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ron' Son has Paranormal Abilities RAW novel - Chapter (162)
남작 아들은 초상능력자-162화(162/252)
제162화
제12편 프레이시안(3)
타탓! 카아아앙!!
사실 루이드는 전혀 긴장되지 않았다.
리아를 빼돌리는 순간에도 루이드의 움직임에 전혀 반응하지 못하던 브레도 아니던가.
쉬이익!
루이드의 날렵한 검이 브레도의 겨드랑이를 노리고 파고들었다.
‘죽일 생각은 없으니까.’
“흐크어억!!”
브레도는 괴상한 소리를 내며 루이드의 검을 겨우 피했다.
사실 루이드가 피하도록 둔 것이나 다름없었다.
‘좋아, 내 실력이 벌써 이만큼이나 늘었군. 역시 꾸준한 것이 좋다니까. 물론…… 오러를 쓸 순 없지만.’
사실 루이드가 허약하고 검술도 전혀 할 줄 몰랐던 건 다 오러를 다룰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오러를 다룰 줄 모르니, 결국 기사가 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냥 시작을 안 했다.
하지만 초상 능력을 되찾고 체력을 조금이라도 늘리기 위해 검술을 다시 훈련했다.
능력만으로는 공격과 방어에 한계가 있었으니까.
매일, 매일. 조금씩이라도.
책을 읽는 것과 같이 꾸준히.
그 결과가 빛을 발하고 있었다.
“으아아아!”
계속해서 루이드에게 밀리던 브레도가 다시 오러를 끌어내기 시작했다.
‘음, 그래야지. 바보가 아니라면 그래야지.’
아무리 검술 실력을 쌓았어도 일반인이 오러를 사용하는 검사를 상대하기란 어려운 일.
하지만 이 또한 루이드에게는 크게 문제 되지 않았다.
이미 루이드의 신체는 일반인과 달랐다.
오러를 통해 몸을 단련하는 것과 같이, 능력의 힘으로 업그레이드된 루이드였다.
‘내 레벨이 얼마였더라.’
게다가 대놓고 멋들어진 능력의 힘을 사용할 순 없었지만.
쉬이익!!
쇄도하는 브레도의 칼끝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와 동시에 루이드의 눈에 아주 잠깐 빛이 어렸다.
‘검이 맘대로 안 움직일 것이다.’
브레도의 검에 조금만 부하를 더 주어도, 그가 걸친 갑옷을 조금만 잡아당겨도 움직임은 무너진다.
다만, 심판이 레온 크레이브 공작이었기 때문에 조심할 필요가 있었다.
너무 과하게 능력을 쓴다면 공작은 반드시 눈치채고 말리라.
‘오랜만에 이런 섬세한 작업을 치는 것도 재밌네.’
루이드는 초상 능력을 사용하면서, 자신의 검술을 마음껏 뽐냈다. 게다가 헤랏산과 대련하면서 익힌 밀라비아의 검술도 응용해서 선보였다.
루이드가 펼쳐 놓는 검식은 거의 춤을 추는 것 같았고, 예술적이었으며, 완전히 브레도를 가지고 놀고 있었다.
“헉, 흐억! 으으으!!”
브레도의 이성은 끊어지기 직전이었다.
오늘따라 몸이 무겁고 스텝이 꼬였다.
검이 흔들렸다. 숨을 쉬는 것이 점점 더 힘들었다.
“형편없군.”
레온 크레이브 공작의 탄식은 브레도를 완전히 패닉에 빠트렸다.
“으아아아아!!”
자신의 모든 힘을 끌어내 일격을 가하는 브레도.
어찌나 과격한 오러의 발출인지, 주변의 흙과 돌멩이가 날릴 정도였다.
“오.”
루이드는 돌진하며 검을 휘두르는 브레도의 앞에서 훌쩍 높게 뛰어올랐다.
휙, 공중에서 한 바퀴를 돈 루이드는 검을 휘둘러 비어버린 브레도의 머리를 밟고 한 바퀴를 더 돌았다.
“우오오!!”
“저 기사님 움직임 좀 봐!”
“세상에!”
구경꾼들은 마치 유랑 극단의 묘기를 본 듯 함성을 질렀다.
탓, 쉬익!
루이드는 멈추지 않고 바닥에 착지한 뒤 발차기를 했다. 오금을 걷어차인 브레도의 무릎이 확 꺾였다.
브레도의 자세가 낮아지는 순간을 루이드는 놓치지 않았다. 그 자리에 서서 곧장 검을 휘둘렀다.
그리고 손잡이의 뒤쪽으로 브레도의 뒷목을 가격했다.
퍼억!
“억!”
브레도는 앞으로 엎어져 버렸다. 그의 입에서 거품 섞인 침이 흘러나왔다.
“멧돼지보다 못한 공격이었어.”
루이드는 브레도에게 다가가 숨이 붙어있는지 확인했다.
“으으…….”
브레도는 초점 없는 눈으로 신음했다.
‘흥, 다행히 살짝 기절한 것 정도네. 딱 좋다. 죽으면 곤란하니까.’
브레도가 일어나지 못하자 구경꾼들이 휘파람을 불며 손뼉 쳤다.
“대단해!”
“멋져요!”
“기사님! 대단해요!”
“이 자식들이! 조용히 하지 못해?!”
“소란 떨지 마라!”
브레도의 곁에 있었던 병사들이 레온 크레이브 공작의 눈치를 보며 구경꾼들의 환호를 저지했다.
“그대가 이겼군. 축하하지.”
크레이브 공작이 루이드에게 다가왔다.
“감사합니다. 공작님 덕분에 공명정대한 판정이 이루어졌네요.”
“…….”
공작은 말없이 루이드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응? 드, 들켰나.’
루이드는 긴장한 얼굴로 공작을 마주 보았다.
“포커드의 기사라고.”
공작의 목소리는 루이드의 예상보다 훨씬 부드러웠다.
“아, 예. 뭐, 그렇습니다.”
“포커드 남작 가문에서 기사 수련을 받은 건가?”
“예? 아……. 넵.”
“포커드 남작의 검술 실력은 왕국에서 알아주지.”
‘응? 공작과 아버지가 친분이 있던가?’
그는 제이스 포커드에 관하여 잘 안다는 식으로 말했다.
“내가 아직 어릴 적 그분을 뵌 적이 있었지. 그대가 쓰는 검술을 보니 확실히 포커드의 것이군. 이것저것 섞여 있는 것 같긴 하지만.”
“아하, 그러시군요. 사실 저는 짧은 기사 교육만 받았을 뿐, 방랑 기사여서요……. 하하.”
“……흠, 그래. 정식 기사가 되기에는 실력을 갈고닦을 필요가 있어 보이는군.”
루이드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오러를 사용하는 상대에게 오러로 맞서지 않은 이유는?”
“……저 오러 쓸 줄 모르는데요.”
“……!!”
공작은 깜짝 놀란 얼굴로 루이드를 보았다.
‘후후, 저렇게 놀라는 꼴을 보니. 내 실력이 생각보다 괜찮았다는 뜻이겠지. 하지만 이 양반아. 오러를 사용할 수 있는 사람들도 사실 소수라고. 그런 얼굴은 실례지.’
원래 모습이었다면 한 마디 톡 쏘아붙일 수 있었겠지만, 루이드는 참았다.
평민의 신분으로 공작의 심기를 건드릴 생각은 없었다.
‘일단 이곳을 조사하고 마저 괴한을 쫓을 때까지는 조심 또 조심이야.’
하지만 루이드는 공작의 표정을 보고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어, 저기……. 공작님?”
그는 매우 안타까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어? 진심이잖아?’
루이드에게는 익숙한 반응이기도 했다.
어릴 적 오러를 전혀 느낄 수 없는 체질로 판명 난 후 줄곧 보아온 표정이었으니까.
하지만 어쩐지 지금 와서 공작의 그런 순수한 동정의 눈길이 발끈하는 것이었다.
“동정하지 않으셔도 되거든요. 전 충분히 강하니까요.”
“……물론 그대는 강하지만.”
공작은 입을 다물었지만, 오러를 다룰 줄 알았다면 훨씬 더 강해졌겠지, 라는 말이 루이드의 귓가에 들렸다.
“굉장히 다정하신데요. 그거 무례하기도 하거든요.”
루이드의 말에 공작은 깜짝 놀란 얼굴을 했다.
“소드 마스터에 공작님이시라 해도 잘 모르는 남을 함부로 동정하시지 말라고요. 물론 잘 아는 사람도 함부로 동정하지 마시고요.”
결국 공작에게 톡 쏘아붙인 뒤에 약간의 후회가 따랐다.
‘아씨, 그냥 무시하고 말 것을.’
크레이브 공작은 생각보다 꽉 막힌 성격을 가진 자였다.
그러니 여기서 그의 기분이라도 상했다면…….
“그대의 이름이 무엇인가?”
“……예?”
“그대는 참 당돌하군.”
“음……. 죄송합니다. 공작님. 한 번만 봐주시겠습니까?”
곧장 태도를 바꾸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레온 크레이브 공작이 웃음을 터트린 것이다.
“엇…….”
그 반응은 예상하지 못해서 루이드는 잠시 굳었다.
‘뭐야, 웃을 줄 아는 사람이었잖아?’
항상 심각하고 화가 잔뜩 난 것 같은 굳은 얼굴이었다. 왕궁을 드나들며 루이드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표정.
‘역시 날 그냥 싫어하는 게 맞았구나.’
괘씸함에 또 한 번 기분이 상하려던 차에 공작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대를 저녁 식사에 초대하지. 물론 꾀죄죄한 그대의 모습을 동정해서가 아니다.”
루이드는 턱이 빠질 듯 입이 벌어졌다.
“그대를 보니 옛 추억이 떠올라서 그래. 게다가……. 단데리온 후작령에서 작은 소란을 일으켰으니, 후작께 얼굴이라도 비쳐야겠지.”
“공작님이 책임지시는 것 아녔습니까?”
“물론. 그러니 식사 한 끼 정도는 해 줄 수 있겠지?”
“허어.”
루이드는 황당한 얼굴로 뒤를 흘긋 돌아보았다.
레온 크레이브 공작이 이곳에 있었던 이유는 단데리온 후작에게 볼일이 있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았다.
‘이 신분으론 사실 아무렇게나 깽판 칠 수 있지만……. 생각해보니 공작을 따라간다면 그라곤에 관한 이야기나, 단데리온 후작의 성도 어느 정도 훑어볼 수 있겠지.’
펜던트의 화살표가 깜빡였으니, 실마리가 근처에 있다는 뜻. 후작령 곳곳을 살펴볼 이유가 있었다.
‘차라리 잘 됐잖아!’
루이드는 고개를 끄덕이곤 뒤를 돌아 아샤라에게 눈짓했다.
대충 대화를 들었을 테니, 다른 수호단들은 루이드가 단데리온 후작의 성을 조사하는 동안 성도를 탐색할 터.
펜던트를 가지고 있는 것은 루이드 뿐이었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이미 목표가 근처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아샤라는 기이한 마법적 주술에 관하여 찾으면 됐다.
또 보라색 마정석의 경우에는 보통 마정석과는 다른 독특한 기운을 풍기기에 더욱 찾기 수월할 터였다.
‘분명히 기이한 일은 일어나. 코니가 그랬듯이. 놈이 이곳에서 뭔 짓거리를 하는 게 맞는다면.’
아샤라와 수호단은 인파 사이로 모습을 감췄다.
루이드는 검을 제대로 챙겨 넣고는 크레이브 공작에게 꾸벅 인사했다.
“D입니다. 그냥 D라고 불러주시면 됩니다.”
“…….”
공작은 다시 한번 감명받은 얼굴을 하더니 앞장섰다.
* * *
“루이드 없이 우리끼리 제대로 찾을 수 있을까.”
아르헬이 입을 쭉 내밀었다.
“해야지.”
아샤라가 루이드와 공작이 있던 방향을 돌아보았다.
“일단 마정석을 추적하는 일이라면 문제없어. 이전에 고대 저주에 관해 들을 때 마정석에서 흘러나오는 에너지를 기억해뒀으니까.”
“그런 걸 할 수 있습니까?”
엠마가 눈을 빛내며 다가왔다.
“응, 다들 마문에 관해서는 들었지?”
“아, 그 마황님께서 말씀하시던……. 마나를 쓰는 자들의 지문 같은 거라고 했었죠. 지문처럼 모든 인간이 다 다르다고.”
루이드가 영지에서 지문을 수집하는 일을 벌였기 때문에 엠마도 지문과 마문에 관하여 잘 알고 있었다.
사실 엠마뿐만 아니라 그리슨빌의 영지민이라면 당연히 아는 개념이 되었다.
“맞아. 그걸 읽는 법을 배웠거든. 그동안. 루이드 님의 조카님께 박혀있던 마정석은……. 저주 때문에 가려져 단박에 알아채지 못했지만 말이야.”
“그, 그런 걸 배울 수 있다고? 타고 나야 하는 것 아녔어?”
아르헬은 입을 동그랗게 오므렸다.
“응, 원래는 그런데. 클베가 난 할 수 있을 거라고 하더라고. 마황의 핏줄이니까. 그래서 연습했더니 됐어.”
아샤라가 쉽게 말해버리자, 아르헬은 발을 동동 굴렀다.
“뭐, 뭐엇! 아샤라!! 사기야! 그런 게 어딨어! 그거 뭐냐! 이런 거 루이드가 그거랬는데!”
“으응?”
“먼치킨!!”
아르헬이 검지를 치켜올리며 비장하게 말했다.
“뭐야 그게.”
“몰라. 아샤라처럼 그렇게 혼자 다 해버리는 게 그런 거랬어.”
“뭐라고……. 그냥 루이드 님 자기소개 아냐?”
“치사해, 치사해! 아르헬도 할래!”
“글쎄, 아르헬도 드래곤씩이나 되니까 금방 할 수 있을지도 몰라.”
아르헬이 볼을 잔뜩 부풀리는 사이 아샤라는 거침없이 앞으로 나섰다.
“루이드 님은 성안을 조사하실 테니, 우린 도시를 싹 쓸어야 해. 이 넓은 성도를 전부 살펴야 하니 부지런하게 움직여야 해.”
“아샤라가 추적하는 동안, 우린 그저 따라다녀야 하는 건가.”
아르헬이 꿍얼거리자, 아샤라의 목걸이에서 어른거리는 빛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아니, 아무리 무식한 방법으로 탐색한다고 해도. 그 정도는 아니지. 마법사잖니.”
후작령의 성도는 하루에 다 둘러볼 수 있을 정도로 작지 않았다.
여행차 들른다 해도 그랬다.
키이잉. 아샤라의 마법이 발동되면서 나머지 수호단들의 눈 위로 푸른 빛이 어렸다.
“어! 뭐, 뭐야. 시선이 이상해!”
“단기적으로 마문을 볼 수 있는 마법이지.”
“아샤라 대단해! 어떻게 이게 가능한 거야?”
“호오, 정말 대단해요. 이게 마나를 사용하는 자들의 시선인가요?!”
“대단하다.”
엠마도 솔라도 색다르게 펼쳐지는 시선에 감탄사를 쏟아냈다.
이곳은 후작령의 성도인 만큼 마문을 확인할 거리가 많았다.
“내 눈을 빌려주는 셈이거든.”
“뭐어!”
아르헬이 보니, 아샤라의 안구 쪽으로 마나가 잔뜩 몰려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아샤라가 한 말의 의미는 따로 있지 않았다. 정말로 눈을 빌려주고 있었던 것.
게다가 마나의 움직임이 엄청나게 활발했다.
그건 많은 마나를 소모하고 있다는 뜻.
“아샤라에게 부담이 되지 않도록 우리가 빨리 움직여야겠네.”
이미 아샤라의 마법은 여럿이 중첩되고 있었다.
비록 인상을 흐리게 하는 마법은 마정석 목걸이가 부담을 덜어주고 있기는 했지만, 추적과 눈을 빌려주는 마법 두 가지.
더블 캐스팅은 5 클래스 마법사에게도 충분히 부담이 큰 법. 게다가 능력이 지속되는 유지 마법이었다.
아르헬은 아샤라가 소모하는 마나를 가늠해보았다.
드래곤인 자신이 성장하면서, 순식간에 아샤라를 따라잡았다고 생각했다.
한데 그녀의 마력은 고작 몇 달 전과는 차원이 다르게 늘어나 있었다.
‘5 클래스 마스터 정도가 아니야. 벌써 6 클래스를 마스터했을 정도.’
어느 순간에 이렇게 성취를 이룬 것일까.
아르헬은 감탄했다.
인간은 5 클래스 이상의 경지부터는 성취 속도가 늦어지기 마련.
아니, 늦춰지는 것이 문제가 아니었다.
일반적인 마법사라면 이런 말도 안 되는 성취는 있을 수 없는 일.
‘질 수 없지.’
아르헬은 꿀꺽 침을 삼켰다.
“뭐, 마나가 바닥나면 자동으로 마법이 그칠 테니 되도록 빨리 처리해주면 고맙겠어. 그리고 보라색 마정석은 보는 순간 모두 알 수 있을 거야. 마법에 옵션을 걸어 놨거든.”
“그럼 다들 서쪽, 동쪽, 남쪽, 북쪽. 맡아서 뒤지자고.”
아르헬의 말에 수호단들은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고 순식간에 흩어졌다.
모두 이 잡듯이 성도를 뒤지기 시작했다.
깊은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했고, 낡고 넓은 성도의 밤이 깊어졌다. 그러는 동안, 그 누구도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밤이슬로 겉옷이 축축해졌을 때.
“이, 이게 뭐야…….”
서쪽 성벽 아래의 공터.
아르헬은 일그러진 마문을 가진 남자 앞에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