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ron' Son has Paranormal Abilities RAW novel - Chapter (153)
남작 아들은 초상능력자-153화(153/252)
제153화
제3편 눈을 뜨다(3)
“보인다.”
루이드의 말에 케인과 에밀리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루이드……!”
오색의 빛으로 반짝이는 눈으로 아르헬이 루이드를 올려다보았다.
하지만 루이드는 아르헬은 내려다볼 여유가 없었다.
새로운 힘으로 전신이 뜨거웠다.
마치 새로 태어난 것처럼.
‘무협지에서 본 환골탈태, 뭐 그런 게 이렇지 않을까? ……내가 죽다가 살아난 건 아니지만.’
루이드는 숨을 고르며 사물을 분간해내려 애썼다.
눈앞이 너무 선명해서 인지가 제대로 되지 않을 정도였기 때문.
조금 전까지도 익숙하던 방안의 풍경이 낯설었다.
물건 하나하나가 살아 숨 쉬는 것처럼 느껴졌다.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어떤 용도로 사용되었는지.
또 얼마나 사용했는지, 어떤 기운을 가졌는지.
새로운 감각이었다.
인간이 느낄 수 있는 여섯 번째 감각이라는 것이 이런 것일까. 생경한 느낌이었다.
‘코니…….’
루이드의 시선을 움직여 자신의 조카를 내려다보았다.
일렁. 조카 코니를 둘러싸고 있는 기운이 보였다.
‘신기하다. 오러를 느끼거나 마나를 느끼는 것과도 다른 느낌.’
원래 오러나 마나를 사용할 수 없어 느끼지도 못하던 루이드였지만, 이제는 어렴풋이 느낄 수는 있게 되었었다.
‘생명, 혼. 그런 느낌인가.’
이제까지 감지해내던 느낌보다 훨씬 강렬하고 가시적이었다.
일렁, 스멀…….
그리고 코니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이질적인 기운.
루이드의 눈에 선명하게 보였다.
‘저거다. 다른 이들에게는 느껴지지 않는 이질적인 기운이다.’
루이드는 천천히 방안에 둘러선 이들의 기운을 체크했다.
달랐다. 각각의 기운이 모두 달랐지만, 저마다 어울리는 기운을 풍기고 있었다.
밝고, 따뜻하거나, 부드럽거나.
단단하거나 날카롭지만 불길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건 나쁘다.’
아르헬이 말했던 나쁜 느낌. 딱 그대로였다.
띠링.
뒤늦게 시스템이 알람을 울려대기 시작했다.
[새로운 능력이 개발되었습니다.] [초감각이 각성하였습니다.] [당신은 여러 분야의 초감각을 각성하였습니다. 더욱 수월해집니다.] [초감각 ‘통찰의 눈’을 사용합니다.]‘초감각, ‘통찰의 눈’이라. 이 능력에 어울리는 이름이군.’
루이드는 다시 코니에게 집중했다. 시스템의 알람을 본 순간부터 온몸의 에너지가 극심하게 소모되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이 능력을 오랫동안 지속할 수는 없는 모양이야.’
그와 동시에 자신의 손을 통해 흐르는 아르헬의 힘도 더 빠르게 많이 소모되는 것이 느껴졌다.
‘집중한다.’
시선을 옮긴 곳에는 곤히 잠든 코니의, 아주 미세하게 오르락내리락하는 가슴팍이 보였다.
‘어라?’
통찰의 눈으로 감지되는 나쁜 기운은 바로 그 가슴팍에서부터 조금씩 새어 나오고 있었다.
루이드는 한달음에 달려가 푹 덮여 있는 이불을 걷어냈다.
그리고 코니가 입은 웃통의 단추를 풀었다.
“루, 루이드?”
케인과 에밀리는 당황하며 루이드의 곁에 바짝 붙었다.
“이런…….”
루이드의 입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왜, 왜 그러는 것이냐?”
케인과 에밀리가 루이드의 시선을 쫓았지만, 그저 뽀얀 코니의 살결뿐이었다.
하지만 루이드의 눈에는 선명하게 보였다.
“그래, 이건 질병이 아니야. 아닐 수밖에 없지.”
루이드는 그렇게 중얼거리고서는 뒤쪽으로 물러나 있던 아샤라를 돌아보았다.
“아샤라! 이리로!”
부름에 다급하게 다가간 아샤라의 손목을 루이드는 낚아챘다.
“어라.”
아샤라는 몸이 붕 뜨는 것 같은 느낌과 함께, 이전에 겪었던 감각에 젖어 들었다.
아샤라가 5클래스의 벽을 넘을 수 있도록 도운 루이드와 아르헬의 축복 공격! 그때와 같은 감각이 순식간에 아샤라를 삼켰다.
“으아아!”
아샤라는 현기증에 눈을 질끈 감았지만, 이전처럼 극심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순식간에 온몸의 활력이 솟아오르는 것과 비슷했다.
그리고 눈을 감은 아샤라의 의식이 루이드의 눈을 빌려 코니의 몸을 보고 있었다.
마치 루이드의 정신 속으로 들어와 있는 듯한 느낌이었는데, 비유하자면 암실에서 약간 떨어진 책상 위에만 촛불을 켜 놓고 바라보는 것 같았다.
만약 루이드가 아샤라의 시선을 공유했다면, 영화관처럼 보인다고 표현했을 느낌이었다.
‘이건……!’
아샤라는 깜짝 놀랐다.
코니의 가슴팍으로부터 흘러나오는 선명한 기운.
불길하기 그지없는 것이었다.
게다가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심장이 있을 위치에 보이는 기운의 응집체.
‘이건 마나? 아냐. 마나보다는 거칠고……. 에테르?’
아샤라가 반쯤 어두운 시야 가운데로 코니의 기운을 살펴보고 있을 때, 머리를 울리는 음성이 있었다.
「아샤라. 나는 저걸 뽑아낼 생각이야.」
분명 루이드의 목소리였으나, 아샤라는 그것이 자신의 머릿속에서 울린다고 생각했다.
어찌 보면 아르헬의 축복을 통해 모두 정신을 공유하고 있는 상태니 당연할지도 몰랐다.
「뽑아낸다고요?」
아샤라는 루이드가 어떻게 소리를 전달했는지 알지 못했지만, 자연스럽게 똑같이 해냈다.
「그래. 저건 코니의 몸에서 당장 뽑아내야 할 물건이야.」
「물건…….」
「내 힘으로 강제로 뽑아내겠어. 하지만 어린 코니가 버티기 어려울 거야.」
루이드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의식을 공유하는 것 정도로 아르헬이나 아샤라가 완전히 느낄 수는 없었지만, 루이드에게는 불길한 기운을 뿜어내는 핵심 부위가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느껴졌다.
당장에라도 제거하지 않으면, 코니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
게다가 통찰의 눈.
이 능력을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지금도 벌써 다리에 힘이 풀리는 정도였다.
여기서 루이드 본래의 능력.
금속 지배를 사용할 생각이었다. 그렇다면 소모되는 힘은 가뿐하게 배를 넘어설 터.
‘어쩐지 금속 지배를 이용해서 뽑아낼 수 있다는 확신이 든다.’
뭔가 다른 기운에 덧씌워 어렴풋한 느낌이었지만, 차곡차곡 쌓인 베일 뒤에 있는 핵심은 마정석과 비슷한 기운이었다.
마정석이라면, 아무리 몸속 깊은 곳에 있더라도 루이드의 힘으로 뽑아낼 수 있었다.
하지만 핵심을 제거하더라도 위험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핵심이 존재하는 곳은 심장 근처의 깊숙한 곳.
「제 마법으로 괜찮을까요?」
「……그 수밖에는 없어.」
루이드는 아샤라를 믿을 수밖에 없었다.
「저는 의술 마법 전문이 아니에요.」
「물론 알아.」
하지만 루이드는 확신했다.
센티미온의 그 어떤 의원과 힐러를 데려오더라도 아샤라만큼은 되지 않을 거라고.
게다가 지금 이 상황에서는 그 누구를 데려오더라도 아샤라가 제일 잘 해내리라는 것을.
「간다.」
그와 동시에 아샤라와 루이드의 몸에서 기운이 뻗쳐 나왔다.
“무슨……, 루이드?!”
케인이 질겁했다.
그도 그럴 것이, 루이드가 손을 뻗자 코니의 몸이 반쯤 들어 올려졌기 때문이었다.
“무슨 짓을 하는 거냐! 루이드!”
미리 설명하면 좋았겠지만, 순식간에 소모되는 힘 때문에 루이드는 그럴 수 없었다.
케인은 본능적으로 루이드를 막으려고 했고, 그런 케인을 막아선 건 에밀리였다.
“안 돼요!”
“부인?”
“전, 전 도련님을 믿어요!”
“부인, 하지만……!”
케인은 미간을 찌푸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코니가 위험해 보이는 상황.
“항상 괴짜 같은 행동을 하는 도련님이시지만, 결국 우리를 구하셨죠. 성을 다스리시는 일에도, 전쟁 때도 말이에요!”
그렇게 말하는 에밀리의 표정은 무척이나 힘겨워 보였다.
“저도, 저도 무서워요. 하지만……. 부끄럽게도 우리는 아무것도 못 했잖아요. 코니가 이렇게 될 때까지……. 아무것도 몰랐어요.”
에밀리의 눈에는 어느새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그러니까, 그러니까…….”
케인은 그대로 에밀리를 끌어안았다.
“당신 말이 맞아요.”
그리고 간절한 눈으로 루이드를 바라보았다.
두 사람이 실랑이하는 사이, 상황은 더욱 나빠져 있었다.
“크으윽…….”
루이드는 코니에게 손을 뻗은 상태로 신음하고 있었고, 코니의 몸은 조금 더 위로 떠 올라 있었다.
울룩, 불룩. 게다가 코니의 고운 살결이 위험하게 뒤틀리고 있었다.
“루이드……. 부탁한다!”
케인이 절박하게 외쳤다.
정신없이 능력을 사용하고 있는 루이드의 귀에 케인의 목소리가 닿았다.
‘중간에 멈출 수 없어.’
아샤라가 마법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도 생생하게 느껴졌다.
루이드가 핵심을 뽑아내기 위해 힘을 작용시키고, 그 핵심이 코니의 몸속을 찢고 나오고 있었다.
아샤라는 마법으로 코니의 몸속에서 일어나는 출혈과 코니가 느낄 통증을 막아내고 있었다.
‘크으윽……!’
핵심을 뽑아내는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코니의 몸에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손상이 갈 터였다.
마음이 급했지만, 코니의 몸에서 핵심을 끄집어내는 일은 쉽지 않았다.
핵심은 자체적인 의지가 있는 것인지 코니의 몸속에서 빠져나오기를 거부하는 것처럼 끈질겼다.
루이드의 힘을 벗어나고, 자꾸만 발버둥 쳤다.
새로운 능력은 루이드의 힘을 엄청나게 소모했기에 그에게도 신체적인 부담이 확실히 느껴지고 있었다.
‘코니, 제발 버텨다오.’
불길한 핵심 때문에 잠든 것이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이런 와중에도 코니의 표정은 평온했다.
루이드는 집중력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필사적으로 온몸의 힘을 끌어냈다.
드드득, 부룩. 득.
드디어. 코니의 가슴팍에 주먹만 한 크기로 부풀어 오른 것이 탁! 하고 터졌다.
“아샤라!”
루이드는 아르헬과 아샤라의 손을 놓고 코니의 몸에서 빠져나오는 핵심을 낚아채며 외쳤다.
“메가 힐링!”
아샤라 역시 마력을 쥐어 짜냈다.
아주 빠르게 상처를 봉합해야 했다.
터진 코니의 피부는 순식간에 재생하며 얽히고설키기 시작했다.
쩌적, 쩌저적.
상처 자체가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보였다.
“대단해……! 아샤라의 경지가 아직 6 클래스의 고리를 만들기 위해 정진하는 때가 아니던가? 저런 회복 마법을, 게다가 힐링 마법 전문도 아니잖아?”
아르헬이 사용하는 축복의 힘을 통한 시너지 작용을 모르는 헤랏산은 놀라 입을 틀어막았다.
“허억…….”
아샤라는 코니의 가슴에 있던 상처가 아물자마자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아르헬이 재빨리 그녀를 부축했다.
“괜찮아, 아샤라?”
“으, 으응……. 허으윽.”
손을 내려다보니 동상이라도 걸린 듯 덜덜 떨리고 있었다.
“허억, 허억. 멜리옌. 운다인으로 코니의 기운을 좀…….”
아샤라가 하는 이야기를 멜리옌은 바로 알아들었다.
인간의 몸은 대부분 수분으로 이루어져 있고, 특히나 지금 살펴보아야 할 것은 상처나 내부 출혈.
혈액이라면 운다인의 기운으로 어느 정도 제어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쇼크를 일으키지 않도록 최대한 처치했지만…….”
“알겠어요!”
멜리옌은 곧장 운다인에게 명령했다.
운다인은 마치 코니의 몸이 작은 연못이라도 되는 듯 뛰어들어 사라졌다.
“루, 루이드 님은?”
헤랏산이 주위를 살폈다.
“……난 여기.”
소리가 들려온 곳은 바닥이었다.
어느새 본래의 푸른 빛의 눈으로 돌아온 루이드가 바닥에 뒹굴고 있었다.
“백작님?”
루이드는 거칠게 반항하며 손아귀를 빠져나가려는 핵심을 붙잡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코니의 몸속이 자신의 집이라는 듯 되돌아가려 했다.
“크으윽!”
그냥 붙잡고 있는 것만으로는 멈춰내기가 어려웠다.
“가만히 좀 있으라고!!”
루이드는 금강불괴 스킬을 사용했다.
파아아앗! 순식간에 핵심을 붙잡고 있는 두 손이 오리할콘이 되었다.
그리고 루이드는 핵심을 부술 것처럼 강하게 짓눌렀다.
“크으윽!”
빠직, 빠지직.
균열이 가는 소리가 들리기를 잠시.
광폭하게 움직이던 핵심의 난동이 잦아들었다.
“괜찮아요, 도련님은.”
안도하는 멜리옌의 목소리를 들으며 루이드는 힘이 사그라든 핵심을 확인하기 위해 손을 열었다.
“이건…….”
보라색. 작은 아이의 주먹만 한 돌이었다.
“역시 마정석인가?”
루이드는 중얼거렸다.
자신의 초상 능력으로 제어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든 이유.
코니의 몸 안에 있을 땐, 눈으로나 스킬로 직접 판단할 수 없었으나 확신할 수밖에 없었던 익숙한 기운.
띠링.
감정 스킬을 사용하니, 시스템마저 핵심의 정체를 마정석이라 증명해주었다.
“루이드…….”
힘을 소진해 비틀거리는 아르헬이 루이드에게 다가왔다.
아르헬은 루이드 손안의 마정석을 보고서 당황한 듯 눈을 크게 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