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ron' Son has Paranormal Abilities RAW novel - Chapter (168)
남작 아들은 초상능력자-168화(168/252)
제168화
제18편 음모(4)
식당을 벗어나 방으로 돌아온 루이드가 주변을 살피고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단데리온의 막내아들. 페르디날입니다.”
“응?”
크레이브 공작은 이해하지 못한 얼굴로 바라볼 뿐이었다.
“공작님이 쫓고 있는 자 말입니다. 왕궁을 습격했던 괴한. 그자의 정체가 페르디날 단데리온이라고요.”
덧붙이는 말에 공작의 눈이 커다랗게 떠졌다.
“그걸 어떻게 알았지?”
“어떻게 긴요. 아까 제가 괜히 광대가 된 줄 아십니까?”
“설마 혈계 능력을…….”
루이드는 끄덕였다.
‘어쩔 수 없어. 이 정도는 오픈해야 내 말을 믿어주겠지. 지금 당장 놈을 지목할 수 있는 근거가 없으니.’
지금 루이드는 레온 크레이브 공작의 도움이 필요했으니까.
“대단하군.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을 줄이야. 왜 미리 말하지 않았지?”
“그야 공작님을 100% 신뢰하지 않으니까요.”
단호한 얼굴을 내비치자, 크레이브 공작의 표정은 오히려 더 밝아졌다.
‘오? 우리는 모두 친구 스킬의 경험치가 쭉쭉 오르는데? 내가 어지간히도 마음에 드나 보군. 특이한 사람이네. 안 믿는다는데 왜 좋아해?’
루이드는 힘겹게 의자에 걸터앉았다.
“그리고 제 생각에는, 놈은 지금 상처를 입은 것 같아요. 아니, 정확하게는 기력이 쇠했다? 하여튼 뭔가 이상했어요.”
“부상? 그것도 그 반짝이는 눈 덕분에 알 수 있었던 건가?”
“예. 이건……. 그러니까 본질을 꿰뚫어 보는 거랑 비슷하거든요.”
그 말에 레온 크레이브 공작의 눈빛이 잠깐 흔들렸다.
“오러나 마나와는 다르게, 대상이 가진 어떤 에너지를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거든요.”
능력에 관해 너무 자세하게 설명하나 싶었지만, 공작의 힘을 빌리기 위해서는 그의 신뢰가 필요했다.
물론, 루이드는 이해할 수 없는 관계가 이미 어느 정도 형성된 것 같았지만.
“아마 놈은 후작의 막내아들도 아닌 것 같아요. 그렇다면 이곳에 왜 이렇게까지 공을 들여 무대를 조성했을까. 다치거나, 소진된 힘을 보충하기 위해서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기운을 본 것만으로 거기까지 알아내다니. 대단하군. 하긴, 나도 의아하기는 했다.”
크레이브 공작은 미간을 찌푸렸다.
“자식이 많은 단데리온 후작의 아들들을 모두 알고 있기는 어렵겠지만, 그 정도로 눈에 띄는 자라면 모를 리 없다고 생각했거든.”
“맞습니다, 그런 얼굴이라면 이미 사교계에 소문이 파다…….”
방랑 기사 주제에 귀족 사회에 관해 너무 아는 척 말했나 싶어서 입을 다물었지만, 사실 이제 D가 방랑 기사라는 말을 믿지 않을지도 모를 상황이었다.
D는 한 번에 상대의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엄청난 능력을 가진 혈계 능력자 아닌가.
“정황이 맞아들어가는군. 전력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기에 이곳에서 쇼를 벌이고 있던 거였어. 그렇다면 그 기이하고 사악한 술식에 관한 정보도 설명이 되는군.”
공작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놈을 체포하겠다.”
“체포요?”
“그래, 한 놈이 아닐 수도 있지 않나. 체포해서 진상을 밝히겠다.”
의외였다. 공작의 성격이라면 그대로 들이닥쳐서 놈을 죽여놓을 거라고 루이드는 생각했다.
‘완전히 바보는 아니지만…….’
공작은 당장에라도 방을 뛰쳐나갈 기세였다.
“잠깐, 잠깐만요. 공작님이 얼마나 강한지는 알고 있습니다. 게다가 놈은 약해진 상태가 확실하고요. 하지만 혼자서 들이닥치는 건 너무 무모하지 않습니까?”
성 밖에는 루이드의 수호단이 있다.
또 단 며칠이라도, 아니 하루라도 더 시간이 있다면 루이드 역시 힘을 어느 정도 회복할 수 있을 터.
아르헬의 축복을 이용한다면 더 빠르게 많은 힘을 회복할 수 있을 터.
“그대는 이미 많은 기력을 소모한 것 같은데. 싸울 수 있는 상태가 아닌 것 같아.”
“……예. 물론입니다. 그러니까 조금 시간을 두고 확실한 계획을 짜서…….”
공작을 설득하려고 자리에서 일어나는 순간.
구웅.
커다란 울림이 루이드의 머릿속에 울렸다.
“큭.”
“D?”
공작이 다급히 루이드를 부축했다.
“헉, 크……. 방금 그 진동…….”
“진동? 무슨?”
공작은 전혀 모르겠다는 듯 루이드를 보았다.
‘공작이 느끼지 못한다고? 그는 소드 마스터다. 아무리 미세한 진동도 이 정도로 충격이라면 못 느낄 리가 없어.’
루이드만 느낄 수 있는 울림.
구웅.
“헉.”
다시 한번 큰 울림에 루이드가 숨을 들이마셨다.
“D……. 눈이…….”
루이드도 느낄 수 있었다.
‘통찰의 눈이 마음대로…….’
반짝거리는 빛무리가 루이드의 눈에서 쏟아져 내렸다.
아찔한 정신 속에서, 루이드는 시야가 휙휙 바뀌는 것을 보았다.
‘뭐지?’
휘릭, 휙, 휘익!
이곳, 프레이시안의 영주 성.
지하실.
그리고 페르디날의 모습.
“놈이 뭔갈 하고 있어요.”
“뭣!”
루이드는 공작의 옷깃을 꽉 끌어 쥐었다.
이미 식당에서부터 힘을 거의 다 소진했었다.
지금 이렇게 능력을 쓸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게다가 지금까지 사용했던 통찰의 눈의 능력과도 조금 달랐다.
휘익! 그리고 한 번 더 시야가 튀었다.
영주 성과 굉장히 멀어졌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어두운 밤.
안개가 부옇게 낀 들판에 한 무리의 사람들이 있었다.
용병들. 그라곤을 잡기 위해 떠났다는 그 사람들!
거기까지 보았을 때, 루이드는 온몸에서 느껴지는 격통에 정신을 잃고 말았다.
* * *
루이드.
루이드 포커드.
모든 것이 검고, 모든 것이 흰. 그리고 모든 것이 번쩍이는 의식의 끄트머리에서 루이드는 누군가 자신을 부르는 것을 느꼈다.
루이드 포커드.
나를 찾으십시오.
모든 깨달음이 있는 곳으로 오십시오.
당신의 운명을 찾으십시오.
낯선 목소리였다.
한 번도 들은 적 없는 목소리.
건조하고 딱딱한. 기계적인 목소리.
* * *
“……으으.”
루이드가 눈을 떴을 때는 의식을 잃기 전과 같았다.
프레이시안, 단데리온 후작의 영주 성.
눈앞에는 레온 크레이브 공작이 있었다.
“정신이 드나.”
“……어떻게. 시간이 얼마나 흐른 거죠?”
“글쎄. 얼마 지나지 않았어. 5분? 10분쯤 됐을까.”
“내가 어떻게…….”
“그대에게 엘릭서를 썼다.”
“엑?!”
루이드는 벌떡 몸을 일으켰다.
어쩐지 몸이 무척 가볍고, 고갈됐던 에너지가 몸 안에 가득했다.
“에, 엘릭서를 썼다고요?”
“그렇다.”
엘릭서는 결코 흔한 포션이 아니었다.
전설의 포션.
고치지 못하는 병이 없고, 회복시키지 못하는 부상이 없다는 마법의 포션.
나라에, 아니 대륙에 몇 없을 것이었다.
에벨리에서 일 년에 한두 병 제조한다고 했던가.
“그대가 죽을 것 같기에. 혈계 능력에 관하여서는 잘 모르지만. 에너지가 오가는 것은 가늠할 수 있지. 그대는 거의 죽었었다.”
“……주, 죽었었다고요.”
“심장도 멈췄었지.”
공작의 말에 가슴이 서늘했다.
확실히. 그럴 가능성이 있었다.
‘대체 왜 그렇게 된 거지…….’
지금으로서는 알 방법이 없었다.
“엘릭서는 감사합니다.”
아무리 친화 스킬이 사용되고 있다고 하지만, 만난 지 얼마 안 된 상대에게 귀한 엘릭서를 사용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을 터였다.
아무리 공작쯤 되는 재력을 가졌어도 엘릭서는 너무나 귀한 물건이었고.
또 이 자리에 엘릭서를 가져왔다는 건, 그만큼 공작에게 각오가 필요한 위험하고도 중요한 임무였을 터.
“아, 맞아. 지금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어요! 5분? 10분이라고? 그 정도면 다행입니다.”
루이드는 곧장 복도로 나섰다.
“놈이 사람들을 죽일 겁니다.”
루이드를 따라나서는 공작의 얼굴도 어두웠다.
“길을 아나?”
“예. 이 두 눈으로 똑똑히 봤죠.”
루이드는 잠시도 머뭇거리지 않고 페르디날이 있을 지하실로 향했다.
‘얼마나 방심하고 있는지, 길목마다 방어 마법이나 경비 마법 같은 것도 없군.’
루이드의 접근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뜻이다.
‘좋다. 지금 놈을 치면 완전히 뒤를 칠 수 있는 거야.’
게다가 엘릭서 덕분에 모든 힘을 회복했다.
오히려 힘이 넘쳐흐르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통찰의 눈을 한 번 더 쓸 수 있겠어. 그렇다면…….’
벌컥!
문을 열자, 통찰의 눈으로 보았던 광경이 펼쳐졌다.
술식을 위한 사특한 공간. 페르디날은 어두운 에너지에 둘러싸여 있었다.
“멈춰라, 사특한 주술을 사용한 자. 페르디날 단데리온, 너를 현행범으로 체포하겠다.”
공작의 말과 함께 흰자만이 내비치던 페르디날의 눈이 원래대로 돌아왔다.
“당신이…….”
쉬익!
공작은 머뭇거리지 않았다.
곧장 페르디날에게 검을 휘둘렀다.
콰아아아앙!!
엄청난 충격과 함께 루이드의 몸이 뒤로 밀려났다.
가지고 있던 금속을 이용해 순간적으로 보호막을 만들었다.
‘아니! 저기요!! 여기 지하라고요!! 게다가 체포한다더니, 그냥 죽이려는 심산인데?!’
까앙! 깡! 쿠과광!!
금속 보호막 채로 밀린 루이드는 완전히 튕겨 나와 어느새 지상으로 올라와 있었다.
‘지하실이 있었는데요, 지하실이 없었습니다. 이 상황이네.’
레온 크레이브의 공격으로 인해 지하실 윗부분이 완전히 날아가 버렸다.
그냥 지하실 자체가 터졌다고 보는 게 나았다.
‘물론 놈과 붙어본 사람으로서, 이 정도로는 소용없다는 걸 알고 있어서겠지만.’
루이드는 재빨리 금속을 거둬들였다.
쉬우우.
폭발로 인한 잔해와 먼지 사이로 두 인영이 솟아올랐다.
페르디날과 레온 크레이브 공작이었다.
조금 전 엄청난 충격으로 지하실이 박살 났는데도 두 사람은 전혀 타격을 입은 것으로 보이지 않았다.
“레온 크레이브 공작. 나를 찾아내다니. 당신이 그럴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말이야.”
페르디날이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말이 길군.”
쉿! 레온 크레이브 공작이 검을 휘둘렀다.
순식간에 검을 타고 오른 오러가 괴한에게 쏘아져 나갔다.
“너무 하는군. 내가 공들여 만든 농장을 한순간에 무너트려 놓고는.”
페르디날은 킥킥거리더니, 오른손을 치켜들었다.
우우웅. 그의 손에 강력한 에너지가 몰려들었다.
그것은 마나나 오러와는 다른 것이었다.
페르디날은 곧장 에너지의 구를 공작에게 발사했다.
“흥.”
하지만 마치 예상했다는 듯, 레온 크레이브 공작은 손쉽게 검으로 공격을 갈라냈다.
스각! 콰아아아아!!
반으로 갈라진 에너지가 크레이브 공작의 양옆으로 쪼개져 날아갔다.
쿠콰콰쾅!!
순식간에 성과 벽이 무너져 내렸다.
“히이잉!”
말과 닭이 우는 소리가 요란했다.
화르륵!
불이 붙었다.
“꺄아아악!”
“불이야!”
“엄청난 소리가 들렸어!!”
사람들의 비명이 이어졌다.
“이런, 이곳에선……. 피해가 크겠는데.”
수호단이 함께 있었다면, 대피를 명령했을 터였다.
‘놈을 온전히 레온 크레이브 공작에게 맡겨?’
그래도 될는지 그냥 보기에는 확인이 안 됐다.
‘그래, 한 번 더.’
키이이잉!
루이드의 힘이 순식간에 온몸을 돌아 요동치며 눈으로 집중됐다.
[스킬 통찰의 눈 발동 중.]파아앗!
루이드의 눈이 눈부시게 빛나고 그 힘이 접전을 벌이고 있는 페르디날과 레온 크레이브를 보았다.
‘좀 더 놈을 정확하게 분석하기를 원해!’
키이이잉, 집중된 힘이 눈 안에서 회오리치는 것이 느껴졌다.
‘할 수 있어. 이 힘은 지금껏 얻은 스킬보다 훨씬 미지의 힘이다. 게다가 변칙적이기도 하고.’
루이드는 그 힘이 마치 야생마 같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야생마까지도 길들이는 것이 인간.’
종잡을 수 없는 이 힘에 집중했다.
눈앞에 보이는 페르디날의 오오라에 집중하며.
그러자, 루이드의 눈에 새로운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