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ron' Son has Paranormal Abilities RAW novel - Chapter (164)
남작 아들은 초상능력자-164화(164/252)
제164화
제14편 프레이시안(5)
“그대가 쫓는 자가 정말 전하를 시해하려 했던 자가 아니라고?”
“그게 중요합니까?”
까드득. 공작이 사탕을 이로 깨물어 박살 내는 소리가 방안에 울렸다.
“당연히 중요하지.”
“하나도 안 중요할걸요. 어쨌든 공작님의 임무가 성공하면 모두 좋은 것 아닙니까?”
“그대의 목적도 그자가 아니라면, 그대는 얻는 게 아무것도 없지 않은가. 아무 이득도 없는 일에 위험을 감수하겠다고? 그런 짓을 할 리가 없다.”
공작은 날카롭게 받아쳤다.
루이드는 그의 말에 동감했다.
“뭐, 공작님을 돕다가 제가 쫓는 자의 흔적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고요. 제가 쫓는 자가 그냥 어처구니없는 일에 휘말린 것일 수도 있지 않습니까?”
“그렇게 빙빙 둘러 발을 빼는 이유가 뭐지?”
“굳이 발을 깊게 들일 필요가 없으니까요.”
루이드는 해사하게 웃었다.
“협조를 하겠다고 해도 난리이시네요.”
“자네의 태도가 꺼림칙해서 말이지.”
“에이, 그걸 따지자면 애초에 공작님도…….”
루이드는 더 말을 이으려다가 말았다.
복잡하고 어지럽게 빙빙 돌리는 건 그냥 공작을 괴롭히고 싶었을 뿐. 한마디로 심술을 부린 것이었다.
‘지금쯤 머리가 빙글빙글 돌고 있겠지. 내가 왜, 뭘 믿고 이렇게 행동하는 건지. 정말 나를 믿어도 될지.’
피식 웃음이 나왔다.
“어차피 절 믿으시잖아요?”
루이드는 정말, 정말로. 이번 일로 얻을 공 같은 건 관심도 없었다.
목표는 놈을 잡는 것뿐.
갚아주는 것뿐.
공작이 그를 쫓아 이곳에 온 것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그까짓 공은 다 가져가도 좋으니, 놈을 완전히 작살내는 데 협조해 달라고.’
공작은 자신을 믿을 것이다.
스킬빨로 밀어붙일 거니까.
‘그러니까 대충 넘어와라.’
크레이브 공작은 황당하다는 얼굴로 루이드를 노려보았다.
* * *
미친 놈.
레온 크레이브 공작의 눈에는 D라는 남자가 그렇게 보였다.
지금 이 상황이 말이 되는 건가?
하나도 이치에 맞지 않았다.
귀족 앞에서 건방지게 한 마디도 지지 않는 것 하며, 되지도 않는 별 희한한 이유를 대며 속이 뻔히 보이는 비밀 콘셉트를 유지하는 것 또한.
‘당장 놈을 쫓아내지 않는 나도 미친놈이지.’
처음에는 다른 이유가 없었다.
광장에서 소란이 일어나는 것은 대충 상황을 파악했고, 평민을 도우려는 젊은 청년을 돕고자 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그의 실력을 보고 관심이 생겼다.
일부러 오러를 사용하지 않는 줄 알았더니, 오러를 아예 쓸 줄 모른다는 남자.
그 모습에서 레온 크레이브는 마음이 흔들렸다.
잘 아는 사람이 있었다.
뛰어난 검술을 자랑했지만, 오러를 전혀 사용하지 못하던 사람.
하지만 오러를 사용하는 자들보다 훨씬 강해져야만 했던 사람.
‘함부로 동정하지 마시고요.’
그 순간 D의 입에 나온 그 말 때문에. 공작은 그를 좀 더 지켜보고 싶었다.
변덕이었다.
평소의 레온 크레이브라면 절대로 하지 않을 일이었지만, 그는 중요한 임무 중에 사람을 주웠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면 D는 두 번 다시 마주치지 못할 사람이라고 직감했다.
그런 그가 이후에 하는 말이라고는 더욱더 가관이었지만.
공작인 자신에게 자꾸 간섭하지를 않나, 조금 전처럼 의뭉스럽게 도발하지를 않나.
레온 크레이브가 평범한 귀족이었다면 이쯤에서 끝날 유희고 일탈 행위고 변덕이었다.
건방진 방랑 기사 따위에서 휘둘릴 귀족은 없을 테니까.
하지만 레온 크레이브가 그런 그를 두고 보는 것은, 역시 그를 통해 누군가를 비춰보고 있기 때문이었다.
지금의 만남이 과거의 기억을 떠오르게 하기 때문이었다.
그가 잘 알던 사람.
그가 불쌍해 마지않는 사람.
그리워하는 사람.
떠올리면 왕궁에서나 귀족들에게 보이지 않는 행동을 하게 하는 사람.
‘전하께서 나를 처음 만났을 때, 이런 기분이었을까. 참으로 가소로웠겠지.’
레온 크레이브 공작이 D를 보며 떠올리는 건 바로 자신이었다.
그렇기에 그는 아주 감상에 젖은 상태였다.
광장에 모인 사람들과 아이와 기사 사이에서 벌어진 결투.
레온 크레이브가 기억하는 과거의 일과 너무나 닮아 있었다.
분명 너무 앞서나간 일이 맞았다.
크레이브 공작은 D와 만난 지 하루도 채 되지 않았으니까.
‘어차피 날 믿지?’
어린 날의 카이린이 떠올랐다.
그녀도 그에게 꼭 그렇게 말했다.
믿지 않을 리 없다는.
순수하고 확고한 눈동자.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레온은 그런 부류의 사람들이 이해되지 않았다.
사랑을 받고 자란 사람들은 그런 걸까.
사람을 쉽게 믿는 걸까.
사람들이 쉽게 믿으리라 생각하는 걸까.
이해되지는 않았지만, 싫지 않았다.
가끔은 그 순진해 빠진 모습을 닮고 싶었다.
‘그래, 인정하지. 나는 실수를 했어. 또 그런 감상적인 이유로.’
공작은 자기 행동을 그리 자책할 필요가 없었다. 일이 이렇게 흘러간 데에는 루이드가 가진 스킬의 영향이 컸으니까.
하지만 이를 알 리 없는 공작은 씁쓸해진 기분으로 미간을 찡그리며 말했다.
“왜 그렇게 얼렁뚱땅 넘어가려고 하는 건가. 사는 게 너무 대충이군.”
“어! 어떻게 아셨습니까? 저 대충 사는 게 인생 목표인데요. 완전 대충 살고 싶습니다. 그러니까 이번에도 그냥 아무 말 없이 협조만 하고 빠지겠습니다.”
“무슨……. 하나부터 열까지 장난을 치는 것 같군.”
공작은 지금까지의 생각을 진지하게 재고해보기로 했다.
그를 왕성으로 데려가, 자신의 밑에서 더욱 뛰어난 검사로 만들겠다는 생각을.
“이상하다. 제 장난질이 마음에 드시는 것 같은데. 착각했나 보네요. 옙. 이제부터 조심하겠습니다.”
입을 싹 닫는 태도까지 가볍기 그지없었다.
“얼마나 다행입니까. 그래도 제가 공작님의 편을 들기로 했으니까요.”
루이드는 실실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
공작이나 되는 귀족에게 감히 악수를 청하다니. 레온 크레이브는 황당하면서도 그 기백이 마음에 들었다.
‘예절교육은 좀 시켜야 하겠지만, 역시 임무를 완수한 뒤 왕궁으로 데려가야겠군.’
레온 크레이브는 루이드의, D의 손을 꽉 맞잡았다.
“어라.”
“응?”
“사탕…… 이 맛있어서요. 하나 더 주십사 한 건데.”
루이드가 민망한 듯 볼을 긁자 레온 크레이브 공작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 * *
‘아, 이상하다. 정말~! 미친 짓 같은데. 크레이브 공작 놀려 먹는 게 재밌단 말이야?’
지금까지의 일들이 무리수라는 건 충분히 알고 있었다.
‘내가 은근히 공작한테 쌓인 게 많았나?’
루이드는 곰곰이 생각했다.
늘 싸늘한 얼굴, 냉대, 경계. 음, 쌓인 게 많을 만도 했다.
어쨌든 서로 협조하기로 했으니 함께 괴한을 추적해야 했다.
“그래서 어떤 식으로 그 녀석을 추적하고 계신 거죠?”
루이드의 질문에 공작은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대답했다. 그건 루이드에게는 훨씬 익숙한 얼굴이었다.
“후작의 앞에서 말했다시피, 정보원이 있었다. 게다가 후작은 이민족이 많아 다른 곳의 종교가 흘러들어온 거라고 했지만.”
후작령에는 이민족들이 살아가도록 만들어진 땅이 따로 있었다.
땅이 가물고 황폐한 곳.
사람이 살기 어려운 곳을 정착지라고 내어준 것.
그곳은 프레이시안 성도와 무척 떨어진 곳이기도 했다.
“그렇군요. 공작님께서 조사하시려는 곳은 성도인 거고요.”
“맞아.”
“정보원의 조사 말고는 아직 아무런 실마리가 없는 거고요?”
“그래.”
사실 루이드도 어느 정도 예상했다.
사진이나 동영상이 있는 시대도 아니고, 정보원이 어느 정도 실력 있는 마법사라고 해도 증거를 남기기 어려웠다.
일이 벌어지고 있는 현장을 급습하는 것이 제일 확실한 방법.
‘내가 얻은 클리아베이든의 아티팩트는 완전 사기라고. 그나저나 그걸로 돌아다니면 쉬울 텐데, 공작 앞에서 바로 사용하기는 좀 그렇고.’
평범한 방랑 기사가 들고 다닐 물건이 아니었다.
“공작님께서 직접 돌아다니시는 것보다 제가 얼쩡거리는 게 훨씬 낫겠죠.”
“글쎄. 나는 지위가 있으니 엄한 곳을 들쑤셔도 할 말이 없겠지만, 그대는 문책당할 수도 있지.”
“공작님이 감싸주실 것 아닌가요?”
“……그야.”
“서로 믿고 각자 추적한 다음에, 정보를 공유하죠.”
“내가 그대를 믿을 거라고 생각하다니.”
“에이, 믿으시면서.”
루이드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펜던트를 가지고 얼른 조사할 생각으로 문을 벌컥 열었더니, 그 앞에는 시녀가 있었다.
“아……,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서요.”
“아. 맞다. 벌써 시간이 그렇게…….”
“별수 없군.”
공작이 자리에서 일어났고 루이드는 옆으로 살짝 비켰다.
그러자 시녀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후작님께서는 공작님의 호위 기사님까지 초대하셨습니다만.”
“응?”
공작과 루이드는 놀란 눈으로 서로 시선을 교환했다.
루이드를 초대할 이유가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광장에서의 사건을 전해 들었기 때문일 수도 있겠군요.”
“그런 이유로 그대를 초대한다고……. 글쎄.”
“거절할 수는 없으니, 같이 가죠. 어차피 공작님께서도 저를 만찬에 초대할 목적으로 데려오신 거였잖아요?”
“그렇긴 하지. 하지만 그대와 따로 먹을 생각이었다고.”
“가성비 좋게 한꺼번에 끝내고 좋네요.”
“그럼 안내를…….”
루이드와 공작이 시녀를 따라 식당에 도착했다.
끼익. 문이 열리자 기다란 식탁과 이미 차려진 으리으리한 상차림이 펼쳐졌다.
돼지와 오리를 통째로 구워 그 위에 과일시럽과 허브를 올린 것.
갖가지 채소로 만든 샐러드.
건더기가 가득한 수프와 방패 크기만큼 커다란 파이까지.
공작을 초대한 이유도 있겠지만, 축제라도 벌이는 듯한, 지나친 메뉴들이었다.
테이블의 가장 안쪽 상석에는 후작이 먼저 자리에 앉아있었다.
그리고 그의 곁에는 단데리온의 아들들이 있었다.
크레이브 공작이 나타나자 단데리온의 아들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굽실대기 바빴다.
‘하나는 멍청하게도 생겼고, 하나는 기름기가 가득하고, 하나는 심드렁한 멸치에, 하나는……. 됐다.’
외모로 사람을 판단하면 안 됐지만, 단데리온의 아들들은 그 첫인상이 매우 나빴다.
단데리온 후작의 아들이라는 선입견 때문일 수도 있겠으나, 루이드는 그보다 더 본능적인 불쾌감을 느꼈다.
그런데 딱 한 명.
훤칠한 키에 단데리온 후작이나 형제들을 전혀 닮지 않은 자가 있었다.
‘응?’
루이드는 허리춤에서 울리는 진동에 반사적으로 손을 갖다 댔다.
‘펜던트?’
우우웅.
“자, 앉으시지요.”
“식사에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크레이브 공작은 단데리온 후작에게 공손하게 말했다.
“당연한 일입니다. 저를 걱정해 이곳까지 도우러 오신 분을 대접하지 않는 건 안 될 일이지요.”
단데리온 후작의 시선이 루이드에게도 닿았다.
“그대의 이름이, D라고 했던가.”
“예, 후작님. 제가 감히 이런 자리에 함께해도 될는지요.”
“그대와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많네. 부담스러워하지 말고 앉게나. 공작께서도 괜찮으시지요?”
모두가 자리에 앉자마자 루이드는 테이블 아래로 재빨리 주머니에서 펜던트를 꺼냈다.
삐빗, 삐비빗!
펜던트 위의 화살표가 점멸하며 빠르게 회전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