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ron' Son has Paranormal Abilities RAW novel - Chapter (167)
남작 아들은 초상능력자-167화(167/252)
제167화
제17편 음모(3)
‘대체 그가 왜…….’
쿵쿵.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힘을 갑자기 소진한 것도, 괴한의 정체를 알아낸 탓도 있었지만, 제일 충격은 눈앞의 레온 크레이브 공작이었다.
“괜찮은가?”
레온 크레이브 공작은 루이드를 부축해 다시 그의 자리로 옮겨주었다.
“괘, 괜찮습니다.”
루이드는 의자가 가까워지자마자 후다닥 공작의 몸에서 떨어졌다.
‘대체 뭐람, 지금까지 있었던 일은 뭐람? 왜 그가 몸속에 보라색 마정석을 품고 있느냔 말이야.’
괴한과 한패일까?
괴한을 쫓아 이곳으로 왔다는 말은, 그저 루이드를 속이기 위함 때문일까?
그렇다면 이미 괴한에게 자신을 쫓고 있는 자가 있다는 걸 들킨 것이 아닌가.
머리가 터질 지경이었다.
‘제기랄, 통찰의 눈을 썼는데도 상황이 어째 더 엉망진창이 된 것 같군.’
짝, 짝, 짝!
단데리온 후작의 요란한 박수에 루이드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대단하군! 정말 대단해! 대체 뭔가?! 인간이 맞는 건가? 요정의 피가 섞인 것은 아닌가? 혈계 능력자인가?!”
그는 통찰의 눈 스킬의 효과가 무척이나 마음에 든 것 같았다.
그게 어떤 능력인지도 모르면서.
“……100% 순수한 인간입니다.”
루이드는 곧장 대답했지만, 단데리온 후작과 아들들은 믿기지 않는듯했다.
“그럼 그대는 혈계 능력자겠군! 한데, 다른 능력은 없는 건가? 혈계 능력자들을 보아하니, 다들 뛰어난 전사던데.”
“아쉽게도 특별한 능력은 따로 없습니다. 그래도 뛰어난 검술을 지니고 있죠.”
루이드는 여유로운 듯 대답했다. 하지만 속은 거의 뒤집힐 노릇이었다.
‘이렇게 에너지가 바닥났던 적이 언제더라. 토할 것 같아. 아니, 금방이라도 기절할 것 같군.’
하지만 절대로 기절할 수 없는 상황.
‘저놈, 뭘 얼마나 알고 있을까? 내가 루이드 포커드란 사실은……. 하아, 진짜. 레온 크레이브는 왜 갑자기 이럴 때 뒤통수를…….’
어지러움 속에서, 루이드는 몰아치는 생각을 우뚝 멈췄다.
‘진정해.’
지금 상황에서 멘탈이 무너지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상황을 냉정하게 되짚어 볼 필요가 있었다.
우선 크레이브 공작.
그는 이전 왕궁 습격 때, 괴한과 맞붙은 이력이 있었다.
‘그때의 모습이 짜고 치는 고스톱 같지는 않았다. 완전히 이성을 잃었었지. 내가 말리는 데도, 분간을 못 하고 공격할 만큼.’
게다가 그 역시 괴한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사실 역시 루이드는 잘 알고 있었다.
‘또, 레온 크레이브 공작은 내가 루이드 포커드라는 것을 몰라.’
우리는 모두 친구 스킬이 쉽게 적용된 점이 이를 증명했다.
‘생각보다 뭔가 친근한 스타일이긴 했지만, 그가 괴한과 한패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공작은 자신의 속내를 알아내려다가 오히려 자기 목적을 완전히 간파당하지 않았는가.
‘어수룩해. 그럴 깜냥이 아냐.’
게다가 가장 확실한 건 통찰의 눈으로 확인한 그의 오오라.
‘좀 더 길게 볼 수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통찰의 눈 스킬을 통해 사물을 자세히 관찰하게 되면, 직접적인 시야로 개인의 오오라를 볼 수 있었다.
마문과 오러와 비슷하면서도 조금 다른 고유의 기.
통찰의 눈을 통해서 루이드에게 확실히 보이는 기의 흐름이었다.
그건 존재의 본질을 좀 더 다가갈 수 있도록 했다.
과연 통찰의 눈이라는 이름이 붙을 능력이었다.
‘언뜻 둘러보았을 때, 단데리온 후작과 그 아들들의 오오라는 비슷한 빛깔과 형태였어. 주변에 있는 시종들과 크게 다를 바 없었지.’
색깔은 조금씩 다 달라도, 규칙적으로 몸 주위에 존재하는 기운.
‘레온 크레이브 공작 역시 비슷한 느낌으로 움직이고 있었어……. 차이가 보이긴 하지만, 애초에 그릇은 비슷하다고 해야 할까.’
비유하자면 같은 인간이지만, 인종이 달라 그 생김새와 분위기가 다른 것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공작의 기운이 밝고 깨끗하다고는 할 수 없었다.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새벽하늘 같은 차가운 색이었다.
그건 왕궁의 습격 때 드러난, 무섭도록 어두운 그의 오러와도 닮아 있었다.
‘하지만 확실한 건 그놈과는 완전 딴판이었어.’
페르디날.
후작의 막내아들.
보라색 마정석과 미지의 물체를 가진 자.
‘심지어 마정석을 한두 개 들고 있는 게 아니었어.’
여러 개의 마정석이 한데 뭉쳐 주먹 크기보다 훨씬 커다랗게 보였다.
상체의 대부분을 가리고 있달까.
게다가 그의 오오라는 뭔가 잘못되어 있었다.
오오라를 보는 감각과 눈이 완전하지 않은 루이드가 그냥 보기에도 그랬다.
일그러지고, 어긋나고, 중첩되고, 불규칙적이고.
마치 인간이 아닌 것 같은.
‘그래. 일단 이렇게 힘이 다한 이상. 나 혼자서 어떻게 해볼 수도 없다.’
루이드는 결론을 내렸다.
‘레온 크레이브 공작을 믿는다.’
테이블은 아직 루이드, 아니 D의 이야기로 바빴다.
정확히는 혈계 능력자에 관한 이야기로 발전해 있었다.
루이드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전혀 모르는 것인지, 페르디날은 의뭉스러운 미소를 띠며 후작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저놈도……. 전혀 모르는 것 같은데. 뭐, 이건 확신할 수 없지만.’
루이드는 가만히 그를 관찰했다.
‘왜 여기 있는 걸까. 어째서.’
아주 잠시뿐이었지만, 통찰의 눈으로 보았던 그의 오오라를 떠올렸다.
‘그건 정상이 아니었다. 그냥 비틀렸다기엔……. 그건, 망가진 거였어.’
그리고 위태로워 보였다.
메말라 갈증을 느끼고 있는 것처럼 보였고, 아픔을 호소하는 것 같아 보였다.
‘설마……. 어쩌면…….’
골몰하는 동안, 후작의 이야기에 대꾸하던 공작이 흘끗 돌아보았다.
“정말 괜찮은가? 이만 방으로 돌아가는 것은 어때.”
그는 진심 어린 걱정을 가득 담아 말했다.
“아, 그것도 괜찮네요.”
루이드는 냉큼 고개를 끄덕였다.
“흐음. 그래. 그 귀중한 능력으로 우리 눈요기를 해 줬으니, 너무 붙잡아 고단하게 하는 것도 미안하지.”
단데리온 후작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시종을 향해 턱 짓을 했다.
D를 부축하고 안내하라는 의미.
루이드는 후작의 시선이 다른 곳을 향했을 때 재빨리 공작의 옷자락을 잡아당겼다.
“……?”
공작은 눈을 가늘게 뜨고는 루이드를 보았다.
‘같이 가야 해. 계획을 짜야 한다고.’
루이드는 열심히 눈으로 신호를 보냈다.
“……??”
“……?”
공작은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는 듯 눈을 더욱더 가늘게 떴다.
‘아니, 역시 생각보다 멍청하다니까?!’
덕분에 공작을 잠시 의심했던 마음이 훌훌 달아났다.
“……아.”
루이드가 잔뜩 노려보자, 그제야 공작은 알겠다는 듯.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기사는 제가 데려왔으니, 챙기는 것 또한 제가 해야 마땅하겠지요.”
“으응? 무슨 그런……. 공작님께서 그런 궂은일을 하실 필요가…….”
단데리온 후작은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슬며시 미소 지었다.
“아하, 그런 거군요.”
그리고는 키득댔다.
“으흠, 으흠. 그래. 그렇군요. 지금까지 제가 알던 것과는 조금 다르지만. 재밌는 사실이군요.”
그는 꽤 음흉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공작은 그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것인지, 그저 덤덤하게 서 있을 뿐이었다.
‘응? 뭐가 재밌다는 거야……? 아니, 그래. 재밌든지 말든지. 마음대로 해라.’
루이드는 공작의 부축을 받으며 일어섰다.
“아쉽네요. 좀 더 이야기를 나눴으면 좋았을 텐데요.”
테이블에서 돌아서려는 루이드의 등 뒤로 페르디날이 속삭였다.
루이드는 씩 웃으며 그를 돌아보았다.
“이야기를 나눌 시간은 많습니다. 곧 찾아뵙죠.”
* * *
괴한, 페르디날은 만족스러운 저녁을 보내고 있었다.
그였다. 차가운 목소리의 주인. 복면과 두건을 쓴 사내.
잠든 형제자매들을 위해 힘을 모으는 자.
그리고 모든 것이 그의 계획대로였다.
힘을 되찾기 위해 준비한 퍼즐들이 저마다의 자리에 차곡차곡 맞아 들어가고 있었다.
그라곤과 용병들.
보라색 마정석을 이용한 고대의 저주로 용병들의 생명을 빨아들여, 양분으로 삼을 생각이었다.
지금쯤이면 용병들은 덫을 쳐 놓은 곳에 도착했을 터.
갑자기 프레이시안으로 들이닥친 레온 크레이브 공작 정도는 손바닥으로 주무를 자신이 있었다.
‘힘만 믿고 설치는 멍청한 소드 마스터 따위가 무슨 수로 나의 술식을 눈치채겠는가.’
용병들을 희생시킬 장소를 이틀 걸리는 거리나 떨어진 곳에 준비한 이유가 있었다.
쥐새끼가 왕궁으로 소식을 넣는 것을 막았으면 더 좋았겠지만, 페르디날은 지금 상황도 만족스러웠다.
‘오히려 이 정도의 긴장감이 있는 편이 낫지.’
힘을 되찾는 일은 매우 지루할 테니까.
이 일은 몇 번이고 더 반복되어야 할 귀찮은 작업이었다.
‘센티미온의 작은 공자님은 어떻게 되었으려나.’
페르디날이 오늘을 준비하기 위해, 완전히 신경을 쏟아붓지 못한 곳이었다.
단데리온 후작과 아들들, 성의 가신들과 하인들의 정신을 오염시키는 데 집중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그들은 한 달 전 처음 본 사람인 페르디날을 그의 가장 막내아들로 알았다.
모두 보라색 마정석과 고대의 힘을 이용한 덕분이었다.
공을 들이며 모래성을 쌓는 와중에도, 그는 늘 루이드 포커드를 생각했다.
‘그대에게 즐거운 소식을 안겨주고 싶은데 말이야.’
그가 상처 입고, 분노하고, 이성을 잃을 것을 생각하니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과연 루이드 포커드는 언제 알게 될까?
사랑스러운 조카가 이미 숨을 거두었을 때?
아니면 언데드가 되었을 때?
아주 운이 좋다면 아직 숨이 붙어있을 때 발견할 수도 있을 터.
‘하지만 드래곤 아가씨를 보살피느라, 아마 발견이 늦을 거야.’
발견을 한다고 해도 고대의 저주를 풀 수 있을 것인가.
페르디날은 루이드 포커드가 조카를 구할 방법은 없다고 생각했다.
아마 실패하겠지.
실패하고 절망하겠지.
그것이 자신의 소행이라는 건 알아낼 수 있을까?
사실 거기까지 닿기도 어려울 것이다.
조금 쉬운 퍼즐을 줄 걸 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런 가운데, 그의 구미를 당기는 사람이 나타났다.
레온 크레이브 공작을 따라온 포커드의 기사, D.
‘루이드 포커드의 소식을 모른다는 건 좀 아쉬운 일이기는 하나.’
그를 통해 또 새로운 퍼즐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퍼즐이 아니어도 상관없었다. 그의 묘한 빛을 내는 눈.
‘혈계 능력자를 먹으면, 훨씬 더 많은 힘을 흡수할 수 있다.’
페르디날은 즐거운 식사가 끝나기를 고대했다.
식사가 끝난 뒤쯤이면, 그라곤을 잡으러 갔던 용병들의 생명을 모두 회수할 수 있을 터.
그렇게 회복한 힘으로 D를 먹을 셈이었다.
다만 소드 마스터인 레온 크레이브와 정면으로 붙을 수는 없었다. 그러니 몰래 D를 끌어내야 했다.
‘접근해서, 좀 더 성에 머무르도록 굴 수도 있겠지. 우정을 쌓아볼까.’
어떤 방법을 쓸까.
어떤 이야기로, 어떻게 절망감을 알려줄까.
아니면, 아니면…….
실로 기대되는 순간들이었다.
“이야기를 나눌 시간은 많습니다. 곧 찾아뵙죠.”
D는 페르디날을 혐오하거나 두려워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럴 만도 했다.
단데리온의 인간들은 늘 구역질이 날 만큼 역겨운 자들 뿐이었으니까.
D와 크레이브 공작이 먼저 돌아간 뒤, 조용한 식사 시간도 끝이 났다.
페르디날은 그의 가짜 아버지에게 인사를 한 뒤 조용히 발길을 옮겼다.
그는 어둡고 싸늘한 영주 성의 복도를 가로질렀다.
지하로 통하는 계단에 다다랐다.
타박, 타박.
한 사람의 발소리가 울리는 계단을 끝까지 내려가, 서늘한 공기가 얼어붙은 지하실의 문을 열었다.
치익.
촛불을 밝혔다.
이윽고 밝아진 실내에는 술식의 진이 그려져 있었다.
그라곤을 잡기 위해 보내진 용병들의 생명으로 배를 불릴 술식.
“시간이 되었다.”
바닥에 가루로 그어진 선들과 마정석들이 달그락거리며 작은 소리를 냈다.
그가 눈을 감자, 먼 곳의 광경이 훤히 보였다.
덫에 걸려든 용병들의 모습, 생기가 빨리며 믿을 수 없는 현실에서 허우적거리는 이들.
드드드.
생명의 기운이 먼 거리를 넘어 몸 안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것이 느껴졌다.
그들을 다 삼켜도 한참 부족한 양이었지만, 처음이니 어쩔 수 없었다.
알 수 없는 형체에 생명을 빨리면서 도망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용병들의 모습을 보며 페르디날은 환희를 느꼈다.
그는 그것이 좋았다.
무력한 자들의 몸부림.
그 끝이 절망일 수밖에 없는 자들의 발버둥.
희망을 꿈꾸며 바르작거리는 것들.
“멈춰라.”
낯선 목소리에 페르디날의 의식이 번쩍 뜨였다.
먼 곳의, 살육의 들판이 아닌 성의 지하실로 순식간에 되돌아왔다.
“당신이…….”
페르디날은 놀란 눈으로 목소리의 주인을 바라보았다.
“사특한 주술을 사용한 자, 페르디날 단데리온. 너를 현행범으로 체포하겠다.”
레온 크레이브 공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