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ron' Son has Paranormal Abilities RAW novel - Chapter (157)
남작 아들은 초상능력자-157화(157/252)
제157화
제7편 추적(2)
“뭐라고요?”
아샤라가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오해하지 마. 그냥 나는 확실하게 하려고…….”
아샤라의 얼굴은 더욱 굳어졌다. 그녀의 입은 움직이지 않았지만, 루이드는 그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변태 취급하지 마.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고!”
“누가 뭐라고 했나요. 감히 주군께 어찌 그런 오만방자한 생각을 했겠어요?”
아샤라는 콧방귀를 뀌며 어깨를 으쓱였다.
“어쭈, 언제는 주군 취급을 해줬다고.”
“그만 구시렁거리고요.”
“흥.”
루이드는 투덜거리면서 말을 재촉했다.
얼마나 움직였을까.
“루……. 아니, D! 저길 봐.”
아르헬이 외치며 가리킨 저 먼 곳에 커다란 공사 현장이 보였다.
“오, 저건 아마. 그거네. 이그라 횡단 대도로!”
카이린이 약속했던 바로 그 고속 도로.
“그래. 드디어 이게 이곳까지 연결되는구나.”
루이드는 밝은 얼굴로 말을 근처까지 몰았다.
마법사들과 일반 인부들이 구슬땀을 흘리며 일하고 있었다.
“누구냐! 관계자 외에는 접근할 수 없다!”
현장을 지키고 있던 병사가 나타나 루이드 일행을 저지했다.
“아아, 큰 공사가 있길래 궁금해서요.”
루이드는 한발 물러났다.
지금 위장 신분으로는 귀족임을 내세울 수 없었기에 이런 취급이 당연한 것이었다.
게다가 그리슨빌의 시골에서는 D를 루이드의 기사라 칭하긴 했지만, 지금은 굳이 그렇게 해서 자신의 정보를 흘리기 조심스러웠다.
“흠, 용병들인가?”
병사는 루이드 일행을 훑어보고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루이드는 병사의 표정을 살폈다.
그는 왕국 군으로서 거드름을 피우고는 있었지만, 공사에 관심을 가지는 루이드 일행을 크게 경계하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오히려 자랑하고 싶은 느낌이랄까? 지금 자신이 있는 장소와 상황을 뽐내고 싶은 듯했다.
‘잘 됐군. 난 궁금하던 차니까, 조금만 추켜세워줘도 술술 불겠는데.’
루이드는 표정을 한껏 누그러뜨리고 예의 그 무해한 얼굴로 미소 지었다.
“예. 외국에서 온 용병들이라, 이그라의 사정에는 어두워서요. 괜찮다면 무슨 공사인지 물어도 될까요?”
본래의 루이드보다 훨씬 예쁘장한 얼굴이라, 그 파괴력은 엄청났다.
병사는 잠깐 멍하니 루이드를, 그러니까 D를 보다가 목을 가다듬었다.
“흠흠, 이건 국왕 폐하께서 명하신 이그라 횡단 대도로다.”
루이드의 예상대로 그는 무척 뿌듯한 얼굴로 말했다. 가슴까지 쭉 펴며.
“횡단 대도로라고요? 그러면 이 도로가 이그라의 북부인 카르얀 산맥부터 남쪽 끝의 가켈까지 이어진단 말입니까?”
“으응? 자네. 지리에 아주 능하군?”
“용병이라면 오가는 길 정도는 잘 알아야죠. 그나저나 대단하군요. 그런 일은 크라우스 제국 정도가 아니라면 벌이기 어려운 것 아닙니까? 엄청나게 많은 돈이 들 테고요.”
루이드가 조금 아는 체하자, 병사는 신나서 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그렇지! 이 사업 때문에 들어간 국고가 얼마인 줄 아나! 하지만 이건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그가 하는 이야기는 대체로 루이드가 카이린에게 했던 말들이었다.
‘호오. 공사 현장의 일개 병사인데도, 사업에 관해서 잘 알고 있구나. 백성들의 관심도가 높다는 건 좋은 일이니까.’
루이드 역시 그런 병사의 반응을 보며 즐거워하고 있었다.
“사실 이 대단한 결단을 내리신 건, 카이린 전하시지만 말이야. 이 사업을 진행하라고 조언한 것이 바로 포커드 백작이라고 하더군. 뭐, 이그라 백성이라면 모두 아는 이야기이긴 하지만.”
“오, 포커드 백작이라고요? 그 제이스 포커드 남작의 삼남이라고 하던가요.”
“그래, 그래! 외국에서 왔다더니, 잘 아는군.”
“그분의 소문은 외국에도 자자하니까요. 하하하!”
루이드가 호쾌하게 웃자, 뒤에서 잠잠히 듣던 아샤라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정말 대단한 분이라네. 덕분에 이 사업이 진행되고, 이그라의 빈민들이 임금을 받으면서 투입됐지.”
“그렇습니까? 빈민들에게도 일을 주다니, 대단한 아량이시군요.”
“그런 게 문제가 아니지. 노는 인력을 활용하면서도, 백성들의 사정이 더 나아질 수 있도록…….”
병사는 또 열을 내가며 루이드에게 설명했다.
‘참 듣기 좋네. 모두 내가 했던 이야기지만.’
정말 듣기 좋았다.
루이드만 생각했던 일들이 현실에서 이루어지고, 또 다른 이들까지 루이드와 같은 생각을 한다는 게 좋았다.
“사람들을 다루는 일이야, 늘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고. 힘든 일이지만. 모든 게 나아지고 있다는 게 보인달까.”
병사는 뿌듯한 얼굴로 묵묵히 일하는 작업자들을 보았다.
고된 현장 일에 힘들 만도 했지만, 일꾼들의 표정은 밝았다.
“사실은 난 킬베리움 출신이거든.”
“킬베리움 출신이라고요? 그……. 포커드 남작 가문의…….”
루이드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래, 맞아. 게다가 빈민이었거든. 땅도 없고, 집도 없었지. 뭐, 그런 자들이 한둘이 아니지만 말이야. 널리고 널린 게 그런 인간들이지 않나. 하지만 우연찮게 루이드 포커드 백작님이 하는 사업에 참여하게 됐지.”
그는 옛날을 추억하면서 어쩐지 목소리가 조금 잠겼다.
“계속 참여하게 되면서 돈을 모으고, 모은 돈으로 검술 훈련을 받았지. 뭐, 처음에는 용병 일이라도 할까 했는데. 우연히 영주님 눈에 들게 된 거야.”
루이드는 모르는 일이었다.
그렇다면 자신이 그리슨빌로 떠나온 뒤의 일일까. 그럴 수도 있었다.
루이드가 킬베리움을 떠나온 뒤로도 그의 사업은 멈추지 않았으니까.
킬베리움에서도 여전히 쓰지 않는 땅을 개발하고 더 좋은 기술로 시설을 정비하는 일이 계속됐다.
광산 개발과 대장간에서의 장인 육성 또한 계속하고 있었다.
루이드가 그리슨빌에서 시행하는 다른 사업들도 센티미온이나 킬베리움에서도 여건만 된다면 함께 발전시키고 있었다.
“호……. 그렇게 기회를 얻어서 왕국 군이 되신 겁니까?”
루이드는 그가 입은 갑옷에 새겨진 이그라의 문양을 보며 말했다.
작은 시골 영지의 빈민이 왕국 군이 되는 일은 아주 특별한 일이었다.
게다가 루이드가 사업을 시작한 지 이제 7년이 지났을 뿐이었다.
“백작님껜 정말 고마운 마음뿐이야. 내 인생을 바꿔놨거든. 고아에, 부랑아에, 빈민이었던 내가 어떻게 이렇게 번듯하게 살아갈 수 있었겠나.”
그는 멋쩍은지 코를 쓱 비볐다.
‘어쩐지 내 칭찬을 무지하게 해 주더라니. 뿌듯하네.’
지금 자신이 괴한을 찾아 떠나는 상황만 아니었다면, 루이드는 이 병사를 영지에 특별히 초대했을 터였다.
주름진 그의 얼굴이 먼 방향을 바라보았다.
“이 도로가 그리슨빌까지 닿으면 그분을 만날 수 있겠지.”
“엇…….”
루이드는 안타깝다는 듯 탄식했다. 병사는 의아한 얼굴을 했다.
“아, 그게……. 아니라. 아하하.”
뭐라고 할 말이 없었다.
지금 그리슨빌에 있는 것은 자신이 아닌 헤랏산.
그리고 괴한을 찾아 떠나는 여정이 얼마나 오래 걸릴지는 알 수 없는 것이었다.
‘이 공사가 그리슨빌에 닿으려면 얼마나 걸리려나.’
이그라 횡단 대로 공사는 빨리 끝날 작업이 아니었다.
물론 정령사들이나 마법사들도 함께 일을 진행하고는 있으나, 인력 대부분이 일반 인부였다.
루이드 전생에서 도로를 만드는 것처럼 커다란 차가 와서 타르를 붓는 것도 아니었다.
반듯하게 다듬어진 돌을 질서정연하게, 도로의 구실을 할 수 있을 만큼 짜 맞추어 놓는 일.
한 마디로 돌길이었다.
‘괴한을 추적하고, 돌아오는 일……. 그래. 기한이 없다면 늘어지고 말지도 모르겠지. 이것을 목표로 삼는 거다. 이 자가 그리슨빌에 도착하기 전까지 다시 돌아오는 것으로.’
“지금 루이드 포커드 백작이 그리슨빌을 비운 참이거든요.”
“아아, 그 소식은 이미 들었지. 센티미온에 조카를 보러 갔다고 하던데.”
“귀족들이란, 그렇게 한 계절을 머물기도 하잖아요.”
“음! 내가 생각하기로는 포커드 백작님은 조카의 얼굴을 보자마자 곧장 그리슨빌로 떠나실걸. 그분은 타고나기를 일벌레시거든. 내 그런 사람은 처음 봤지. 정말 별종이시라고! 와하하하!”
병사는 호탕하게 웃었다.
루이드는 그의 말에 기쁘면서도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었다.
‘칭찬이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즐거운 대화를 나눈 루이드 일행이 공사 현장에서 멀어졌다.
“와아, 그 병사. 루이드 님을 찬양하던 수준인데요.”
아샤라가 멀어지는 병사를 다시 한번 돌아보며 말했다.
“흠흠, 이 몸이 찬양받을 짓을 하긴 했지.”
“그의 말대로, 이그라 백성들 대부분은 루이드 님에 대한 칭찬 일색일 테죠.”
“당연하지.”
“흐응.”
“응? 그 반응은 뭐야?”
“네? 뭘요.”
“아니, 뭔가 빈정대는 듯한데?”
아샤라는 눈썹을 잔뜩 찌푸렸다.
“빈정거리다뇨! 전 그저 걱정한 것뿐이라고요.”
“응? 무슨 걱정?”
“루이……, 아니 그러니까 D가 늘 그랬잖아요. 팔푼이 귀족으로 남아 있어야 한다고요.”
“아.”
백작위를 받고서도 그에 어울리는 영지조차 받지 못했던 루이드였다.
그런 와중에도 루이드는 왕실을 계속 도와왔다.
선행을 베풀기 위한 행동은 아니었지만, 의도한 대로, 또는 의도하지 않은 대로 이런저런 일을 벌이는 바람에 이그라의 많은 백성의 선망을 받게 되었다.
그리고 루이드의 업적은 멈추지 않고 계속되고 있었다.
눈앞에 오르는 명성 포인트만 보아도 그랬다.
“그러니까, 귀족파들의 움직임을 걱정하는 거야?”
루이드의 말에 아샤라는 작게 턱을 끄덕였다.
“물론 지금까지는 조용히 있지만 말이에요. 오히려 수상스러울 정도로요.”
“맞는 말이긴 하지만……. 내가 처신을 잘했기 때문 아닐까?”
루이드가 장난스럽게 씩 웃어 보이자, 아샤라는 미간을 찡그려 보였다.
그래도 그녀 또한 미소 지었다.
* * *
휘익, 휙.
윤기 흐르는 검은 머리에 푸른 눈. 오뚝한 콧날 아래로 딱 알맞은 모양의 입술.
날렵한 턱선을 가진 사내가 집무실에 앉아 깃펜을 돌리고 있었다.
무척이나 지루한 표정이었다.
루이드 D 포커드.
그의 흉내를 내는 헤랏산 밀라비아였다.
“흐아아아……. 정말 심심해.”
앞쪽 책상에 앉은 푸른 물빛 머리의 정령사는 흐린 눈으로 그녀의 모습을 보고 있었다.
“이제 거울을 보는 건 질렸나 보죠?”
“아……. 물론, 루이드 님의 얼굴은 100번을 봐도 안 질리는 엄청난 미남이기는 하지만……. 뭐어, 모든 부분이 다 루이드 님 모습대로 변한 것도 아니라서…….”
헤랏산이 힐긋, 책상 아래로 눈짓했다.
“무, 무슨, 뭔 소리를 하는 거예요!”
멜리옌은 두 뺨을 붉히며 책상을 내리쳤다. 감정 표현이 강하지 않은 그녀로서는 가장 강한 의사 표현이었을 터였다.
“흐응. 뭘 그리 부끄러워하고 그러시나. 알 거 다 아는 나이 아닌가.”
“그런 문제가 아니잖아요! 당신, 당신은 루이드 님의 몸으로 대체……!!”
“어허, 당신이라니. 나는 밀라비아의 왕족이래도?”
“참나! 그런 건 정령사인 저한테 아무런 의미도 없다고요! 게다가 어차피 이곳은 루이드 님의 땅이고요.”
“……그래?”
헤랏산은 불만족스러운 얼굴로 뚱하니 있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는 멜리옌에게 성큼성큼 걸어가 얼굴을 쑥 들이밀었다.
“뭐, 뭐예요!”
멜리옌은 깜짝 놀라 몸을 뒤로 뺐다.
“흐흥. 하지만 말이야. 아무리 그래도 내가 백작님의 얼굴을 하고 있으니까. 마음대로 성내기 어렵지?”
“뭐라고요?”
멜리옌은 기가 찬다는 얼굴로 헤랏산을 보았지만, 그녀가 말했다시피 헤랏산은 루이드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
“역시군. 후후후. 좋아. 지루했는데 잘 됐다.”
헤랏산은 다짜고짜 멜리옌을 끌어안았다.
“꺅! 뭐예요~! 하지 마욧!”
“필살 간지럼 태우기다! 백작님의 얼굴을 한 나를 팰 수는 없겠지!”
“당신 미쳤어요?!”
“그래! 심심해서 미쳐버렸다! 이 모습으론 함부로 훈련도 못 하고!”
우당탕, 쿠당탕. 한바탕 몸싸움이 일어났다.
“둘이 왠지 엄청 친해질 것 같지 않아?”
아샤라의 모습을 한 운다인이 키득거렸다.
“흐응. 글쎄. 완전 상극인 것 같은데. 멜리옌의 힘이 쭉쭉 닳는 게 느껴져.”
솔라의 모습을 한 노에스는 동조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중얼거렸다.
똑똑.
“엇……, 누구야?”
“헤이란입니다.”
끼익. 문이 열리고 헤이란이 모습을 드러냈다.
“후작 가문에서 사람이 도착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