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ron' Son has Paranormal Abilities RAW novel - Chapter (165)
남작 아들은 초상능력자-165화(165/252)
제165화
제15편 음모(1)
“당신!”
아르헬은 성벽 아래에 주저앉은 남자에게 소리쳤다.
“……크, 흣! 도, 도와주시오!”
남자는 바닥에 거의 쓰러져 있었다. 그는 구걸하듯 아르헬에게 손을 뻗었다.
“……!!”
곧장 그에게 다가간 아르헬은 흠칫 놀라며 뒷걸음쳤다.
아샤라의 마법으로 아르헬의 눈에도 보이는 남자의 마문은 정상이 아니었다.
‘아샤라가 말한, 보면 바로 알 수 있다는 게 바로 이건가?’
그녀의 설명에 따르면 마문은 대체로 맑은 푸른색을 띠고 있었다.
특이한 체질이나 간혹 몇몇 사람들에게서는 이외의 색이 보이기도 한다고.
성도를 수색하며 아르헬이 직접 봐왔던 마문들도 그 설명대로였다.
어슴푸레하거나 짙은 경우나 또 그 무늬가 상당히 화려한 경우는 있어도 대부분 파란색으로 구분할 수 있는 색을 띠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아르헬의 눈앞에 있는 남자의 마문은, 무척이나 탁한 푸른색을 띠고 있었다.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그의 마문은 얼룩덜룩했다.
알 수 없는 불길한 흑색의 얼룩이 그의 마문에 잔뜩 뒤엉켜 있었다.
달빛을 받아 일렁이는 남자의 마문은 어쩌면 물어뜯긴 것 같기도 하고 불에 타 녹은 것 같기도 했다.
“당신,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끄으으……. 제발……. 나를 좀 도와주시오…….”
남자는 계속해서 고통스러운 듯 외쳤다.
“어떻게 된 일인지 우선…….”
“거기! 누구냐?!”
저 멀리에서 쇠붙이가 절거덕거리며 두어 명의 남자가 소리쳤다.
‘아마 저건 성의 경비. 칫.’
수호단과 아르헬이 밤새 찾던 확실한 단서를 발견했는데 그들에게 들키는 건 말이 안 됐다.
남자를 빼앗기거나 소란이 일어 괴한이 알게 될지도 몰랐다.
“이매진 블라인드!”
아르헬이 주문을 외우자 바닥에서 검은 장막이 솟구쳤다.
츠츠츠! 장막은 경비들의 소리가 들려온 곳과 아르헬이 선 자리 가운데에서 넓게 펴졌다.
“쉿. 도와줄 테니, 조용히 해.”
아르헬이 신음하는 남자를 향해 속삭이자, 남자는 두려운 눈으로 그녀를 보다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뭐야? 여기서 분명 소리가 났는데?”
경비들은 장막이 펼쳐진 곳 코앞까지 왔다.
“…….”
아르헬은 숨을 죽였다.
병사들은 장막도, 아르헬이나 남자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마법 때문에 얇은 장막 하나를 사이에 두고 병사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냐옹-.”
때마침 골목 사이로 고양이 울음소리가 났다.
부시럭, 후다닥. 무엇인가 작은 것이 움직이는 소리와 함께.
“아이, 뭐야. 고양이였나?”
“그럴 수도 있지. 요즘 성도 내에 쥐가 들끓잖아. 그것 때문에 나도 고양이나 한 마리 기를까 생각 중이야.”
그들은 낄낄거리더니 다시 빛이 있는 골목을 향해 돌아나갔다.
“후우. 이제 더블 캐스팅 정도는 식은 수프 먹기네.”
아르헬은 골목 어두운 곳에서 휘발되는 마나의 끄트머리를 보았다.
고양이 소리를 낸 것도, 인기척을 낸 것도 모두 아르헬의 마법이었다.
작은 마법일지라도 더블 캐스팅은 고난도의 마법.
‘후우……. 이제 정말, 다시 마음대로 마법을 다룰 수 있어. 마치 한 몸처럼…….’
아르헬은 약간 떨리는 손을 내려다보았다.
센티미온에서 조카를 고치고, 훌륭하게 폴리모프를 유지하고 있기도 했지만, 아직 드레곤 슬레이어를 만났을 때의 기억이 완전히 떨쳐 지지는 않았다.
많이 이겨낸 것 같은데도 문득문득 자신감이 달아나고 심장이 철렁했다.
그래도 아르헬은 자신을 믿었다.
언젠가는 아무렇지도 않아질 것이다.
이겨낼 것이다.
자신은 포커드니까.
“……크으윽, 고맙, 고맙소.”
수상한 남자는 결국 무릎을 꿇고 바닥으로 쓰러졌다.
“쿨럭.”
왈칵. 남자는 피를 토했다. 상태가 좋지 않은 건 남자의 마문 뿐만이 아닌 것 같았다.
“내 동료들을 부를 테니, 잠시만 기다려요.”
“으, 으으으…….”
아르헬은 남자를 부축하기 위해 가까이 다가갔다. 남자의 얼굴을 제대로 확인한 아르헬은 하마터면 소리를 지를 뻔했다.
남자의 오른쪽 얼굴은 절반쯤 녹아내려 있었기 때문.
“당신, 괜찮은 거야?”
“크으윽……. 아파, 아파아아……. 무, 무엇보다……. 무엇보다 제발! 얼른 나를 좀 숨겨주십시오.”
자세히 보니 심하게 떨리는 그의 오른쪽 손도 형태가 무너진 상태였다.
화상을 입을 것처럼. 손가락들은 거의 한마디씩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기이한 형태의 마문에 신경을 뺏긴 탓에 이제야 그 모습이 눈에 들어온 것이다.
“제, 제발 나를 좀 숨겨주시오.”
그는 두려움이 가득한 목소리로 빌었다. 하나밖에 남지 않은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려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이야…….”
수호단은 무엇인가를 발견했을 때 서로를 부를 수 있도록 마법 아이템을 가지고 있었다.
단순히 빛이 번쩍이는 정도였지만, 아르헬은 그것으로 수호단들을 불렀다.
“확실히, 고대 저주의 영향을 받은 사람이네. 잘했어. 아르헬.”
아샤라는 남자를 보더니 금방 조처하기 시작했다.
“이런 모습이라니. 아샤라의 말대로 정말 척 보면 알 수 있을 법한 모양이네요.”
“끔찍해…….”
아르헬이 마법으로 응급처치를 해 놓은 덕에 남자는 무사했지만, 의식을 잃고 겨우 숨을 고르고 있었다.
제대로 된 치료가 한시라도 더 빨리 필요한 상태였다.
“자리를 옮겨야겠어.”
“어디로? 성 밖을 벗어나기엔…….”
아르헬이 걱정스럽게 묻자 아샤라는 의미심장한 얼굴로 어두운 골목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평소에 착한 일을 하면 하늘도 돕는다고 그러더라고.”
* * *
똑똑.
조심스럽게 문을 두들기는 소리에도 문 안쪽에서는 인기척이 없었다.
“……아샤라. 여기는.”
“응.”
조금 더 기다리고 있자 아주 작은 인기척이 들리기 시작하고, 달칵. 문이 열렸다.
“……용병님들.”
리아였다.
“너! 이렇게 늦은 시간까지 안 자고 있었어?”
아르헬이 깜짝 놀라 묻자 리아가 깜짝 놀라며 손가락을 입에다 댔다.
“쉿.”
그리고는 목에 걸린 목걸이를 들어 올렸다. 아샤라가 수호단에게 나누어준 목걸이와 비슷하지만, 훨씬 더 알이 작은 것이었다.
“루이드 님이 얘를 놓아줬을 때, 내가 살짝 따라가 목걸이를 줬어. 혹시 병사들이 해코지할지도 모르잖아.”
“상냥한 아샤라.”
솔라가 어깨 너머로 고개를 쑥 내밀고는 중얼거렸다.
“마법사님이 필요할 때 꽉 쥐라고 했거든요. 그런데 갑자기 목걸이에서 마구 빛이 나는 거예요.”
리아는 잔뜩 흥분한 얼굴로 자기 입을 틀어막았다.
“그래서, 목걸이가 빛나서 자다가 깼어요. 딱 느꼈죠! 아, 이건 마법사님이 제게 하실 말이 있구나! 아빠한테도 말씀드렸어요. 아빠가 지하실을 빌려주신대요.”
리아는 작게 속삭이며 수호단들을 안으로 안내했다. 작은 소녀는 어두운 골목에 따라붙은 사람이 없는지를 확인한 후 조용히 문을 닫았다.
“지하실을? 네겐 그저 목걸이의 빛이 반짝였을 뿐일 텐데?”
리아의 말에 아샤라도 놀라워했다.
아샤라가 준 목걸이는 큰 마법이 걸려 있는 것은 아니었다.
단지 빛 신호만 줄 수 있는 것이었기 때문에 방문을 눈치채고 맞아준 것만 해도 놀라운 일이었다.
지금은 이미 너무 깊은 밤이었기 때문.
“응? 낮의 일 때문에 병사들에게 도망치는 것 아녔어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구나. 음, 비슷하긴 한데.”
“어서 오십시오.”
리아의 안내를 따라 건물 안쪽으로 들어서니, 낮에 본 상인이 손짓했다.
“감사합니다.”
“뭘요. 오늘 제 딸이 신세를 졌지요. 은혜를 갚을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그는 진심 어린 얼굴로 지하실 계단에 불을 붙였다.
상인은 아르헬이 부축하고 있는 남자를 보더니, 겁에 질린 얼굴로 리아의 눈을 가렸다.
“대체 무슨 일인 겁니까?”
“……글쎄요. 저희도 아직 이 자의 말을 들어보지 못해서 모릅니다. 하지만 제 생각에는……. 아버님께선 처음부터 듣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아샤라는 정중하게 상인에게 대답했다.
단데리온 후작령에서 일어나는 이상한 일들이 무엇인지, 배후가 누구인지 정확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이 늦은 시간에 지하실을 내어준 것만으로도 이미 이 상인의 가족들은 루이드와 수호단의 일에 관여한 셈.
일이 어떻게 꼬일지 모르니, 더 깊이 관여하여 그들에게 혹 해가 될까 걱정되었다.
“불똥이 튈 수도 있으니까요. 우리가 잘 해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상인은 고심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용병님들을 믿습니다. 제 딸 리아를 구해주신 분들 아닙니까.”
“정말 고마워요.”
“제가 이 앞은 제대로 지키겠습니다.”
상인은 천천히 지하실의 문을 닫았다.
“후……. 자, 일단 치료를 시작해볼까.”
아샤라가 팔을 걷어붙였다.
“내가 도울게.”
아르헬도 눈을 빛냈다.
솔라와 엠마가 남자를 기다란 나무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고, 아샤라는 회복 마법 시전을, 아르헬은 아샤라의 어깨를 쥐고 축복의 힘을 불어넣었다.
파아앗!
지하실 내부가 강력한 마나로 가득 찼다.
“으……. 으으…….”
잠시 정신을 잃었던 남자가 눈을 떴다.
“여기는…….”
“단데리온 후작령의 성도 프레이시안이예요.”
“프, 프레이시안이라고! 그래……. 그렇군. 내가 이곳에 귀환의 진을 만들어 두었어. 그래서 이곳에…….”
남자는 그렇게 말하면서 부들부들 떨었다.
“어서, 어서 이곳에서 벗어나야 해……!”
“진정해요. 지금 당장은 안전하니까요.”
아샤라는 남자를 진정시키기 위해 벌떡 일어나려는 그를 저지했다.
“안전하지 않아!”
남자는 겁에 질린 눈으로 고함쳤다. 하지만 이내 주위를 둘러보더니 눈을 질끈 감고 고개를 숙였다.
“……내 목숨을 구해준 사람들에게, 미안하군.”
남자는 이마에 흐른 땀을 닦으려 했다. 그리고는 완전히 뭉개진 자기 손을 발견하고는 흐느꼈다.
“우리 모두 속았습니다. 그라곤은, 그런 것은……. 애초에 모두 거짓말……!”
“그라곤이 거짓말이라고요?”
“그렇습니다. 용병단은 모두 죽었습니다. 아니, 그게 죽은 게 맞을까요?”
겁에 질린 남자의 눈은 자신이 보았던 것을 떠올렸다.
검은 불길로 타오르는 대지와 녹아내리는 사람들.
갑옷도 무기도, 마법도 소용없었다.
모든 생명이 검붉은, 자줏빛의, 빛나는 돌 안으로 빨려들어 갔다.
“재앙, 재앙이었습니다. 내가 본 건, 저주, 재앙이었습니다.”
남자는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주절거렸다.
“단데리온 후작은 악마입니다”
그 순간.
퍼엉!! 콰과과광!!
엄청난 굉음이 울려 퍼졌다.
지하실에 켠 촛불이 충격파에 의해 꺼져버릴 정도였다.
우당탕. 와당탕! 건물들도 쏟아져 내렸다.
“꺅!”
지하실 위로 리아의 비명이 들렸다.
“무슨……!”
솔라와 엠마가 먼저 지하실 위로 올라갔다.
“아, 아아. 왔다. 왔어어……. 그라곤. 그라곤이…….”
남자는 어느새 테이블 밑으로 가 머리를 감싸고 벌벌 떨고 있었다.
“무슨 소리예요? 그라곤은 없다며?”
아르헬이 남자를 다그쳤지만, 그는 입과 눈을 꽉 다물어버렸다.
“영주 성이에요!”
지하실로 다급하게 돌아온 엠마가 외쳤다.
“뭐라고?”
“영주 성이, 불타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