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ron' Son has Paranormal Abilities RAW novel - Chapter (145)
남작 아들은 초상능력자-145화(145/252)
제145화
제20편 메아리 계곡(1)
루이드는 떠올렸다.
전생, 지구, 한국에선 루이드가 10살이 되었을 때 재앙이 시작됐고 모든 게 무너졌었다.
하지만 능력자, 각성자들의 등장으로 사회는 빠르게 회복했다.
놀라울 정도로 말이었다.
그러나 인간이 사는 곳 어디나 그렇듯 사회 문제는 사라지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욱더 양극화됐다.
세상이 완전히 뒤바뀌었으므로 거리에는 빈민이 넘쳤다.
도저히 구제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았고, 이들이 벌이는 범죄도 문제였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늘 기적을 이뤄내는 나라였다.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
어떤 이들은 냄비 근성이라고 욕하기도 하고, 어떨 때는 한국인들조차도 민족성에 관하여 욕을 했지만.
하지만 정말 놀랍게도 한국인들은 똘똘 뭉쳤다.
한순간에 무너져 버린 사람들을 구제하기 위해 한국인들은 힘을 모았다.
많은 각성자들이 국가를 일으키기 위해, 무너진 많은 일반인을 일으키기 위해 합심했다.
국가 역시 재앙으로 인해 사회에서 낙오된 이들을 저버리지 않았다.
언제나, 어디나, 늘 그렇듯. 물론 어두운 곳곳에서 더럽고 가혹한 일들이 일어났다.
재앙이 세계를 덮친 상태니 더욱더 무서운 일은 많이 일어났다.
하지만 또 다른 한편에서는 이렇듯 순수한 선행이 이어졌다.
기부와 봉사가, 국가와 개인이 모두 힘을 합했다.
대통령은 제2의 금 모으기 운동의 기적이라며 감격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여하튼……. 회상이 너무 장황했고.’
재앙 이전에도 노숙자들이나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복지 시스템이 존재했었다.
지금 이 세계에는 복지라는 것이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끄응, 어렵다. 노숙자들에게 일정 기간 무상으로 땅을 빌려주고……. 기술을 가르치고……. 천천히 자립할 수 있도록.’
루이드는 책상에 기대어 생각했다.
정말 그냥 땅을 주는 것만으로도 괜찮을까?
사실 현재 그리슨빌에는 스스로 일어서려고 하면 충분히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었다.
고무 생산 공장과 유리를 제작하기 위해 원재료를 채취하는 광산 등에서 일하는 인부들은 큰 기술이 없어도 상관없었다.
단순 노동이었기 때문.
‘게다가 그들을 위해서 기숙사도 운영하고 있는걸.’
루이드가 길을 닦아 놓았어도, 워낙에 땅덩이가 넓은 곳이어서 기숙사는 꼭 필요했다.
그렇다면 이 빈민들이 결국 범죄를 저질러 범죄자 수용소까지 흘러들어오게 되는 이유는 뭘까?
‘내 생각에는 그들이 계속 노숙자로 있을 이유가 없단 말이지. 그저 게으르고 천성이 글러 먹어서?’
루이드는 전생의 빈민 구제, 사회적 약자 계층의 재기를 돕는 프로그램 등을 떠올렸다.
사실, 루이드 역시 그런 프로그램의 도움을 받았었다.
그는 단 10살에 부모를 잃고 고아가 된 불쌍한 소년이었으니까.
‘스스로 일어설 수 없는 사람 중 많은 자가 정신적인 문제도 갖고 있다고 들었어. 나도……. 상담 같은 걸 받았었지.’
아주 오래된 기억이었다.
그것으로 모든 것이 해결된 것도 아니었다.
어쨌든 거칠고 잔인한 세상을 살아내야 했던 건 루이드 자신이었다.
하지만 그때의 기억은 따뜻했다.
작았지만, 소중했다.
한순간에 재앙을 겪고, 세상이 무너지는 것을 보고, 부모를 잃고, 혼자 남은 고아가 망가지지 않고 결국에는 한 사람의 몫을 하게끔 성장시켜준 경험.
‘그때 뭘 어떻게 했었는지 받았었는지도 잘 기억나지 않긴 하지만…….’
시도라도 해 보는 게 나쁠 리 없었다.
애초에 이곳은 정신적인 질병이라는 게 있는지조차 모르는 곳이니까.
개인의 문제로 치부해버리는 곳이니까.
루이드는 눈을 가늘게 뜨고 고민했다.
그래서 어떻게 효과적인 상담을 해 준단 말인가?
상담을 받아 본 적은 있어도 상담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알 리가 없었다.
고민하던 루이드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데모니어스!!”
* * *
“우, 우응……? 그러니까……. 악몽을……. 좋게 쓰라고?”
데모니어스가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 악몽은, 악몽이니까, 악몽인데…….”
“그래. 그렇지. 하지만 어쨌거나 넌 상대의 공포심이나 약한 부분을 빠르게 캐치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거잖아?”
루이드는 한껏 발랄한 얼굴로 말했다.
“그러니까, 그런 부분들을 알아채서. 상대가 그걸 극복하고 딛고 일어설 수 있도록 하는 것도 가능할 거야!”
“그, 그게, 그게 무슨 말이야……. 벼, 별잡이 이상하다…….”
데모니어스는 여전히 거부반응을 내비쳤다.
한 번도 그런 식으로 사용해 보지 않았고, 한 번도 그런 식으로 생각해 보지 않았다.
자신의 악몽을, 장난을, 사실은 아무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실 데모니어스 자신도…….
“흐음, 물론 막막하긴 한데. 분명 할 수 있을 거야.”
“참나. 루이드 님. 무슨 그런 막무가내식으로…….”
옆에 서 있던 아샤라가 코웃음을 쳤지만, 루이드는 포기하지 않았다.
“할 수 있어. 뭐……. 너한테 큰 걸 바라지 않아.”
“뭐, 뭐?”
데모니어스의 얼굴이 파리해졌다.
“실수해도 괜찮아. 서툴러도 괜찮아! 그러니까 네가 할 수 있는 한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멋지게 해내면 돼.”
작은 용의 얼굴은 점점 더 일그러졌다.
* * *
“그러니까, 죄수들을 데리고 인체 실험을 하고 있다는 거죠?”
헤랏산이 아샤라에게 물었다.
“음……. 그렇죠?”
그들의 눈앞에는 범죄자 수용소 별관 건물에서 ‘상담’을 진행하는 루이드와 데모니어스, 그리고 한 죄수가 있었다.
벌써 며칠이나 진행됐고, 수십 명이 거쳐 간 곳이었다.
“그, 그러니까……. 고민이…….”
데모니어스가 떠듬떠듬 물어도 눈앞의 죄수는 아무 말이 없었다.
그는 멍하고 무기력해 보이고, 어떻게 보면 공격적으로 보이기도 했다.
“내가 있으면 너무 부담스러울 수도 있으니까.”
루이드가 슬쩍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이 별관은 수용자들의 상담을 위해 특별하게 제작된 곳이었다.
루이드는 상담실을 나와 바로 곁에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거기에는 헤랏산과 아샤라가 앉아 있었는데, 건너편 방의 데모니어스와 수용자가 유리 너머로 선명하게 보였다.
“저쪽 방에선 이쪽이 전혀 안 보인다면서요?”
헤랏산이 루이드에게 물었다.
“응, 일단은……. 시험 단계라고 할까.”
마법이 걸린 유리를 설치한 것이었다.
상담자의 비밀을 모두 지켜줄 수 있다면 좋겠지만, 루이드에게는 자료가 필요했다.
사실 이곳에서는 그런 걱정까지 가는 것이 이상한 일이었다.
“애초에 범죄자들에게 이렇게 상냥하게 대하다니. 믿을 수가 없어요.”
헤랏산이 작게 중얼거렸다.
“하지만 백작님이 하시는 일은 뭐든 멋지니까요. 분명 이것도 큰 뜻이 있으실 테죠.”
상담 실험에 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헤랏산 뿐만이 아니었다.
이 상담 연구에 관하여 들은 자라면 모두 의문을 가졌다.
애초에 정신적인 질환이나, 정신적인 문제로 사람이 힘들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지 못하는 세계였으니까.
이 시대에는 그저 이런 경우를 육체의 문제거나 그냥 미친 것 정도로 치부했을 뿐이었다.
귀신이 들리거나, 몬스터에게 홀리거나.
정신세계에 관한 지식이 없는 세상.
그래도 루이드가 지금껏 해온 것들이 있었기에 모두 명령을 충실하게 이행하는 것.
“그, 그러니까……. 당신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이……. 뭔, 뭔가요.”
유리창 너머에서 데모니어스가 물어도 죄수는 여전히 무덤덤한 반응이었다.
데모니어스는 우물쭈물하다가, 천천히 작은 손을 들어 올렸다.
“그러니까……. 당신의……. 아, 악몽은…….”
스으으으.
악몽의 데모니어스. 그 무시무시한 드래곤의 능력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으, 으으…….”
가만히 앉아 있던 죄수는 뭔가가 떠오르는지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변했다.
“그, 그러니까……. 그건……. 그냥 악몽이에요……. 더는 당신을 괴롭히지……. 못하고…….”
데모니어스는 힘을 조절해가며 루이드의 명령을 따르려고 노력했다.
상담자에게 좋은 영향을.
마음의 응어리를 풀 수 있도록.
마음의 힘을 기를 수 있도록.
자신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면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헤에, 생각보다 잘하는 것 같은데?”
루이드는 흥미롭게 이 모든 것을 관찰하고 있었다.
“저거 잘 되는 거 맞아요?”
아샤라는 의심스럽다는 듯 유리 벽 가까이 다가갔다.
“뭐, 어쩔 수 없지. 이곳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거니까. 전문성을 키워나가는 단계고.”
사실 한 번에 해낼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사람의 정신에 관한 연구를 한 적도 없는 세계다.
루이드 전생의 지구에서 그랬듯이. 많은 관문을 넘어야 할 것이고, 계속해서 인간에 관해 파헤치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원래 시작이 반이거든.”
데모니어스와 상담자를 열심히 관찰하는 루이드를 보며, 아샤라는 피식 미소 지었다.
“그래요. 시작이 반이죠. 전 루이드 님의 그런 점이 정말 좋다고 생각해요.”
“응?”
“뭐든 시작하는 거요. 결과적으로, 루이드 님이 하신 일들은 다 잘 됐잖아요? 물론 매번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을 수 있지만…….”
“아냐, 걱정하지 마. 난 그런 걱정 전혀 없어. 망해도 상관없어.”
루이드가 손을 휘휘 내저었다.
“아니……. 그러니까 말이 그렇다는 거고요. 여하튼. 본받을 점이라고요. 루이드 님 덕분에, 이 세상은 정말 많이 변하고 있으니까요.”
“마, 맞아! 맞아요! 루이드 님은 최고예요! 이 세상을 완전히 다 바꾸어 놓을 영웅이에요!”
옆으로 빠져 있던 헤랏산이 둘 사이에 불쑥 끼어들며 외쳤다.
“그래, 그래. 모두 내 영향을 받아서 더더욱 발전하길 바라.”
루이드가 웃으며 말했다.
이건 농담 반 진담 반이었다.
그들은 정말로 루이드의 곁에 있는 한, 스킬의 영향을 받아서 쑥쑥 성장하고 있었으니까.
루이드와 아샤라, 헤랏산이 재잘대는 사이.
상담을 마친 데모니어스가 일행이 있는 방으로 돌아왔다.
달칵.
“끄, 끝났어.”
“어땠어?”
루이드는 데모니어스의 눈높이를 맞춰 몸을 낮추며 물었다.
“재, 재밌어.”
“응? 재밌다고?”
루이드는 조금 놀랐다.
데모니어스의 표정이 예전보다 훨씬 밝아져 있었다.
언제나 움츠러들고 남의 눈치를 많이 보던 데모니어스였다.
“으응……. 이전에는, 내 능력으로 짓궂은 짓만 했는데.”
“으음……. 짓궂은 짓이라.”
루이드는 온갖 무서운 소문을 발생시켰던 데모니어스의 ‘장난’을 떠올렸다.
“왜,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아까 그 사람. 나한테, 고, 고맙다고 했어.”
“응? 뭐야. 잠깐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
데모니어스는 그와 이야기하며 작성한 자료를 루이드에게 건넸다. 세 사람이 한눈을 판 사이에 데모니어스는 죄수와 깊은 대화를 나눈 모양이었다.
죄수는 데모니어스가 악몽을 조종하는 기술을 사용해, 내면을 살짝 건드리자 마음의 문을 연 것 같았다.
마지막에는 죄수가 데모니어스에게 이야기를 나눠주어서 고맙다고까지 말하고 있었다.
“나,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도 있다는 게……. 시, 신기해.”
데모니어스의 얼굴은 한껏 들떠 있었다.
“그, 그때. 그 무서운 아저씨를 만났던 성에서만 해도, 내, 내 능력은 무서운 거였는데……!”
어린 용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나한테, 고맙다고, 했어! 내, 내 능력을 쓰고 나서, 겪은 사람들이, 한 번도 그렇게 마, 말한 적 없었어……!”
데모니어스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자, 루이드 역시 마음이 뿌듯해져 왔다.
확실히 부족할지 몰라도, 분명 나아가고 있었다.
상담을 받는 영지의 죄수들도, 데모니어스도.
“좋아. 정말 잘했어. 장하다.”
“아, 앞으로 더 자, 잘할 거야!”
“그래, 데모니어스. 할 수 있어.”
루이드가 머리를 쓰다듬어 주자, 데모니어스가 작은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아, 그나저나. 카라젝은 어때?”
루이드가 아샤라를 향해 물었다.
데모니어스와 루이드를 뿌듯하게 바라보던 아샤라의 얼굴이 조금 난감하다는 듯 굳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