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ron' Son has Paranormal Abilities RAW novel - Chapter (159)
남작 아들은 초상능력자-159화(159/252)
제159화
제9편 추적(4)
“불안해 보이시네요?”
“흐음. 글쎄. 불안하다기보다는…….”
단데리온 후작의 성정은 더럽기로 유명했다.
그냥 루이드와는 하나부터 열까지 맞지 않는, 본능적으로 꺼림칙한 사람이었다.
왕궁에서 마지막으로 마주쳤을 때도 좋은 기억은 아니었다.
“딱히 사건 사고가 있었던 건 아닌데.”
“어차피 우리 모습이나 신분이 완전히 달라졌잖아. 걱정할 필요 없어.”
아르헬이 루이드 쪽으로 고개를 쑥 내밀었다.
그녀의 말대로 확연하게 달라진 모습에 루이드는 조금 놀랐다.
“하긴 네 말이 맞아. 헬.”
“아하하, 그렇게 불리는 거 정말 좋아. 완전 짱 강하게 들리거든!”
아르헬은 만족한 얼굴로 히죽거렸다.
이전의 모습과 전혀 달랐지만, 그 얼굴만큼은 아르헬의 것이어서 루이드는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래. 그까짓 단데리온 때문에 머뭇거릴 수야 없지. 가자!”
루이드가 고삐를 차자, 일행들도 서둘러 후작령을 향해 달렸다.
* * *
높고 커다란 성벽과 낡고 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건물들의 모습이 보였다.
단데리온 후작령의 성도.
데모레빌라스.
늪지대가 많다는 지도의 기록처럼, 아직 겨울인데도 습한 기운이 가득한 곳이었다.
후작령의 성도답게 규모가 큰 성도는 인파로 북적였다.
“흠. 단데리온 후작령 사람들은 왜 이렇게 기운이 없어 보이지? 내 기분 탓인가?”
아르헬이 중얼거렸다.
하지만 루이드 역시 그렇게 느끼고 있었다.
성도에 도착하기 전까지 들렀던 마을에서도 그랬다.
그들은 어딘가 조금 초췌해 보였다. 피곤함에 찌든 얼굴들.
이유를 알아내려 해도 후작령 사람들은 입이 무거웠다.
루이드 일행과 같은 외지인에게 무척 경계했다.
성격 나쁜 영주 아래에 있는 영지민들에게 자주 찾아볼 수 있는 반응이기는 해서, 루이드는 그것이 이상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다만 신경 쓰이는 것은 펜던트의 화살표.
‘천천히 깜빡이고 있어. 이건……. 추적하는 목표가 가까워졌다는 의민데.’
괴한이 이곳에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라면 그를 찾을 실마리라도. 이곳에 있다.
루이드의 심장이 쿵쿵 뛰었다.
어쩌면 영지민들의 상태가 놈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곳을 샅샅이 조사해야겠군.’
코니에게 저주를 걸었듯이. 후작령에 어떤 고대의 저주를 걸었을지도 몰랐다.
“오, 이건 뭘까? 이런 건 처음 봐. 루이드! 이것 좀 봐!”
아르헬이 잡아끌어 루이드가 본 것은 상점의 가판대였다.
“음? 물고기?”
“엄청 이상하게 생겼어!”
가판대에 진열된 물고기는 묘한 모습이었다.
비늘이 거의 없고 미끈거려 보였다. 게다가 아가미 양옆으로 난 지느러미로 계속해서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루이드는 그 모습이 갯벌에 사는 망둑어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그보다 훨씬 징그럽기는 했지만.
“응? 외지에서 오신 용병님들인가 보군요.”
상인이 신기해하는 아르헬 앞으로 와 말을 붙였다.
그는 평범한 상인이라고 하기에는 엄청나게 큰 덩치를 가지고 있었다.
까무잡잡한 피부에, 터질듯한 근육. 키도 루이드보다 머리통 세 개는 더 컸다.
척 보기에는 십여 년간 격투를 연마한 것 같은 외모.
루이드는 멍하니 상인의 외모를 훑어보았다. 아르헬은 그의 등장에도 놀라지 않고 쾌활하게 물었다.
“이게 뭔가요?”
“응, 이건 늪지대에 사는 물고기라우. 여기 후작령 일대에서만 잡히는 물고기지. 이놈 살에서는 진흙 맛이 나지만, 탕을 끓이면 남자한테 아주 좋다고.”
상인은 루이드를 힐끔 보았다. 그리고는 가볍게 킬킬거렸다.
“거기 용병님은 좀 고아 드셔야겠는데?”
루이드의 외관은 원래의 검은 머리때보다 훨씬 가녀려 보였다.
아샤라의 취향인 미청년 스타일이랄까.
뒤로 아샤라가 크게 움찔대는 것이 느껴졌지만, 루이드는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쳤다.
“제가 보기보다는 내실이 좋아서요.”
“으응?!”
“기사 달린 이야기를 아십니까?”
아주 오래된 이야기였다. 텔도라그 대륙 전역에 퍼진 유명한 전설.
심포니안 왕국의 꽃 기사 달린과 그의 애인들.
외설스럽고 심히 자극적이어서, 음유시인들의 단골 레퍼토리였다. 그러니 책을 읽지 못하는 평민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많았다.
꽃같이 아름다운 미남자인 기사 달린이 온갖 여성들을 후리고 다닌 에피소드들이 액자식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가 홀린 여성들에는 인간뿐만 아니라, 엘프와 몬스터까지 있었으니. 그 이야기의 선정성에 관해서는 두말할 필요가 없으리라.
이야기의 마지막은 제국 황비의 마음까지 뒤흔든 바람에 황제를 통해 잔혹하게 살해당했다는 비극으로 끝났지만.
어쨌든 상인도 달린 이야기를 아는 눈치여서, 루이드는 방긋 웃으며 톡 쏘아붙였다.
“꽃들도 기왕이면 예쁜 나비를 좋아하더라고요.”
“뭣…….”
상인은 한 방 먹은 듯 놀란 얼굴을 했다가 웃음을 터트렸다.
“아이고, 제가 용병 나리께 실례를 했구먼요! 으하하! 하기야. 겉모습만 보고서 사람을 판단하면 안 되지! 미안한걸! 내 사과의 의미로 이 롱갈탕을 대접하지. 마침 안쪽에서 끓이고 있거든.”
“그러니까 마실 필요가 없대도요.”
“사과의 의미로 받아주쇼!”
상인은 두 손을 싹싹 비비며 굽실거렸다.
“뭐야, 나도 먹을래! 왜 남자한테만 좋은데?”
아르헬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고, 뒤에 선 아샤라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으하하! 재밌는 용병 나리들이로구먼!”
상인은 아르헬에게 깨끗하고 알이 굵은 사과 하나까지 서비스라고 내밀며 손님들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그의 무례함에 기분이 상할 법도 했지만, 루이드는 사실 그의 활기참이 반가울 지경이었다.
단데리온 후작령을 지나는 내내 영지민들 사이에 흐르는 우울감 때문에 기분이 축 처지던 참이었으니까.
조금 짓궂은 사람일 뿐, 그는 본성이 나쁜 사람 같지는 않았다.
“리아!! 롱갈탕 다섯 잔 내어 와라!!”
그는 상점 뒤쪽을 향해 크게 소리쳤다.
그랬더니 곧 뒷문을 열고 작은 여자아이가 쟁반을 든 채 나타났다.
조그만 나무 잔에는 거무죽죽하고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음료가 담겨 있었다.
“자아! 그럼 용병님들, 다들 한 잔씩 들이켜십쇼! 서비스입니다! 이 탕을 해 먹기가 쉽지 않습니다. 우리 가게 특별 메뉴라니까!”
“됐다니까 그러네……. 그런데 정말로 효과가 있나?”
루이드는 의심의 눈초리를 하면서도 잔을 받아 홀짝였다.
과연 뜨거운 진흙에 나무껍질을 달인 맛이었다.
루이드가 인상을 찌푸리자, 상인은 껄껄 웃었다.
“용병님은 인상을 쓰셔도 잘 생기셨구먼! 롱갈탕의 능력은 틀림없지! 아마 오늘 밤 용병님께선 이 영지의…….”
“그만 해요!”
아샤라가 상인의 말을 잘랐다.
“으하하! 아이, 이것 참. 그렇군. 숙녀분들도 계신 데, 으하하하!”
“죄송해요, 마법사님. 우리 아버지께선 좀 부끄러움이 없으셔서. 그래도 롱갈탕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좋은 보양 음식이니, 쭉 들이키셔요.”
리아, 라는 작은 여자아이가 루이드가 비운 잔을 받아 쟁반에 올리며 말했다.
“우리 딸이 참 예쁘지요? 그게 다 어렸을 때부터 이 롱갈탕을 마셔서 그렇답니다.”
상인은 리아가 루이드 일행이 마신 잔을 모두 회수하자, 그녀의 머리를 마구 쓰다듬었다.
“우리 마누라가 남겨준 보물이거든. 자아, 리아. 용병님들께 인사해라.”
“프레이시안에 오신 걸 환영해요. 용병님들!”
리아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아마도 그라곤 토벌 때문에 오신 거죠?”
“그라곤?”
루이드가 눈을 동그랗게 뜨자 리아의 눈에 의아한 빛이 돌았다.
“어라, 그라곤 때문에 후작님께서 모집한 용병님들이 아니세요? 하긴……. 토벌대는 이미 떠나긴 했는데…….”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해 줄래?”
리아는 아버지인 상인의 눈치를 살짝 봤다.
“흠, 오늘 용병님들께 내가 실수한 것이 있으니! 리아 네가 대신 설명해드리도록 해라. 난 장사해야 하니 저쪽으로 좀 가서.”
상인은 손가락을 튕겨 소리를 내더니 리아에게 저 멀리 광장을 가리켰다.
“응, 따라오세요. 용병님들.”
리아는 가게 안에 쟁반을 놓아두고는 타박타박 가볍게 걸어 앞장섰다.
“요 몇 달 전부터 단데리온 후작님께서 용병들을 불러 모으셨어요. 저기 성도의 서쪽에서 그라곤이라는 몬스터가 나타났기 때문이죠.”
작은 소녀는 루이드 일행을 이끌고 광장으로 향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얼른 그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입이 근질거린다는 듯이.
“그래서 그 그라곤이라는 게 대체 뭐지? 처음 들어보는 몬스터인데?”
“아. 놈은 바실리크래요. 그런데 기묘하게 날개를 달고 있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놈이 직접 자신의 이름을 그라곤이라고 했대요!”
“흐음. 말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지능이 높은 몬스터인가?”
리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라곤이 후작령 서쪽 마을 두 개를 불사르고 주민들을 잡아먹었대요. 그래서 후작령 전체가 근심 걱정으로 가득했죠.”
“아, 그래서였군. 후작령의 영지민들이 묘하게 우울해 보였던 건.”
루이드는 이제야 이해가 간다는 얼굴로 주위를 살피며 프레이시안의 노후된 도로를 건넜다.
낡기는 해도 오래되고, 게다가 후작령의 성도였기에 다른 영지에 비하면 길이 크고 잘 닦여 있었다.
“흠, 아마도 그럴지도 모르죠. 그라곤의 자식들이 밤마다 처녀를 납치해가서 그럴지도 모르고요.”
“처녀를 납치한다고?”
아샤라가 인상을 찡그리며 묻자 리아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대답했다.
“네. 몇 달째, 이곳 성도나 멀리 떨어진 마을에서나. 여자애들이 없어지기 시작했거든요. 아빠가 상인이셔서요. 오고 가면서 물건을 대주는 아저씨들 이야기를 들었어요.”
“처녀를 납치하는 몬스터라.”
루이드는 턱을 긁었다.
이것이 정말 사실인지, 아니면 겁에 질린 인간들이 만들어낸 허상일지는 몰라도 문서로 남아 있는 기록에는 그런 종류가 꽤 있었다.
“어쨌든 토벌대가 출발했다는 말이지?”
“네. 아직 이렇다 할 소식은 없고요. 그래서 깜빡, 용병님들도 그 토벌대에 참가하시려고 온 줄 알았어요. 토벌대가 떠난 지……. 어, 음. 아직 일주일도 안 됐거든…… 윽!”
루이드를 돌아보며 입을 쉬지 않던 리아는 누군가의 등에 얼굴을 처박고 말았다.
“아이 씨, 뭐야?!”
리아가 부딪힌 상대는 거친 언사를 내뱉으며 리아의 뒷덜미를 확 낚아챘다.
“이런…….”
루이드는 단박에 불길함을 느꼈다. 일이 잘 풀리지 않을 것 같다는 직감이 들었기 때문.
“이런 더러운 평민 꼬맹이가!”
리아를 잡아 올린 상대는 단데리온 후작의 사병으로 보였다.
그러니까 이곳의 영지군이자 성도 주둔군이라는 말.
그런 위치에 있다면 이 성도 안에서 웬만한 귀족을 제외하면 충분히 권력자라는 뜻이었다.
루이드가 본 모습의 루이드 D 포커드 백작이라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겠지만, 그는 지금 금발의 용병 D일 뿐이었다.
‘일이 귀찮아지겠는데.’
루이드는 미간을 한껏 찌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