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ron' Son has Paranormal Abilities RAW novel - Chapter (152)
남작 아들은 초상능력자-152화(152/252)
제152화
제2편 눈을 뜨다(2)
“무슨 일이 있는 겁니까?”
“아아……. 그게.”
케인은 천천히 아르헬을 내려놓고 바짝 마른 입술을 깨물었다.
* * *
케인은 루이드의 일행이 쉴 곳을 안내한 다음, 루이드와 아르헬을 데리고 센티미온의 서쪽 탑으로 향했다.
“그러니까 코니가 아프다고요? 의원은요? 병명은 뭐랍니까. 왜 제게 연락을 안 하셨습니까?”
루이드는 심각한 어조로 물었다.
“사실 처음에는 그리 심각한 일이 아니었단다. 겨울이지 않았니, 추울 때면 으레 사람은 아프기 쉬운 법이지.”
그렇게 말하는 케인의 목소리는 며칠 동안 물을 마시지 못한 것처럼 바짝 말라 있었다.
조금 전까지 장난스럽게 웃던 사람이 아닌 것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곳에서는 가벼운 감기로도 많은 사람이 죽어 나가는 곳.
물론 루이드 덕분에 영지 곳곳에 의원이나 힐러가 늘어났고, 또 포션도 유통되는 수가 많았다.
하지만 백신이 없는 세상에서는 언제 어디서든지 쉽게 병에 걸릴 수 있었고, 또 그 병이 깊어져 목숨을 잃기 일쑤였다.
하물며 아직 10살도 되지 않은 어린아이.
“하아, 사실 지금도 이게 어찌 된 영문인지 모르겠구나.”
케인의 목소리는 한층 의기소침해졌다.
그 또한, 루이드가 익히 아는 케인의 모습이 아니었다.
첫째 형은 늘 자신만만하고, 어떨 때는 무모할 정도로 긍정적인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이렇게 기운을 잃다니.
마음이 아팠다.
무엇보다, 루이드에게도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조카인 코니가 아프다는 사실은 무척이나 걱정되는 일.
타박, 타박. 복도에 세 사람의 발소리만 울렸다. 분명 따뜻한 기운이 가득 넘치던 성이었는데, 어쩐지 루이드의 기억과는 달리 공허하게 느껴졌다.
“그저 기운이 없는 것뿐이었단다. 처음에는 추워서 게으름을 피운다고 생각했어.”
계단을 올라가며, 케인은 그간 있었던 일을 말하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처음에는 그저 잠이 많아진 것처럼 보였다. 아이가 늦은 시간까지 잠을 자지 않는 것보다, 일찍 잠드는 편이 나으니 걱정하지 않았다. 그러더니 점점 더 오랜 시간을 자기 시작했단다. 아침 식사에도 늦을 정도로.”
“용케도 그냥 두셨네요.”
“당연히 혼을 냈지. 아무리 어린아이라고는 하나, 포커드의 예법을 어겨서는 아니 되니까.”
밥은 꼭 다 함께! 라는 포커드의 가풍.
루이드는 피식 웃음이 나오려다가 다시 얼굴을 굳혔다.
“더욱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은 것은 이유가 있었단다.”
케인이 이번에는 아르헬을 돌아보았다.
“아르헬이 우리 코니에게 축복을 해주지 않았니? 정말 그것이 효과가 있었는지. 코니는 지금까지 한 번도 아팠던 적이 없거든.”
루이드는 푸른 눈을 깜빡였다.
조카가 건강하다는 사실은 기뻐해야 마땅한 일이었지만, 이 세계에서 아프지 않고 크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물론 루이드의 전생에서도, 아이들은 쉽게 아프고 쉽게 병치레했다.
친한 동생이 말하길, 아이들은 걸핏하면 열이 나고 코를 흘리고 기침하며 운다고 했다.
그러니 다섯 살쯤 된 코니가 한 번도 아프지 않았다는 것은 굉장히 놀라운 일이었다.
‘정말로 아르헬의 축복 덕분이었던 걸까?’
루이드가 아르헬을 바라보자, 아르헬이 커다란 눈망울을 깜빡였다.
‘그럼 지금에 와서는 축복의 유효기간이 다했다는 거고?’
의구심을 가지고 눈빛을 보냈지만, 아르헬은 전혀 모르겠다는 눈치였다.
‘하긴, 아르헬도 어릴 때였고. 게다가 아르헬 본인도 자신의 능력을 완전히 파악하고 있는 것은 아니니까.’
어느새 탑의 꼭대기에 도착했다.
“한데 왜 코니의 방이 아니라, 이런 탑에 있는 겁니까?”
“아아, 그것이……. 확실히 성도의 힐러를 불렀단다. 그랬더니, 그 힐러가 격리를 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하더구나.”
“격리요? 그 힐러는 지금 어디 있습니까?”
“어제 약을 구하러 성을 나갔단다.”
루이드가 미간을 찌푸리는 사이, 케인이 탑 꼭대기 층의 문을 열었다.
탑 안의 방은 넓지도, 그렇지만 좁지도 않은 중간 정도 크기였다.
안은 따뜻하고 부드러운 분위기를 풍기는 물건들로 가득 차 있었다.
커다랗고 푹신한 침대에는 작은 아이 하나가. 그리고 그 옆에는 침대에 기대 엎드린 여성 하나가 있었다.
“형수님.”
루이드의 목소리에 여성은 부스스 몸을 일으켰다.
“어라, 도련님.”
케인의 부인인 에밀리였다.
그녀의 갈색 머리는 루이드가 기억하는 것보다 훨씬 부스스해 보였다.
“깜빡 잠이 들었네요.”
그녀는 눈을 비비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안타까운 시선은 침대에 누워 있는 작은 아이에게 머물렀다가 이내 루이드에게로 돌아왔다.
“오신다는 말씀은 들었는데, 제가 요즘 정신이 없다 보니.”
에밀리는 난처한 얼굴로 말했다.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코니가 아프다지요?”
루이드는 천천히 침대로 다가갔다.
넓고 포근한 침대에는 천사 같은 얼굴을 한 아이가 잠들어 있었다.
에밀리를 닮아 밝은 갈색빛이 도는 고수머리에, 지금은 감겨 있지만 분명 포커드의 것일 푸른 눈.
눈이 내린 듯 흰 피부와 장미를 짓이겨 펴 바른 것처럼 발그레한 뺨은 너무나 사랑스러웠다.
5년 전에 보았던 것보다 더욱 귀엽고 사랑스러워진 아이.
고사리처럼 작은 손이 동그랗게 말려 아이의 가슴 위에 올려져 있었다.
코니는 전혀 아파 보이지 않았다.
“그냥 잠든 것처럼 보이는군요.”
“하지만 이제는 흔들어 깨워도 좀처럼 일어나지 않아요.”
에밀리의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그래도 일어나기는 합니까?”
“네. 하루에 한 시간 정도. 잠깐 일어나서 식사하곤 곧 다시 잠들어요. 잠드는 것이 제어가 안 될 정도라. 쓰러져 버리기에, 모든 생활은 이 탑 안에서만 하고요.”
에밀리는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처럼 말했다.
“그래서. 병명이 뭐랍니까?”
루이드의 물음에 케인이 고개를 저었다.
“글쎄. 그걸 모르겠다는구나.”
“모른다고요?”
루이드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그에게는 한 가지 방법이 있었다.
그의 눈앞에 선명하게 떠오른 시스템 창.
[의학 스킬이 발동 중입니다.]루이드의 의학 스킬.
그리슨빌에서 있었던 기이한 전염병을 시작으로 그 수준이 꽤 높아져 있었다.
이후로도 포션 개발 연구와 약초학, 의술에 관련한 서적을 통해 스킬을 강화하고 있었다.
애초에 케인이 자신을 빨리 부르지 않았다고 타박한 이유도 이것이었다.
자신이 있었더라면, 코니의 병을 금방 진단했을 터였다.
그렇다면 그간 코니는 물론 케인과 에밀리도 고생하지 않았을 터.
아무도 모르게 루이드의 동공에 빛이 어렸다.
[병명을 진단합니다…….] [질병으로 구분되는 증상이 아닙니다.]‘병이 아니다.’
루이드는 놀란 눈으로 시스템 창을 보았다.
‘하늘 비늘 뱀 어쩌고 하는 일반적이지 않고 기이한 병명도 짚어내는 의학 스킬이, 질병으로 구분하지 않는다면.’
그건 정말로 코니의 증상이 질병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만약 의학 스킬의 레벨이 부족하다면, 아직은 진단을 내릴 수 없는 질병이라고 나왔을 터.
“뭔가 잘못됐군.”
루이드의 말에 에밀리의 어깨가 흠칫 떨렸다.
“도, 도련님! 그, 그게 무슨……. 우, 우리 코니가 죽기라도 한단 말인가요?!”
에밀리의 커다란 눈에는 벌써 눈물이 가득 고여 있었다.
“아니요. 형수님. 그런 것이 아니라…….”
루이드는 턱을 매만지며 고민했다.
질병이 아니라면, 코니의 증상은 무엇 때문인 걸까?
그때, 아르헬이 루이드의 옷자락을 붙들었다.
“아르헬?”
“루이드. 코니는…….”
아르헬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루이드는 아르헬의 말을 더 잘 듣기 위해 무릎을 굽혀 얼굴을 가까이했다.
“뭔가 알아낸 거야?”
그녀는 작게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어쩐지 이 기운을 본 적 있는 것 같아. 뭔가 알고 있는 기운이야. 그리고 이건……. 나빠. 나쁜 거야.”
아르헬의 목소리는 조금 떨리고 있었다.
‘나쁘다, 라. 마법이 걸린 걸까?’
루이드는 곧장 행정 스킬을 사용했다.
아샤라를 호출한 것.
원래 이런 용도로는 사용하면 안 됐지만, 아샤라는 루이드의 고용인이었으니까. 스킬이 적용되기는 했다.
아샤라와 함께 루이드의 수호단 모두 탑 위로 올라왔다.
“이 중에 누구라도 코니의 증세를 설명할 수 있겠어?”
처음은 아샤라였다.
그녀는 마법을 이용해서 코니의 몸을 훑었다.
저주의 일종일지도 모른다는 아샤라의 말에 에밀리는 거의 기절할 뻔했다.
하지만 아샤라는 확답을 내리지 못했다.
다음은 멜리옌.
정령의 힘으로 코니를 살펴보았다. 하지만 그녀 역시 고개를 저었다.
정령의 힘으로 알아낼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다만, 그녀도 아르헬과 비슷한 말을 했다.
“좋지 않은 기운이 흘러요. 다만, 무엇인지를 판가름할 수 없군요. 이런 건 처음 봐요.”
멜리옌은 에밀리가 또 혼절할지도 몰라, 루이드의 귓가에 작게 속삭였다.
모두의 검사가 한차례 지나갔다.
하지만 아무도 코니가 깨어날 뾰족한 방법을 내놓지 못했다. 아예 원인도 찾지 못했다.
시간이 흐르고 바깥이 어둑해지도록. 그렇게 시간이 흐를 때까지 코니 역시 숲속에 잠든 공주의 이야기 속에 나오는 사람처럼 곤히 잠들어 있었다.
‘후우. 어쩐다. 방법을 찾을 길이 없단 말인가.’
루이드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케인과 에밀리를 보았다.
그 누구보다 속이 탈 사람들.
케인과 에밀리의 표정은 핼쑥했다.
루이드와 동료들이 이렇게까지 하는 걸 보면서 일반인인 두 사람은 더욱 무력감을 느꼈을 터.
그때 아르헬이 루이드에게 다가왔다.
“루이드…….”
“응, 아르헬. 힘들어? 내려가서 좀 쉴래?”
아르헬은 작은 머리를 휘휘 저었다.
“아마, 루이드랑 내 힘을 합하면 알아낼 수 있을지도 몰라. 하지만…….”
잘게 떨리는 아르헬의 어깨.
아마 아직 힘을 사용하는 일이 버거울 터였다.
아르헬은 자신이 힘을 완전히 되찾았다는 것을 깨달은 후에도 제대로 능력을 사용하지 못했다.
정신적인 이유가 컸다.
애초에 이를 극복하기 위해 떠난 여정이었다.
“아르헬. 괜찮아. 너무 무리하지 않아도…….”
루이드는 씁쓸하게 말했다.
이 상황에 아르헬까지 잘못되기를 바라진 않았다.
“아니야, 루이드.”
아르헬은 다짐한 듯 눈을 꾹 감고 심호흡했다.
그런 루이드와 아르헬의 모습을, 케인과 에밀리는 불안한 얼굴로 지켜보고 있었다.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건 간에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애초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지조차 아는 것이 없었으므로 무척이나 애가 탔지만, 케인과 에밀리 역시 코니를 위해 아르헬이 힘을 짜내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작은 아이일 뿐인 아르헬의 크고 아름답게 반짝이는 두 눈에 굳은 결심이 가득 담겨 있었기 때문이었다.
“……고마워, 아르헬.”
루이드가 손을 내밀자, 아르헬은 그 손을 꼭 붙잡았다.
“축복을 좀 사용해 볼까?”
“좋아.”
아르헬의 눈이 오리할콘 빛으로 반짝이기 시작했다.
맞잡은 손으로부터 그녀의 힘이 루이드에게로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다.
‘아르헬의 힘을 빌리면서, 스킬을 사용하면.’
루이드는 톰멀 후작의 딸, 레미르의 병을 고쳤던 때를 떠올렸다.
그때에도 아르헬의 힘을 빌려, 볼 수 없는 것을 보았고. 치료할 수 없는 것을 치료했다.
‘이것이 질병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루이드는 아르헬의 힘을 통해서 능력을 개발해낼 생각이었다.
가능할 거라고 생각했다.
이미 몇 차례 축복의 힘을 연구해보았다.
그것으로 아샤라의 성장도 이뤄냈다.
이런 루이드의 생각은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었다.
아르헬의 의지가 흘러들어와, 서로가 생각하는 것. 느끼는 것이 공유되고 있었다.
아르헬 역시 같은 생각을 하며 간절하게 바라고 있었다.
‘코니가 겪고 있는 증상이 무엇인지 알 수 있는 눈을. 감각을. 원한다.’
아르헬이 가진 축복의 힘이 루이드의 전신을 훑기 시작했다.
마치 막힌 혈맥을 뚫는 것처럼.
그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고통스러웠다.
루이드는 사지가 찢겨나가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아르헬이 가진 축복의 힘을 처음 사용하는 것도 아니었는데, 난생처음인 것처럼 낯설었다.
가능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신비 드래곤의 힘으로 새로운 능력을 익힌다는 것은 가능성이 극히 낮은 일이었다.
몸을 개조시키는 일이었다.
그건 원래 루이드가 가지고 있던 초상 능력. 시스템의 힘도 아니었으니까.
두렵고, 아프고, 무서웠다.
‘나는, 가져야만 한다.’
하지만 루이드는 의지를 다졌다.
루이드가 가진 초상 능력의 힘이 전신을 돌기 시작했다.
빠직, 빠지직. 축복의 힘과 뒤섞인 에너지가 루이드의 전신에 새로운 길을 내고 있었다.
루이드의 몸이 사시나무처럼 떨리기 시작했다.
오한이 느껴져 정신이 흐려졌다.
그런데도 멈출 수는 없었다.
‘나는, 알아내야 한다. 통찰해야 한다.’
그 순간, 루이드의 눈이 아르헬의 것과 같은 색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오색으로 찬란한 오리할콘의 빛으로.
“무슨…….”
케인과 에밀리는 놀라 서로 껴안았다.
코니의 침대 발치에 선 아르헬과 루이드의 눈이 같은 색으로 번쩍거렸다.
눈동자에 빛이 어리는 정도가 아니었다.
반짝거리는 아름다운 빛이 눈 주위에 별 가루를 뿌린 듯 반짝거리며 쏟아졌다.
그 모습이 심히 기이하고 신비로웠다. 별빛이 쏟아지는 루이드의 두 눈과 형상은 성스러워 보일 정도였다.
그리고 루이드는 비로소 미소를 지었다.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