이 놀라니까 좀 조용히 해 줘.”
아르헬이 뒤를 돌아보며 검지를 입술에다 댔다.
“우, 우우우……!!”
데모니어스는 억울한 표정으로 울먹거렸다.
‘정말이지, 귀엽다니까.’
* * *
그 해 그리슨빌의 겨울은 따뜻했다.
루이드가 벌이던 모든 사업은 문제없이 성장하고 있었다.
포션 공방은 그 규모를 늘려, 다양한 마법 아이템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물론 에벨리의 간섭은 더욱 심해졌지만, 직접적으로 루이드를 압박할 방법은 없었다.
은행의 경우도 영지의 많은 사람이 이용하기 시작했다.
아직 루이드 전생의 현대 은행에 비하면 규모도 작고 허술한 구석이 많았다.
하지만 지금껏 체계적인 은행이 없었던 곳에서는 큰 빛을 발했다.
루이드를 향한 영지민들의 신뢰가 높았던 것도 한몫했다.
가족회의를 통해 킬베리움과 센티미온에서도 루이드의 은행 사업은 진행되고 있었고, 그곳에서도 성과가 좋았다.
“문제는 경범죄가 늘어났습니다.”
헤이란이 미간을 찌푸리며 보고했다.
이유는 루이드가 만든 범죄자 수용소 때문이었다.
“부랑자들이 길에서 굶는 것보다, 범죄를 저질러서 수용소로 들어가는 것을 택하고 있습니다.”
루이드가 만든 수용소는 들어가면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인 과거의 지하 감옥과는 달랐기 때문.
게다가 루이드가 법을 바꾸어 죄를 죄와 같은 형벌로 치르지 않으니, 꼼수를 부리는 자들이 생긴 것이었다.
루이드의 수용소에서는 삼시 세끼를 챙겨주고 청결도 유지할 수 있었다.
길거리에서 구걸하는 것보다 훨씬 나은 것이다.
“흐음, 이런 일이 벌어지리라고는 예상하고 수용소에서 지내는 동안 강제 노역을 하게 했는데도…….”
이는 루이드의 마음을 복잡하게 했다.
“아무래도 빈민들을 구제할 방법을 더욱 모색해야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