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ron' Son has Paranormal Abilities RAW novel - Chapter (15)
남작 아들은 초상능력자-15화(15/252)
제15화
제15편 결실(4)
크렐리온의 기사들이 평원 너머를 보았다.
“쉽겠군요.”
“게논 경. 목숨 앞에서 그런 말은 삼가지요.”
백발이 성성한 기사가 젊은 기사를 향해 눈살을 찌푸렸다.
“흠, 흠흠. 죄송합니다, 맥그로버 경. 기분을 상하게 하려 했던 건 아닙니다.”
젊은 기사 게논뿐만이 아니었다.
그 뒤로 쭉 늘어선 모든 병사가 승리를 예감하고 있었다.
한눈에 보이는 압도적인 전력 차이.
“포커드의 모든 남자를 죽여라.”
검푸른 머리의 중년 남자가 조용히 읊조렸다.
맥슨 크렐리온.
그의 말에 기사들은 기합을 넣으며 경례했다.
크렐리온 자작은 들떠있었다.
‘포커드 가문의 남자를 모두 죽이고, 이젤리카 드디어 너를 손에 넣겠다.’
그 마음이 결코 깨끗하지 못했다.
‘감히 나를 배신하고 다른 남자와 혼인한 벌을, 영원히 갚아야 할 거다. 차가운 돌바닥에서 재우고, 노예와 다름없는 대우를 받을 것이다.’
크렐리온 자작이 히죽거렸다. 그리고 떨리는 목소리로 크게 외쳤다.
“깃발을 올려라.”
펄럭.
크렐리온의 깃발이 올라갔다.
곧 평원 너머에서도 포커드의 깃발이 올라갔다.
뿌우우우우!
나팔이 울렸다.
“가자!”
“와아아아아!!”
크렐리온의 병사들이 포커드의 진영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너무도 자신만만하게.
“어?”
앞서 나가던 기사와 기병들의 눈에 난생처음 보는 것이 들어왔다.
“저게 뭐지?”
높이 3m에 너비는 6m의 마치 거대한 벽.
하지만 벽이 아니었다.
꽉 막힌 것이 아니라 감옥의 철창처럼 생긴 벽이 엄청난 속도로 돌진하고 있었다.
출발 전까지만 해도 보이지 않았는데, 갑자기 생긴 것이었다.
콰콰콰콰콰!!
“어, 어어어……!!”
“피해라!!”
앞서 나가던 기사들과 기병들이 철벽을 피하게 위해 우왕좌왕하기 시작했다.
선두 기병의 대열이 완전히 무너져 버린 것.
“으악! 비켜!”
“으아악!”
쿠웅!
갑자기 생겨난 철벽을 피하고자 움직이던 기병들은 어처구니없게도 서로 부딪혀 낙마했다.
“바보 같은!”
크렐리온의 젊은 기사, 게논 경이 용감하게 철벽으로 빠르게 돌진했다.
“으아아! 죽어라!”
터어엉!
말과 함께 철벽에 부딪힌 게논 경의 몸이 높이 떠올랐다.
철퍽!
바닥으로 떨어지며 일시에 목이 부러졌다.
죽은 것은 게논 경이었다.
“으아아! 저게 뭐야!”
휩쓸린 것은 게논 경뿐만이 아니었다.
콰자자자작!!
철벽은 유연하게 방향을 바꾸며 기병들을 덮쳤다.
“허, 허억!”
“말도…….”
벌써 기사 둘과 기병의 3분의 1이 철벽에 맞아 튕겨 나가거나 으깨져 버렸다.
“내 평생 저런 것은 본 적이…….”
맥그로버 경의 얼굴이 자신의 머리처럼 하얗게 질렸다.
* * *
“으하하하하! 봤냐 이것들아! 이게 바로 불도저라는 거다!!”
크렐리온의 기사들과 병사들이 절대로 이해하지 못한 철벽의 정체였다.
루이드는 대충 철골로 모양만 낸 불도저에 타고 있었다.
이 불도저는 흙을 퍼내는 것이 목적이 아니었기 때문에 앞면에 달린 삽 같은 것.
즉 배토판을 창살 형태로 하여 금속을 아꼈다.
그리고 더욱 거대하게 만든 것이었다.
“전생의 불도저에 비하면, 영 모양이 안 서지만. 인간을 퍼내기에는 충분하지!”
엔진 같은 건 필요하지 않았다.
루이드의 초상 능력이면 충분했다.
오히려 엉성하게 골조만 있는 것이 가볍기에 조작하기 훨씬 쉬웠다.
“자, 간다!”
콰가가가가가!
루이드는 난폭하게 불도저를 몰았다.
“크아악!”
“아악!!”
콰앙! 쾅!!
흙과 함께 기병들이 튕겨 나갔다.
전장을 종횡무진 누비는 루이드와 불도저.
캉! 카앙!
타다다닥!
불도저를 향해 화살이 쏟아졌다. 하지만 골조만 있더라도 운전석은 확실하게 철판으로 막아 두었다.
전생의 사람들이 봤다면, 이건 불도저도 개조 자동차도 아닌 허접한 것이었다.
고물 쓰레기.
하지만 이곳에서는 화살도 감히 꿰뚫을 수 없는 무시무시한 존재가 되었다.
“흠, 이제 슬슬 적응해서 공격하기 시작하네.”
살짝 차 창문을 열어본 루이드는 주위를 둘러싼 크렐리온의 병사들을 보았다.
“하하, 이걸로 끝이라고 생각했다면 경기도 오산이다!”
루이드의 눈에서 스파크가 튀었다.
폭발적으로 한 번에 초상 능력의 에너지를 끌어내는 것!
[금속 지배 99% 가동 중.]그그그그.
즈우우웅, 즈와아아악.
불도저가 으그러지고 분해되었다.
그 자리에서 곧바로 변형이 이루어졌다.
“어, 어어!!”
“으어어, 저게 뭐야!!”
구구구구.
척, 척!
금속으로 된 거대한 인간.
[금속 지배의 숙련도가 상승합니다. +99.000] [스킬 조물주물의 숙련도가 상승합니다. +99.000]“트랜X포머다, 이 새끼들아!!”
루이드는 가슴 쪽 가장 깊숙한 곳에 단단히 몸을 숨겼다.
후웅!
로봇의 주먹이 하늘 위로 치솟았다.
쿠우웅!
로봇의 주먹이 땅을 내려치자 엄청난 충격에 흙이 마구 튀었다.
크렐리온의 병사들은 낙엽처럼 스러졌다.
“하하하!”
부웅! 부웅!
루이드는 초상 능력을 이용해 로봇의 금속 팔을 마구 휘둘렀다.
“으아아!”
“멈춰! 다가가지 마라!”
“이야아아아!!”
챙, 채앵! 카앙!
어느덧 루이드를 지나친 크렐리온의 병사들과 포커드의 병사들이 맞붙었다.
“흠, 빨리 대가리를 따야지. 어디 보자!”
루이드는 로봇의 가슴에 뚫린 아주 작은 창으로 바깥을 훑어보았다.
물론, 금속 팔을 여전히 휘두르며.
“오호라, 찾았다.”
이런 전쟁에서 영주는 확연히 티가 날 수밖에 없었다.
살기 위해 겁쟁이처럼 일부러 모습을 감추지 않는 이상.
크렐리온은 그렇게 해야 할 이유가 전혀 없었기에 특히나 더 휘황찬란한 옷을 입고 있었다.
쿠웅! 쿵!
루이드가 로봇에 탄 채 크렐리온 쪽으로 성큼성큼 다가갔다.
“히, 히이익! 저런 악마 같은!!”
“어라! 도망가는 거야?”
크렐리온 자작은 루이드의 로봇이 자신에게 향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자 급히 말의 머리를 돌렸다.
“이봐! 이런 대군을 가지고 도망가다니, 쪽팔리지도 않아?!”
“미친 새끼!!”
쿠웅! 쿵!
추격전이 시작되었다.
“어쭈 잘 도망가는데?”
크렐리온이 꽁무니 빠지게 도망치는 모습을 보자 루이드는 마음속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저딴 허접한 새끼가 감히 우리 엄마를 노려? 아버지를 치려고 해?’
쿵, 쿵, 쿵, 쿵!
로봇이 전력으로 질주했다.
“핫!”
루이드는 초상 능력 에너지를 최대한 끌어내 힘껏 도움닫기를 했다.
타아앗!
로봇이 높이 떠올랐다.
“으아아! 싫어! 살려줘!!”
크렐리온 자작 위로 시커먼 그림자가 드리우고.
쿵!!
그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오직 루이드의 거대한 로봇만이 자리하고 있을 뿐.
“아, 아아…….”
멀리서 이를 지켜본 맥그로버 경은 검을 내려놓았다.
“다들 멈춰라! 항복해라!! 다 끝났다! 크렐리온 자작님께서 당하셨다!”
노장의 목소리가 크게 울리고 포커드의 병사들이 함성을 질렀다.
“와아아!! 우리가 이겼다!!”
“이야아!!”
“루이드 님 만세!”
“포커드 남작님 만세!!”
루이드가 함성을 듣고 로봇 밖으로 나왔다.
로봇의 손바닥 위로 내려온 루이드가 로봇을 조종해 천천히 아군 쪽으로 움직였다.
“와아아! 만세! 만세!”
“루이드 님 만세!!”
희비가 갈리는 순간이었다.
“자랑스럽구나, 아들아.”
“네 덕에 큰 희생 없이 대승을 거두었다!”
제이스와 케인이 루이드의 로봇으로 다가왔다.
“뭘요. 이제 어쩌실 건가요?”
루이드가 로봇의 손에서 훌쩍 뛰어내렸다.
“이대로 크렐리온 자작령을 점령한다.”
“당연합니다, 이제 그 땅은 적법하게 우리의 것이지요.”
케인이 자신의 가슴을 두드렸다.
“자, 가자. 영광이 우리의 것이다!!”
“와아아아!!”
포커드의 병사들이 칼과 창을 두들기며 환호했다.
* * *
“왔는가. 리.”
“크레이브 공작입니다. 전하.”
“음, 딱딱한 양반.”
금실로 수 놓인 고급 공단으로 만든 커튼과 화려한 장식들.
벽면을 가득 채운 커다란 그림과 공들여 키운 화초가 가득한 멋들어진 집무실.
친숙한 듯 보이는 두 사람이 낮게 웃었다.
이그라 왕국에서 가장 신분이 높은 자들이었다.
레온 크레이브 공작과 국왕 카이린 세반.
검은 머리에 큰 키를 가진 레온 크레이브 공작이 20대 후반, 맞은편에 앉은 카이린 세반은 공작에 비해 앳되어 보였지만, 나이를 가늠하기 어려웠다.
성인인 것이 분명하지만, 어느 순간 소녀처럼 보이기도 했다.
이그라의 국왕이자 여왕인 카이린 세반.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빛을 받아 카이린의 은빛 머리가 반짝였다.
이그라는 왕족이라면 남성이나 여성 할 것 없이 혈통의 순수함에 기반한 순위만을 따져 국왕의 자리를 승계받는 곳이었다.
하여 이그라에 여왕이 존재하는 것이 독특한 일은 아니었다.
다만 이런 경우는 왕족에게만 한하는 것이었고 대륙에서 이그라에만 해당하는 일이었다.
그녀는 보랏빛 수정처럼 빛나는 눈으로 말이 없는 공작을 응시했다.
“웬일이지? 나는 지금 전국 각지에서 일어난 영지전들 때문에 골머리가 아픈데 말이야.”
“골머리 아플 것은 뭐가 있습니까? 매일 일어나는 일 아닙니까?”
“지들끼리만 싸우면 모르겠는데, 언제 힘을 길러서 날 치러올지 모르니까 하는 말이지. 물론 그대와 태양 기사단이 있으면 아무런 걱정이 없지만.”
카이린이 쿡쿡대며 웃었다.
그러면서 마치 연극을 하듯 과장된 목소리로 양피지에 적힌 전언을 읽어내려갔다.
“정의의 포커드가 크렐리온을 징벌하다! 존엄하신 국왕 폐하의 명으로 포커드의 승리와 패자를 향한 승자의 권한을 명시하여 주시옵소서!”
“흠, 마침 잘 됐습니다.”
“응?”
“그 이야기를 하러 온 거니까요.”
크레이브 공작의 말에 카이린이 갸웃거렸다.
공작은 눈을 빛냈다.
“그 포커드 가문의 막내 공자가 묘한 힘을 쓴다고 하더군요.”
“묘한 힘?”
“혈계 능력자라는 말입니다.”
카이린의 눈이 커다래졌다.
“혈계 능력자!”
그녀는 너무 놀란 나머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혈계 능력자라니. 대단하군. 포커드라, 포커드. 거긴 변방에서 작은 영지를 다스리는 곳 아닌가?”
“기억하고는 계셨군요.”
“역사 시간에 졸지 않았으니까. 그래. 어떤 능력인지 자세히 알아?”
카이린은 아주 흥미로운 듯 공작의 곁으로 다가갔다.
“혈계 능력자는 정말 희귀한 존재가 아닌가. 육성하고 싶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혈계 능력이란 무작위로 발현하는 것.
재능이 있고 없고를 판별할 수도 없거니와 훈련을 한다고 얻을 수 있는 능력도 아니었다.
아카데미를 통해 마법사와 기사를 육성하는 왕국의 입장에서 새로운 혈계 능력자의 발견은 희소식이었다.
“거대 괴수를 다룬다고 하더군요. 포커드의 배가 넘는 병력을 가진 크렐리온 군대를 혼자서 쓸어버렸다고요.”
“그럴 수가……!”
카이린의 눈에 이채가 감돌았다.
“이거, 곧 만나봐야겠군.”
그녀의 입가가 씩 올라갔다.
* * *
“하아.”
루이드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영지전의 승리 후 도착한 크렐리온 자작령의 모습.
“완전 개 후져.”
“뭐라고?”
“아, 아닙니다. 형님.”
“여기 혼자서 쭈그리고 뭐 하는 거야?”
케인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루이드는 크렐리온 자작의 성이었던 곳의 뒷마당.
정확히는 뒷마당으로 가는 문 앞 계단에 앉아 있었다.
“아, 그냥……. 제가 전쟁에서 능력을 너무 많이 써서요.”
루이드는 그간 열심히 훈련했기에 전투에서 타격을 입진 않았다.
대충 거짓말로 둘러댄 것이었다.
“아아, 하긴. 이곳까지 오는 것도 네게 무리가 됐겠구나. 아버지께는 내가 말하마. 푹 쉬고 있어라.”
케인은 루이드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고는 다른 기사들이 있는 곳으로 갔다.
“휴…….”
루이드는 눈앞에 있는 시스템 창을 보았다.
[스킬 행정 능력 기본 발동.] [새로운 영지에 대한 정보를 확인하세요.] [신규 인구 대장.] [신규 농업 대장.] [신규 병력 대장.] [신규…….]이제 이곳은 포커드의 영지니, 이곳의 행정 서류를 시스템으로 열람할 권한이 생긴 것.
포커드의 군대가 성을 완전히 점령하고 정리하는 동안, 루이드는 시스템 창으로 서류를 열어보고 있었다.
“이거, 이거. 정말 한숨이 나오는구먼. 이전의 우리 영지랑 크게 다를 바도 없군.”
크렐리온 자작의 영지는 한숨이 나올 만큼 낙후되어 있었다.
한눈에 봐도 여기저기 돈이 새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물론 이것이 이 세계의 기본적인 상태이기는 했다.
“그래도 자작령이기에 뭔가 더 나으리라 기대했건만.”
루이드는 크롬 백작령을 떠올렸다.
“하긴, 거기도 그 모양 그 꼴인데 자작령에 뭘 바라는 건지.”
루이드는 벌떡 일어났다.
크렐리온 자작의 성은 아주 높은 지대에 지어져서 성도가 훤히 내려다보였다.
“우리 영지처럼 일단 수로를 건설해야겠지. 돈이 많이 드는 일이니, 가뭄이 깊어지기 전에 얼른…….”
그 개고생을 또 해야 한다.
현실을 인지하자 루이드는 갑자기 힘이 쭉 빠졌다.
고생도 처음에나 즐겁게 하는 거지.
그 짓을 또 하자니, 엄두가 안 났다.
그리고 포커드 남작령은 ‘우리 영지’라는 느낌이 있었다.
아직 이 영지에는 정이 붙지 않았다.
그 ‘빌어먹을 크렐리온 자작’이 다스리던 땅.
“아……. 하기 싫다.”
의욕이 싹 사라져버렸다.
그러나 공사를 하게 될 것은 뻔한 일이었다.
루이드에게 기술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당연히 아버지가 시키시겠지……. 끄으응……. 도망치고 싶다.”
루이드가 정이 안 붙는 것은 개인적인 일일 뿐.
이곳에서 일어나는 일은 이제부터 포커드의 일이었다.
사람들이 죽어 나간다면 땅의 주인인 포커드 가문의 책임이 되는 것이다.
“……그래. 사람을 좀 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