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ron' Son has Paranormal Abilities RAW novel - Chapter (163)
남작 아들은 초상능력자-163화(163/252)
제163화
제13편 프레이시안(4)
“우와, 성 되게 크다.”
루이드는 단데리온 후작의 영주성 내성에 들어서며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그리곤 곧 민망해하며 공작의 눈치를 봤다. 공작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
‘아, 며칠 D 행세를 했다고 자꾸 말이 그냥 툭툭 나오네.’
아마 아샤라가 루이드의 생각을 들었다면, ‘신경 쓰지 마세요. 원래도 그러시는데요?’라고 덧붙였겠지만.
확실히 성은 단데리온 후작이 사는 곳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크고 웅장했다.
건물 양식도 같은 왕궁만큼 세련되어 보였다.
“단데리온 가문이 왕궁 건축사를 고용해 지은 성이라지. 정기적으로도 자주 손본다고 들었어.”
공작은 돌아보지 않고 말했다.
‘돼지 목에 진주목걸이네.’
왕의 기술자를 사용해서 비슷한 성을 짓다니. 어찌 보면 왕의 권위에 도전하는 일이었다.
‘그래도 허용된 걸 보니, 역시 널널한 세계관이라니까.’
루이드는 마음껏 성을 구경하며 슬쩍 펜던트를 꺼내 화살표를 확인했다.
깜빡이는 횟수가 점점 더 잦아지고 있었다.
‘뭐냐. 정말로 이 성안에 뭔가 있는 건가? 괴한이?’
두근, 두근.
루이드의 심장이 빠르게 고동쳤다.
‘코니에게 저주를 심었을 때처럼, 어떤 짓을 하기 위해 이곳에 왔을 수도 있다.’
무슨 짓을 벌이고 있는 것일까?
단데리온 후작과 이곳 영지가 위험에 빠지는 일은 아닐까?
어쩌면 그라곤 소동은 괴한이 저지른 일일 수도 있었다.
루이드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갔다.
‘하지만 이건 나를 공격하는 일은 아니다. 분명 내게 이목이 쏠렸던 것 같은데. 어째서? 그럼 내 착각이었단 말인가?’
고민하는 사이, 어느새 영주가 거하는 안쪽 건물까지 도착한 두 사람.
공작을 따라 알현실까지 들어서니, 가장 안쪽 높은 자리에 단데리온 후작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런, 먼 곳까지 오시느라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크레이브 공작 각하.”
단데리온 후작이 낄낄거리며 기분 나쁜 웃음을 흘렸다.
환대의 미소는 아니었다.
마치 물뱀이 헤엄치듯 조용하고 비밀스러운 음습함이 묻어나왔다.
“이렇게 반겨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후작님 입장에서는 저의 방문이 불편할 만도 하실 텐데요.”
공작의 말에 단데리온 후작의 얼굴이 조금 굳어졌다.
‘잉? 무슨 말이지? 불편할 일?’
왜 이곳에 오셨냐고 질문이라도 할 걸 그랬다고 생각하는 순간, 공작은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
“이곳에서 사특한 주술 행위가 일어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제보를 받고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왔으니까요.”
루이드의 눈이 크게 떠졌다.
‘아니, 뭐라고?! 엥?! 나는 왜 몰랐지!’
사실을 따지고 보면 모를 수밖에 없는 일이긴 했다.
레온 크레이브 공작이 움직일 정도라면 정말로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는 제보였기 때문일 터.
그렇다면 의심이 갈 일도, 제보도 공작의 걸음도 모두 극비리에 신속하게 진행되었을 것이다. 평민 행세를 하며 여행 중인 루이드에게까지 알려졌다면 그걸 극비라고 할 수 있겠는가.
루이드의 눈이 데굴데굴 굴러갔다.
‘아니, 그런데 그런 자리에 날 끼우다니? 공작도 조심성이 없군. 훨씬 더 심사숙고하는 타입이라고 생각했는데.’
루이드는 덜컥 걱정되기도 했으나, 또 한편으로는 안심이 되기도 했다.
레온 크레이브 공작의 무력은 확실한 것이었으니까.
“사특한 주술 행위라니. 참, 말이 심하십니다. 이민자들이 많은 영토이니, 가끔 그런 것들이 섞여 들어올 뿐이지요. 낄낄낄……. 하지만 그뿐, 감히 그런 음험한 일은 일어나지 않지요.”
바싹 마른 후작의 입술이 쩝쩝거리며 입맛을 다셨다.
루이드는 그의 피부가 죽은 두꺼비 같다고 생각했다. 그만큼 생기를 잃고 탁한 빛을 띠고 있었다.
이전에 왕궁에서 마주쳤을 때보다 훨씬 더.
“전하께서는 걱정도 많으십니다. 게다가 그런 일이 있다면 당연히 제가 알아서 처리할 문제인데.”
단데리온 후작은 천천히, 그러나 명확하게 적개심을 드러냈다.
영지는 영주의 땅. 아무리 국왕이 있더라도 영주의 소관.
후작령의 일에 관하여 과한 참견을 하는 것은 아직은 허락되지 않는 일이었다.
다만 그 예외가 있으니, 그것은 반란의 조짐을 제압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공작도 지지 않았다.
그의 번득이는 눈이 단데리온 후작을 꼿꼿하게 바라보았다.
“오해하지 마십시오. 국왕께서는 힘을 보태고 싶어 하시니까요. 후작께서 요즘 몸이 편치 않다는 소식을 들어 그분의 검인 저, 레온 크레이브가 후작께 도움이 되기를 원하신 겁니다.”
“…….”
정적이 흐르고 루이드만 뻘쭘하게 주위를 살폈다.
이제는 눈알을 굴리기도 살벌한 기운이 흐르고 있었다. 누구 하나가 마음을 먹는다면 곧장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지 않을까.
“후우…….”
걱정과는 달리 단데리온 후작은 지금 당장 전쟁을 일으킬 생각은 없는 모양이었다.
그는 표정을 조금 누그러뜨린 다음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예. 기대하지요. 힘이 될는지 어떨는지.”
그는 다시 웃음을 터트리며 박수를 짝, 하고 쳤다.
“그럼 저녁 만찬을 기대해 주십시오.”
터엉.
알현실의 문이 닫히고 공작은 하인의 안내를 받아 곧장 방으로 갔다.
루이드가 주위를 살피자, 그는 방으로 들어오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수사를 위해 오셨다면서, 별로 좋은 수는 아닌 것 같던데요.”
루이드의 말에 크레이브 공작은 조금 놀란 듯 돌아보았다.
“자네는……. 내가 무섭지도 않나.”
“공작님이라서요?”
하지만 루이드에게 무서울 것이 무엇이 있을까. 지금처럼 원래 신분도 아닌 이상에야, 전혀 두려운 것이 없었다.
물론 공작이 다짜고짜 검을 휘두른다면 뼈도 못 추리겠지만, 지금 발언은 감옥에 넣으면 넣었지, 갑자기 소드마스터의 추격을 받을 만큼의 실언은 아니었으니까.
‘아닌가?’
아무렴 상관없었다.
“……확실히 좋은 수가 아니지.”
크레이브 공작은 화를 내거나 기분 나빠하는 것 대신 고개를 주억거렸다.
“알고도 그리하셨다는 건 이유가 있다는 거군요.”
“……그대는 닮은 사람이 많군.”
“예?”
크레이브 공작은 소파에 앉으며 루이드를 보았다.
“앉지.”
루이드가 조금 떨어진 좌석에 앉자 그는 다시 중얼거렸다.
“안 닮아도 되는 사람을 좀 닮기도 했고.”
“그건……. 아무래도 욕이겠죠?”
루이드의 말에 그는 푸핫 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무척이나 편안해 보였다.
물론 지금 루이드는 귀족도 뭣도 아닌 방랑 기사일 뿐이고 공작은 평민에서 겨우 기사의 작위를 딴 조금 봐줄 만한 실력의 인물이니 편안할 수밖에 없겠지만.
‘뭐야, 진짜 내 앞이랑 다르단 말이야. 그저 평범한 사람 같네.’
그때 루이드의 머리에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아하! 그래, 우리는 모두 친구 스킬 덕분이구나.’
우리는 모두 친구 스킬은 상대방으로 하여금 알 수 없는 친밀감을 느끼게 하는 스킬이었다.
아주 강한 거부감을 가지지 않는 이상 루이드에게 호감을 느끼게 되고, 그가 바라는 대로 행동하게 되는.
물론 스킬에 당하는 자의 신념을 꺾을 정도로 강력한 효과는 미치지 못했지만 말이다.
‘지금의 나는 공작이 아는 루이드 포커드가 아닌 상태이니 애초에 거부감이 없을 테고. 그래서 스킬 효과가 잘 먹히는 거였구나.’
그렇다면 더욱 잘된 일이었다.
조금만 회유하면 공작은 루이드가 궁금한 것을 죄다 알려줄지도 몰랐다.
“누구를 닮았다고 자꾸 그러십니까?”
처음은 말하기 쉬운 것부터.
“……루이드 포커드 백작.”
예상대로 그는 순순히 입을 열었다.
“헉, 정말입니까?! 루이드 포커드 백작님은 아주 뛰어난 분 아니십니까?! 혈계 능력자에! 얼굴도 엄청 잘 생기셨고!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그분 칭찬이 자자하던데요!”
줄줄 쏟아낸 루이드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씩 웃었다.
그런 루이드를 보며 공작은 눈을 살짝 찌푸리더니, 옅게 한숨을 내쉬었다.
“겁도 없이 조잘거리는 그 싸가지가 닮았다는 거였는데.”
쿠웅.
루이드는 충격받은 얼굴로 공작을 보았다.
‘아무리 솔직할 수 있어도, 인마! 너무 솔직하잖아! 게다가 난 포커드의 기사라고까지 했는데……!’
공작은 재킷 안을 뒤적거리더니 작은 천 주머니를 꺼냈다.
그리고는 그 안의 물건을 꺼내 루이드에게 건넸다.
“뭡니까?”
“사탕이다.”
“예?”
“단 것은 별로 좋아하지 않나?”
“……아니, 뭐. 그다지. 그러니까 갑자기 사탕을 꺼낼 거라고 생각 못 해서요?”
그는 루이드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사탕을 하나 입에 넣었다.
사실 귀족들이 달콤한 디저트를 좋아하는 것은 이상하지 않은 일이었다. 그것은 귀족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었으니까.
특히나 그저 단맛이 나는 풀이나 열매가 아닌, 장인의 손길을 거친 저런 디저트의 경우에는 귀족들이 아니면 손도 대지 못할 귀한 음식.
“어렸을 때 난 이게 그렇게 좋았거든.”
그는 아이를 대하듯 다시 루이드에게 새 사탕을 하나 건넸다.
‘아뇨, 전 그렇게 어리진……. 아닌가. 이 얼굴은 조금 어리게 설정되어 있던가?’
루이드는 입안에 사탕을 넣고 굴렸다.
스스럼없이 구는 공작의 행동이 꺼림칙하긴 해도 사탕은 달고 맛있었다.
‘그래, 크레이브 공작은 평민이었다고 들었다. 우연찮은 계기로 전하를 만나기 전까지는 생활이 어려웠겠지…….’
입안이 갑작스러운 달콤함에 익숙해질 때쯤, 루이드는 입을 열었다.
“이곳에 오신 이유가 정말로 의심스러운 주술 때문입니까?”
“흐응. 왜, 못 믿겠나?”
“……아뇨. 저도 의심이 가는 구석이 있어서요.”
루이드의 말에 레온 크레이브 공작의 눈이 살짝 빛났다.
“후작령에서 그라곤이라는 바실리스크를 잡기 위해 용병대를 보낸 사실을 알고 계십니까?”
“물론.”
“처녀를 잡아간다고 하더군요. 그라곤이 말입니다.”
“그걸 의심하는 건가?”
“물론이죠.”
루이드는 공작에게 작은 빵 조각을 던져보기로 했다.
“저는 누군가를 쫓아 단데리온 후작령에 왔습니다. 그런데 그곳에서 기이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고요. 게다가 왕명을 받아 공작님까지 와 계신 상황이죠.”
“……흥미롭군.”
“모든 게 연관되어 있을지도 모릅니다.”
공작은 루이드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루이드는 최대한 반짝이고, 한 점 거짓도 없는 듯 맑은 눈으로 시선을 마주했다.
‘스킬의 능력이 있어. 어지간하면 내 말을 믿을 것이다. 그래, 사실 거짓말을 하는 것도 아니니까.’
공작은 천천히, 주머니에서 사탕을 하나 더 꺼내 입에 물었다.
“그대가 쫓는 자가 혹시 전하를 시해하려던 자인가.”
루이드는 두 눈을 크게 떴다.
솔직히 예상하지 못한 대답이었다.
“놀란 얼굴이군. 아니면 모르겠다는 얼굴인가. 하지만 놀랄 것 없어. 그대의 말 중에 몇 가지가 거짓이라고 가정한다면. 충분히 거기까지 상상할 수 있는 이야기지.”
달각. 공작의 입안에서 사탕이 굴러가는 소리가 들렸다.
“그대의 포커드의 기사이고. 포커드는 전하가 어떤 기이한 자에게 공격당하는 것을 목격했고. 또 포커드는 충성심이 높지.”
그는 늘 루이드가 봐 왔던 것처럼 굳은 얼굴로 바뀌어 있었다.
내 짐작이 틀려도, 네가 믿을 만한 사람이 아니어도 상관없다. 여차하면 죽여버리면 되니까.
그렇게 말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 모든 것의 우위에 선 자의 오만한 얼굴.
“……그게 답니까? 저는 다른 이유가 떠오르는데요.”
“응?”
“공작님께서 조사하시러 이곳까지 오신 이유가 바로 그 테러범이기 때문에, 제가 쫓는 자의 정체도 단번에 그렇게 생각하신 것 아닌가 하고요.”
오만했던 표정이 풀어지는 것을 보며 루이드는 씩 미소 지었다.
“뭐, 좋습니다. 까짓것 공작님의 임무를 거들어드리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